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서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것

당신도 그런 게 있습니까?

2021.06.16 | 조회 8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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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뉴스레터

오직 글로서만 승부하는 글쟁이의 뉴스레터, 주로 생산성 툴에 관련된 글을 보내드립니다.(가끔 소설도 씁니다.)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잘 해내는 일이 너무 많아서 그중에서 어떤 일을 다뤄야 할지 딱히 생각이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최근 성실하게 수행 중인 과제를 잠깐 언급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요즘 본의 아니게, 솔직하게 말해서 계획한 건 결코 아니었는데, 우연하게 강의(온 오프라인)를 하는 자리가 꽤 많아졌다. 이게 꽤 신경이 쓰이고 골치가 아픈 작업 중의 하나다. 일단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골치도 아파지고 강의하다가 갑자기 말문이 막혀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상상까지 하게 만든다. 그런 난감한 마음이 쿵쾅거리는 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걷잡을 수 없는 심적 공황상태를 초래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끊지 못하는 것이 마약 같은 강의다.

이 머리 아프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짜증까지 유발하는 강의를 왜 중단하지 않느냐고 당신이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중독성이 꽤 높은 종목이라고 소심하게 대답한다면, 당신의 의문의 실마리가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려나. 어쨌거나 강의는 내가 쓰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면 죽을 때까지 감내해야 하는 인생의 오래된 문제집과 같은 사이로 살아야 될 것 같다. 풀어도 풀어도 해결되지 않는 아주 고난도의 과제 같은 것.

그런 일이 성가시긴 하지만 그렇다고 망쳐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성실하게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내 전공이 컴퓨터 계통이라서 그런 건 아니지만, 이왕 하기로 했다면 분석적인 자세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 2시간 가까이 강의를 들어야 할 운명을 맞은 사람에게 실망이라는 포탄을 안길 순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보통 기획을 하는 편이다. 그 기획이란 게 딱히 거창하지는 않은 편이어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고민했다. 그것은 일종의 요약서를 쓴다는 개념으로 보는 게 좋겠다. 자, 나는 어제 ‘브런치 구독자 만 명 만들고 싶어?’라는 도발적인 내용을 주제로 삼은 바 있다. 이렇게 유혹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제목을 달아놓은 바람에, 강의 동안에 내용이 제목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나는 돌팔매질을 면치 못할 것이 분명할 터, 그런 하찮은 인간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어떤 내용을 이야기할 것인지 시뮬레이션 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시뮬레이션이 나오는 걸 보니 역시 공대생이라는 내 태생을 버릴 수 없나 보다.)

아래처럼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핵심 주제들을 노션에 정리해놓는다. 내가 그래도 노션 책을 낸 저자이자, 하이업 에듀에서 노션 강사로 유명해진 사람이 아닌가. 느리다고 또한 기능이 너무 복잡하다거나 이런저런 불평이 떠나지 않는 노션이지만 그래도 이만한 툴이 시장에 없다.(누가 더 좋은 것 좀 만들어 주세요.) 그러니 나는 강의 내용의 전반적인 얼개를 먼저 노션에 디자인해놓는 편이다. 물론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쓰긴 했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떤 이야기를 강의 동안 진행할 것인지, 그 내용의 간단한 요약이 전부다. 거기에는 쓸데없는 군더더기 같은 건 없다. 요점만 잘 정리해놓으면 된다. 다만 한눈에 잘 보이도록 단을 세 개로 나누어 배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3개의 단으로 배치하는 이유는 다음에서 밝혀진다(고 말 하려고 했지만) 그냥 한눈에 보고 싶어서다. 밑으로 길게 내려가는 게 싫어서다. 진짜다 그게 전부다.

 

정리, 그러니까 요약이 끝나면 그다음 단계에서 해야 될 작업은 프레젠테이션 작업이다.(발표 자료 작성) 보통은 파워포인트를 떠올리시겠지만, 나는 절대 그 문제적 툴을 쓰지 않는다.(일단 정품 사기에는 좀 비싼 이유도 있고) 2020년부터 캔바를 유료로 결제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그 툴이 가진 온갖 기능에 반한 나머지, - 지금 이 순간에도 찬사를 아끼지 않을 정도로 - 내가 사용하는 업무들을 웬만하면 캔바에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캔바에서 프레젠테이션 탬플릿을 선택하고 그곳에 노션에서 정리한 요악서?를 바탕으로 강의용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프레젠테이션 만드는 것에도 특별한 재능이나 노하우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짐작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그저 노션에 정리해놓은 주제들을 캔바에 옮겨 적는 것뿐이다. 정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물론 이모티콘이나 이미지 같은 걸 약간 보기 좋게 추가하긴 하지만… 그게 딱히 시간이 걸리는 작업은 아니라서 언급하진 않겠다.

 

 

이런 식으로 강의 때 사용할 프레젠테이션 원고? 작업이 끝나면 검토한답시고 한두 번 장표를 들여다본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걸어가면서도 캔바 앱을 띄워놓고 장표를 읽어가며 입으론 아아를 쪽쪽 빨아가며, 어떻게 이야기를 물 흐르듯 나눌 것인지 시뮬레이션 한다. 또 시뮬레이션 나왔다. 아무튼 이렇게 두 가지 자료를 만들어놓으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어떤 각본으로 강의의 구도를 잡을지 대충 방향이 잡힌다. 물론 연습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이런 건방진 놈) 그냥 내가 알고 있는 내용, 평상시에 이미 내 몸에 익힌 것들이다. 그것을 진지하게 연습하려고 하면 억지스러움이 자연스레 보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나는 동선과 흐름만 생각한다. 생각과 생각들을 얼마나 길고 탄탄한 교각으로 연결할지 그것만 오직 다룬다.

나는 강의를 잘 해내는 사람인 것 같다. (또 건방진 놈이네)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어쩌면 내 준비성 탓일지도 모른다. 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석연찮음, 그리고 불안감, 일을 그르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노션과 캔바 같은 작업을 하도록 내 마음 안의 어떤 체계를 만드는 것 같다. 이만하면 저 혼자서 충분히 잘 해내지 않나요?


 

브런치 구독자 만 명 만들고 싶어? 후기

목소리가 정말 좋으세요! 실용적인 담백한 강의였습니다^^

강의 열심히 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오늘 귀한 강의 감사합니다

등대같은 강의네요

목소리 진짜로 좋으시고 전달력도 너무 좋으세요

진짜 감동적인 강의네요

명강의 감동적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이야기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석현 강사님 브런치 강의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1시간 45분을 버릴 것 없이 알찬 내용이었는 것 같습니다.이미 알고 있는 것은 리마인드 새로운 것은 학습을 하였죠. 저는 책을 출간 후 지난 4월 브런치 작가 등록 해서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재 69개 글이 있습니다. 강의 듣고 많이 배웠습니다. 더 분발 해서 글 쟁이로 거듭 나겠습니다. - Lee님

 

몇일전 다이슨 청소기 헤더가 고장나서 청소하는데 많이 애를 먹었습니다 헤더를 떼고 청소하니깐 너무 힘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청소기 헤더를 교체했더니 청소가 원하는대로 잘되는 거 있죠? 오늘 강의는 고장난 청소기 헤더를 교체한 것처럼 마음이 뻥 뚫리는 강의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이것만하면! 여러분들은 브런치 구독자 10,000명을 가진 작가가 될수있어요!라는 낚시성 말보다는 어떻게 해서 작가가 되었고 구독자가 많아지고 했는지 풀어주셔서 그 과정에 대해서 공감하고 시간들이 느껴졌습니다. 어렸을 때 다음날 소풍가면 잠 안올때가 있죠? 오늘 두근두근 거려서 잠이 안올것 같네요. 오늘 강의 정말 좋았습니다! :) - S님

 

석현작가님의 강의 후기, 솔직히 작가까지 생각은 안했고 막연히 책 한권 출판했으면 좋겠다는생각은 했었습니다. 어찌 해야 될지 큰 맥락이 잡히는 시간이였고 우선 블로그 글이나도 꾸준히 쓰자고 다짐해봅니다.500백자까지는 적겠는데 몇천자는 정말 짜증납니다. ㅋㅋㅋ 인내심이 필요하고 외로운 직업이 작가인거 같아요. 강의 인상에 남았습니다.감사합니다 👍👍👍 - K님

 

이석현 대표님의 브런치 작가 되는 방법, 브런치 작가가 되는 방법의 훌륭한 지침이 되는 강의였지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에게든 꼭 필요한 지침의 보고였습니다. 시간이 안되어 못들을 뻔하다 배려와 운으로 강의를 듣게 되어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Y님

 

제가 곧 브런치 작가 신청하려고 하는데 오늘 강의가 도움많이 되었습니다. 트렌드를 분석하라는 말씀을 귀담아 들었어요.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주구장창 쓸게 아니라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것도 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 시간 열강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Y님

 

독자의 궁금증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한다.큰것을 바라지 말고 작은것부터 성공해서 맛을 느껴보고 성공을 내 머리에 각인하자. 시행착오 만다라노트등 이석현님의 강의 너무 좋았어요. - K님

 

오늘 이석현 강사님이 알려주신대로 잘 준비해서 올해 꼭 브런치 작가가 되도록 해보겠습니다. -Y님

 

브런치 작가신청을 앞두고 있었는데 나침반과 같은 강의였습니다. 뭐랄까? 깊은 사색과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말에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몇년의 과정을 어찌 강의에 다 녹여낼수 있을까요. 강의안 자체가 심플한 것은 그걸 반증하는거 같았습니다. 저도 그런 과정을 한번 걸어가 보려고 합니다. 먼저 걸어가신길 알려주셨으니 잘 따라가 볼게요. 마지막에 최신 정보까지 좋은 강의 감사합니다. - Y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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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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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eca

    1
    almost 3 years 전

    석연찮음이 석현찮음으로 보였습니다ㅋㅋ 공심님의 강의가 늘 좋았는데 점점 좋아지심은 부단한 시뮬레이션이었군요.석현찮음을 피하기위해 노력하시는 모습 멋집니다.

    ㄴ 답글 (1)
  • Sunflower 🌻

    0
    almost 3 years 전

    나하고는 좀 먼 얘기같기도 하고, 수업 준비도 해야해서 강의를 못들었는데 아쉽네요~ 적재 적소의 툴을 이용한 강의 준비도 훌륭하지만 제일 어려운 게 강의를 어떤 주제와 맥락으로 끌고 갈 것인지가 핵심인 것 같아요~기획부터 남다르실 듯 하네요. 공심님의 뇌 속이 궁금하여라~^^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하시니 듣는 사람들은 넘 좋지요~공심님 앞으로도 좋은 강의 부탁드려요~~ 구글킵도 넘 감사했어요~

    ㄴ 답글 (1)
  • 드림그릿

    0
    almost 3 years 전

    작가의 길을 조금 엿볼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어요~^^ 꾸준히 따라가면 되겠지요~

    ㄴ 답글 (1)
  • 망망

    0
    almost 3 years 전

    혼자서 하는 기획력 프로적인 모습 멋있네요~ 기획자는 마이웨이 심보가 많아야하는데 +_+전 언제즈음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 오늘 하루도 멋있는 날이길 바랍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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