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게 물었다, 삶을 구원해줄 수 있냐고

문학은 이렇게 대답했다.

2021.05.23 | 조회 7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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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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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삶을 구원해 줄까? 냉정하지만 문학은 그런 거룩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런 큰 기대감으로 문학에 당신이 입문하는 것이라면 일찌감치 호기심이든 긍정적인 생각이든 접는 편이 낫겠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생각에 미리 빠질 필요는 없다. 삶 전체를 모두 구하지는 못해도 일부 순간순간, 개별적인 시간마다 구원이 다른 형상으로 다가올 지도 모를 테니.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몫이다.

삶은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미분되고 무의식 속에 여러 이름으로 각인된다. 문학은 미분된 삶, 밝은 곳과 어두운 곳 모두에 스며들 테고, 또 미분된 각각의 시간들을 끌어모아 희망으로 적분해 줄 테니, 그만큼의 구원된 시간의 조각들은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때, 어쩌면 희망의 큰 덩어리로 취급될 것이다.

삶이 존속되는 한, 우리가 본능적으로 문학에 이끌리게 된다는 것, 그리하여 그 문학 덕분에 내 삶의 지극히 일부분일 어떤 불안의 소용돌이들조차 잠잠하게 가라앉게 될 수도 있으니, 나는 그런 모호하면서도 나약한 존재에게 위안을 남기려고 오늘도 문학이라는 풍경을 떠올리며 깨어나고 잠드는 것이다.

몇 년 만에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는 중이다. 에쿠니 가오리가 쓴 빨간색 표지의 책은 내 취향이 아니다. 문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것을 접하는 독자의 보편성에 있겠지만, 나라는 한 비범한 인간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어쩌면 내 취향을 분명하게 안다는 게, 그것이 책이 가진 문제점보다 더 나를 뜨겁게 만든다. 오직 냉정함만 가득한 에쿠니의 책에서 나는 나에게 내재된 비판과 무시라는 평가를 타인에게 발산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파란색의 표지엔 그나마 희망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책도 비교적 번역이 매끄럽지 못했다. 글을 쓰는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익숙한 냉정함, 5년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훨씬 선명해진 냉혹한 냉정의 씨앗 같은 것들. 차선이라는 단어가 달아오른 나를 다시 식게 만들지만...

문학은 그것이 소유한 흰색의 재질, 검은색의 일정함을 인간에게 전수하며 또한 서서히 흘러가는 시간의 쓸모를 더 적확하고 두드러지게 만든다. 손가락 끝에서 다시 책장을 한 장 쓸어올릴 때마다 찾아오는 손가락이 생산하는 촉각,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혈관 속으로 문학 속의 주인공과 내가 합류되어 뒤섞여버리는 그러니까 내면의 존재와 문학의 존재가 만나 기묘하게 화합하는 물결들.

나는 문학을 만나서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지만, 끝없이 태어나는 무의미의 불완전을 파괴시킬 수 있었다. 그것은 문학 안에서 재탄생하고 비로소 질서를 갖추게 되었으니, 어쩌면 그 안에서 적어도 나는 사소하나마 구원을 얻었다고 가정할 수 있으리라. 그런 빛나는 경험은 추상적이어도 긍정적인 기능을 맡는다. 오히려 추상적이어서 더 깊고 푸른 상상의 세계로 나를 인도할 수 있으니,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며 환희에 들뜰 가능성을 선물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 문학의 본질을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건방진 자세보다 이젠 문학에 흡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접근이라는 결론을 맞는다.

문학은 여전히 구원의 편에 서서 그 중책을 복무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문학이 삶을 구원한다는 종교적인 관점에 호의를 품을 수밖에 없다. 나라는 인간은 원래 나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어딘가에 기대려 하는 심리에 빠져들다가도, 그러한 나약한 나를 의심하며 책망할 것이며 그 이유 때문에 문학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게 될 것이리라. 그리하여 죽는 날이 될 때까지, 다만 한 길을 걸어갈 수는 없겠지만, - 나는 지극히 속물적인 인간이므로 - 시간을 미분하듯 나의 여러 길도 흩어지겠지만 그중에서 최후의 길은 적어도 하나 존재하리라. 그것이 지금 걸어가는 길이기를 바라며.


 

마일스 데이비스 죽기 3년 전의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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