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곡지 앞산이 연꽃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그리도 빨리 피었다가 금세 지고 마는가?”
연꽃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때가 되면 와서, 때가 되면 갈 뿐입니다.”
앞산이 말했다.
“나는 다르다.
늘 이 자리에 있지 않은가.”
연꽃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앞산이 다시 물었다.
“왜 나를 보고 웃는가?”
연꽃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대답보다 깊었다.
앞산은 다른 이의 생각도 궁금해졌다.
“그럼 저기 멀리 있는 산에게 물어보자.”
그때 앞산은 저 멀리 서 있는 산을 향해 물었다.
“저 산아, 연꽃은 시절인연을 따라 날마다 달라지는데, 너는 그것을 보았느냐?”
반대편 산이 대답했다.
“나는 너무 멀어서 자세히 보지 못했다.”
다시 지나가던 나그네에게 앞산이 물었다.
“연꽃이 시절 인연 따라 변하는 것을 보았는가?”
나그네는 무심히 웃으며 말했다.
“저는 꽃이 예쁠 때만 왔습니다. 예쁜 꽃만 보고 돌아갔지요.
그 밖의 모습은 잘 모릅니다.”
앞산이 다시 연꽃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들은 꽃이 필 때만 좋아하는구나.”
연꽃이 조용히 말했다.
“때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가기 때문입니다.
피어나는 것도,
활짝 피어 있는 것도,
지는 것도 꽃이고,
씨앗을 품는 것도 꽃입니다.”
문득,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보지 않은 것인가.
보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보았으면서도 지나쳐 버린 것인가.
휴일 새벽, 관곡지 출사길.
지하철 안에서 연꽃이 내게 던진 물음은
아직도 마음속에서 피어나고 있다.
연꽃은 사람들이 관심을 덜 둘 때가 오히려 더 편안하다고 한다.
만지고, 자르고, 꺾으며 괴롭히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만 꽃이라 부르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꽃은 말없이 자신의 모든 시간을 꽃으로 살아간다.
피어나는 시간도,
활짝 피어 있는 시간도,
지는 시간도,
씨앗을 품는 시간도
모두 자신의 때를 살아가는 꽃이다.
그날 관곡지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것은 연꽃이 아니었다.
내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물음이었다.
그리고 그 물음은 오늘도 내 마음속에서 조용히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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