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도시 그리고 건강에 관한 고찰: 근데 이제 싱가포르를 곁들인

도시·환경 미래전략과정은 매년 여름 해외 답사를 진행합니다. 올해는 42기 펠로우 20분과 네 분의 교수님 그리고 조교들이 함께 <정원과 도시, 그리고 건강>을 주제로 싱가포르로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현재 싱가포르는 ’가든 시티(Garden City)’와 시티 인 어 가든(City in a Garden)을 넘어 ‘시티 인 네이처(City in Nature)’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공원과 수변, 초고층 복합개발, 커뮤니티 돌봄, 도시계획 전시까지 서로 다른 스케일을 오가며 탐방한 미래전략과정의 답사루트를 공개합니다 ! 👣

🌿📋도시의 초록 처방전, 치유정원 

[파시르 리즈 공원 & KPMG 웰니스 가든]

새벽 비행으로 아침 일찍 싱가포르에 떨어진 답사단은 치유정원으로 향했습니다.

이 곳에서 비행의 피로를 풀 수 있었을까요?

 싱가포르의 치유정원은 ‘City in Nature’ 도시 비전의 일환으로 조성되고 있습니다. 첫 공공 치유정원이 2016년 호트파크에서 문을 연 뒤, 2017년 비샨–앙모키오와 티옹바루에 정원이 추가되었고, 2018년 초아추캉, 2020년 풍골 워터웨이로 동부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이후 파시르 리즈, KPMG 웰니스 가든 등 새로운 거점들이 싱가포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립공원 위원회(NParks)는 2030년까지 전국 30개 치유정원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답사팀이 첫 답사지로 방문한 파시르 리즈 치유정원(Pasir Ris Therapeutic Garden)은 2022년 파시르 리즈공원 제 3구역에 개장 한 1,600㎡ 면적의 치유정원입니다. 향기·촉감·색채가 어우러진 차분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로 설계되었습니다. 답사팀은 치유정원을 둘러본 후 맹그로브 숲 길을 따라 조류 탐사 탑까지 방문했습니다. 이스트 코스트 공원에 조성 된 KPMG 웰니스 가든(KPMG Wellness Garden)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업의 기부채납으로 조성 된 이 치유정원 역시 저강도 운동 시설과 촉지 보행로, 바다 조망이 결합되어 일상의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치유정원에서의 프로그램도 뚜렷합니다. 자연에서의 저강도 운동을 꾸준히 유도하고, 기억을 자극하며, 긍정적 상호작용과 자연과의 연결감을 키우는 것이 핵심입니다. 노인과 치매 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쉬운 원예 활동을 통해 운동·마음챙김·기억 자극을 동시에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또한 지역 의료시설과 연계하여 전문적인 회복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베리어프리 설계로 휠체어가 접근가능한 화단이 인상적인 파시르 리즈(Pasir Ris) 치유정원

👭동네가 돌봄이 되는 순간, 시니어 복합단지

[WOHA & Kampung Admiralty]

답사단은 싱가포르의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북쪽 캄풍 주거 단지로 향합니다.

그 곳에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주거형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같이 고령화의 속도와 밀도가 모두 높은 나라입니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비중은 19.9%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싱가포르는 ‘고령친화 도시(City for All Ages)'를 선언하며 주거와 돌봄, 커뮤니티가 결합된 모델을 적극 실험하고 있습니다. 캄풍 애드미럴티(Kampung Admiralty)는 HDB가 조성한 싱가포르 최초의 ‘통합 시니어 커뮤니티(Integrated Retirement Community)’로, WOHA가 설계했습니다. 2017년 말 공사를 마친 뒤 2018년 5월 공식 개장했고, 2018 WAF ‘올해의 건축물’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장 방문에 앞서, 캄풍 애드미럴티를 설계한 WOHA 건축 사무소에서 설계의 기본방향과 프로세스에 대한 강연을 들었습니다. 캄풍 애드미럴티는 시니어 단지에 복합용도를 본격적으로 적용한 첫번째 사례입니다. HDB의 공공임대 주택을 중심으로 의료·복지·상업·공원이 한 건물 안에서 층층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주거 시설 아래 위치한 저층부에는 액티브 에이징 허브(Active Ageing Hub)와 호커센터(식음시설), 커뮤니티 라운지, 보건의료 시설, 실내외 운동 공간이 위치하여 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연령과 프로그램이 섞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말레이어로 마을을 뜻하는 ‘캄풍(Kampun)’의 의미와 같이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마을을 이루며 생활–돌봄–여가–건강이 이어지도록 합니다.

 세대 혼합을 유도하는 장치도 구체적입니다. 같은 층에 어린이집과 시니어센터를 인접하여 배치하고 그늘과 벤치가 촘촘한 보행 네트워크, 엘리베이터 동선의 단순화가 우연한 만남을 반복해서 만들어 냅니다. 주거 출입부에는 이웃과 마주 앉도록 유도하는 ‘버디 벤치’를 설치하고, 내부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자연채광및 통풍을 고려하여 고령 친화성을 높였습니다. 캄풍 애드미럴티는 ‘시설’이 아니라 지역과 일상이 섞이는 '동네'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캄풍 애드미럴티 설계를 소개하는 WOHA

🏗️ 실험하는 도시, 미래를 실현하는 도시

[URA 시티 갤러리 & 현대차 글로벌 혁신센터]

싱가포르는 곳곳이 공사중입니다.

미래를 실험하고 이를 실현하는 싱가포르의 도시계획을 살펴볼까요?

 URA 시티 갤러리에서는 싱가포르가 도시를 장기 구상–법정 마스터플랜–지구단위 프로젝트로 실행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토지이용과 용적률, 교통체계, 수변·녹지 네트워크를 함께 조율해가는 싱가포르의 ‘City in Nature’ 비전이 모형과 데이터로 구체화되어 있습니다. 공원 연결로, 블루그린 인프라, 보행·자전거 네트워크와 같은 설계 요소가 계획의 초반부터 계획되어 도시의 기능을 향상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완공 이후에는 운영 데이터로 다시 계획을 업데이트하는 순환 구조가 작동합니다. 도시 계획 단계에서 논의되고 계획된 사항들이 거의 그대로 실현되어 물리적 실체로 구현되고 있었습니다.

 현대차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는 이러한 도시 철학이 현장의 기술로 반영되는 공간입니다. 2023년 11월 공식 개장한 이 혁신센터는 기존에 공장에서 행해지던 제조의 과정을 도시 시스템과 연계하여 보여줍니다. 현대차 공장에서의 계획(Planning)–제작(Manufacturing)–경험(Experience)을 한 캠퍼스 안에서 보여주는 도심형 제조의 프로토타입니다. 현재 공장에서는 셀 기반 유연생상과 디지털 트윈기술을 통해 생산을 탄력화해 ‘적게, 다양하게, 빠르게’ 만드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옥상에는 약 620m 길이의 ‘스카이트랙’이 조성되어 자동차와 도시 경험을 한 공간에서 가능하도록 합니다. 로봇·IoT를 활용한 스마트팜은 재배한 채소를 현장 레스토랑(na:oh)에 공급하는 ‘시드-투-테이블’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URA 시티갤러리에서 학구적인 펠로우분들

이렇게 5일간의 싱가포르 일정이 끝났습니다.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도시를 탐방하는 펠로우 분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인상적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도시 환경 미래전략과정 42기의 싱가포르 답사기 마무리 하겠습니다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환경 미래전략과정은 1995년 개설되어, 도시‧환경 분야의 최신 이슈를 현장과 학문을 연결해 탐구하고 도시·환경 분야의 대전환에 대응하는 국내 최초 ‘국가대표 공간지식 재생학교’입니다. 팬데믹·탄소중립·ESG·도시재생·모빌리티·디지털 전환 등 최신 의제를 학계 및 현장 전문가와 함께 통합적으로 다루며, 지식과 정책과 기술을 연결해 실행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42기를 맞아 1,000명 이상의 펠로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강의·현장답사·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