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에디터 오진달래입니다. 뉴스 헐리버리 REPORT EDITION은 2월 마지막날 전해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여성의제와 관련된 이슈들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본 심층 기사들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3.8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성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2018년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고발 이후 6년간의 변화상에 대해서도 짚어보았습니다. 경남 진주 ‘편의점 숏컷 폭행 사건’, 경기도 ‘바리캉 폭행 사건’, ‘인천 스토킹 살인 사건’ 등의 피해자들이 수사 과정에서 겪은 2차 가해에 대한 시리즈 기사도 준비했습니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이후 범행 장소가 된 공원의 변화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 설치 병원의 임신중지 시술 실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여성 의사들은 여성의 능력과 전문성을 폄훼하는 발언으로 성차별 논란을 일으킨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국내 어린이 프로그램 중 최장수 프로그램인 <딩동댕 유치원>에서 40년 만의 금기를 깨고 유아 성교육에 대한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영국 BBC에서 사상 첫 0.6명대 출산율을 앞두고 있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 대해 조명하고 인터뷰를 통해 한국 언론에서 외면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영국의 여성인권 운동가 로라 베이츠 작가는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 1년간 잠입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 <인셀 테러>를 썼는데요, 그는 온라인 극단주의가 오프라인에서의 여성혐오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왜 테러리즘이 아닌지 질문합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틀레틱에서는 세계 여자축구 선수 가운데 이적료 100만 파운드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유력한 후보군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호는 여성의 노동과 안전에 관한 기사들에 집중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더욱 다양한 이슈들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월 첫 주에는 매서운 꽃샘 추위 소식이 들리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오진달래 드림
3.8 세계 여성의 날 ‘꽃보다 여성파업’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이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애초 여성의 날은 100여년 전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지의 여성노동자 파업에서 유래됐다. 여성노동자들의 파업의 역사 위에서, 독일의 페미니스트이자 노동운동가인 클라라 체트킨이 1910년 국제여성노동자대회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만들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3월 8일 ‘여성파업’은 애초 세계여성의날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모습일 테다.
한국 사회에서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은 여러 방식으로 기념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층위의 페미니스트들이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노동운동 단위가 주축이 되어 여성노동자 대회를 열어왔다. 또 한편, 기업들에서 여성의날을 활용해 여러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여성 직원들에게 반차를 주는 회사도 있고, 러시아는 꽃 매출이 두 배로 증가하는 등 여성들에게 선물을 주는 날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여성의날을 기념하는 각 나라의 흐름을 다 살펴보진 못했지만, 성불평등이 심각한 나라일수록 불평등한 현실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여성들에게 축하와 선물과 꽃을 나누는 형식적인 날처럼 된 것 같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성평등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지만, 1975년에 여성총파업을 벌였던 10월 24일이 되면, 아직 ‘완전한 평등을 쟁취하지 못했다’며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여전히 크고 작은 파업을 벌인다. 2016년 10월 24일에는 15% 성별 임금 격차에 항의하며(한국의 해당 년도 성별임금격차는 36.7%이고, 세계경제포럼에서 집계한 한국 성평등 순위는 105위다) 다시 여성파업을 감행했다. 이후 2018년부터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초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증제 의무화 법‘이 시행되고 있다. 사업주는 노동자가 25명 이상이면 임금격차에 성별 요인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인증 받아야 하며, 인증을 못 받으면 벌금이 부과된다.(한국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남녀고용평등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지난 10년, 한국 사회 여성들은 강남역 살인 사건부터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 시위’와 미투 정국을 거치며 함께 깨달아 갔다. 침묵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목소리 내고 광장으로 나오고 투쟁을 통해서만 권리를 쟁취할 수 있음을.
(조한진희(반다) 기자, 일다, 24.02.04)
‘피해자다움’ 논리 깬 미투…그들의 절박함을 법원이 알게 됐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자살 충동을 경험한 30대 여성 비율이 또래 남성보다 2배가량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는 여기까지였지만 이후에 올 여성들은, 다음 세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리라 믿습니다.”
서지현은 안태근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지난해 12월21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6년 전 서지현과 함께 수많은 여성은 애써 억누르고 삼켜온 성폭력 피해 경험을 폭로했다. 각계각층에서 터져 나온 ‘미투’는 성폭력이 구조적 차별 문제라는 점을 드러냈다. 서지현의 바람처럼 거대한 파도가 된 ‘미투 운동’은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웠고 성범죄와 2차 가해를 대하는 법원의 태도까지 크게 바꿔놨다.
법원은 오랫동안 ‘진정한 피해자라면 가해자와 평소처럼 지낼 수 없을 것’이라거나 ‘진정한 피해자라면 즉시 신고할 것이다’ 같은 근거 없는 인식으로 피해자의 증언을 묵살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법원은 그동안 고수한 전형적인 ‘피해자다움’을 타파했다. 대신 성범죄 피해자들의 개별 상황을 고려해 증언 신빙성을 판단하는 방향으로 역사적인 진전을 시작했다.
‘미투 1호 판결’로 꼽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은 법원의 태도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1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이후에도 가해자가 좋아하는 아침 식사를 찾으러 다닌 점, 주변 동료들과 평소와 같이 가해자를 지지하는 대화를 나눈 점 등이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취지다.
하지만 2심에서 안 전 지사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심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1심 판단을 대부분 뒤집었다. 이어 “지금 미투 상황에서는 얘기할 수 있지만,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 2차 피해, 감내해야 하는 변화들(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는 피해자의 호소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한겨레, 24.01.30)
"이X 얼굴 좀 보자!" 조사받으러 간 경찰서, 가해자가 달려들었다
"저는 경찰을 못 믿어요." - '바리캉 사건' 피해자 아버지
"범죄 피해자가 되는 순간 일상이 사라졌어요." - '인천 스토킹 살인' 피해자 사촌언니
그저 생소했다. 범죄를 겪은 직후부터 피해자들은 수사와 재판이라는, 평소 겪어보지 못했던 절차와 맞닥뜨렸다. 나아가 '국가의 공백'과도 마주해야 했다.
자신 또는 가족의 사건임에도 피해자들은 형사소송에서 제3자였다. 수사기관과 재판부 재량에 따라 활동 범위가 결정됐다. 피해자들이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가해자에게 정당한 죗값을 묻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 그들의 일상 회복은 뒤로 밀렸다.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내면 "국가에 무엇을 바라고 저러냐"는 세간의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대한민국의 범죄 피해자들은 "국가의 부재와 마주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되고 말았다. (중략)
수사기관이 해야 할 일을 피해자가 대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23년 7월 17일 오전 6시쯤 인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출근하던 최나연(30대, 가명)씨가 옛 연인이 휘두른 칼에 찔려 숨졌다. 가해자와 같은 직장에 다녔던 최씨는 심해지는 집착에 이별을 통보했는데,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의 폭행을 당하고 4개월 동안 스토킹에 시달렸다.
사건 발생 약 한 달 전, 최씨의 경찰 신고 후 가해자는 흉기를 구입했다. 이후에도 최씨 주변을 맴돌며 동선을 파악한 그는 스토킹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지만, 결국 범행을 저질렀다.
보복살인죄는 일반살인죄보다 형량이 더 무겁다. 가해자는 당초 수사기관에 "스토킹 신고로 현행범 체포가 돼 화가 나 칼을 구입했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보복 목적이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최씨가 겪은 스토킹 피해를 없는 일 취급했고, 가해자에게 일반살인죄를 적용했다. 검찰 공소장엔 보복의 중요한 증거인 가해자의 흉기 구입 시점 등이 빠졌다.
(김화빈⸳복건우 기자, 오마이뉴스, 24.02.20)
여성은 못 가는 그 공원…‘CCTV 30대 있으면 뭐해요’
“원래는 사람도 많고 평화로운 공원인데, 그 일 뒤로는 젊은 여성들이 오질 않습니다.”
서울 관악구 한 공원에서 30대 여성이 살해당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사법 절차는 진행 중이다. 범인 최윤종(31)은 지난달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지역 사회는 아직 범죄 피해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늘었지만, 주민들에게 ‘공원’은 사라졌다. 주민 이기복(76)씨는 ‘주민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들이 공원에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략)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학교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사고 예방을 위해 도로 구조를 전부 바꾸는 것처럼 범죄 이후의 공간은 여성이나 어린이 등 약자의 경험에 따라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허억 가천대 교수(행정학)는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없도록 개방감 있게 공간을 재배치하고, 운동기구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시설을 추가 설치하는 것도 좋다. 공간을 밝게 구성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곽진산⸳김채운⸳고경주 기자, 한겨레, 24.02.19)
‘성폭력 피해자 임신중지’, 해바라기센터 설치 병원서도 퇴짜 일쑤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가 설치된 수탁병원 10곳 중 3곳은 성폭력 피해자의 임신중지 시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2021년부터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됐는데도, 여전히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는 보건의료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2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펴낸 ‘성폭력 피해자 임신중단 지원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해바라기센터 35개소(전국 총 39개소) 가운데 ‘낙태죄’가 폐지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성폭력 피해자의 임신 상담 및 지원 경험이 한 건이라도 있는 기관은 85.7%(30개소)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를 위한 상담·의료·법률·수사 지원을 통합 제공하는 기관으로, 현재 국공립병원에 19개소, 민간병원에 20개소가 설치돼 있다.
해바라기센터로부터 임신 관련한 의료 지원을 받은 성폭력 피해자 중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인원이 53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연유산 등 기타 의료 지원을 받은 사람이 17명, 출산 의료 지원이 3명이었다.
해바라기센터 수탁병원 35곳 중 성폭력 피해자 임신중지 시술이 가능한 곳은 25개소(71.4%)에 그쳤다. 시술이 불가능한 나머지 10개소는 주로(80.0%) 외부 병원으로 피해자를 연계해 임신중지 시술을 진행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임신중지 의료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힌 수탁병원에서도 병원의 지원 절차 부족이나 의료인의 거부 등을 겪는 경우가 있어, 실제 시술이 가능한 병원은 더 적을 것으로 봤다.
(오세진 기자, 한겨레, 24.02.25)
“여성 능력·전문성 폄훼” 의사들, ‘성차별 논란’ 박민수 차관 고발
여성 의사들이 ‘성차별 발언 논란’을 일으킨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대의대 함춘여자의사회(회장 김나영), 이화여대의대 동창회장(회장 임선영), 연세대의대 여자동창회(회장 이승헌), 고려의대 여자교우회(회장 전혜정), 가톨릭대 의대 여성동창회(회장 김찬주), 분당서울대병원 여교수회(회장 최성희), 연세대의대 여교수회(회장 박미숙) 총 7개 단체는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서 박 차관은 지난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 중 의대 증원 정책 근거를 설명하며 “여성 의사 비율 증가,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의 근로시간 차이까지 분석한다”고 했다. 의료계 안팎에서 ‘성차별 발언’ 비판이 나왔으나 복지부는 부인했다.
여성 의사들은 “박 차관의 발언은 이 땅에서 어머니와 아내로, 딸로서 최선을 다해 분투해 온 여성 의사가 남성 의사와 비교할 때, 온전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여성 의사들은 깊은 좌절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세아 기자, 여성신문, 24.02.27)
40년 만에 금기를 깨다… ‘성교육’ 등장시킨 ‘딩동댕 유치원’
<딩동댕 유치원>(이하 ‘딩유’)은 국내 어린이 프로그램 중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딩유>는 EBS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KBS 3TV에서 1982년 ‘텔레비전 유치원’으로 시작해 40년에 넘게 아이들 곁을 지켰다. 그런 <딩유>에서 최근에야 시도한 아이템이 있다. ‘유아 성교육’이다.
금기를 깨고 최근 ‘성교육 특집 2부작’을 기획한 이지현 PD를 지난 19일 경기도 일산 EBS 사옥에서 만났다. 이 PD는 “(유아 성교육 기획이) 처음이었지만 혁신은 아니었다”며 아쉬움을 섞어 자평했다.
<딩유>에서 유아 성교육 기획을 하겠다는 것은 지난해 여름쯤 공개됐다. 이후 한 맘카페에 우려의 글이 올라왔다. ‘성교육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음란한 소재가 아닐까’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성교육은 인지 능력이 생긴 초등 고학년부터 하는 게 좋다’는 내용의 동의글도 올라왔다.
이 PD는 기획을 준비하며 성교육 전문 배정원 세종대 교수와 유아 성교육 특화 기관 ‘딱따구리 우따따’를 통해 자문을 받았다. 자문 협조를 받은 이들도 걱정을 먼저 했다. 이 PD는 “‘어디까지 다루실 거냐?’는 말이 돌아왔다. 전문 성교육 기관들도 강의를 하면 보수단체에서 항의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며 “회사 내에서도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나도 좀 꼬리를 내려서 기획하게 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14일과 21일 방송된 특집의 제목은 각각 ‘내 몸은 내 거야’와 ‘참 예쁘다 내 몸!’이다. 14일자 방송은 내 몸의 소중함을 인지하고, 타인이 내 몸의 경계를 침범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뤘다. 누군가가 자신의 몸에 허락 없이 다가왔다면 믿을 만한 어른에게 얘기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21일자 방송은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는 이래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것에 대해서 말한다. 일각에서 우려한 성적인 이미지가 방송에 재현되진 않았다.
(고희진 기자, 경향신문, 24.02.26)
"1년간 전국 韓여성 만났다" BBC가 본 출산율 세계 꼴찌 이유
사상 첫 0.6명대 출산율을 앞둔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 그 원인을 다룬 영국 BBC의 기사가 주목된다.
BBC가 지난 27일(현지시간) 한국 통계청의 출산율 발표에 맞춰 서울 특파원 발로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Why South Korean women aren't having babies)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이날 오전 기준 BBC의 '가장 많이 읽은 기사'로 꼽혔다.
BBC는 "저출산 정책 입안자들이 정작 청년들과 여성들의 필요는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지난 1년간 전국을 다니며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며 취재 경위를 설명했다.
먼저 저출산의 원인으로 '남성육아 분담 부족'이 언급됐다. 한 TV 프로듀서 예진(30)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다"며 "혼자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평가는 친절하지 않다"라고도 말했다. 어린이 영어학원 강사 스텔라(39)씨도 '남편이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느냐'는 말에 "설거지를 시키면 항상 조금씩 빠뜨린다"며 "믿을 수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근무로 인해 육아를 위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예진씨는 "저녁 8시에 퇴근하니 아이를 키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며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BBC는 월요일에 출근할 힘을 얻기 위해 주말에 링거를 맞곤 한다는 사연을 예진씨가 일상인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여성 경력 단절'도 언급하며 예진씨는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이 있다"며 여동생과 뉴스 진행자 두 명이 퇴사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28세 여성은 육아 휴직 후 해고되거나 승진에서 누락된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지혜 기자, 중앙일보, 24.02.29)
왜 여성혐오 범죄는 테러로 불리지 않는가?
영국의 여성인권 운동가인 로라 베이츠 작가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 30여 곳에 알렉스라는 아이디로 1년간 잠복했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일이 오프라인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추적하기 위해서다. 몇 년간 성평등 강연을 다니며 ‘뭔가 달라졌다’고 느끼던 차였다. 서로 만나본 적도 없는 소년들이 정확히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똑같이 틀린 통계를 인용했다. ‘성별 임금격차는 거짓말이다’ ‘남성이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같은 얘기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주장이 유명 정치인의 입에서도 나왔을 때 그는 짐작했다. 온라인은 더 이상 사소한 공간이 아니라고.
베이츠 작가는 2012년 ‘일상 속 성차별’이라는 페이지를 열어 여성들의 성차별 증언 수십만 건을 공론화한 활동가다. 이제는 세계 25개국에 지부를 둔 대형 프로젝트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페미니즘 운동을 확산시킨 주역인 온라인은 이제 거대한 백래시의 통로가 된 듯하다. 페미니스트 작가로서 문제의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전작 〈일상 속 성차별〉 〈목록〉 등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신간 〈인셀 테러〉는 남성 가해자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원제는 ‘여성을 증오하는 남자들(Men who hate Woman)’이다.
“남성 폭력에 대한 논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가해자를 대화에서 지워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1월15일 〈시사IN〉과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베이츠 작가는 ‘불편함을 직시하자’고 했다. “우리 사회는 매년 강간당하는 여성의 숫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강간하는 남성의 숫자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매우 불편해한다. 가해자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환해야만 피해자를 비난하는 대신 예방에 집중할 수 있다.” 여성폭력 범죄에 대해 ‘여성을 혐오하는 남자’보다는 그저 ‘미친놈의 행각’으로 묘사되고, 소셜미디어상의 괴롭힘이 방치되는 현상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었다.
(김영화 기자, 시사인, 24.02.08)
꿈에 그린 여자축구 이적료 100만 파운드 시대 열린다
세계 여자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이적료 100만 파운드(약 16억9000만원)을 돌파하는 선수가 누굴까.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틀레틱은 29일 “세계 여자축구 선수 중 누가 최초로 7자리 이적료를 기록할 수 있을까”라며 유력한 후보군을 소개했다.
4년 전 잉글랜드 첼시 FC 위민 유니폼을 입은 공격수 샘 커(31·호주)가 거명됐다. 커는 현재 여자축구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는 호주대표팀으로 128경기에 출전해 69골을 넣었다.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아시안컵에서 조국을 정상으로 견인했고 2014년, 2018년 대회에서는 두 차례 연속 2위를 이끌었다. 2022년, 2023년 연속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세계 여자축구 베스트 11에 뽑혔다. 2020년부터 첼시에서 뛰면서 지금까지 75차례 출전해 58골을 몰아쳤다. 전 발롱도르 수상자 노르웨이국가대표 아다 헤거베르그(29·리옹), 바르셀로나 소속 알렉시아 푸텔라스(30·스페인),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떠오르는 공격수 알레시아 루소(25·아스널), 독일 국가대표 레나 오버도르프(22·볼프스부르크), 맨체스터 시티 공격수 버니 쇼(27), 미국 워싱턴 스피릿의 윙어 트리니티 로드먼(21) 등이 후보군에 포함됐다. 디애슬래틱은 “최근 아스널이 유명한 여자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상업적인 성공도 경험했다”며 “여자 축구계의 많은 선수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유명 인사가 됐고 구단에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도 가져왔다”고 적었다.
현재 20세 전후 정상급 여자 선수들의 이적료는 20만 파운드 정도 수준이다. 디애슬레틱은 “경력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의 이적료로는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디애슬레틱은 콜롬비아 공격수 린다 카이세도(19), 미국대표팀 떠오르는 영건 올리비아 몰트리(19) 등을 유망한 재목으로 꼽았다. 디애슬레틱은 좋은 선수가 많이 부족한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 등에서는 기량 대비 높은 이적료를 기록하는 선수가 예상보다 빨리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세훈 기자, 스포츠경향, 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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