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뉴스 헐리버리 REPORT EDITION을 맡은 에디터 오진달래입니다. 저는 지난호에서 인사 드렸던 소원 에디터와 함께 허사이트 출판사의 편집을 맡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헐리버리에 뉴스 에디터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깊이와 관점이 있는 기사들을 모은 REPORT EDITION은 인물이나 의제라는 명확한 주제가 있는 PEOPLE과 TOPIC에 비해 범주가 다소 애매한 면이 있는데요, 여성을 키워드로 앞서의 레터에서 다루었던 주제들을 좀 더 심화시켜 읽어볼 수 있는 기사들을 모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여성혐오 범죄 사건들에서부터 대중문화 속 여성상의 변화들, 해외 소식으로는 이스라엘 청년 여군과 관련한 기사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관악 등산로 살인사건’의 가해자 최윤종의 범행을 재판부는 ‘여성혐오 계획살인’으로 판단했습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서울 강남의 한 건물 앞에서 15살 남자 중학생에게 습격을 당했습니다. 사건의 파장에 대해 YTN 나이트포커스에서 정옥임, 김형주 전 국회의원과 함께 대담을 나눴습니다. 한겨레가 입수한 한 포주의 휴대전화로 수신된 성매매 관련 문자메시지를 분석했습니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중심으로 얽혀 있는 유관업체들의 움직임을 통해 ‘성착취 산업’을 성장시키는 구조가 드러났습니다. 탐사보도 전문언론 셜록에서 2년 5개월에 걸쳐 디지털성범죄 가해자를 추적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다에서는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를 책으로 펴낸 이소진 연구자를 인터뷰했습니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팀에서 통칭 비만인으로 분류되는, 크고 아름다운 ‘나’를 좋아하기로 한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한국경제에서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에서 지휘자로 분한 배우 이영애 씨의 지휘 코치이자 드라마의 총괄예술자문 역을 수행한 여성 지휘자 진솔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엑스포츠뉴스에서는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인기 웹툰 원작의 드라마 ‘정년이’ 방영을 앞두고 원작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해외 소식으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경계선에 ‘눈’으로 심어둔 여군 감시병들의 하마스에 대한 경고가 왜 무시되었는지 심층적으로 다룬 BBC 기사를 소개합니다.
이번 호 REPORT EDITION으로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2월에는 하루 앞당겨 29일에 더욱 다양한 관점으로 여성 이슈를 읽을 수 있는 기사들을 모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오진달래 드림
‘관악 등산로 살인사건’은 ‘여성혐오 계획살인’이었다
출근 중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그것도 한낮의 등산로에서.
지난해 8월 17일 서울 관악구에서 발생한 ‘등산로 살인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오후 2시에 시작되는 교직원 연수 준비를 위해 출근길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가 택했던 길은 평범한 생태공원의 한 둘렛길이었다. 운동 겸 출근을 위해 평소에도 자주 다니던 길이다.
이곳에서 A씨는 참변을 당했다. 난생처음 보는 남성에게 머리를 여러 번 얻어맞았다. 남성은 소리치며 힘껏 반항하는 A씨의 목을 졸랐다. A씨의 심장이 멎자 옷을 벗기고 인적이 드문 비탈길로 끌고 내려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후 숨졌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그의 이름은 최윤종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는 지난 22일 최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을까. 재판부는 사건의 핵심이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계획적 살인’이라고 봤다.
최씨는 재판에서 ‘범행 동기’를 묻는 검사 질문에 거듭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얼버무렸다. 그의 변호인은 “최씨가 단순히 여성과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계획 살인’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최씨의 ‘범행 동기’는 여성에 대한 적개심이었고, 그것이 성폭행을 하기 위한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기재된 기초사실에 따르면, 최씨는 2018년쯤부터 “여동생이 교제하는 남자가 집에 드나드는 것이 불만스러워 여동생과 관계가 멀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을 때리고 싶다는 등의 여성 혐오 감정과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며 가족 등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불특정 여성을 성폭행할 것을 마음먹었다”고 한다.
(김혜리⸳강은 기자, 경향신문, 24.01.28)
배현진 '피습 사건' 파장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 내용 자체를 쭉 보면 협박보다는 권유 형식으로 쓰기는 했으나 당사자가 받아들일 때는 또 이게 협박처럼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이수정 교수가 범죄심리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배현진 의원의 성별이 피해자가 되는 데 일조했을 수 있다, 이런 오늘 얘기를 했는데요. 이준석 대표는 이 주장에 대해서 그러면 이재명, 송영길 사례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
이렇게 써서 또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에요. 어떤 취지로 봐야 할까요?
[정옥임]
이수정 교수가 모 언론에서 만약 가해자가 어린 청소년이라면 온라인을 통해서 여성에 대한 적대감을 야기하는 전반적인 흐름 끝에 우발적인 사건을 일으킨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되었을 수 있다라는 취지로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이준석 대표가 그렇게 반박을 한 것인데요. 제가 볼 때는 온라인상의 여성에 대한 적대감보다는 정치 사이트를 많이 들여다보고 글을 남겼다고 하는 것을 봐서는 그런 것이 일정 정도 영향을 끼쳤으며 그다음에 15세라고 하더라도 요새는 체구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배현진 의원도 체격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남자가 체구가 작아도 완력을 쓰면 여자가 특별히 호신술이나 무술을 익히기 전에는 더군다나 뒤에서 공격을 했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보통 여자를 가격하는 사람들이 여성에 대한 혐오감보다는 여성이 기본적으로 신체적으로 약하다는 그것 때문에 가격을 했을 수는 있겠죠.
(YTN 나이트포커스, 24.01.26)
성매매 포털-업소 제휴…광고제작·성매수자 DB 업체도 기생
한겨레가 2022년 10월 입수한 한 ‘포주’의 휴대전화 번호로 8개월 동안 322건의 성매매 관련 문자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한겨레가 ‘서울시립 다시함께 상담센터’와 이 문자메시지들의 내용을 분석해보니,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중심으로 성매매를 성사시키기 위해 다양한 업계들이 움직이며 ‘성착취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구조가 드러났다. (중략)
8개월 동안 포주가 쓰던 휴대전화 번호로 수신된 문자는 모두 322건이다. 개인 용무(57건)나 불법 도박업체(32건) 및 유흥주점 홍보(3건) 내용을 제외한 230건의 문자 전부 성매매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다.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들의 예약 문의가 140건으로 가장 많았다. 포주에게 업소 광고를 하라고 제안하는 성매매 포털의 제휴 제안(53건)이 그다음으로 많았고, 성매수자 데이터베이스(DB) 판매(27건)부터 성매매 업소 ‘프로필’ 제작(7건), 성매매 후기 대리 작성(2건), 성매매 업소 전용 단말기 판매(1건) 등을 제안하는 다양한 ‘유관 업계’ 관계자들의 문자가 이어졌다. 성매매 산업을 뒷받침하며 여기에 기생하는 업체들이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채윤태 기자, 한겨레, 24.01.25)
“이번 시즌 먹잇감인가요?” 놈들이 텔레그램에서 웃었다
아침부터 이어진 비대면 줌(Zoom) 수업은 점심 무렵에 집중력을 떨어트렸다. 노트북 왼쪽에 놓인 아이폰이 경고 사이렌처럼 요란하게 진동했다. 어젯밤 영화 예매 알리미를 구독하려 설치한 텔레그램 앱이었다.
장예진(가명, 30대 초반) 씨는 텔레그램 대화창을 열었다. 장 씨는 얼굴을 노트북 화면 쪽으로 고정한 채 두 눈동자만 왼쪽으로 내려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도착한 메시지는 모두 동영상, 사진 파일. 장 씨의 몸은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여성, 성관계 하며 짓는 어색한 미소, 윤간당하는 듯한 피해자… 이 모든 피해자의 얼굴은 장예진 본인이었다. 심장 박동수는 빨라졌으나 숨은 쉬어지지 않았다.
장 씨는 왼손 검지로 스마트폰 화면을 천천히 내렸다. 장 씨 얼굴에 겹쳐진 발기된 남성 성기, 장 씨 얼굴을 태블릿PC에 띄워놓고 자위하는 남자…. 심장이 터질 듯해 동영상 파일은 열어보지도 않았다.
(박상규 기자, 셜록, 24.01.29)
진짜 위기는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이야기를 모르는 것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보건복지부 ‘자살 예방백서’를 보면, 2019년 20대 여성 자살률은 전년대비 25.5% 증가, 2020년엔 다시 전년대비 16.5%나 증가했다. 다른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하는 것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이와 관련해 2020년 한겨레 젠더미디어 유튜브채널 ‘슬랩’에선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는 영상을 공개하며, 청년여성들의 자살이 급증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영상을 본 이소진 연구자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구나 라고. 그는 3년 뒤인 2023년 12월,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오월의봄)을 출간했다. 표지엔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이소진 연구자는 책 프롤로그에서 “지금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며 자살생각을 해보지 않은 내 나이 또래의 여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 말한다. 본인도 그것을 피하지 못했다고. 그런 경험을 겪은 이소진 연구자는 더 많은 청년여성들을 만났다. 자살생각에 시달리는 21명의 청년여성 이야기를 깊게 들은 후, 그것을 분석하고 정리했다. (그 중 분석에 쓰인 건 19명의 사례다.)
(박주연 기자, 일다, 24.01.22)
‘살찐 몸’이라고?…크고 아름다운 ‘나’를 좋아하기로 한 여성들
살찐 몸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몸 중 하나다. 좀 부었을 뿐인데 “살쪘냐”라는 무심한 지적을 들어본 기억, 살이 쪄서 둔해 보인다는 얘기를 들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몸을 향한 타인의 시선이나 압박은 모두에게 똑같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남성의 비만율은 47.7%인 반면 여성은 25.7%였다. 비만율은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를 넘는 사람의 비율이다. 남성 중에선 과체중·비만·고도비만에 해당하는 사람이 100명 중 47.7명이고, 여성 중에선 25.7명이라는 뜻이다. 비만 여성에 비해 비만 남성이 2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성별에 따른 차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20대 남성 비만율은 42.8%인데 30대는 55.7%로 치솟는다. 여성은 20대 비만율이 18.2%이고, 30대도 21.8%에 그친다. 한국인 전체 평균 비만율인 37.2%를 훨씬 밑돈다.
젊은 여성의 비만율이 유독 낮은 이유는 명확하다. ‘좋은 몸’에 관한 사회적 기준이 젊은 여성일수록 더 엄격하고 강압적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살찌면 매력 없다” “조금만 빼면 예쁠 텐데” 같은 간섭과 품평은 대부분 여성, 특히 젊은 여성을 겨냥한다.
(김정화 기자, 경향신문, 24.01.24)
'차마에' 이영애의 지휘 선생님…게임·드라마 넘나드는 마에스트라
tvN의 ‘마에스트라’는 프랑스 드라마 ‘필하모니아’를 각색해 국내에선 한번도 선보인 적 없는 여성 지휘자를 다룬다. 주인공은 동양인이자 여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지휘자 차세음(이영애 분)이다. 마에스트라의 이미지를 몸에 새기기 위해 배우 이영애는 1년 가까이 지휘 트레이닝을 받았다. 지휘 트레이닝 ‘선생님’은 현실 세계의 마에스트라 진솔(36).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만하임국립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한 진솔은 클래식 음악과 게임 음악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차세대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총괄예술자문으로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진솔은 이영애의 지휘 코치는 물론 드라마 음악 전반에도 관여했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진솔을 만났다.
▷드라마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드라마를 통해 여성 지휘자가 더 주목받는 계기가 됐으면 했어요. 자문 제안이 올 때부터 제 일처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드라마에)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잘 표현됐습니다. 고증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전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오케스트라 편성에 맞지 않게 연주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관악기가 없는 곡인데 관악기 소리가 들리는 장면도 있었죠.”
▷여성 지휘자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고충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웬만한 남자보다 잘해야 한다’ ‘여성이라는 게 약점이 되지 않도록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삶에 익숙하죠. 도전의 연속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는 여성 지휘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최다은 기자, 한국경제, 24.01.04)
"김태리x'옷소매' PD, 대박 외쳤죠"…모든 배역=女, 드라마화 비화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문소리, 정은채 조합이 온다. 일명 '꿈의 캐스팅'이라고 불리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대작, 다소 생소한 장르 '여성국극' 소재 드라마 '정년이'다.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정년이'(글/그림 서이레/나몬) 는 1950년대 한국 전쟁을 전후로 큰 대중적 인기를 모은 창극의 한 갈래로서 모든 배역을 전원 여자가 맡는 여성국극을 소재로 하고 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소리 하나만큼은 타고난 소녀 정년(김태리)의 여성국극단 입성과 성장기를 그릴 예정, tvN을 통해 올해 방영을 앞두고 있다.
원작 작가는 웹툰에서 보여진 윤정년의 특유의 밝고 쾌활한 매력을 배우 김태리를 떠올리며 완성했다. 영화 '아가씨' 숙희 캐릭터를 참고했다고. 드라마 캐스팅 전부터 많은 원작 팬들이 가상 캐스팅 1위로 김태리를 뽑았고, 그 바람이 이루어져 이목을 모으고 있다.
드라마 '정년이'의 방영을 앞두고 엑스포츠뉴스와 서면을 통해 만난 서이레, 나몬 작가는 쟁쟁한 배우들이 한 명씩 출연을 확정 지었을 때의 소감을 전했다.
이레 작가는 "누구나 똑같이 생각할거다. '대박.' 사람들한테 너무 말하고 싶었다. 이제 다들 알아서 다행이다. 나 혼자 호들갑떨지 않아도 되니까"라며 들뜬 마음을 드러냈다.
나몬 작가는 "이게 되네. 정년이 캐릭터를 디자인하기 위해 영화 '아가씨'에서 김태리 배우님이 연기한 숙희 장면을 캡쳐하고 들여다보며 그렸었던 때가 기억이 나는데, 진짜 정년이가 되셨다. 김태리님 뿐만 아니라 평소에 다 너무 좋아하던 배우님들이다"라며 출연 배우들에게 애정을 표했다.
(이예진 기자, 엑스포츠뉴스, 24.01.29)
이스라엘 여군 감시병들의 하마스에 대한 경고는 왜 무시됐나
지난 몇 년간 청년 여군들로 구성된 어느 이스라엘 부대에 맡겨진 임무는 단 하나였다. 몇 시간이고 감시 기지에 앉아 가자 지구 경계선 근처에서 벌어지는 의심스러운 정황을 살피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7일 발생한 하마스의 공격 몇 달 전, 이들의 눈에 무언가가 띄기 시작했다. 기습 공격 및 인질 납치를 훈련하는 장면과 함께 경계선 울타리 반대편 농민들이 수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여군 노아(가명)는 자신과 동료들은 그저 “감시병이었을 뿐”이었다며, 목격한 바를 정보부와 상위 장교들에게 전달하긴 하지만, 그 이상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일부 여군의 눈에 하마스는 분명 무언가 큰일을 꾸미고 있는 듯했다. 노아의 말을 빌리자면 “곧 터질듯한 풍선”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BBC는 이들이 목격한 수상한 정황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이들이 이에 대해 상부에 어떤 보고를 했고,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얼마나 미흡하게 대응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울러 BBC는 10월 7일 공격이 발생하기 몇 달 전 여군들이 경계선 근처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왓츠앱 메시지 내용도 확인했다. 누군가가 던진 ‘피할 수 없는 공격이 닥쳐왔을 때 누가 근무 중일까’라는 씁쓸한 농담은 결국 일부 여군들에겐 현실이 되고 말았다. (중략)
경계선 부대의 지휘관 출신인 한 여성은 “문제는 저들(이스라엘군)이 단편적인 조각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들이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추론했더라면, 하마스가 전례 없는 규모로 일을 꾸미고 있음을 파악했으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앨리스 커디 기자, BBC뉴스, 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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