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안의 휴식
방충망 바깥에 벌레가 붙어있었다. 세 쌍의 다리로 철사를 꼭 붙들고 있는 모습이 마치 편안하게 내려앉을 평평한 땅을 찾지 못해 방충망에라도 의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톡 쳐서 쫓아버리려다 쉬는 동안에도 철사를 붙들어야 하는 벌레가 애처롭게 느껴져 그냥 두었다.
검지 두 마디도 안 되는 작은 면적 안에서 위태로워 보이지만 편안하게 잠든 것 같은 벌레. 나는 숨을 고를 때 어떤 모습일까. 붙잡고 있을 것과 놓을 것을 구분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몸은 멈춰있더라도 머릿속이 여전히 분주해 눈알을 좌우로 굴리느라 바쁠 것이다. 그러다 결국 시간만 흘려보내고 퀭한 눈으로 다시 일을 하겠지. 쉴 만큼 쉬었는지 벌레는 날아가 버렸지만 나는 계속 방충망 앞에 서서 벌레가 앉았던 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촘촘한 모눈종이 같은 방충망을 한 칸씩 세기 시작했다. 문득 벌레가 몇 분 동안 매달려 있었는지 궁금해져서 시간을 확인해보다, 곧장 창가에서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책상 가운데에 있는 노트북을 켜고, 노트북 왼쪽에는 읽어야 할 책을, 오른쪽엔 다이어리와 펜을 정리해서 가지런히 놓았다. 시간별로 모눈종이처럼 칸이 나눠진 다이어리를 펼치고, 쉰만큼 칠하려고 펜 뚜껑을 열었다.
‘혹시 벌레는 그냥 아무 데나 붙어서 쉴 만큼 쉬다가 날아간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열었던 펜 뚜껑을 닫았다. 다이어리를 서랍 깊은 곳에 넣었다. 다시는 꺼내지 않을 것같이. 의자에 기대어 앉아 온몸에 힘을 빼고 눈을 감았다. 회복을 마치고 눈꺼풀을 들어 올릴 기운이 차오르면 그제서야 눈을 뜰 것이다. 그러다 잠이 들어 의자에서 벗어나도 그대로 바닥에 계속 누워있을 것이다. 방금 벌레에게 배웠으니까. 진짜 쉬는 방법을.
눈을 감은 채로 점점 더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창가에서 째지는 소리가 들렸다. 방충망 바깥에 붙은 매미가 맹렬하게 울어댔다. 아까 붙어있던 벌레보다 방충망을 더 넓게 차지하고 있었다. 가로로 스물다섯 칸, 세로로....... 아니지, 아니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엄지와 중지로 방충망을 퉁 튕겨버렸다. 매미를 날려 버리고 다시 의자에 눕듯이 앉아 눈을 감았다.
📄Before
틀 안의 휴식
방충망 바깥에 길쭉한 몸통을 가진 벌레가 붙었다. 편안하게 내려앉을 평평한 땅을 찾지 못해 방충망에라도 의지하는 듯했다. 세 쌍의 다리로 철사를 꼭 붙들고 있었다. 톡 쳐서 쫒아버리려다가 쉬는 동안에도 철사를 붙들어야 하는 벌레가 애처로워 보여 그냥 두었다.
가만히 멈춰있는 벌레는 잠이 든 것 같았다. 검지 두 마디도 안 되는 작은 면적 안에서 편안하고도 위태로워 보이는 벌레. 나는 숨을 고를 때 어떤 모습이었을까. 붙잡고 있을 것과 놓을 것을 구분하지 못해 우왕좌왕 했다. 몸은 멈춰있더라도 머릿속이 여전히 분주해 눈알을 좌우로 굴리느라 바빴다. 그러다 결국 시간만 흘려보내고 퀭한 눈으로 다시 일을 했다. 생각하고 있는 나를 두고 쉴 만큼 쉬었는지 벌레는 날아가 버렸다. 나는 계속 방충망 앞에 서서 벌레가 앉았던 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촘촘한 모눈종이 같은 방충망을 한 칸씩 세었다. 그러다 문득 벌레가 몇 분 동안 매달려 있었는지 궁금해 시계를 보았다. 벌레는 그냥 아무데나 붙어서 쉴 만큼 쉬다가 날아간 것이리라. 그런데 나는 괜히 벌레가 앉았던 자리를 재고 벌레가 머물렀던 시간을 계산하려고 했다. 창가에서 돌아와 다시 책상에 앉았다. 책상 가운데에 있는 노트북을 켜고, 노트북 왼쪽에는 읽어야 할 책을, 오른쪽엔 다이어리와 펜을 정리해두었다. 시간별로 칸이 나눠진 다이어리를 펼치고, 쉰만큼 칠하려고 펜 뚜껑을 열었다. 모눈종이 같은 칸을 들여다보다가 금방 열었던 뚜껑을 다시 닫았다.
다이어리를 서랍 깊은 곳에 넣었다. 다시는 꺼내지 않을 것 같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온 몸에 힘을 빼고 눈을 감았다. 회복을 마치고 눈꺼풀을 들어 올릴 기운까지 차오르면 눈을 뜰 것이다. 그러다 잠이 들어 의자에서 굴러 떨어져도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을 것이다. 방금 벌레에게 배웠다. 진짜 쉬는 방법을.
눈을 감은 채로 점점 더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창가에서 째지는 소리가 들렸다. 방충망 바깥에 붙은 매미는 맹렬하게 울어댔다. 아까 붙어있던 벌레보다 방충망을 더 넓게 차지했다. 가로로 스물다섯 칸, 세로로....... 아니, 아니. 나는 고개를 저으며 엄지와 중지로 방충망을 퉁 튕겨버렸다. 매미를 날려 버리고 다시 의자에 눕듯이 앉아 눈을 감았다.
✏️피드백
말하고자 하는 ‘휴식’을 설명하기에 ‘벌레’라는 소재가 적합해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벌레를 관찰하는 장면과 글쓴이가 쉬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제목과도 바로 연결돼서 생각되지 않는다.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읽는 이가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도록 문장을 바꾸고 배치를 다시 하면서 구성에 변화를 주면 좋을 것 같다.
-박현경
벌레를 관찰하는 부분과 자신에 대해 회고하는 부분, 벌레의 객관적인 상태와 화자가 벌레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 뒤섞여있어 구분할 것은 구분하고 생각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하면 좋겠다. 글이 정리가 되면 모눈종이와 다이어리 칸을 상징적으로 연결하려고 시도한 부분도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 같다.
-안나
벌레와 화자의 모습이 섞여 있어서 혼란을 주고, 글을 늘어지게 만드는 묘사가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이 있다. 중복되는 느낌이 드는 내용을 줄이고 맥락상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게 되는 부분을 좀 더 살리는 식으로 구성을 바꾸면 어떨까 싶다.
-오광락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부분과 명확하게 설명하는 부분을 좀 더 적절하게 배분하면 내용들이 뒤섞여서 혼란스럽게 읽히는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그리고 한 문장 안에서도 내용의 순서와 배치를 다시 정리하고, 각 내용들도 어떻게 어디에 넣으면 더 효과적일지 생각해서 다듬으면 좋겠다.
-SSY
참고> 소재 vs 주제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088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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