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초장레터의 아홉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초장레터는 매월 셋째 수요일에 [지구가 보내는 SOS]와 [지구를 구하는 히든 히어로들]이라는 주제로 뉴스 한 조각과 영감 한 스푼을 전해드립니다. 초장레터는 초장이가 궁금한 기후﹒환경 이슈들을 공부하려고 만들고 있어요. 오늘은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앞으로 플라스틱 연대기를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함께 읽으며 지구를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초장레터#09
당구공에서 시작된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
19세기 중반, 당구는 미국과 유럽에서 상류층뿐 아니라 중산층, 대중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구공의 재료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건 바로 아시아 코끼리의 상아였어요. 상아는 단단하고 매끄러워서 당구공에 딱 맞는 재료였지만, 한 마리의 코끼리 엄니로 만들 수 있는 당구공이 고작 8개 정도라서 점점 더 귀해졌습니다. 당구 인구가 늘수록 코끼리 남획도 심해졌고, 상아 가격은 계속 올랐습니다. 19세기 말에는 당구공과 피아노 건반 등 상아 수요로 인해 연간 수만 마리의 코끼리가 희생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의 당구용품 제조사 'Phelan and Collender(필란 앤 콜렌더)'가 1863년에 상아를 대신할 인공 당구공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1만 달러(오늘날 가치로 약 13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었습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주 마이클 필란(Michael Phelan)은 미국 당구계의 선구자이자 사업가였는데요, 당구의 대중화를 위해 장비의 표준화와 혁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아 공급난이 자신의 사업뿐 아니라 당구 산업 전체의 위기라고 판단한 거죠.
신문 광고에 실린 이 상금 공모전은 전국의 발명가, 화학자, 심지어 인쇄공까지 도전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 공모전이 없었다면,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 개발은 훨씬 늦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상아를 대체할 재료를 찾는 일은 단순히 당구공만의 문제가 아니었거든요. 피아노 건반, 빗, 단추 등 일상에서 쓰이는 다양한 물건들이 상아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이 상금에 도전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존 웨슬리 하얏트(John Wesley Hyatt)입니다. 그는 인쇄소에서 일하면서, 우연히 니트로셀룰로오스(질산 셀룰로오스, 일명 '건면화약')와 캠퍼를 섞어 굳히는 실험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1869년 5월 4일, 하얏트는 상아 모조품 복합재료에 대한 미국 특허를 받았고, 1873년에 이 소재를 '셀룰로이드'라는 상표명으로 등록했습니다. 셀룰로이드는 최초의 산업용 플라스틱이자, 상아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이었죠. 상금을 공식적으로 수여받지는 못했지만, 하얏트의 발명은 플라스틱 시대의 문을 열었습니다.
셀룰로이드는 니트로셀룰로오스와 캠퍼를 주원료로 만듭니다. 두 가지를 섞고 열과 압력을 가하면,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가공할 수 있는 소재가 만들어집니다. 염료를 더하면 상아, 거북이 등 천연 재료의 색과 질감도 흉내 낼 수 있었고, 가격도 천연 소재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19세기 후반, 셀룰로이드 당구공 세트는 상아 당구공 세트의 5분의 1 가격(약 12~15달러 vs. 75달러)으로 판매됐습니다. 이 가격 경쟁력 덕분에 아마추어 선수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셀룰로이드가 등장하면서 당구공뿐 아니라 빗, 단추, 피아노 건반, 안경테, 칫솔 손잡이, 장난감, 인조 보석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빠르게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1880년대에는 시트 형태의 셀룰로이드가 개발되어 남성 셔츠의 칼라, 여성용 헤어핀, 카드 케이스 등에도 널리 활용됐고요. 특히 투명하고 유연하다는 점 덕분에, 사진과 영화 필름의 핵심 소재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셀룰로이드에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매우 인화성이 강해서 불에 잘 탔고, 시간이 지나면 색이 변하거나 갈라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특히 셀룰로이드 당구공은 충돌할 때 작은 폭발음이 나기도 했어요. 실제로 콜로라도의 한 당구장 주인은 하얏트에게 "가끔 공이 터지면 손님들이 모두 권총을 뽑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는 일화도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이런 위험보다 혁신의 가치가 훨씬 크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셀룰로이드의 등장은 상아와 같은 귀한 자원을 보호하고, 대량생산과 새로운 디자인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람들은 이 새로운 소재가 가져올 무한한 가능성에 열광했고, 플라스틱은 '미래의 재료'로 환영받으며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의 세 번째 주인공은 @chichi_chimae 님이에요. 치치 님은 어릴 때부터 사용해온 탁상 시계를 소개해주셨어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계인데요, 항상 치치 님 곁에서 시간을 알려준 시계가 어떤 의미인지 치치 님의 소중한 이야기 들어볼까요? 😊
이 시계는 빨간 모자가 포인트인 플라스틱 소재의 시계입니다. 오래되어 배터리 넣는 칸이 사라졌고, 알람 기능도 고장이 났지만, 시계로서의 기능은 여전히 멀쩡해서 잘 쓰고 있어요. 집에 이 시계가 없으면 오히려 더 어색할 정도랍니다.
7살 유치원생 때 생일선물로 받은 이후로 벌써 nn년째 함께하고 있네요. 지난 10대와 20대의 시간들을 함께했고, 취업 후 상경할 때도 꼭 챙겨왔어요. 미니멀리즘을 지향해서 물건을 최대한 적게 가지고 있지만, 이 시계만큼은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도 늘 곁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몇 시인지 확인하는 용도로 쓰고 있답니다.
이 시계는 저에게 물건을 오래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환경을 아끼는 사람이라는 저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해주는 소중한 물건입니다.
이 시계를 보면서 작은 것을 사랑하고 아끼고 버리지 않는 제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곧 미래에도, 제 배우자와 다른 가족들이랑도 만나면 좋겠어요, 이 시계가!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은 [지구가 보내는 SOS]와 함께 배달됩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의 오랜 시간이 담긴 물건의 이야기를 나누며, 물건을 애정하는 방법을 함께 배워봐요.
🌱 from. 초장
부쩍 더워진 여름입니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늘 초장툰과 초장레터를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구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한 가지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7월부터 초장레터의 발행 주기가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 2회에서 월 1회로 변경됩니다. 며칠 전, 메일함에 쌓인 90여 통의 읽지 않은 메일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중 상당수가 뉴스레터더라고요. 혹시나 싶어 초장레터의 열람 횟수를 확인해보니, 구독자분들의 메일함에서 오픈되는 횟수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그동안 ‘메일함을 비우는 것부터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일’이라고 이야기해왔는데, 오히려 제가 탄소 배출을 유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발행 횟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운영하던 [지구가 보내는 SOS]와 [지구를 구하는 히든 히어로들] 코너는 랜덤하게 다루되, 구독자 참여 코너인 [함께 쓰는 지구 일기]와 [오래된고 아름다운 것]은 한 번에 함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발행 횟수만 줄어들 뿐, 알찬 내용은 변함없이 이어질 예정이니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 한 가지, 오늘부터 ‘플라스틱 연대기’라는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플라스틱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여정을 하나씩 들여다보려 해요. 예전부터 궁금하기도 했고, 플라스틱이 왜, 어떻게 환경의 ‘빌런’이 되었는지 저도 함께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저와 이 여정을 함께하고 싶으신 분들은 뉴스레터 하단의 ‘후기 남기기’에 궁금한 점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을 참고해 더욱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초장이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도 함께해 줘서 고마워요! 초장레터를 다 읽으셨다면, 메일함에서 삭제해 주세요. 메일함을 정리하면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사용을 줄여 탄소 배출 감소에 도움이 됩니다. 나중에 또 읽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초장레터 홈에서 다시 확인하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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