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간 책방

오늘 간 책방 (1) | 경주 '어서어서책방'

2025.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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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경주역이 2021년 12월 28일에 폐역된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1박 2일 여행을 잡았다. 마지막 무궁화호를 타고 경주 시내 중심가로 바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103년간 운영되던 구 경주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니. 과거의 무언가가 사라지는 광경을 보는건 뭔가 여려 생각을 하게 된다. 뭔가 아쉬워서 일부러 무궁화호를 탔다.

숙소에 짐을 풀고 황리단길을 걸었다. SNS에서 많이 본 그 거리였는데, 막상 와보니 서울의 그런 핫플레이스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카페, 옷가게, 소품샵들이 비슷비슷하게 늘어서 있고. 그런데 뭔가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서 골목골목 들여다봤다.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어서어서책장'라는 간판이 보여서 들어갔다. 작은 서점이었는데 입구에 '문을 살살 여세요'라고 적혀있더라. 유리창에는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서울과 비슷한 느낌의 핫플레이스에서 서점을 보니 딱 그런 느낌이었다. 어디에나 있는 거리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책 처방전
책 처방전

 

안으로 들어가니 책을 약처럼 판다는 컨셉이 신기했다. 계산할 때 노란 약봉지에 넣어서 처방전처럼 복용법까지 써준다고 한다. 사장님은 다른 손님과 이야기하고 계셨고 나는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책들을 둘러봤다. 문학서적이 많은 편이었고, 독립출판물도 꽤 있었다.

쭉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제목을 발견했다. 『경주가 경주생일에 경주여행』. 라임도 좋고 뭔가 의미 있어 보였다.

살짝 내용을 보니 그림일기처럼 되어 있었다. '경주'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가 자신의 생일에 경주로 여행 간 이야기더라. 소소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예전에 파리 신혼여행 갔을 때 레고 『파리 레스토랑』을 사와서 집에서 조립한 적이 있는데, 볼 때마다 그때 여행이 생각난다. 이 책도 그런 역할을 할 것 같아서 일단 구매했다.

계산할 때 사장님이 노란 약봉지에 내 이름을 써주셨다. 책이 들어 있는 약봉투를 보니 "취침 전 1회, 그리워질 때마다 복용하세요" 라고 하는것 같았다.

 

경주가 경주 생일에 경주 여행
경주가 경주 생일에 경주 여행

근처 카페에 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신기한 부분을 발견했다. 책 속에서 작가가 어서어서 책방에 가서 책을 사는 내용이 나오는 거였다. 내가 지금 어서어서 책방에서 산 이 책을, 책 속에서도 어서어서 책방에서 사고 있다니. 뭔가 패러독스 같은 느낌이었다. 경주 여행하면서 다른 사람의 경주 여행기를 보는 것도 신기한데, 같은 책방에서 산 책에서 그 책방 이야기까지 나오다니.

여행이 원래 이런 소소함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일정보다는 이런 우연한 발견들, 이런 작은 순환과 연결고리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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