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초장레터의 2026년 네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새로 개편된 초장레터는 매월 마지막 날, 한 달간의 시간을 회고하는 짤막한 에세이를 보내드릴게요.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네요 : )
초장레터#19
요즘 6월 날씨가 좀 신기하다. 아침저녁으로는 전보다 선선하고, 한낮에도 예전 같은 푹푹 찌는 느낌이 덜하다. 워낙 더위에 취약한 편이라 어쩐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그 안도감이 오래가지 못했다. 요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소식을 보면, 다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폭염으로 그야말로 난리이기 때문이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는 작년 6월 기온이 46도를 넘어서며 국가 기록을 새로 썼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기록이 깨졌다. 프랑스에서는 사망자가 1,000명을 넘었다는 발표가 나왔고, 스페인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수백 명에 달했다. 신호등이 녹아내리고, 도로 표면이 갈라지고, 강물 온도가 너무 올라 일부 원전이 가동을 멈췄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더위라는 단어로는 다 담아내기 어려운 상황 같다.
이쯤 되니 매년 여름마다 비슷한 뉴스를 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작년엔 작년대로, 올해는 올해대로 어딘가에서 기록이 깨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처음 몇 년은 그냥 유난히 더운 해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이게 몇 년째 반복되니, 이건 운이 나쁜 해가 아니라 평균 자체가 옮겨가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가 알던 사계절의 감각이, 점점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 인정해야 될 것 같다.
흥미로운 건 정작 한국은 지금 비교적 잠잠한 6월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엔 이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들여다보니 다행이라기보다는 우연에 가까웠다. 지구의 대기는 어딘가가 막히면 다른 어딘가가 트이는 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유럽 위에 거대한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동안, 그 흐름의 반대편에 있는 우리는 상대적으로 비와 구름의 영향을 더 받고 있을 뿐이다. 기상청도 이번 여름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어서, 우리의 더위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한 셈이라고 한다. 지금의 선선함을, 기후변화가 우리를 비껴간 증거로 읽지는 않으려 한다.
한편, 유럽이 이렇게까지 고통받는 이유는 그동안 그 정도로 덥지 않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에어컨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었던 기후였고, 그래서 건물도 도시도 그 전제 위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전제가 무너지고 나니 시스템 전체가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는 것. 더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면,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더워지고 있는 대륙이라고 한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북대서양 해류 흐름이 약해졌고, 이게 오히려 유럽 상공의 공기 흐름을 정체시켜 폭염을 가두는 조건을 만든다는 분석도 있다. 빙하가 녹는 일과 신호등이 녹는 일이 이렇게 멀리서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기후 위기가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런 소식을 계속 접하다 보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기록은 매년 깨지고, 경고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는데, 상황은 계속 나빠지는 것 같으니까. 올 게 왔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 먼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삶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그동안 외면해왔던 에어컨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고, 건물과 도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인류는 매번 새로운 조건 앞에서 결국 적응의 방법을 찾아왔다. 다만 이번엔 그 속도가 문제다.
지금의 폭염은 분명한 경고일 거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는 아직 이 흐름을 바꿀 시간과 방법이 남아 있다고 믿는다. 에너지를 쓰는 방식을 바꾸고, 도시를 다시 설계하고, 무엇보다 이게 더 이상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걸 받아들이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미 우리 곁에 온 기후위기, 결국 해법을 찾아내길 바라며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하루를 마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함께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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