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번_ 빨리 가는 것이 좋은 것인 줄 알았다(29)

산을 뛰어다니던 철부지가 만난 두 번의 인연

2026.09.14 | 조회 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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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印(해인)

 

젊은 날의 나는 참 잘 달렸다.

 

산에 가면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남들보다 빨리 걷고, 빨리 오르는 것이 좋았다.

 

첨부 이미지

 

그 시절 어른들은 농담처럼 말씀하셨다.

 

“원정이는 간첩 잡으러 다닌다.”

 

아마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는 위가 좋지 않으셔서 우리 가족은

한동안 마을에서 떨어진 작은 암자에서 지내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려서부터 산과 가까웠고,

산길을 걷는 것보다 뛰어다니는 것이 더 익숙했다.

 

지금은 아니다.

ㅎㅎ.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사십년도 지난 젊은 날 들었던 말들이 자꾸 생각난다.

 

특히 아직도 잊히지 않는 말씀이 두 번 있다.

 

한 번은 합천 가야산이었다.

할머니 몇 분을 따라 가야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중에는 내가 ‘대궐할매’라고 부르던

인자하시고 밝은 스승이 계셨다.

 

나는 젊었고 산길을 걷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조금 걷다가 쉬고,

또 조금 걷다가 쉬었다.

 

젊은 나에게는 조금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대궐할매가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나이 많은 사람들하고 같이 가니 심심하고 힘들지?”

 

그러시더니 웃으며 말씀하셨다.

 

“천천히 가다 보면 세상이 다 보인다.

옆에도 보고, 뒤도 한번 돌아보면서 가라”

 

첨부 이미지

 

“네”

 

대답은 했지만, 그때의 나는 그 말의 뜻을 잘 몰랐다.

 

빨리 갈 수 있는데 왜 천천히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또 한 번은 그 후 몇 년 뒤, 가야산 앞산인 매화산이었다.

 

봄날, 친구와 함께 산을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때 우리보다 먼저 올라오신 몇 분과 함께 쉬고 계시는

한 어른이 있었다.

 

당시에는 어떤 분인지 잘 몰랐지만,

나중에 직장생활을 해보니 그때의 느낌으로

봄 체육행사에 함께 오신 조직의 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분은 뛰어 올라가는 우리를 보시며 말씀하셨다.

 

“젊은 사람들, 천천히 가면 더 많이 보인다.”

 

참 이상했다.

 

대궐할매와는 다른 사람이었는데,

두 사람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천천히 가면 세상이 보인다.

천천히 가면 더 많이 보인다.

 

하지만 젊은 날의 나는

그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못했다.

 

그때의 나에게 산은

 

천천히 바라보는 곳이 아니라

빨리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정상에 먼저 오르는 것이 중요했고,

빨리 가는 것이 힘이고 자랑이었다.

 

그래서 두 번이나 들었던 그 말을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그 뜻을 알면서도

갈 길이 바쁜 현실 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첨부 이미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은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말의 뜻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됩니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해 달리고 계시가요?

 

#천천히가는삶 #인생이야기 #산길에서배우다 #삶의지혜 #해인

 

 

<海印의 사진 명상 편지>

 

빛은 마음을 밝히고,

숨은 몸을 깨우며,

쉼은 나를 본래의 자리로 이끈다.

 

이 편지에 답장하시면

작가가 직접 읽고 함께하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마음에

고요한 빛 한 줄기 머물기를.』

 

海印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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