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7월 첫 번째 뉴스 헐리버리는 여성의제 기사들 가운데 관점과 깊이가 있는 심층기사와 칼럼을 모아 전해드리는 PERSPECTIVE EDITION으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조각이 끝난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여성 장관은 19명 중 5명(26.3%)에 그쳐 “30%를 목표로 한다”는 이 대통령의 공언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여성 살인(미수 포함) 피해자 10명 가운데 3명가량이 범행 전 살인 가해자로부터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같은 이른바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피해가 있었다는 경찰 통계가 처음 나왔습니다. 또한 경찰은 스토킹이나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 가해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의 ‘재범위험성 보고서’를 첨부하기로 했습니다. 오는 16일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 6주년을 맞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피해자 상당수는 각종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참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광주여대와 성신여대가 자칭 ‘남성연대’ 회원으로부터 테러 협박 이메일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6개 여대가 “금번의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며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표적으로 한 명백한 여성 혐오 범죄”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딥페이크 기술의 발달로 프라이버시 침해 피해가 심각해지자 덴마크 정부가 국민들의 얼굴과 목소리 등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자신의 모습이 딥페이크에 사용된 것을 발견한 사람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됩니다.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지 않는 인도네시아에서 쓰레기 선별 노동이 여성들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 에코톤의 다루 세티오리니 대표는 “가난할수록, 여성일수록 쓰레기에 밀접한 노동에 노출된다”고 문제를 지적합니다.
양민영 운동사이 대표가 일본에서 스모계의 성차별에 맞서 싸우고 있는 곤 히요리 선수를 소개합니다. 싱어송라이터 우희준 씨는 책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며 여성 예술가에게 따라붙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적합니다.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케이팝과 무속의 연결고리를 읽어봅니다. 노에미 메를랑 감독이 영화 ‘발코니의 여자들’을 통해 던지고 있는 질문들, 여성의 재생산권과 비동의 강간죄 논의 등을 유해 작가의 칼럼으로 살펴봅니다. 인간의 가부장 문화가 과거 원숭이 등 영장류 집단에서 나타나는 수컷의 권력 우위에서 이어졌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영장류 집단 대다수에서 성별에 따른 권력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뉴스 헐리버리가 이번 호에서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주목할 만한 여성 인물 관련 기사들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오진달래 드림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여성 장관 5명… ‘30%’ 벽 못 넘었다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이 마침내 완성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능하고 충직한 내각"이라 평했지만, 여성 장관은 19명 중 5명(26.3%)에 그쳐 "30%를 목표로 한다"는 이 대통령의 공언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중략)
공석이던 2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새 정부 첫 조각이 매듭을 지었다. 19개 부처 장관 중 여성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등 5명(26.3%)이다. 여성 장관 비율이 가장 높았던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의 여성 비율(27.8%)에는 못 미친다. 앞서 김대중 정부는 첫 내각에서 여성 장관을 3명 임명했고, 노무현 정부는 3명, 이명박 정부는 1명, 박근혜 정부는 2명, 윤석열 정부는 3명을 지명했다. (중략)
이 대통령은 꾸준히 내각 구성에서 성별 균형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지난 5월 대선 과정에서는 취재진으로부터 내각의 여성 비율 목표치에 대한 질문을 받자, "여성을 30% 이상 확보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자신이 없다. 안 한다는 것은 아니"라며 "(내각 여성 비율) 30%를 넘기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 공약에선 아예 빠졌다.
(이하나, 여성신문, 25.07.11)
살인 피해 여성 32%, ‘친밀 관계’ 가해자에 범행 앞서 폭력 당했다
지난해 여성 살인(미수 포함) 피해자 10명 가운데 3명가량이 범행 전 살인 가해자로부터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같은 이른바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IPV: Intimate partner violence) 피해가 있었다는 경찰 통계가 처음 나왔다. 상당수 여성이 ㄱ씨나 ㄴ씨처럼 전·현 배우자나 연인 등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살인이란 극단적 범죄를 당하기 전에 ‘여성폭력’이 선행됐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10일 경찰청이 발간한 ‘2024 사회적 약자 보호 주요 경찰 활동’ 보고를 보면, 지난해 살인범죄(미수 포함) 여성 피해자 총 333명 가운데 ‘여성폭력’ 피해 이력이 있는 경우는 108명(32.4%)이다. 여성폭력의 세부 유형은 가정폭력 피해가 60건(55.6%)으로 가장 많았고, 교제폭력 34건(31.5%), 스토킹 12건(11.1%), 성폭력 2건(1.9%)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 살인 피해자(435명)의 경우 과거 가정폭력·교제폭력 등의 경험이 있는 경우가 42명으로 9.7%에 머물렀다. 살인에 앞서 ‘친밀한 관계 폭력’을 겪었던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3배 이상 높았다. 2023년에도 여성 살인 피해 사건 중 여성폭력 피해 이력 비율이 34.4%로, 남성(8.2%)보다 많았다.
경찰이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진 폭력이 살인 사건으로 이어진 통계를 분석하기 시작한 것은 2023년부터다. 많은 여성이 전·현 배우자나 연인으로부터 폭력을 겪다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는데도 정부 차원의 통계가 존재하지 않아 대응책 마련에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경찰은 2023년 1월부터 모든 살인(미수 포함)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해자 사이에 과거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성폭력 등으로 신고가 있거나 입건·처벌 받은 이력이 있는지 기입하도록 했다. 지난해 살인 전에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이 있었는지를 분석한 데 이어, 이번에 처음으로 피해자 성별을 나눠 실태를 확인했다.
이번 경찰 보고의 2023~2024년 살인 전 친밀한 관계 내 폭력 발생 현황 및 피해자 성별을 교차한 분석 결과를 보면, 가정폭력이나 교제폭력·스토킹·성폭력 등 전·현 배우자나 연인같이 ‘친밀한 관계’에서 주로 발생하는 범죄가 살인(미수 포함)까지 이어진 사례가 여성에게 쏠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여성 살인의 30% 이상에서 ‘친밀한 관계 폭력’이 선행됐다는 것은 ‘여성폭력’이 사회·구조적 폭력의 일환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여성폭력에 대해 수사기관이 초기 대응 과정에서 범죄의 심각성을 깊이 인지하는 등 정책적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실·임재우·박현정, 한겨레, 25.07.11)
이어지는 교제살인 ‘영장 기각’···경찰, 영장 신청 때 ‘재범위험성 보고서’ 낸다
경찰이 스토킹이나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 가해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의 ‘재범위험성 보고서’를 첨부하기로 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돼 풀려난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는 일이 잇따르면서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관계성 범죄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프로파일러가 재범위험성·스토킹위험성을 평가한 결과를 첨부해 법원에 제출하는 방안을 올해 12월까지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거나 기각된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사건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지난달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윤정우 사건’이 이번 조치의 계기가 됐다. 윤정우(48)는 지난 6월10일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해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이달 3일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범행 한 달여 전 그가 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위협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스토킹·교제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주거지가 일정하고 별다른 전과가 없는 경우도 많아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위해서는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 도망할 염려가 있어야 한다. 재범위험성은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현진, 경향신문, 25.07.14)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6년…피해자 절반, 아직도 그냥 참는다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와 노동청에 신고한 이후 스케줄이 가학적인 수준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회사에서 보복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괴롭힘으로 공황장애가 생겨 쉬게 해달라고 했지만 무급휴가도, 유급휴가도 불가능하다고만 합니다.”(지난 7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상담 사례)
오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 6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피해자 상당수는 각종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1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4.5%(345명)였다. 이들의 절반 이상(55.7%)은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으며, 회사를 관뒀다는 응답도 18%였다. 회사나 노동조합,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15.3%에 그쳤다.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7.1%) 혹은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2.3%)란 응답이 많았다. 이 조사는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9살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해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38%)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선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란 응답이 31.6%로 가장 많았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모욕·명예훼손(188명)이 가장 많았고, 부당지시(180명), 업무 외 강요(171명), 폭행·폭언(170명), 따돌림·차별(145명) 등이 뒤따랐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의 피해 사례도 있다. 직장갑질119에 지난달 접수된 한 사례를 보면, 사장이 배우자 쇼핑 관련 심부름 등 각종 사적 심부름을 시킨 내역이 문자로 남아있음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법 적용이 안 돼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내용이다. 사적 심부름은 대표적인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이나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남지현, 한겨레, 25.07.14)
6개 여대 "광주·성신여대 테러 협박 메일, 여성 혐오 범죄"
광주여자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가 자칭 '남성연대' 회원으로부터 테러 협박 이메일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6개 여대가 "금번의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며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표적으로 한 명백한 여성 혐오 범죄"라는 성명을 냈다.
덕성여대·동덕여대·서울여대·성신여대·숙명여대·이화여대 등 서울 소재 6개 여대 총학생회 및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에 깊은 분노를 표하며 이를 강력히 성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송신자는 자신을 남성연대 소속으로 지칭하였으며, 수색 결과 폭발물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그 목적은 분명했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학문의 요람을 위협하고, 구성원 전체를 공포에 빠뜨리는 범죄 행위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지난 수년간 여성 혐오에 기인한 각종 범죄가 반복되는 현실을 목도해왔다. 피해자는 늘 여성이고, 사회는 그 사실을 축소하거나 도외시하기에 급급했다"며 "이번 사건 또한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으며, 단지 특정 대학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이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 대학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안전이 위협받는 현실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을 향한 위협과 혐오에 맞서기 위한 연대"라고 했다.
(서어리, 프레시안, 25.07.11)
"여성에게 학문은 필요 없다"는 위협, 성평등 정책 강화로 답해야
지난 7일 성신여대와 광주여대에 경찰특공대와 공군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됐다. 자신을 '남성연대' 회원이라고 밝힌 인물이 "여자에게 학문은 필요 없다", "10kg의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했다," "많은 여성을 죽일 것이다"라는 내용의 테러 예고 이메일을 교직원에게 보냈기 때문이다.
군·경찰, 소방 합동수색 결과 폭발물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학교는 수업 취소와 출입통제 조치를 취해야 했고, 학문의 전당인 학교에 군을 포함한 수백 명의 공권력이 투입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테러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12.3 비상계엄의 공포와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겨우내 아스팔트 위에서 혹한을 견디며 그 공포와 불안을 털어내고자 노력했다. 특히 '빛의 혁명'이라 불렸던 2030 여성들은 무너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차별과 혐오를 걷어내고자 끈질기게 버텼다. 그 이유는 이번 테러 예고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중략)
'미래'는 과거와 현재에서 출발한다. 저출산 위기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해도 현재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면 결국 이 모든 것은 '공염불'이다. 이대로의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이 단단한 성 불평등 구조와 참혹한 현실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다. 우리는 '빛의 혁명' 광장에서 여성, 노동자, 농민, 빈민,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주체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문구가 살아 움직이게 하는 존재들임을 함께 확인했다.
광장 시민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상호 돌봄, 나눔의 연대를 실천했고 그것이 '빛의 혁명'을 가능하게 한 힘이자 무기였다. 이제 평등⋅돌봄⋅연대의 광장이 대한민국 국가공동체 전체의 지향이자 가치이자 실천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국가성평등정책이고 획기적 전환을 주도할 확실한 정책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김민문정, 오마이뉴스, 25.07.11)
딥페이크 피해에 덴마크 "개인 신체에 저작권 부여" 입법 추진
딥페이크 기술의 발달로 프라이버시 침해 피해가 심각해지자 덴마크 정부가 국민들의 얼굴과 목소리 등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각 정당 협의를 거쳐 올해 가을 법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가디언, CNN 등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저작권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엥겔 슈미트 문화부 장관은 CNN에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자신의 모습이 딥페이크에 사용된 것을 발견한 사람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들에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딥페이크 범죄에 대응하는 시도는 이 개정안이 유럽 최초다. 엥겔 슈미트 장관은 "기술이 입법을 앞질렀다"며 해당 법안이 예술가, 공인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디지털의 신원 도용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령, 미디어오늘, 25.07.09)
가난할수록, 여성일수록…쓰레기에 밀접해지는 ‘쓰레기 선별장’의 노동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인도네시아 그레식 지역도 그랬다. 그레식의 응기픽(Ngipik) 쓰레기 선별장 옆 얕은 구덩이는 10년 만에 커다란 쓰레기산으로 변했다. 주변 지역에서 매일 200t이 넘는 쓰레기가 이 선별장으로 들어오지만 선별장에서 하루 동안 처리 가능한 쓰레기는 20t 남짓이다.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 90%는 선별장 옆 구덩이에 버려진다. 쌓인 쓰레기는 건물 7층 높이, 축구장 5개 넓이의 산이 됐고 지금도 매일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지 않는다. 음식물, 종이, 유리, 페트병, 비닐, 농사 부산물이 뒤섞인 채 버려진다. 절반 가까이는 가정이나 마을에서 태워지고, 약 10%만 지역선별장으로 보내진다. 서로 엉겨 붙어 부패한 쓰레기들은 결국 지역 선별장에서도 소각 혹은 매립된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양의 쓰레기들을 다루는 노동 현장에 여성들이 있다. (중략)
트럭이 쓰레기를 쏟아내면 남성들이 바구니로 퍼서 컨베이어 벨트로 옮겼다. 직접 손으로 만지며 쓰레기를 분류하는 건 여성들 몫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선 여성들이 고무장갑이나 천장갑을 끼고 종이상자나 페트병을 같은 큰 쓰레기를 집어냈다. 나머지 컨베이어벨트 위 쓰레기는 파쇄됐다. 파쇄기에서는 플라스틱 가루가 공중에 날렸다.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사람은 없었다. (중략)
현지 환경단체 에코톤(ECOTON)의 대표인 다루 세티오리니 박사는 “쓰레기 선별은 위험하고 유해한 노동이지만 이들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가난할수록, 여성일수록 쓰레기에 밀접한 노동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H&M 재단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쓰레기 수거 노동자의 54%는 전혀 교육을 받지 못했고, 20%는 기초 수준의 교육만 받았다. 사미아는 초등학교가 마지막 정규 교육이었다고 했다.
(오경민, 경향신문, 25.07.14)
[운동사이] 환영받지 못해도 좋다, 차별을 없앨 수 있다면…
곤 히요리 선수는 이렇게 말한다. "스모에는 신성한 면이 있어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남자들만 스모를 해왔죠. 이런 전통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어요." 여성이 스모를 할 수 없는 이유는 허무맹랑한 속설 때문이다. '도효'라고 불리는 스모 경기장에 여성의 몸이 닿으면 부정 탄다고 해 지금도 남자만 할 수 있는 스포츠로 남아 있다. 여성 선수는 아무리 뛰어나도 프로 선수가 될 수 없다.
히요리는 대학에서 성평등을 공부하며 스모계의 성차별에 맞서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세계 역사를 볼 때 성차별에 맞서 싸운 용감한 여성이 많지만 그 대열에 일본 여성이 없다는 걸 깨우쳤다. 그의 말대로 일본은 지금도 여자는 항상 겸손해야 하며 남자보다 세 걸음쯤 뒤에서 걷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곤은 여성 스모의 인기가 높아지면 여성 혐오적인 인습도 힘을 잃을 것이라고 믿는다. 유명한 스모 선수를 많이 배출한 '스모의 땅' 아오모리에서 태어나 고등학생 때 이미 전국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두각을 드러낸 그였다. 대만에서 열리는 세계 선수권 대회에 도전하면서 '스모만큼은 절대 지지 않는다'라고 공언할 정도로 재능 있고 훈련에서도 지독했다. (중략)
히요리 선수가 남자였다면 좋은 성적을 내는 데만 전념하고 고민 없이 프로 선수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환영받지 못하는 여성 선수였고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 스모 선수를 향한 인식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양민영, 여성신문, 25.07.12)
여성 예술가를 밟고 일어서기
우리는 그저 예술가일 수 없다. 여성 예술가는 언제나 ‘여성 예술가’다. 우리가 드러내고자 하는 정신은 쉽게 자기고백으로 폄하되고, 그저 사적인 경험담으로 치부되며, 때로는 단순한 섹슈얼리티로 축소된다. 우리가 낳은 작품들은 탯줄을 자르듯 (이 비유는 나도 원치 않으나 비판적으로 사용하였다. 아마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이 하듯이) 반복적으로 우리에게서 떼어 내어진다.
반면, 남성 예술가의 자기고백은 얼마나 쉽게 미화되는가. 그들의 고백은 ‘사적’인 것이기보다 ‘예술적’이라는 명예를 얻는다. 불명예는 그들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들은 오랫동안 안전한 지대에 올려져 있었기 때문에 ‘부도덕’의 그림자에서도 자유롭다. 오히려 그 고백은 예술가로서의 행위주체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성 예술가의 주체성은 오랫동안 부정당해왔다.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에서 저자 조애나 러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1837년, 영국의 유명 소설가 샬럿 브론테는 당시 영국 국민 시인 로버트 사우티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이 쓴 시에 대한 의견을 구한다. 하지만 사우티는 작가가 되려는 생각은 접으라고 충고했다. “문학은 여자들의 일이 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이어지는 문장에서 사우티는 브론테에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여성이라면 글 쓸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중략)
뛰어난 여성 예술가는 이제 남성적 기질을 발휘한, “여자 이상”의 여자가 된다.
그렇다면 현재에 와서는 어떨까. 여성 예술가의 예술을 ‘사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과거에 부도덕하다며 낙인 찍던 말들을 온건한 말투로 바꿔 말한 것뿐 아닌가?
현대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은 귀여운 경험담으로 치부되거나, 사생활에 국한되는 사적인 영역으로 내몰리거나, 여성의 섹슈얼리티로 축소되곤 한다. 결국 남성적인 기질을 품지 못한, 남근주의 사상 기반의 평론으로부터 평가절하를 당하는 것이다. 우리의 작품은 사소한 것이 된다. 뛰어난 것은 남성적인 것이므로, 여성 예술가와 떼어진다.
칸트는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움은 여성적이고, 숭고함은 남성적이라고.
이러한 오래된 신화들이 과연 지금 우리에게는 없는가?
(우희준, 일다, 25.07.08)
‘K팝’과 ‘무속’의 연결…음악과 춤으로 요괴를 물리치는 ‘여성 영웅 서사’
지난 6월 20일 <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가 공개되었다. 케데헌은 미국의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넷플릭스가 배급을 맡았다. 장르는 뮤지컬, 판타지, 코미디. 제목에서 드러나듯 한국의 케이팝 아이돌이 악귀를 잡는 헌터로 활약한다. 케데헌은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SNS에서는 감상과 2차 연성이 쏟아지고, 영화의 OST까지 빌보드 차트와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차트에 높은 순위로 진입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케데헌은 우선 매력적인 캐릭터와 중독성 있는 노래, 그리고 한국적 요소를 섬세하게 조합했다. 케데헌의 세계관에서 춤과 노래로 악귀를 물리치는 ‘헌터’는 한국의 무당이 기원으로, 매 시대 새로운 헌터들이 발탁되어 황금빛 결계 ‘혼문’을 쳐서 귀마로부터 세상을 지킨다. 2025년의 헌터인 ‘헌트릭스’는 3인조 걸그룹으로, 루미와 조이, 미라가 멤버이다. 세계적인 걸그룹인 헌트릭스는 신곡 ‘골든’으로 혼문을 완성 시키기 직전이다. 실력, 팀워크, 직업에 대한 열정, 팬들을 향한 사랑,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헌트릭스는 그야말로 완벽한 ‘우상’이다. (중략)
케데헌의 감독 매기 강은 케이팝 아이돌의 기원으로 무속인을 선택한 이유를 “음악과 춤으로 요괴를 물리치는 굿”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설명하며, “무당이 거의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영웅 서사와 이어진다고 보았다. “굿이 최초의 콘서트가 아닐까”라는 감독의 말은, 무속의 역할을 생각하면 매우 설득력 있다. 학술적 관점에서 무당은 종합예술인이자 치유자로, 의학도 과학도 충분한 해결책이 아니었던 시대 공동체의 아픔과 위기에 공감하는 존재였다. 한편 춤과 노래를 천시하는 문화는 대중 가수와 대중 음악을 저급한 것으로 취급하는 데까지 확장되었다. 케이팝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 애들이나 좋아하는’, ‘생각없이 노래하는 인형들의’, ‘질이 떨어지는’ 장르 취급을 받았다. 케이팝과 무속의 연결은 한국적인 요소를 살리는 동시에, 주변화되었던 ‘여성-종합예술가’가 예술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연결한다는 서사를 완성한다.
(이진송, 경향신문, 25.07.09)
죽이는 여자에게 자유가 있다, ‘발코니의 여자들’
46도의 폭염을 기록한 프랑스 마르세유의 빌라에 세 친구가 모인다. 아직 뜨지 못한 드라마 배우 엘리즈, 1인 성인 방송을 진행하는 '캠걸' 루비, 아직 소설 한 편도 완성하지 못한 작가 지망생 니콜. 세 여자는 반대편 아파트의 잘생긴 남자를 구경하는 스릴을 만끽하다가 그의 초대를 받아 매혹적인 집으로 발을 들인다.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 밤을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피가 낭자한 불행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미쳐가는 날씨만큼 호들갑스러운 삼류 코미디, 또는 감각적 풍경만 남은 아수라장에 머무는 듯하던 영화는 중반부터 '여성에게만' 몹시 현실적인 위협을 암시하며 돌연 방향을 틀어버린다. 사실 오랜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이 돌연 남편을 삽으로 내리쳐 살해하는 오프닝부터, 바람난 남자친구를 죽인 여성이 등장하는 뮤지컬 '시카고'와 같은 전환은 예고됐는지도 모른다. 예상치 못한 죽음이 세 친구를 덮치자 무명 배우, 성매매도 겸하는 BJ, 미등단 작가라는 초라한 수식은 이렇게 바뀐다. 마릴린 먼로 분장을 벗어던진 여자, 피해 사실을 직시하는 여자, 그리고 진실을 기록하는 영매.
니콜이 죽은 남자들의 혼을 보기 시작한 바로 그때부터 영화는 오래도록 설계했던 묵직한 추를 던진다. 여성 재생산권과 '비동의 강간죄' 논의를 거침없이 가로지르며, 인류 역사상 가장 자유로워야 마땅할 현대 여성에게 제 몸에 대한 자유가 '진실로' 허용됐는지를 묻는 것이다.
(유해, 여성신문, 25.07.12)
"인간의 가부장 문화, 과거 영장류부터 이어졌다는 주장 틀려"
인간의 가부장 문화가 과거 원숭이 등 영장류 집단에서 나타나는 수컷의 권력 우위에서 이어졌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영장류 집단 대다수에서 성별에 따른 권력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컷은 대체로 몸집이나 공격 수단 등 물리적인 힘 차이로 권력을 차지하는 반면 암컷은 수컷 선택권에 따른 번식 통제 등 우회적인 경로로 우위를 점했다.
디터 루카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원팀은 프랑스 몽펠리에대 진화과학연구소와 함께 영장류 집단 대다수에서 권력의 성별 편향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구결과를 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공개했다.
원숭이 등 영장류 집단 내에서는 일반적으로 권력이 수컷에게 편향됐다는 것이 오랜 통념이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나 보노보 등 암컷이 우위인 종은 예외로 여겨졌다. (중략)
연구팀은 수컷과 암컷이 각각 권력 우위를 차지하는 사례의 특징도 분석했다.
암컷의 우위는 주로 일부일처제로 수컷과 몸집이 비슷하거나 주로 나무에서 사냥하는 종에서 관찰됐다. 무리를 이루기보다는 단독 생활이나 짝을 지어 사는 경우 암컷의 권력 우위가 흔했다.
수컷이 우세한 경우는 보통 수컷이 암컷보다 몸집이 크거나 공격할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였다. 지상에서 생활하거나 큰 무리를 이루는 경우, 일부다처제인 경우가 포함됐다.
영장류 수컷은 보통 물리적인 수단으로 권력을 얻는 반면 암컷은 짝짓기할 수컷에 대한 선택권을 통해 번식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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