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초장레터의 열네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초장레터는 매월 셋째 수요일에 [지구가 보내는 SOS]와 [지구를 구하는 히든 히어로들]이라는 주제로 뉴스 한 조각과 영감 한 스푼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지난 호에 이어 플라스틱 시대의 탄생 6편을 준비했어요. 함께 읽으며 지구를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초장레터#14
1980년대가 플라스틱 문제를 발견한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그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된 시대였습니다. 대태평양 한가운데 떠다니는 거대한 쓰레기 섬, 바다거북의 코에 박힌 빨대, 해안가를 뒤덮은 플라스틱 병들. 이제 플라스틱은 더 이상 편리한 소재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해야 할 위기로 세계인의 눈앞에 펼쳐졌죠. 그리고 이 위기 앞에서 비로소 순환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태동하기 시작했어요.
순환의 꿈, 제도로
1990년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만들고, 쓰고, 버리는 일방통행식 경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죠. 1994년 EU는 포장재와 포장 폐기물 지침을 채택하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의무화했습니다. 기업들에게 "당신들이 만든 제품은 당신들이 책임지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 거죠.
일본은 1995년 포장재재활용법을 제정했고, 우리나라는 1992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예치금 환불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1995년에는 종량제 쓰레기봉투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재활용 체계를 본격적으로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분리수거함이 동네 곳곳에 등장했고, PET병과 비닐을 구분해 버리는 일이 시민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순환경제와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산업계와 정부 문서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어요.

제도는 생겼지만, 멈추지 않는 소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재활용 제도가 정비되는 동안 플라스틱 소비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1990년대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평균 5~6%씩 꾸준히 늘어났고, 식음료, 소매, 전자, 패션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플라스틱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가 되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사는 생수 한 병, 택배로 받는 상품 하나하나마다 플라스틱 포장이 따라왔죠.
그리고 1997년, 세상을 놀라게 한 발견이 있었어요. 찰스 무어 선장이 캘리포니아에서 하와이로 가는 요트 경주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우연히 발견한 대태평양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였습니다. 텍사스 주의 두 배, 프랑스의 세 배에 달하는 거대한 해역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죠. 이 충격적인 발견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더 이상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환경 위기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일회용 봉지 하나, 빨대 한 개가 어떻게 바다로 흘러들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지, 이제 사람들은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어요. 플라스틱의 추적과 관리는 환경 정책의 핵심 과제로 급부상했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갔습니다.
재활용의 이상과 현실 사이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PET병과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용기 같은 단일 수지 포장재를 중심으로 효율적인 분리수거 시스템이 구축되었고, 유럽과 미국, 한국에서는 자동 분리 설비, 세척 시설, 수거 로봇 등 첨단 재활용 기술에 대한 투자가 이어졌죠.
하지만 현실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했어요. 플라스틱 제품에 들어가는 수많은 첨가제들(착색제, 접착제 등), 여러 재질이 섞인 복합소재, 그리고 음식물이나 이물질로 인한 오염 때문에 실제 재활용률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고작 10%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분리수거한 플라스틱의 90%는 여전히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었던 것이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변화
1990년대 후반부터 선진국들은 좀 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규제,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 제한 같은 정책들이 잇따라 시행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2003년 종이팩과 페트병 재활용을 의무화했고, 2008년에는 대형마트에서 비닐봉투를 유상 판매하도록 규제했습니다.
기업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코카콜라, 유니레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수지(PCR) 도입을 선언하고, 바이오 소재 연구에 투자하며 친환경 전환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합성수지와 일회용품 공급은 줄어들지 않았고,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변화는 시작되었지만, 그 속도는 너무나 느렸습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의 진실
이 시기,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미래의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식물에서 만든 PLA(폴리유산), 박테리아가 생산하는 PHA 같은 소재들이 녹색 미래의 상징처럼 등장했죠. 자연에서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라니, 플라스틱 문제의 완벽한 해결책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했습니다. 생산 비용이 너무 높았고, 물성도 기존 플라스틱만큼 우수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생분해가 가능하려면 특정 조건(온도, 습도, 미생물 등)이 갖춰진 산업 퇴비화 시설이 필요했는데, 그런 시설은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일반 쓰레기와 함께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경우가 많았죠.
다층 필름이나 복합소재 포장재를 분리하는 기술, 화학적 재활용 같은 새로운 솔루션들도 연구되었지만, 실험실에서 시장으로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희망은 있었지만, 길은 여전히 멀었습니다.

느리지만 의미 있었던 첫걸음
1990년대부터 2000년대는 인식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확인한 시기였습니다.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엔 우리 사회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던 거죠.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실효성은 부족했고, 기술은 발전했지만 상용화는 더뎠으며, 기업들은 변화를 선언했지만 실천은 망설였어요.
그럼에도 이 시기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각자의 자리에서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부터였으니까요. 느리고 불완전했지만, 우리는 변화의 방향을 찾기 시작했어요. 플라스틱은 이제 단순한 편리한 소재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소재로,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플라스틱 시대의 탄생>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2010년대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는 본격화된 탈 플라스틱 운동과 순환경제의 현주소,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맞이한 플라스틱의 미래를 함께 살펴볼게요.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 함께 쓰는 지구 일기
함께 쓰는 지구 일기의 일곱 번째 주인공은 수리 님 @mandle.suri 이에요. 스스로를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만들기를 좋아하는 IT서비스 기획자"라고 소개해주셨는데, 꽤 본격적이고 남다른 방식의 환경을 위한 실천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럼 수리님은 어떤 실천하고 있는지 빨리 그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음쓰로 텃밭 비료 만들기: 고체에서 액체까지 모조리 다 사용하기
저는 작년부터 고양시의 ‘찬우물농장’이라는 곳에서 5평 농사를 짓고 있어요. 같은 땅을 2년째 돌보고 있다보니 작년에 심었던 고수, 딜, 부추는 따로 뭘 심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계속 자라고, 작년에는 더운 여름에 일찍 죽었던 가지가 올해는 10월까지 수확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경험하고 있어요.

작년 여름에 알맹상점 금자님이 온라인으로 진행하셨던 음쓰 비료 만들기 수업을 듣고 그때부터 음쓰를 발효해서 텃밭에 비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불닭볶음면도 넣고 음식물을 일단 다 넣어서 밭으로 가져갔었는데, 퍼머컬쳐를 배웠던 친구가 밭 작물에도 너무 맵거나 화학성분이 들어갔던 음식물이 좋지는 않다고해서 지금은 거의 야채 위주로 음쓰 발효하고 있어요. 다이소 음쓰통에 음식물쓰레기를 넣어 다 채워지면, EM과 커피가루를 넣고 2주간 혐기(공기 유입 차단) 발효를 합니다.

그동안 발효되면서 음쓰 물이 생기는데 그걸 모아서 텃밭에 가져가서 물에 희석해서 비료로 텃밭 작물에 뿌립니다. 냄새나는 음쓰물을 페트통에 담아 텃밭까지 가져가면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페트통을 한 통 다 비워 물을 주면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혐기가 끝난 음쓰 고체물은 흰곰팡이가 잔뜩 피어있는데 이건 텃밭 흙에 뿌려뒀다가 2주 넘게 방치하여주면 비료 완성됩니다! 음쓰통 텃밭에 가져갔다가 가져와서 씻다보면 냄새에 어질어질하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작물들을 보면 뿌듯해요.

🌿 수리님은 마지막으로 지구를 사랑하는 다른 분들께 "지치지 말아요, 우리!💚"라고 메시지를 남겨주셨어요. 함께 쓰는 지구 일기는 이렇게 스스로는 특별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꾸준히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소소한 노력들이 모여 우리 모두가 조금이나마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다음 주인공은 구독자님이 되시길 바라며, 여러분의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
🌱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의 일곱 번째 주인공은 진영 님 @jyoung_kyu 이에요. 구남친과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을 소개해주셨어요. 진영 님은 결혼하셔서 귀여운 아들도 있는데, 구남친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네요...😅(남편분 눈 감아) 그럼 진영 님의 오래된 애정템은 무엇인지 한 번 들어볼까요? 😊
구남친? 현남편!과의 추억이 묻어있는 텀블러💚
10년도 더 전 연애시절에 홍콩 다녀왔을 때 일입니다.
구남친 현남편에게 사줄 선물을 고르던 중 찾은 실용적인 선물! 바로바로 스타벅스 텀블러!! 사실 그 당시에도 일회용 컵을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회사에서 커피 타마시는 종이컵이 그렇게 싫더라고요. 그땐 사실 미세플라스틱에는 관심이 없었고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게 싫었어요.

당시엔 카페에서도 텀블러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남편은 선물 받은 그 텀블러를 매번 가지고 다녔어요. 아주 뿌듯했죠ㅎㅎ 그리고 세월이 흘러, 10년이 더 지난 지금은 제 애착 텀블러가 되어 제가 아주 잘 들고다녀요. 이제는 저의 애착 텀블러로 자리잡아 매일을 함께하고 있어요^^

🌿 진영 님의 구남친 후킹 괜찮았나요? 😁 이렇게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는 동기가 되어준 소중한 추억이 담긴 진영 님의 텀블러처럼,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은 구독자님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구독자님의 오랜 시간이 담긴 물건의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우리 함께 물건을 애정하는 방법을 배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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