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냐.
너는 이 세상에 오기 전부터 꽃이었다.
아니, 꽃이라 부를 수 없는 꽃이었다.
씨앗일 때도 이미 꽃을 품고 있었고,
진흙 속에서도 꽃은 자라고 있었다.
텅 빈 공간에는 향기를 담고 마음을 담는다.
꽃잎이 열리면 향기는 벌을 부르고,
바람은 잠시 쉬어 간다.
남은 자리에는 하늘이 머문다.
비를 맞아도 물을 품지 않고,
진흙에서 살아도 물들지 않는다.
스승이 제자에게
한 송이 법으로 말없이 전하듯,
꽃은 향기로 가르치고, 빛으로 가르치며, 존재로 가르친다.
꽃이 진 뒤에도 법은 계속 피어난다.
꽃은 스스로를 내려놓는다.
사람들은 꽃이 졌다고 말하지만
연꽃은 비로소 비움을 시작한다.
꽃잎은 죽은 것이 아니라
다음 생명을 위한 첫 공양이다.
꽃은 연밥이 되고,
연밥은 또 다른 꽃을 품는다.
한 송이가 여러 송이가 되고,
한 생은 만 생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꽃만 아름답다 말하지만
나는 연밥에서도, 연좌에서도,
진흙 속 연근에서도 꽃을 본다.
그러므로 연꽃은 피었다 지는 꽃이 아니다.
씨앗도 꽃이고, 향기도 꽃이며,
꽃잎도 꽃이고, 연밥도 꽃이며,
연좌도 꽃이고, 보이지 않는 연근까지 모두 꽃이다.
그 생애 하나가 세상을 밝히는 한 송이 법이다.
그러므로
연꽃은 생애 전체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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