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_관곡지 앞산의 물음(6)

(피고 지는 모든 것이 꽃이다.)

2026.08.02 | 조회 26 |
0
|
from.
海印(해인)

 

첨부 이미지

관곡지 앞산이 연꽃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그리도 빨리 피었다가 금세 지고 마는가?”

 

연꽃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때가 되면 와서, 때가 되면 갈 뿐입니다.”

 

앞산이 말했다.

 

나는 다르다.

늘 이 자리에 있지 않은가.”

 

연꽃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앞산이 다시 물었다.

 

왜 나를 보고 웃는가?”

 

연꽃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대답보다 깊었다.

 

첨부 이미지

앞산은 다른 이의 생각도 궁금해졌다.

 

그럼 저기 멀리 있는 산에게 물어보자.”

 

그때 앞산은 저 멀리 서 있는 산을 향해 물었다.

 

저 산아, 연꽃은 시절인연을 따라 날마다 달라지는데, 너는 그것을 보았느냐?”

 

반대편 산이 대답했다.

 

나는 너무 멀어서 자세히 보지 못했다.”

 

첨부 이미지

다시 지나가던 나그네에게 앞산이 물었다.

 

연꽃이 시절 인연 따라 변하는 것을 보았는가?”

 

나그네는 무심히 웃으며 말했다.

 

“저는 꽃이 예쁠 때만 왔습니다. 예쁜 꽃만 보고 돌아갔지요.

그 밖의 모습은 잘 모릅니다.”

 

앞산이 다시 연꽃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들은 꽃이 필 때만 좋아하는구나.”

 

첨부 이미지

 

연꽃이 조용히 말했다.

 

때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가기 때문입니다.

피어나는 것도,

활짝 피어 있는 것도,

지는 것도 꽃이고,

씨앗을 품는 것도 꽃입니다.”

 

문득,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보지 않은 것인가.

보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보았으면서도 지나쳐 버린 것인가.

 

휴일 새벽, 관곡지 출사길.

 

지하철 안에서 연꽃이 내게 던진 물음은

아직도 마음속에서 피어나고 있다.

 

연꽃은 사람들이 관심을 덜 둘 때가 오히려 더 편안하다고 한다.

만지고, 자르고, 꺾으며 괴롭히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만 꽃이라 부르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꽃은 말없이 자신의 모든 시간을 꽃으로 살아간다.

 

피어나는 시간도,

활짝 피어 있는 시간도,

지는 시간도,

씨앗을 품는 시간도

모두 자신의 때를 살아가는 꽃이다.

 

그날 관곡지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것은 연꽃이 아니었다.

내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물음이었다.

그리고 그 물음은 오늘도 내 마음속에서 조용히 피어나고 있다.

 

첨부 이미지

 

 

#연꽃이야기 #사진명상 #빛과숨그리고쉼 #명상하는사진사해인

<海印의 사진 명상 편지>

 

빛은 마음을 밝히고,

숨은 몸을 깨우며,

쉼은 나를 본래의 자리로 이끈다.

 

이 편지에 답장하시면

작가가 직접 읽고 함께하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마음에

고요한 빛 한 줄기 머물기를.

 

海印 배상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빛.숨.쉼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빛.숨.쉼

올드 렌즈로 담은 일상의 사진으로 풀어가는 빛과 숨, 그리고 쉼의 이야기.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