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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5 여성에 대한 폭력은 ‘중대범죄’가 아니다?

2026.01.15 | 조회 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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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헐리버리

‘헐리버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성뉴스 큐레이션 뉴스 헐리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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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새해 처음 인사드리는 뉴스 헐리버리입니다. 병오년인 올해는 붉은 말의 해라고 하죠. 올해도 붉은 말처럼 힘차게 달리는 헐리버리가 되겠습니다. 새해 첫 헐리버리는 관점과 깊이가 있는 심층기사와 칼럼을 모아 전해드리는 PERSPECTIVE EDITION인데요. 이번 호에서도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여성의제 기사들을 엄선했습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오는 10월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대범죄가 정의하는 9대 범죄에 여성에 대한 폭력은 포함되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SKY 50대 남성으로 요약되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나와 닮은 사람이 정치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었습니다. 한국 사회 성차별과 성평등 수준에 대한 인식을 묻는 조사에서 2030 남성과 여성의 응답이 크게 엇갈렸습니다. 2030 남성층에서 여성 차별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반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여성이라면 직장에서 성차별적인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기 마련입니다. 일다의 시리즈 기사 여성노동자, 차별의 조각모음에서 제도의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김미선 이화여대 교수는 여성노동을 다루는 언론 보도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지적합니다.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가 전 연구원 A씨에게 스토킹·강제추행 등으로 고발당했습니다. 선정적 속보경쟁이 이어지면서 언론 보도가 2차 피해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여성서사 아카이브 플랫에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10년을 용기와 연대의 순환과정이었다고 회고합니다. 공학 전환으로 촉발된 동덕여대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관련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방송인 강유미 씨가 올린 유튜브 영상 중년 남미새가 화제입니다. ‘남미새담론을 연구한 전문가들은 중년 남미새를 비판하는 담론이 가부장적 질서가 만들어낸 구조적 모순을 지적한다고 해석했습니다. UN 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적 기준은 아동의 연예 활동을 아동 노동의 특수한 형태로 해석합니다. 문체부의 표준계약서 개정 공시를 유럽의 사례와 비교해봅니다. 이명호 경희대 교수는 정복근 작가의 1988년 작 <덫에 걸린 집>을 두고 미투운동의 문제의식을 선취한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뮤지컬 <에비타>의 여성 재현 방식이 비판 받고 있습니다. 에바 페론이 사회 계층 이동을 위해 성적 매력을 무기로 삼았다는 점은 부각시키면서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지지와 노력은 생략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젊은 여성들이 최근 반정부 시위에서 보다 급진적인 방식으로 저항 의지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SNS에는 여성들이 히잡을 벗고 담배를 피우며 하메네이의 사진을 훼손하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유로뉴스는 정치적·종교적 권위와 여성에게 가해지는 엄격한 사회적 규범에 대해 모두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미국의 젠더 전문가 캐롤라인 헤이스가 강요받는 남성성해로운 남성성으로 표출되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스 헐리버리가 이번 호에서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새해 첫 뉴스레터가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다음 호에서는 주목할 만한 여성 인물 관련 기사들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 에디터 김예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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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수사청’ 유감: 중대범죄 정의에서의 친밀한 파트너 살인 제외

“중대범죄라고 하면 어떤 범죄가 떠오르세요?”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공소청,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중대범죄수사청을 각각 신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025년 9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나는 정육점 사장님, 프레시 매니저님 등 일상에서 뵙는 분들에게 이처럼 뜬금없는 질문을 종종 했다. 잠시 고민한 후 이들이 주신 답변은 “사람을 죽이거나 크게 다치게 한 범죄”, “누군가를 오래 괴롭힌 죄” 등이었다. (중략)

현재 논의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범위는 중대범죄에 대한 일반 국민의 법인식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관련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에 따르면, 중대범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마약범죄, 대형참사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정의된다. 즉, 전·현 연인, 배우자 등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 있었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피고인은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범위를 둘러싼 논의는 우리 사회 내 친밀한 파트너 살인 발생 정도가 이처럼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 개편 관련 과정에서 주요하게 고려된 바 없음을 보인다. 한 국가의 법령에서 ‘특정중대범죄’에 대한 정의가 이미 존재함에도 그와 사뭇 다르게 ‘중대범죄’를 정의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특정중대범죄’와 달리 ‘중대범죄’를 새로이 정의하여야 할 실익과 배경은 무엇인지,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면밀한 체계자구 심사를 요청한다.

(한민경, 여성신문, 2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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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50대 남성’을 넘어서

“저랑 닮은 사람이 국회에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위로가 돼요.” 2019년 말, 30대 초반의 여성으로서 진보정당 국회의원이 된 후 시민들로부터 종종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슬아 작가가 저의 후원회장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장혜영 의원 후원회장이 이슬아 작가라는 소식에 길길이 뛰며 신기해하는 중. 너무 좋다’, ‘이걸 지켜보면서 뭔가 굉장히 내 마음에 짜릿한 게 있다’, ‘의회정치가 가깝게 느껴진다’, ‘너무 신선한 콜라보다’… 대부분은 2030 여성들의 반응이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사람들이 우리를 신기해하고 반가워했습니다.

‘SKY 50대 남성’으로 요약되는 대한민국 국회에 난데없이 등장한 2030 여성 흙수저 국회의원과 후원회장 콤비는 우리를 닮은 사람들을 술렁이게 했습니다. (중략)

그러면 ‘나와 닮은 사람이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여기에 두 가지 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이미 나와 닮은 정치인이 다수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점입니다. 이것은 ‘SKY 50대 남성’의 국회를 바라보는 SKY 50대 남성의 관점이고, 차별금지법 제정은 아직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낙태죄 폐지 이후 대안 입법은 급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점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이런 관점을 가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직접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제가 살면서 경험한 한국 정치 생태계에는 저와 비슷한 성별이나 연령을 가진 사람이나 저와 정치적 의제의 우선순위와 신념이 비슷한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 주위에 있는 ‘나와 닮은 사람들이 정치적 다수인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이러한 정치적 환경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0대 남성 정치인이 국회에 많다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늘 그래왔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것이 줄어든다면 놀라운 일일 것입니다. 나와 닮은 사람들이 나를 대표해 정치공간의 다수를 차지하며 내가 지지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이러한 상황이 그들에게는 하나의 일상이고 보편이며 평범한 상태입니다.

(장혜영, 일다, 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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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성평등 수준 인식’…‘정부의 여성 차별 개선 노력’ 에 2030 남성 절반 “반대”

한국 사회 성차별과 성평등 수준에 대한 인식을 묻는 조사에서 20~30대의 남성과 여성 응답이 크게 엇갈렸다. 젠더를 둘러싼 인식 격차는 다른 이슈와 달리 정치적 성향보다는 세대 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경향신문·중앙일보가 공동으로 기획,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일~31일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사회에서 겪는 불이익이나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는지’를 묻는 문항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찬성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다만 젊은층일수록 여성 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찬성하는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18~29세의 60%, 30대의 63%가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 찬성한 반면, 40대와 50대는 70%대, 60대와 70세 이상도 모두 80%대의 찬성률을 보였다. (중략)

연령과 성별을 함께 살펴보면, 여성 차별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반대하는 비율은 18~29세 남성이 63%, 30대 남성이 56%로 전 연령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18~29세 여성의 84%, 30대 여성의 85%가 여성 차별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찬성한다는 응답을 해 대조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국 사회의 성평등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응답에서도 18~29세와 30대에서 남녀 간 인식 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성평등 수준이 높다’는 응답은 18~29세 남성 39%, 30대 남성 40%로 비교적 높았지만 같은 연령대 여성은 각각 11%와 16%에 그쳤다.

(강연주, 경향신문, 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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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힘들어서’ 아니라 성차별 문화 때문에 퇴사

“○○씨, 혹시 페미, 뭐 그런 거야?”

2016년 여름,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후원 티셔츠를 입고 출근한 내게 40대 남자 팀장이 물었다. 더이상 사회초년생이 아니었던 나는 “그런데, 왜요?”라고 되받아쳤다. 같은 날, 같은 티셔츠를 입고 부당해고를 당한 여성노동자가 있다는 소식을 몰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2024년, 나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에서 일하며 동료들과 함께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대응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전히 많은 여성노동자가 그때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말을 들으며 일하고, 부당해고와 계약종료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현실을 다시 마주했다. (중략)

첫 번째 집담회는 소위 “남초 직군”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와 함께 했다. 이후 다른 직군, 다른 조건 속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와 집담회를 진행했지만, 남초 직군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적 괴롭힘 양상은 확연히 노골적이었다.

팀 회식에 부르지 않는 것에서부터 여자화장실, (여성 당직자를 위한) 여자샤워실 등의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김여사’, ‘명품백’ 등 구시대적인 성차별 발언도 심심치 않게 경험하고 있었다.

“현장에는 화장실이 없었고, 대신 저는 그냥 품질[관리 업무]라서 사무실 왔다 갔다 하니까. 근데 매 층마다 여자화장실이 있는 게 아니었고 예를 들어서 매 층마다 남자화장실이 있으면 여자화장실은 몇 층 몇 층만 있고 약간 이런 식이었어요.” (화학 플랜트/현장, 두부)

화학 플랜트 분야에 종사하는 두부는 어느 날 “너 여기에 있는 게 전략이냐?”라는 질문을 들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묻자, 질문을 한 사람은 “(남자 직원들이 많으니) 결혼 잘하려고” 여기 있는 거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배찬민, 일다, 2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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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성차별적‧여성혐오적 괴롭힘, 제도 공백 없애려면

직장 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이 동반되었는지를 주요 판정 요건으로 본다. 또, 같은 법에서 성차별은 “고용의 전 과정에서 특정 성별을 차별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따라서 ‘성적 함의 없는’ 성차별적 언동과 노동환경, 그리고 ‘젠더에 기반한’ 괴롭힘은 현재 사실상 제도적 공백 상태다.

이에 2025년 11월 12일, 국회에서 ‘직장 내 성차별적 괴롭힘 사례 분석 및 제도적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한국여성민우회,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 공동주최)를 열고 대안을 모색했다. 여성·성소수자 노동자들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법률 전문가, 연구자, 고용노동부 관계자 등이 함께 직장 내 성차별적 괴롭힘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 자리에서,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차별적 언동이 여성인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는 인식이 한국 사회, 특히 기업에 자리잡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외국과 달리 한국은 성차별적, 젠더 기반 괴롭힘을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고용상 성차별과 성희롱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입법 누락이자 공백임을 지적했다.

구미영 연구위원은 1998년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 이후, 수년에 걸쳐 ‘성희롱은 불법행위’임을 알려내기 위한 페미니스트와 시민사회단체의 노력, 정부 정책과 주요 판결이 이어졌고, 이제는 규범으로 확립되었음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인권 및 성인지 감수성이 변화된 지금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언행도 위법 행위임을 법률로 명시하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혜, 일다, 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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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에 대한 언론 보도가 놓치고 있는 것들

여성운동과 여성학이 급부상하던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여성노동은 가장 핵심적인 의제였다. 당시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진 여자 대학원생의 논문 소재가 상당 부분 여성노동일 정도였다. 여성의 노동 해방이야말로 여성문제를 해결하는 최우선 과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모순이 한층 더 악화된 지금, 오히려 여성노동은 이전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

언론 역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소재로 여성노동을 충분히 다루고 있지 않다. 기업과 자본가가 한국 사회는 물론 언론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정책과 ‘노조 혐오’ 기조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공정’과 ‘능력주의’, ‘남성 역차별’ 등이 청년 남성을 중심으로 팽배해지면서, 여성노동 이슈는 언론 보도에서 더욱 주변화되거나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여성노동이 가시적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는 경우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공개 고발, 목숨을 내건 단식 농성 등 여성노동자와 관련한 심각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다. 지난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해고 여성노동자인 박정혜씨가 장기간인 600일 고공농성을 전개하고, 정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할 때 여러 차례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처럼 여성노동을 둘러싼 사건·사고 등 심각한 피해나 이슈를 중심으로 사후적으로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언론이 다루는 여성노동은 임금을 받으며 종속적 계약관계에 위치한 ‘을’, 즉 임금노동자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노동의 남성중심성을 문제시하고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등 여성의 무임금노동을 새롭게 다뤄왔지만, 여성의 다양한 노동과 경제활동은 여전히 비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의 자영업을 꼽을 수 있다. 자기 고용에 기반한 자영업은 한국 여성의 노동과 경제활동에서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비임금근로자’로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보도할 것인가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논의는 많지 않다.

(김미선, 기자협회보, 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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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털고 ‘이상한 사람’ 만들기… 반복되는 언론의 2차 가해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와 전 연구원 A씨 사이 스토킹·강제추행 등에 대한 사실관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선정적 속보경쟁이 이어지면서 A씨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등 언론 보도가 2차 피해를 유발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8일 A씨를 대리하는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혜석)가 낸 입장문을 보면, 최근 MBC <실화탐사대>와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가 모자이크된 A씨의 사진을 보도하면서 A씨는 출신 학교 커뮤니티에서 신상정보가 특정된 상태다. 이 사진의 원본은 인터넷 검색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태라 보도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 사진이 올라왔다는 것이 A씨 측 설명이다. <실화탐사대>는 여기에 더해 A씨의 출신대학과 학과, 현재 재학중인 대학원까지 공개하면서 사실상 신원을 노출시켰다. 박 변호사는 “A씨가 이 보도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A씨의 ‘피해자답지 않은 행동’을 부각하는 보도도 반복됐다. <실화탐사대>는 A씨가 ‘업무를 부탁할 때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동료인데 직장 상사 같았다’ ‘소위 뭐 되는 사람처럼 굴었다’와 같은 연구원 동료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한국기자협회 성폭력 사건 보도 권고기준에는 피해자의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정보를 보도하는 데 신중을 기울여야 하고,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 주변의 평가 등을 보도하지 않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박 변호사는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사건의 법적 다툼에서 위력과 자발성을 가르는 판단은 두 당사자가 처한 구조적 권력관계와 구체적인 행위의 양상에 의해 결정된다”며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도 피해자가 겪는 내면적 갈등에 대한 사회적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선정적인 속보경쟁에 휘말리면 피해자의 행동에서 자발성의 단초를 찾으려는 언론보도로 인해 2차 피해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는데 결국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남지원, 경향신문, 2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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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서로를 일으키다…연대는 나의 힘

‘왜 그 시절 우리는 저렇게 행동하지 못했을까.’

2018년 한창 쏟아지던 ‘스쿨미투’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쿨미투 당사자들이 폭로하는 내용은 내가 사립 여중·고를 다니던 10여 년 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일화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소위 ‘그때 그 시절’엔 훈육 이상의 폭력이 난무했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체육 시간에 남교사에게 발로 차여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성희롱과 성추행도 빠지지 않았다. 글로 옮기기 부적절한 발언을 했던 것은 물론이고 여학생들을 끌어안거나 팔뚝 안쪽을 꼬집던 남교사도 있었다. 그는 수업을 앞둔 쉬는 시간부터 미리 교실에 와 있었는데, 애들은 자리를 피하려고 교실 밖으로 나가곤 했다. 피해 수위만 놓고 보면 그때 우리가 겪었던 일과 미투로 폭로된 사례는 별반 차이가 없다.

폭행과 성추행은 그 당시에도 형법에 처벌 규정이 분명히 있었으니, 그러한 행위는 그때도 분명 잘못된 것이었다. 모든 교사가 그랬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충분히 지탄받을 만 했다. 그러니 스쿨미투를 보며 믿기지 않는 동시에 ‘왜 나는 말하지 못했는가’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 우리도 똘똘하고 당찼다. 사춘기답게 때로 어른 알기를 우습게 알기도 했고 되바라지게 굴기도 했다. 친구들 여럿이 뜻을 모아 방학 보충수업에서 빠지는 것처럼 어떠한 종류의 집단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런 우리는 왜, 불쾌한 신체 접촉과 폭력에 관해선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중략)

들불처럼 번졌던 스쿨미투를 계기로 개인의 용기 있는 행동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가 마중물로 작용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익명의 학생들이 사례를 모아 폭로하는 출구로 소셜미디어가 활발히 활용됐는데, 소셜미디어에 그들의 용기를 받아줄 토양이 형성돼 있지 않았더라면 미투로 이어지지 못했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 친페미니즘 성향 사용자들이 모인 계기로 ‘페미니즘 리부트’를 꼽을 수 있으니 결국 페미니즘 리부트가 10대 여학생들의 용기를 끌어낸 마중물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10대 여학생들의 용기는 다시 다른 여성들의 용기가 됐다.

(김서영, 경향신문, 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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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감소에…美·日 여대도 잇따라 공학전환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여대도 갈림길에 서있다. 미국·일본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공학전환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여대의 정체성을 고수하겠다는 곳도 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본 여대 중 재학생이 가장 많은 무코가와여대는 2027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고 교명을 ‘무코가와대학’으로 변경키로 했다.

무코가와여대의 올해 신입생은 2489명이다. 2023년(2347명), 2024년(2481명)보다 늘었다. 하지만 무코가와여대는 학령인구 감소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공학 전환을 택했다.

미국 상황도 비슷하다. 1895년에 설립한 미국의 여대 메릴랜드노트르담대는 지난 2023년 가을학기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다. 학령인구 감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이 대학의 신입생은 2018년 330명이었으나 2022년에 206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남학생을 받기 시작한 2023년 261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263명을 기록했다.

반면 여대의 정체성을 고수하는 대학도 존재한다. 미국에선 웰즐리대가 대표적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영부인과 미국의 첫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졸업한 명문여대다. 이 대학은 지난 2021년 “우리는 세계 최고의 여대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명문여대 도쿄여대도 여대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학은 지난 4월 ‘2025년~2032년 중기 계획’을 공개하면서 “독립된 지성과 책임감을 가진 여성을 육성해 일본사회의 평등을 실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화여대와 숙명여대가 여대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대표 사례다. 이화여대는 “시대를 선도하는 여성 리더 양성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고 숙명여대도 “공학 전환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여대 정체성을 지키는 건 여성의 리더십을 개발하기 위한 여성 교육기관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대에서는 학생 자치기구나 수업 팀프로젝트 등 활동에서 여성이 모든 역할을 맡기 때문에 사회에 나가기 전 리더십을 비롯해 다양한 역량을 개발할 기회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남녀공학에서는 여성의 역할이 남성 보조 등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응열, 이데일리, 2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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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미 ‘중년남미새’는 풍자일까, 조롱일까… “단순한 세대갈등으로 봐선 안 돼”

최근 방송인 강유미씨가 올린 유튜브 영상 ‘중년 남미새’를 놓고 중년 여성 풍자냐, 조롱이냐라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영상 속 여성의 “아들 또는 남성을 너무 감싸는 여성의 태도”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응이 공감과 반감으로 갈라지는 양상이다. ‘남미새’를 학문적으로 연구한 전문가는 해당 영상을 “풍자”라고 짚으면서도 ‘중년남미새’ 담론을 단순한 세대 갈등으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략)

서강대 미디어융합연구소 차유리·김현미 연구원과 서울대 김지희 교수는 ‘남미새’ 담론을 연구한 전문가다. 지난 12월, ‘남미새’ 담론을 분석한 논문 ‘‘여적여’ 프레임을 넘어: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 ‘남미새 담론’에 대한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 중심 혼합방법 활용 탐색’을 발표했다. 이들은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 댓글 2만여 건을 분석한 끝에 ‘남미새’는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구도로 쓰이기보다, 남성 중심적 사회 질서에 대항하며 여성 공동체의 윤리와 연대 규범을 재설정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남미새’ 담론을 연구한 전문가들은 ‘중년남미새’ 담론을 세대 갈등으로 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중년남미새’를 비판하는 담론이 ‘여적여’가 아니라 가부장적 질서가 만들어낸 구조적 모순을 지적한다고 해석했다. ‘중년남미새’로 표현되는 중년 여성들이 가부장적 사회 구조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있기에 성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젊은 여성들이 중년 여성들에게 여성 혐오적인 남성을 길러낸 책임을 묻는 모습에서도 편향적 교육을 지적하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에게만 양육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략)

실증 연구를 거친 단계는 아니지만, ‘중년남미새’ 담론은 가부장적 제도와 남성 중심 규범이 특정 여성 주체를 매개로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보여준다고 본다. ‘중년남미새’는 남성 권력과 규범에 밀착된 존재, 이른바 ‘명예 남성’으로 표상된다. 비판의 초점이 성별 그 자체가 아니라 가부장적 질서의 작동 방식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이번 현상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개인의 태도 속에서 어떻게 내면화되고 갈등으로 표출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다.

(김희지, 여성신문, 2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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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무대 서도 되나요?" '정부 허가' 받는 유럽... 한국은 계약서로 끝?

1년 반 전, 한국의 한 톱가수가 독일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그 가수는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몇 분도 되지 않는 공연이었음에도 미성년 아이들은 공연 전 여러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의사의 건강 확인과 학교 측 확인이 먼저였고, 아이들은 청소년청(Jugendamt) 관계자와 따로 면담을 했다.

이 장면은 독일에서는 특별하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낯설다. 몇몇 아이의 공연에 국가가 이렇게까지 개입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이렇게 하며,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우리는 이들을 미성년 아이돌, 청소년 연습생, 연예인 지망생 등으로 부른다. 그러나 UN 아동권리협약, EU, ILO 등 국제적 기준에 따르면, 아동이 연예 활동에 참여할 경우 그것은 '놀이'가 아니라 아동 노동(child labour)의 특수한 형태로 본다.

그래서 국제 기준에서는 아동을 Child performers, Children working in the entertainment industry, Minor performers 등으로 표현한다. 거칠게 번역하자면 '연예산업 종사 아동(미성년자)'이다. 이 정의로 보면, 유럽에서 연예 활동에 참여하는 아동은 지망생 단계인지, 데뷔 이후인지를 따지지 않고 활동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법적 지위를 가진 아동 노동자다.

유럽에서 아동 연예 활동은 자유 선택 사항이 아니다.

아동 노동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기에, 문화·예술·체육·광고 활동만이 엄격한 조건 아래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때도 아동이 가진 재능이나 성공 가능성은 예외 사유가 되지 않는다.

(서정은, 오마이뉴스, 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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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20) 성적 수치에 맞서는 저항적 여성 주체의 출현

희곡작가 정복근은 <위기의 여자>(시몬 드 보부아르 원작, 오증자 번역, 정복근 각색, 임영웅 연출로 1986년 공연)의 각색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위기의 여자>는 극단 산울림의 개관 1주년 기념작으로 기획·공연됐는데, 애초 한 달 예정이던 공연은 130석 규모의 소극장에 2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이런 대중적 성공에 힘입어 극단은 두 달 후 공연을 재개해 7개월에 걸친 장기 공연을 성사시키는 신기록을 세운다.

‘정복근-박정자-임영웅’ 트리오가 만들어낸 이 획기적 공연은 그간 한국사회에서 진지한 문화적 주체로 고려된 적이 없던 중년여성을 극장으로 끌어들여 이들의 목소리가 공론장에 울려 퍼지게 만든 문화적 사건이다. 삶의 의미를 가족 내 역할에 찾던 중년여성이 남편의 외도를 기화로 실존적 자아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텔레비전 불륜 드라마 양식의 보수성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대 위 주인공이 자신에 대해 던지는 질문을 관객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는 과정을 통해 ‘한 여성으로서 실존적 자아 찾기’라는 문제를 여성공동체를 향한 질문으로 변용시키는 데 성공한다. (중략)

정복근이 1980년대에 창작한 일련의 희곡과 공연은 여성주의적 시각을 담지하고 있는 페미니즘 연극으로 진지하게 평가돼야 한다. 1986년작인 <위기의 여자>가 여성 작가로서 젠더 정체성을 확인해 나가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면, 1988년작인 <덫에 걸린 집>(임영웅 연출, 극단 산울림)은 본격적으로 여성 문제를 의제화한 작품이다. <위기의 여자>가 가정 안의 문제로 소재의 시공간적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데 반해, <덫에 걸린 집>은 1980년대 후반 사회적 이슈였던 성폭력 문제를 일본군 ‘위안부’와 연결함으로써 역사적이고 집단적인 차원으로 문제의식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덫에 걸린 집>은 성폭력 사건 그 자체보다 이 사건에 대한 가족과 사회의 태도가 피해자 여성에게 어떤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는지를 파헤치고, 수치를 강요당하는 피해자 여성을 이 폭력에 굴종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끈질기게 지켜내는 저항의 주체로 그린다. 기존 질서가 강요하는 해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고자 하는 완강한 의지가 피해자 여성을 정치적 주체로 만든다.

(이명호, 주간경향, 2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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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관점이 대립하는 서사의 어려움...뮤지컬 '에비타'

2024년 2월,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는 아르헨티나인들이 1952년에 세상을 떠난 영부인 ‘에바 페론(Eva Perón)’에게 여전히 헌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마리아 테레사 에르난데스는 아르헨티나를 벗어나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거나 뮤지컬 혹은 영화 속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아르헨티나인들에게 친근함의 표현인 ‘에비타(Evita)’로 불리며 가난한 계층과 여성, 노동자들의 수호성인이자 “영적 원천”으로 여겨지는 에바 페론이, 2019년 아르헨티나 노동조합원들에 의해 교황청에 ‘시복’ 요청이 되었으나, 시성 절차에 이르지 못했음을 언급했다.

에르난데스는 어떤 이들에게는 “민중의 성녀”이자 “동반자, 자매, 어머니”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출세주의자”이자 “위선자”로 여겨지는 에바 페론이, 7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숭배와 반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논란 속에 있음을 피력했다. (중략)

성녀 혹은 창녀, 구원자 혹은 독재자 사이를 오가며 열렬한 숭배와 강한 비판으로 대립하는 논란이 지속되는 인물을 다루고 있음에도, 또 아르헨티나의 정치사에 있는 실존 인물을 영국인 창작자가 50년 전에 그려낸 작품임에도, 뮤지컬 '에비타'가 지금까지 공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학자 앤드루 라르센은 뮤지컬 '에비타'가 반페론주의자들의 인터뷰를 많이 인용하고 있는 1952년에 출간된 메리 메인(Mary Main)의 전기에 기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라르센은 뮤지컬이 에바가 정치적 이상보다는 사회 계층 이동을 위해 성적 매력을 무기로 삼았다는 점과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면모를 가졌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지지와 노력은 생략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는 뮤지컬이 나이가 많고 힘을 가진 남성들이 어린 여배우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라르센은 에바가 그 시스템을 이용했다고 해도 시스템 또한 그녀를 조종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인다.

(주하영, 인터뷰365, 2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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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벗고 하메네이 사진으로 담뱃불… 이란 여성들, 다시 저항의 상징으로

지난 2022년 이란 히잡 시위 주역인 이란의 젊은 여성들이 최근 반정부 시위에서 보다 급진적인 방식으로 저항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X(옛 트위터)와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최근 히잡을 쓰지 않은 한 이란 여성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에 붙은 불로 담뱃불을 붙이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는 이란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저항의 표시다. 이란에서 히잡을 벗거나 하메네이의 사진을 훼손하거나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행동은 모두 엄격히 금지된다. 불탄 하메네이 사진을 바닥에 떨어뜨린 뒤 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모습도 SNS에 올라오고 있다.

외신들은 최근 이란의경제적 어려움, 전국적인 시위 재개, 여성 권리에 대한 오랜 분노가 표출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유로뉴스는 해당 영상에 대해 "정치적·종교적 권위와 여성에게 가해지는 엄격한 사회적 규범에 대해 모두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란 여성들의 저항은 지난 2022년 9월 16일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제대로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의문사한 사건으로 촉발됐다. 아미니의 죽음은 수십 년 만에 이슬람 공화국에 가장 광범위한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거리 봉쇄, 감시 카메라 제거, 옥상에서 구호 외치기, 머리 자르기, 히잡 태우기 등이 포함되었다.

(유영혁, 여성신문, 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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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받은 남성성’이 ‘해로운 남성성’으로…미 젠더 전문가가 본 ‘남성 역차별론’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 즉 ‘맨박스(Man Box)’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일수록 자살 생각을 6.3배 더 많이 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 ‘이퀴문도’(Equimundo)가 지난해 6월 발간한 ‘2025 미국·영국 남성 실태조사’에 담긴 내용이다. 이퀴문도는 젠더·사회정의를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 정책 변화를 주도하는 국제 단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성 10명 중 8명은 ‘가족 부양’과 ‘침묵해야 한다’는 등 전통적 남성성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퀴문도에서 디지털 전략 전문가로 활동하는 캐롤라인 헤이스는 “전통적 남성성 규범은 젠더 폭력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남성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요받는 남성성’이 ‘해로운 남성성’으로 표출되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략)

“이퀴문도는 전통적 남성성 규범이 성희롱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분석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 즉 맨박스를 17가지 태도로 분류했다. ‘남성이라면 데이트 관계에서 최종적인 경제적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동성애자 남성은 진짜 남성이 아니다’, ‘남성은 존중받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같은 태도들이다.

미국 남성 가운데 이 17가지 태도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은 상위 20%를 ‘맨박스에 갇힌 남성’으로, 동의 정도가 낮은 하위 20%를 ‘맨박스 밖의 남성’으로 정의했다. 그 결과 맨박스에 갇힌 남성의 71%가 성희롱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맨박스 밖의 남성은 7%만이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남성성 규범이 실제 젠더 폭력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남성성 규범과 온라인 성희롱 경험의 연관성을 더 분석해보려 한다.” (중략)

“미국에서도 맥락은 다르지만 남성이 소외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남성 자살률이나 학업 이탈률, 건강 문제가 자주 언급된다. 우리는 많은 젊은 남성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좌절한다고 본다.

문제의 핵심은 남성에게 특정 규범에 따라 행동하길 요구하는 성별화된 시스템 자체다. 전통적 남성성 규범은 남성에게 항상 자립적이고 감정을 드러내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 그 규범을 벗어나면 조롱이나 낙인이 따른다.”

(김송이, 경향신문, 2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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