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간 책방

오늘 간 책방 | 04) 부산 서면 '크레타'

2025.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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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한 학기 동안 강의가 있어 매주 정기적으로 내려간다. 시간이 되면 조금 일찍 가서 부산의 서점들을 둘러보곤 한다.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남으려면 큐레이션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책을 더 싸고 빠르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시대에, 로컬 서점만이 가진 특별함은 서점 주인만의 경험과 시각이 담긴 큐레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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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찾은 부산 서면의 '크레타'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주제별로, 혹은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끼리 묶어 진열해두었다. 모든 책이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코너는 '책방과 관련된 책들'이었다.

이렇게 많은 책방 관련 책이 있을 줄 몰랐다. 눈에 익은 책들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책들도 꽤 있었다. 책방을 하는 사람들은 또 책을 만들고 싶어하나보다. 생각보다 인상 깊은 책들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계속 눈길이 가는 책이 있었다. 도쿄에서 한국어 책방을 운영하는 경험을 담은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였다.

크레타에는 이 코너 말고도 잘 골라낸 책들이 많았다. 갖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았다. 여러 책을 구경하면서도 다른 책들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계속 그 책이 머릿속 한편에서 맴돌았다.

결제를 하는데 주인이 가볍게 이 책을 고른 이유가 뭔지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지만, 이 책을 집어 든 순간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답이었다.

"저도 책방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모으고 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큐레이션이 정말 좋다고,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독서 모임 안내 푯말도 봤는데, 그때는 가운데 진열된 책들을 다 치우는 건지, 작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기도 했다.

예전의 나라면 책만 사고 조용히 나왔을 것이다. 서점에서 먼저 말을 걸고 스몰토크를 나누다니. 내가 변해가는 것 같다. 책방을 꿈꾸면서, 어쩌면 조금씩 책방 주인의 마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책 소개만 봐도 힘든 과정과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았다. 책을 들고 서울로 올라오는 KTX에서 읽기 시작했다.

책방 주인 김승복 씨는 도쿄에서 대학을 나와 출판사를 차렸고, 한국어 책방까지 열었다고 한다. 그 과정도 흥미로웠고, 책방을 열고 나서 여러 일들을 확장해 나가며 도쿄 한복판에서 한국어 책방을 운영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KTX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작은 책방을 열어볼 수 있을까? 그때까지는 이런 좋은 책들로 다른 이들의 경험을 쌓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크레타에서 큐레이션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서점 주인의 개성과 철학이 담긴 책들과의 만남. 이런 것이 오프라인 서점이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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