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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7 권력형 성범죄자의 시민권 범위는

2026.02.15 | 조회 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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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헐리버리

‘헐리버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성뉴스 큐레이션 뉴스 헐리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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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2월 첫 번째 뉴스 헐리버리는 관점과 깊이가 있는 심층기사와 칼럼을 모아 전해드리는 PERSPECTIVE EDITION으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호 기사들과 함께 이달의 분야별 주요 여성의제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신문에서 꾸준히 기획기사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박진경 일과여가문화연구원 사무총장이 지방정치 성평등의 현주소를 점검했습니다. 비례대표제가 성별 불균형을 보완하기보다 여성 진출을 특정 슬롯에 가두는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짚었습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특별기획 세미나 ‘광장시민과 뉴욕시장, 그리고 서울의 미래’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이 토론 패널로 나선 것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발제문이나 토론문 어디에도 성추행이나 2차 피해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박정현 부여군수의 출판기념회에 나타나 논란이 되었습니다. 하태경 전 의원은 시민 안희정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력형 성범죄자에게 완전히 사적인 정치 공간이 성립 가능한지 돌아보았습니다.

법원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부실수사를 인정하며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 김진주 씨는 “피해자들에게 꼭 도움이 되는 판례를 쓰고 싶었다. 앞으로 나와 같은 피해자들이 소외당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대한민국 형법의 인신매매죄 조항은 여전히 ‘매매’만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신매매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을 짚었습니다. 경향신문의 여성주의 기획 칼럼 ‘에프워드’에서 한국 남성의 해외 원정 성매매 현실을 돌아보고 오염된 ‘유흥’의 원래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개선이 필요한 공공언어 30선’을 발표했습니다. 몰래카메라는 ‘불법 촬영’으로, 성적 수치심은 ‘성적 불쾌감’으로 개선됩니다.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에서 <편리함의 대가, 누가 치르는가? 쿠팡 사태로 본 플랫폼 경제의 젠더정치>라는 제목의 이슈 테이블을 열어 ‘쿠팡 사태’를 여성노동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일다의 시리즈 기사 ‘성평등한 마을규약 만들기’ 그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성평등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이하 제주여농) 김미랑 회장과 제주여민회 김이승현 이사와의 대담을 다룹니다.

한국의 여성 과학기술인력 비율은 OECD 최하위권이라는 최신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나왔다. 여성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최상위권인데, 과학기술 분야로 진입하면서부터 여성들이 급격히 떨어져 나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슬기 기자가 “남성 서사가 없다”라는 말에 대해 오혜진 문학평론가의 평문을 빌어 반박합니다. 오혜진 평론가는 여성 작가들의 부상이 ‘한국 문학의 여성화’가 아닌 한국문학에서 ‘여성적인 것’의 내용이 새롭게 구성되는 장면이라고 말했습니다. tvN 토일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이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90년대식 위계와 성차별, 학력주의를 정면으로 비트는 통쾌한 여성 서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뮤지컬 <렘피카>의 연출가 레이첼 채브킨이 브로드웨이의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남성 소유 제작사는 여성 소유 제작사보다 7배 많은 투자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억만장자 성착취범 엡스타인 파일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권력의 작동방식과 엘리트의 도덕적 파산을 보여주는 렌즈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제프리 엡스타인>도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뉴스 헐리버리가 이번 호에서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주목할 만한 여성 인물 관련 기사들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성평등한 명절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소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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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경의 지방정치 젠더 포커스] ①기초의회: 비례의 덫에 갇힌 지역구 30%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여성 비율은 33.4%를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절반의 진단일 뿐이다. 일부 의회를 제외하면 지역구는 여전히 남성 중심이고, 많은 의회가 비례대표 1석에 여성 참여를 가둬 두고 있어 지역별 격차는 심화고 있다. 여성 대표성의 확장은 전체 평균이 아니라 의회별 구조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 8회까지의 선거가 남긴 핵심 메시지다.

기초의회 여성 비율이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제1~3회 선거에서 여성 비율은 2% 안팎에 머물렀고, 변곡점은 제4회 선거(2006년)였다. 정당 공천제와 비례대표제가 처음 기초의회에 도입되면서 구조적 장벽이 무너지고 여성 비율은 2.2%(3회)에서 15.1%(4회)로 뛰었다. 지방정치의 견고한 남성 중심 네트워크가 처음 흔들린 시점이었다.

두 번째 도약은 제5회 선거(2010년)였다. 국회의원 지역구당 1명 이상 여성 공천 의무제와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가 결합며 여성 후보 공천 가능성이 확대됐다. 선관위 명부 거부까지 동원된 여성 공천 의무와 복수 공천이 가능한 중대선거구제는 여성 후보를 포함는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 조합은 지방정치에서 여성 진입을 본격적으로 확대시킨 핵심 동력이 됐다.

그러나 이 상승은 모든 지역에서 고르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과 특정 구조에서만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 문제다. 열린 구조가 있는 의회에서만 여성 비율이 크게 오르고, 구조가 닫혀 있는 곳에서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즉, 제도의 효과는 ‘어디에 적용되는가’에 따라 결과가 극단적으로 갈렸다.

(박진경, 여성신문, 2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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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성평등’ 없이 맘다니의 뉴욕을 욕망하는가?

지난 1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 예정자들이 ‘2026 지방선거 특별 기획 세미나’를 열었는데, 그 제목이 ⌜광장시민과 뉴욕시장, 그리고 서울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발표와 토론 자료를 읽어보니 광장의 열망, 오세훈 퇴장, 맘다니의 뉴욕이 나란히 제시되었다. 부익부 빈익빈을 고착하는 보수 개발주의자 오세훈을 퇴장시키고, 맘다니의 ‘담대한 전환’을 참고삼아, 서울부터 새롭고 급진적인 사회계약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지난 6년간 서울도 아파트값이 치솟고, 서민들은 전세를 사기당하거나 사기공포에 놓였다. 서울도 감당 가능한 삶을 보장해줄 정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토론 패널 명단을 보고 놀랐다. ‘새로운 사회계약’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 토론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다. 2011년부터 박 전 시장의 역사를 만들어 온 사람, 시장의 성추행을 알린 직원을 공격한 사람, ‘인사이동 요청 들은 바 전혀 없다’, ‘인권위는 가당치 않은 전제나 일방적 주장을 직권조사 결과에 담아서는 안된다’, ‘고소인 측의 4년 성폭력 주장에 진실성이 의심된다’ 공언하며, 비서실장으로서 비서실 직원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음모를 가진 거짓말쟁이로 몬 사람, 피해자가 업무에 안착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게 한 사람이 2026년 서울 비전을 논의하는 첫 토론자라니. 발제문들과 토론문들 어디에도 성추행이나, 2차 피해는 없었다.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 예정자들은 박원순 전 시장을 평가하지 않고 앞자리에 세우는 것인가? 박원순 시장 3기를 평가하지 않고 출발선에 두려는 것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년에서 성희롱을 삭제하면, 거대한 전환이 가능한가, 새로운 사회계약은 가능한가? 직급 낮은 여성 직원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민주진영 대표 주자의 외로움 호소, 업무를 돌봄화하고 돌봄을 성적 신호로 보는 성적 대상화와 성차별을 바꾸지 않고, 사회대전환은 가능한가. (중략)

여야 할 것 없이 목소리 크고 힘도 센 육십대, 오십대 남성 명망가가 계속 위임받는 정치구조 속에서, 정치인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는 비난의 포화 속에 놓인다. 사회운동계 남성 그리고 여성 어른들은 이 구조를 뒤집는 것을 민주주의 과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 고발 후 6년, 그 일은 대외적으로 함구하고 뒤에서는 피해자를 끝까지 추격하겠다는 행위가 현재 한국 민주주의 진영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담대하게 전환되어야 할 대상 아닌가.

(김혜정, 일다, 2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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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안희정에게 기회를 주자"는 하태경의 주장이 틀린 이유

지난 7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박정현 부여군수의 출판기념회에서 포착돼 논란이 불거졌다. 고(故) 이해찬 전 총리 빈소 조문, 과거 함께 일했던 인사의 출판기념회 참석. 공직 출마도, 정치 선언도 아니긴 했으나, 그의 등장만으로 시끄러워졌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 성폭력 혐의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고, 202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법적 처벌은 끝이 났다.

이를 두고, 12일 하태경 전 의원은 최근 이런 글을 올렸다.

"정치인 안희정이 아니라 적어도 시민 안희정에겐 두 번째 기회를 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 공직출마나 임명도 아닌 사적 친분 있는 인사의 행사에 참여한 지극히 시민적인 활동만으로 지탄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지극히 일상적인 시민권마저도 안희정에겐 영구히 박탈되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는 원칙적으로 중요한 질문이 담겨 있다. 형벌을 마친 시민에게 우리 사회는 어디까지를 허용하고 어디까지를 금지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중략)

안희정의 범죄는 단순한 성범죄가 아니었다. 지사와 수행비서라는 압도적 권력 비대칭 속에서 발생한 구조적 폭력이었다. 권력형 성범죄의 핵심은 '권력'이다. 가해자는 권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고, 피해자는 그 권력 구조 속에서 저항조차 어려웠다. 이는 개인 간 일탈이 아니라 공적 권력과 조직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구조를 무너뜨린 행위였다.

따라서 권력형 성범죄는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달라진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는 과연 '순수한 사적 영역'인가. 그리고 그에게 그러한 영역이 존재할 수 있는가. (중략)

이 문제를 단순히 사적·공적 영역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사회적 비판은 처벌이 아니다. 여기서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안희정이 받고 있는 것은 법적 제재가 아니다. 형벌은 끝났다. 그는 투표할 수 있고, 일할 수 있으며, 어디든 갈 수 있다. 국가는 그의 시민권을 제한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들이 그의 행보를 비판하는 것, 정치권 인사들과의 공개적 접촉을 문제 삼는 것, 그와 함께 사진 찍는 정치인을 평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는 국가권력의 처벌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이며, 민주사회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공적 평가다.

(조명호, 오마이뉴스, 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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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 승소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나 같은 이들 소외되지 않길”

"피해자들에게 꼭 도움이 되는 판례를 쓰고 싶었다. 앞으로 나와 같은 피해자들이 소외당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법원이 13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 부실수사를 인정하며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와 시민사회여성단체들은 판결을 환영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손승우 판사는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김씨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가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일어난 성폭력 범죄였는데도, 가해자가 성폭력이 아닌 범죄로 입건, 조사, 송치 기소된 사건이었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정황이 강하게 의심되는데도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했을 친언니의 진술 등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점 등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중략)

변호사들은 "형사 절차에서 피해자 소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사건 대리인단 단장인 오지현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문자 통보는 받지만 사건이나 주요 증거에 대한 설명을 거의 듣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주현 변호사도 "피해자가 생업까지 포기하면서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한 끝에 항소심에서 DNA 감정이 다시 이뤄졌다"며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수사 절차에서 아무런 정보를 듣지 못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가 앞장서서 피해자 중심적인 수사 체계와 구조를 확립해 나가기 위해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세아, 여성신문, 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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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무력해야 ‘인신매매’로 봐줍니까

우리나라가 2015년 12월 발효한 ‘유엔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는 ‘인신매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이나 무력행사, 강박, 납치, 사기, 기만, 권력의 남용이나 취약한 지위의 악용 등에 의해 사람을 모집, 운송, 이송, 은닉 또는 인수하는 것.’

이 정의를 보면 인신매매가 더는 ‘사람을 사고파는 행위’만 가리키지 않고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행위로 그 개념이 확대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형법의 인신매매죄 조항은 여전히 ‘매매’만을 처벌합니다. 이 조항은 인신매매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합니다.

이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과거 대법원 판례(91도1402)를 그대로 답습하는 탓입니다. 형법에 ‘부녀매매죄’가 있을 당시 나온 이 판례는 “계속된 협박이나 명시적 혹은 묵시적인 폭행의 위협 등의 험악한 분위기로 인해 보통의 ‘부녀자’라면 법질서에 보호를 호소하기를 단념할 정도의 상태(실력적인 지배)에서 그 신체에 대한 인수인계가 이루어졌는가에 달려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피해자가 무력한 상태여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예술흥행(E-6) 비자를 받고 2014년 입국한 필리핀 여성들이 외국인 전용 클럽에 끌려가 클럽 사장의 강요로 성 판매를 했습니다. 사장은 이들의 여권을 빼앗고 임금을 체불했으며, 월∼목요일 하루 3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과 요일의 외출을 모두 금지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2015년 10월 사장의 인신매매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이 휴대전화를 소지했고 업무시간 외 외출이 가능했다는 겁니다.

(오세진, 한겨레21, 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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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성구매’로 오염된 ‘유흥’ 되찾기 [플랫][에프워드]

#1. “비행기 전석 나 빼고 다 남자. 이런 경험은 또 처음. 비행기에 저랑 승무원만 여자.” (한 이용자가 지난해 7월 소셜미디어에 올린 필리핀 클락행 영상)

#2. “성매매는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를 심각하게 실추시키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라오스 내 동포사회가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주라오스 대한민국 대사관 지난해 9월18일 공지)

최근 이 두 가지 사건이 한국 남성의 해외 원정 성매매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동남아 현지에서 한국 남성의 성구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탑승 게이트 앞에 남성만이 바글바글한 장면이 선사하는 시각적 충격과 대사관의 이례적인 공지가 겹치며 모처럼 이 문제가 환기됐다. 해당 영상은 1430만회 이상 조회됐으며 유사한 경험을 성토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라오스·필리핀만이 아니다. 베트남, 태국, 중국 등 성매매가 공식적으로 불법인 국가에서 한국 남성은 ‘황제 관광’, ‘밤문화 체험’ 등의 명목으로 성구매에 나서고 있다. 한국 남성의 성매매 문화는 현지의 느슨한 감시와 취약한 법체계의 틈을 늘상 파고든다. (중략)

베트남 여행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한국 남성들이 활발히 이용하는 성매매 후기 사이트가 빈번히 걸려든다. 셀 수 없이 많은 게시글이 성매매에 종사하는 베트남 여성을 ‘꽁가이’로 지칭한다. 차마 옮길 순 없지만 대략 꽁가이가 어떻다, 이곳 꽁가이들은 저렇다 등이다. 사실 꽁가이(Con gái)는 베트남어로 딸 혹은 젊은 여성을 뜻한다. 성매매와는 관련이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명사다. 그렇지만 한국 남성들은 한국어 ‘아가씨’, ‘직업 여성’, ‘유흥’이란 단어를 오염시켰듯 베트남에서도 ‘딸’, ‘젊은 여성’이란 단어를 은어로 물들였다.

(김서영, 경향신문, 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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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는 ‘불법 촬영’·성적 수치심은 ‘성적 불쾌감’... 공공언어 고쳐 쓴다

이제 몰래카메라(몰카)는 '불법 촬영'으로, 성적 수치심은 '성적 불쾌감'으로 단어를 개선한다. '맘충', '급식충', '설명충' 등 특정 사람이나 단체를 벌레와 견주어 낮잡아 이르는 '충'(蟲)은 혐오 표현으로 규정한다. 결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결정 장애',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장애를 앓다'라고 표현하는 것 또한 차별적인 표현으로 완화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장애가 없는 사람을 '일반인', '정상인'이라고 할 경우 이에 상대하는 장애인을 가리키는 말은 '비일반인', '비정상인'이 돼 차별적이므로 장애가 없는 사람을 가리킬 때는 '비장애인'이라고 말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국립국어원(국어원)이 12일 '개선이 필요한 공공언어 30선'을 발표했다. 일상생활에서 개선이 필요한 30개의 단어는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자문회의와 국민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선정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혐오∙차별 표현을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훨씬 넘는 비율로 나타났다.

(나혜인, 여성신문, 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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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사태에서 묻다 “편리함의 대가, 누가 치르는가?”

과노동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사망에 이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쿠팡 경영진의 국회에서의 불성실한 태도 등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쿠팡 사태’. 미국에서는 피해 소비자들이 쿠팡 모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한국도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중략)

이러한 가운데 ‘쿠팡 사태’를 여성노동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월 28일,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이하 소소)는 〈편리함의 대가, 누가 치르는가? 쿠팡사태로 본 플랫폼 경제의 젠더정치〉라는 제목의 이슈테이블을 열었다. (중략)

윤보라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강사는 쿠팡의 폭발적 성장이 단순히 ‘빠른 배송 기술’ 덕분이 아니라, “붕괴된 돌봄 체계와 재생산의 위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쿠팡은 기저귀와 생수, 분유 등을 새벽배송하면서 성장한, 한마디로 돌봄과 재생산 위기 자체를 이윤 창출의 절호의 기회로 바꿔낸 케이스”라는 것. (중략)

경향신문 남지원 기자(젠더데스크, 플랫팀장)는 언론이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새벽배송 규제 논의 때마다 “워킹맘을 소비자 대표로 소환하는 방식”을 비판했다.

언론이 ‘새벽배송 규제를 반대하는 워킹맘’ 공식을 만듦으로 인해 “워킹맘이 일하는 여성, 그러니까 노동자임에도 ‘소비자’로만 재현됨으로 인해, 워킹맘이 요구받고 있는 장시간 노동이 가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일하는 여성들이 특별히 더 요구받는 돌봄노동의 압박의 맥락 또한 지운다”고 지적했다.

(박주연, 일다, 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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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마을에서 혼디(함께) 만들어가는 성평등 이야기

김미랑 씨는 자신이 사는 마을 부녀회에 성평등 마을규약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이승현 씨는 2013년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 제주여민회 활동을 이어왔으며 현재 성평등 마을 사업의 기획부터 자문, 현장 워크샵 및 특강 등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제주여민회, 제주여농, 제주시YWCA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제주 성평등마을사업단 구성원이자 ‘(성평등 마을 만들기) 혼디팀’의 구성원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중략)

호미: 미랑 님은 자신이 사는 마을을 성평등하게 만들어보자고 제안하셨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김미랑(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회장, 이하 ‘미랑’): 제가 여성농민회 활동을 하면서 맨날 성평등을 외치고 다니고 있지만, 정작 우리 마을을 성평등한 마을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리 주민 중에 여자가 반이고 부녀회원들이 마을 일은 다 하는데, 개발위원회에 여성이 극소수인 건 문제라고 이야기했어요. 부녀회장님하고 사무장님한테요. 그게 시작이죠. 성평등 워크숍, 성평등 마을규약을 준비하기 위한 ‘혼디팀’이 구성되어 ‘마을규약 톺아보기’가 진행되었고, 마을 주민 30여명이 참여해서 회의 잘하는 법 관련 1차 워크숍을 했어요. 며칠 전 부녀회장님이 부녀회 총회 날짜를 잡아서 알려주셨어요. (중략)

호미: 제주에서 이런 활동을 한다는 게 특히 어려울 것 같아요. 제주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 여성의 경제적인 책임이나 역할은 비대한 데 비해 정치적 대표성으로 연결되지 않더라고요.

승현: 네. 제주는 여성의 독립성, 책임감 같은 건 어느 지역보다 높아요. 여성들이 경제력도 쥐고 있고, 집안 일과 지역 일도 다 책임지고 해내고 있는데도, 어떤 지역보다 사회적 지위나 권한이 주어지지 않죠.

미랑: 같이 농사일을 해도 포장박스에 생산자 명의나 재산 명의는 대부분 남성으로 되어 있어요. 또한, 마을 포제(마을에서 공동으로 풍요를 기원하며 지내는 유교식 제례)를 지낼 때, 여자들은 부정 탄다고 참여 못 하게 하면서도 일은 다 시키고요.

(호미, 일다, 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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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1등, 승진은 배제...여성 과학자 이탈부터 막자

'글로벌 과학기술 강국'을 꿈꾸는 한국, 정작 여성 과학기술인력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라는 최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최상위권인데, 과학기술 분야로 진입하면서부터 여성들이 급격히 떨어져 나간다. 박사과정과 연구인력으로 갈수록 여성 이탈이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가 2월11일 세계 여성과학인의 날을 맞아 발표한 '2026 여성과학기술인 글로벌 현황 진단' 보고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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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성 연구인력 비율은 2023년 기준 23.7%로 OECD 평균(36.3%)에 크게 못 미쳤다. 순위로는 조사 대상 30개국 중 29위다. 과학기술 박사학위를 받은 여성 비율도 23.9%로 OECD 38개국 중 37위였다. 일본(20.3%)만 한국보다 낮았다.

문제는 교육 단계별로 여성이 계속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한국 여성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2024년 기준 54.9%로 OECD 평균(45.0%)을 훌쩍 넘는다. 최근 5년간 6.36%p 증가해 OECD 최상위 성장세다.

과학기술 분야로 좁혀보면 심각하다. 학부-석사-박사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계속 이탈한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를 졸업한 학생 중 여성 비율은 2023년 기준 27.6%. OECD 평균(33.5%)보다 6%p 낮다. STEM 박사 졸업자 중 여성은 23.9%로 OECD 평균(38.3%)보다 14.4%p나 낮다. 여성과총은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우려, 남성 중심적 연구 문화, 롤모델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세아, 여성신문, 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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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서사가 없다”는 말에 부쳐

최근 49회째를 맞은 이상문학상 수상자는 역대 최초로 6명 모두 여성이었다. 경력 10년 이내 작가들에게 수여되는 젊은작가상의 올해 수상자도 모두 여성으로, 2010년 제정 이래 다섯 번째다.

기실 여성 작가들의 소설이 대세가 된 것, 남성 작가들의 소설이 전처럼 많지 않은 것은 2030 여성의 구매력 만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신춘문예 당선과 문학상 수상은 결국 글의 품질과 연관된 일이고, 이들 공모전과 문학상의 심사위원 성비는 아직 '반반' 수준이다. 남성 심사위원들조차 여성들 글에 더욱 후한 점수를 줬다는 얘기다. 그리고 당연히, 여성이 쓰는 글이라고 해서 다 '여성 서사'라는 것은 재고가 필요한 말이다.

2030 여성의 도서 구매력에 주목하자면 문학평론가 오혜진의 비평집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책은 가부장적 패권주의로 무장한 '아저씨 독자' 이후에 나타난 한국문학의 새로운 주 독자층인 2030 여성에 주목한다. 2030 여성은 일본 및 서구 문학 뿐 아니라 영화, 뮤지컬 등의 다양한 대중문화와 함께 팬픽·웹툰·웹소설 같은 서브컬처의 적극적 소비자다. 오혜진은 이들의 부상은 '한국 문학의 여성화'가 아닌 한국문학에서 '여성적인 것'의 내용이 새롭게 구성되는 장면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세계관이야말로 내면성·모성성·수동성처럼 전통적으로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던 것들의 틀을 깨고, 한국문학의 관성을 일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는 것이다.

(이슬기, 여성신문, 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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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식 성차별·학력주의 비트는 통쾌한 여성서사…‘언더커버 미쓰홍’

tvN 토일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거침없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3.5%(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출발한 시청률은 3회 만에 5%를 돌파했고, 6회에서는 8%까지 치솟으며 10%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레트로 감성과 긴장감을 더하는 전개, ‘드라마퀸’ 박신혜 주연의 ‘믿고 보는 코미디’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층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1990년대 말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 <언더커버 미쓰홍>은 엘리트 증권감독관 ‘홍금보’(박신혜)가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된 대형 증권사 한민증권에 고졸 신입사원 ‘홍장미’로 위장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중략)

특히 35세 베테랑 증권감독관이 스무 살 말단 여사원으로 위장하는 설정은, 오피스 코미디의 외피를 쓰고 90년대식 위계와 성차별, 학력주의를 정면으로 비튼다. 고졸 여사원의 옷을 입은 홍장미는 실은 ‘여의도 마녀’로 불리던 인물로, 거대 금융 재벌 앞에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능력자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간극은 시청자들에게 ‘인생 2회차 주인공의 회귀물’을 보는듯한 감각을 선사하며 짜릿한 재미를 안긴다. (중략)

홍장미는 커피 심부름을 하며 사무실을 오가면서도 빠른 판단력으로 주가 조작 현장을 포착하고, “여자가 뭘 아느냐”, “신입이 어디서 감히”, “고졸 주제에” 등 숨 쉬는 듯 쏟아지는 차별적 발언에도 당당하게 일침을 날린다. 드라마 속 90년대 직장 풍경은 분명 낡았지만, 그 안에서 기죽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나가는 여성 능력자의 서사는 통쾌한 반격의 쾌감을 안긴다.

(노정연, 경향신문, 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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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남녀 연출가 투자 7배 차이... 레이첼 채브킨 “장기 해결책 필요”

"브로드웨이는 아직까지도 성별 간에 동등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뮤지컬 '렘피카' 한국 초연 공연을 앞두고 내한한 연출가 레이첼 채브킨(Rachel Chavkin)은 22일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브로드웨이의 성차별 문제를 짚었다.

레이첼 채브킨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하데스타운', '그레이트 코멧' 등을 연출한 연출가다. 뮤지컬계 오스카인 토니 어워즈에서 여성 연출가 최초로 최우수 뮤지컬 연출상을 단독 수상했고,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는 연출상 2관왕을 차지하며 브로드웨이 대표 연출가로 자리매김했다.

'성공한 연출가'로서 존경받는 그이지만, 브로드웨이에서는 연출가의 성별에 따라 제작 규모가 달라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남성 소유 제작사는 여성 소유 제작사보다 7배나 많은 평균 2440만 달러(한화 약 358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반면, 여성 소유 제작사는 평균 330만 달러(한화 약 48억원)를 확보했다. 유리천장을 깨고 성공적인 임원이 된 소수의 여성 제작자조차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해석이다. (중략)

지난해 2025/26년 시즌 발표 후 브로드웨이 극장 대부분에서 여성 연출가, 극작가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운드어바웃 극장은 여성 극작가를 단 한 명도 기용하지 않았으며, 클래식 스테이지 컴퍼니는 여성 연출가와 함께하지 않았다.

(나혜인, 여성신문, 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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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여성으로 쌓아올린 ‘일그러진 제국’···‘괴물’은 말한다, 돈과 권력이면 뭐든 살 수 있다고

2019년 8월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복역하던 중 감옥에서 숨진 금융인 제프리 엡스타인이 남긴 순자산은 호화 저택과 카리브해의 섬들을 포함해 약 5억6000만달러(약 8133억원)에 달했다. 부유층의 자산 관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거대한 펀드를 운용한 적도 없고 운용 실적을 공개한 적도 없는 그는 어떻게 엄청난 규모의 재산을 모을 수 있었을까.

그는 돈을 굴리는 금융인이라기보다 ‘관계’를 굴려 정보와 돈을 얻고, 그 돈으로 권력을 매수한 사람이었다. 전 세계로 뻗은 거미줄 같은 그의 관계망 속에서 여성은 ‘엡스타인 제국’에 편입된 자에게 주어지는 전리품 같은 것이었다. 퍼즐을 맞추듯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는 엡스타인 사건은 글로벌 권력의 작동방식과 엘리트의 도덕적 파산을 보여주는 렌즈 역할을 하고 있다.

성착취의 비밀을 공유하는 것은 엡스타인이 글로벌 엘리트와 끈끈한 유대를 쌓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엡스타인은 정계·재계·학계·문화계 가릴 것 없이 돈과 권력, 명성을 가진 자는 누구나 자신의 섬으로 초대했다. 그 섬에서 미성년 여성들은 그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취급됐다.

처음에는 알음알음 알게 된 주변의 미성년 여성들을 ‘마사지’만 하면 된다고 속여 유인했지만, 당국이 피해 여성의 신고를 묵살하고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자 그의 행각은 더욱 대담해졌다. 엡스타인은 전 세계에서 소녀들을 모집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운영했다. 다니엘 시아드, 장뤼크 브뤼넬 등 여러 모델 스카우트들이 그의 손발이 됐다.

(정유진, 경향신문, 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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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엡스타인 성폭력 보도를 막았던 자는 누구였나

최근 미국 법무부가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면서,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수감 중이다가 2019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이 다시 국제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등장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의회 증언대에 서게 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빌 게이츠, 노암 촘스키 등 거물들이 엡스타인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추궁당하고 있다.

이처럼 정·재계 거물들과의 관계가 재조명되며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는 가운데,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제프리 엡스타인: 괴물이 된 억만장자> 또한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OTT 순위를 보여주는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살펴보면 지난 8일 해당 다큐멘터리는 TV쇼 부문 글로벌 4위에 올랐다. 2020년 공개된 시리즈지만 최근 사건으로 인해 '역주행' 한 것이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범죄 고발이 핵심이지만, 엡스타인의 범죄를 폭로하려던 기자들, 그리고 보도를 가로막은 권력과 함께, 언론 내부의 벽은 무엇이었는지까지 집요하게 추적해 기록했다. 그렇기에 이 다큐멘터리는 언론사적 기록이기도 하다. 이 다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엡스타인의 피해 생존자들이라면 그의 범죄를 밝히려는 세가지 축은 팜비치 경찰과 생존자 변호인들, 그리고 각 지역의 기자들이다.

1화에서 엡스타인 다음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탐사보도 기자 비키 워드다. 비키 워드 기자는 2003년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기사를 미국 언론 '베니티 페어'에 싣기 위해 취재를 시작한 인물이다. 그는 엡스타인이 뉴욕에서 '위대한 개츠비' 같은 신비한 거물로 알려져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엡스타인은 부유하고 독신이며, 잘생겼지만 어떻게 부를 모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 당시에도 트럼프, 빌 클린턴과 앤드루 왕자 등과 어울렸으며 항상 아름답고 어린 여자들에 둘러 쌓여있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베니티 페어'의 편집장이던 그레이던 카터가 자신에게 엡스타인 취재를 지시했고, 사회면에 배치된 기사였다고 전했다.

취재를 시작한 비키 기자는 엡스타인에 성적 피해를 입었다는 자매를 만나게 되면서 취재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말한다. 원래는 사업가 프로필에 가까웠던 기사는 이 과정에서 미성년 성착취 의혹을 다루는 폭로 기사로 방향이 급격히 바뀐다.

(정민경, 미디어오늘, 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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