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TOPIC EDITION으로 인사드리는 8월 두 번째 뉴스 헐리버리입니다. 이번 호는 여성의 노동과 안전에 관련된 기사들 그리고 해외 상황과 비교하며 우리의 현재를 진단할 수 있는 기사들을 모았습니다.
올해 기아 생산진 공채에서 처음으로 여성 합격자가 탄생했습니다. 전체 합격자 300여 명 중 여성은 단 2명입니다. ‘넥슨 집게손’ 온라인 괴롭힘 피해자가 경찰의 재수사 결정에 대해 가해자들이 합당한 죗값을 받을 수 있도록 정의롭게 수사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유튜버 쯔양을 상대로 공갈 및 공갈방조 등을 해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제역, 주작감별사, 카라큘라, 크로커다일 등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이 단톡방에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범죄를 공모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인하대에서 또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가 일어났습니다. 채팅방이 개설된 시점은 2020년, 참가자는 무려 1,200명이나 됩니다. 지난해 전체 살인 및 살인미수 4건 가운데 1건은 현재 또는 과거 배우자와 연인, 사실혼 관계의 ‘친밀한 파트너’를 상대로 발생했다는 경찰 통계가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성별 정보가 빠져 있어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대표는 “경찰이 여성 피해 규모를 알리고 싶지 않아 반쪽 통계만 공개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했습니다. 필리핀 출신 박세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저임금으로 동남아시아 여성을 이용하는 성·인종차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극단적인 여성혐오를 테러로 규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국 경찰은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온라인 인플루언서의 영향으로 젊은 남성들이 극단화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비걸 종목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대표 마니자 탈라시가 경기 도중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 자유를'(Free Afghan Women)이란 메시지를 펼쳐 보였다가 실격 처분을 받았습니다. IOC가 금지한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해석됐기 때문입니다.
이라크에서 9살 어린이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 개정이 추진되자 전국적으로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여성계는 이 개정안은 “아동 강간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비혼 여성의 난자를 동결할 권리를 주장하며 소송을 낸 여성이 최근 5년간의 법정 싸움 끝에 최종 패소했습니다. 그는 재판 결과에 대해 예상된 결과지만 이슈에 관한 토론을 불러일으킨 점이 기쁘다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이번 호 뉴스 헐리버리에서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앞으로도 여성의제 관련 기사들을 신중하게 큐레이팅해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며 함께 전진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오진달래 드림
현대차 이어 기아도 생산직 공채서 ‘최초’ 여성 채용… 2명
올해 이뤄진 기아 생산직(엔지니어) 공채에서 처음으로 여성 합격자가 탄생했다. ‘금녀(禁女)의 벽’에 금을 낸 여성 합격자는 전체 합격자(300여명) 중 2명이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의 채용에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발표된 기아 생산직 공개 채용에서 합격한 여성은 2명이다. 기아 생산직 공채 최초 여성 합격자다.
기아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29일까지 생산직(엔지니어)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 합격자 발표는 올해 1월 말께였다. 전체 합격자는 300여명으로 이 중 2명이 여성이었다. 기아 화성 공장에 지원한 이들은 현재 현장 배치 후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공장은 기아 공장 중에서 여성 직원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곳이다.
자동차 생산직은 제조 부서에서 자동차의 부품 등을 조립해 완성차를 만드는 작업을 수행한다. 평균 연봉이 1억을 웃도는 업계 최고 임금과 복지 덕에 일명 ‘킹산직(킹+생산직)’으로 불릴 만큼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다만 업계 특성상 남성 노동자가 대다수다. 기아의 올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채용 임직원 중 여성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한편 지난해 10년 만에 진행한 현대자동차 생산직 공채에서도 처음으로 여성 합격자 6명이 탄생한 바 있다. 현대차는 올해도 생산직 공채에서 여성 6명을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신미정 기자, 여성신문, 24.08.08)
‘넥슨 집게손 괴롭힘’ 피해자 “부디 정의롭게 수사해주길”
“(경찰이) 이제라도 올바른 판단을 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부디 가해자들이 합당한 죗값을 받을 수 있도록 정의롭게 수사해주길 바랍니다.”
‘넥슨 집게손’ 온라인 괴롭힘 피해자인 애니메이터 ㄱ씨는 8일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날 서울 서초경찰서는 불송치(각하) 결정했던 그의 피해를 재수사하기로 했다. ‘과거 페미니스트에게 동조한 듯한 글을 게시한 적이 있음’을 각하 사유로 거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2차 가해”, “성차별적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그 역시 경찰의 설명이 이해되지 않는다.
“페미니스트는 성평등을 이루고자 행동하는 사람인데, 그에 동조하는 것이 비판받을 만한 일인지 의문입니다. 앞서 문제가 된 ‘집게손’을 제가 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경찰이 언급한 대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받은 건, 결국 제가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라는 뜻이 되는 거잖아요.”
경찰은 그에게 욕설을 하며 퇴사를 부추기거나 심지어 사망을 원한다는 내용의 글을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이라고 봤다.
ㄱ씨의 일상이 갑작스레 무너진 건 지난해 11월 게임회사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영상 속 여성 캐릭터가 0.1초 동안 보인 손가락 모양이 남성 비하를 위한 ‘집게손’이라는 주장이 남성 이용자가 대다수인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여성인 ㄱ씨가 이를 그렸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졌다. 해당 그림을 그린 애니메이터는 40대 남성으로 밝혀졌지만 인신공격과 성적 모욕 등 괴롭힘은 잦아들지 않았다. ㄱ씨가 과거 에스엔에스(SNS)에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중략)
ㄱ씨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해달라는 고소를 하기까지 약 6개월이 걸렸다. 넥슨이 해당 영상을 비공개한 지난해 11월25일부터 올해 1월4일까지 그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덕수와 한국게임소비자협회가 수집한 괴롭힘 글만 최소 3500여건. 그 중 정도가 심한 글 308건을 추려 지난 5월16일(267건)과 6월14일(41건)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중략)
그러나 지난달 30일 온라인상의 익명 가해자들이 자신을 성적으로 모욕하고 신상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괴롭힌 행위가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쓰인 경찰의 수사결과 통지서를 받고 참담했다. 국가를 믿었던 만큼 배신감도 컸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뒤집은 건 시민들의 연대였다. ‘엑스’(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잘못된 수사 결과에 항의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를 정리한 게시글이 빠르게 공유됐다. ㄱ씨는 “저 혼자였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이다. 성차별 없는 대한민국을 원하는 모든 페미니스트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익명성을 무기로 한) 가해자들의 범죄는 이제 ‘찻잔 속 태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한겨레, 24.08.08)
"그냥 몇천 시원하게 당겨"…민낯 드러난 '쯔양 공갈' 유튜버들
"고소당해봤자 벌금 나오고 끝난다", "그냥 몇천 시원하게 당기는 게 낫지 않나"
14일 공갈 및 공갈방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 주작 감별사(본명 전국진), 카라큘라(본명 이세욱), 크로커다일(본명 최일환) 등은 쯔양을 상대로 범행하면서 범죄 수법과 갈취 금액 등을 공유하거나 조언하는 등 모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검찰 브리핑에서 공개된 피고인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및 통화의 주요 내용에는 이들이 유튜버 쯔양을 두고 주고받은 발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들은 "나도 돈 좀 받게 동생 좀 꽂아주십쇼. 형님 혼자 드시지 마시고"라며 공갈을 독려하거나 부탁하는가 하면 "네가 쯔양 영상 올려서 조회수 터지면 얼마나 번다고"라거나 "일단 영상을 대충 만들어서 쯔양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하는 등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이거 2억은 받아야 될 것 같은데", "그냥 한 3천 받아"라며 공갈 액수를 조율해주기도 했다.
특히 검찰은 이들이 "쯔양과 관련한 제보 내용으로 사이버불링(온라인 상 집단 괴롭힘)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유튜브 본사로부터 제재받거나, 사회적 비판을 받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접촉해 돈을 받는 것이 이익"이라는 의견까지 주고받았다는 점 등에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공모했다고 봤다.
이들은 '한국 온라인 견인차공제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정기모임과 단합대회를 하며 결속을 다졌고, 2021년 말 친목 도모 목적으로 카카오톡 단체방을 개설했는데 이 단체방이 추후 공갈 등 범죄 모의 통로로 변질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영주 기자, 연합뉴스, 24.08.14)
"참가자만 1,200명" 인하대에서 또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지난해 초 인하대 졸업생 유 모 씨(가명)는 익명의 SNS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텔레그램 채팅방에 당신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과 신상정보가 공유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유 씨가 채팅방에 들어가 보니 연락처와 학번 등 개인정보와 함께 여성의 나체 사진에 유 씨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합성물 수십 개가 쏟아졌습니다.
유 씨의 목소리로 노예나 주인님과 같은 단어를 말하는 음성 파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참가자는 무려 1,200명, 방이 개설된 시점은 지난 2020년이었습니다.
[유 모 씨/피해여성 (가명, 음성변조)]
"딥페이크로 만든 스티커 사진을 계속 저희 이모티콘처럼 올려가면서 ‘한물간 누구누구다’ 이런 식으로‥"
유 씨가 해당 채팅방의 존재를 알게 되자 이들은 대놓고 유 씨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채팅방에서 봤다, 본인이 맞느냐, 하는 메시지가 수시로 날아들었고, 전화를 걸고는 유 씨가 받지 않자 다짜고짜 욕설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유 모 씨/피해여성 (가명, 음성변조)]
"하루에 많게는 진짜 20번 30번 넘게도 전화가 왔었고 이게 전화만 오는 게 아니라 보이스톡이라던지 DM, 카톡 이렇게 다 문자까지 오니까‥"
유씨가 연락을 받지 않자 보복이 돌아왔습니다.
가해자들은 유 씨 지인들 모습으로 합성물을 만든 뒤 '유씨 때문에 이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흉기로 지인을 해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이승지 기자, MBC뉴스, 24.08.19)
"무기력한 경찰에 실망"‥스스로 추적단 불꽃이 된 피해자
또다시 텔레그렘 딥페이크 성범죄‥막을 방법 없나?
살인·미수 4건 중 1건은…배우자나 애인 노렸다
지난해 전체 살인 및 살인미수 4건 가운데 1건은 현재 또는 과거 배우자와 연인, 사실혼 관계의 ‘친밀한 파트너’를 상대로 발생했다는 경찰 통계가 처음 나왔다. 경찰이 피의자와 피해자 간 관계를 바탕으로, 배우자 등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범죄 규모를 파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친밀한 파트너에게 살해당하거나 당할 뻔한 피해자들의 성별은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살해당하는 여성 대부분은 남편이나 연인 같은 친밀한 파트너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향이 확인되지만, 한국 상황을 드러내는 정부 통계는 여전히 빈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19일 보면, 2023년 살인범죄(미수 포함) 피의자는 모두 778명으로 그중 192명(24.6%)은 전·현 배우자와 전·현 애인, 사실혼 배우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가 끝내 목숨을 잃은 살인 사건 피의자는 289명으로 그중 83명(28.7%)이 배우자를 비롯한 친밀한 파트너를 살해했다. 이들에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배우자(43명)와 전 배우자(2명), 사실혼 배우자(9명)였다. 애인(25명)이나 전 애인(4명)을 살해한 교제살인도 29건이었다. 살인 미수 피의자 489명 가운데 109명(22.2%)도 배우자(45명), 애인(23명), 전 애인(19명), 사실혼 관계(17명), 전 배우자(5명)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중략)
지난 2009년부터 해마다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인(미수 포함)’ 건수를 취합해 발표해 온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대표는 “이전엔 범죄자와 피해자 관계 자료가 부실해서, 이번엔 성별 자료가 부실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며 “경찰이 여성 피해 규모를 알리고 싶지 않아 반쪽 통계만 공개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도 “친밀 관계 내에서 주로 어떤 성별이 죽임을 당하는지를 알 수 없다면 (이런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성별 고정관념이나 왜곡된 성문화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밝히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최윤아·박현정 기자, 한겨레, 24.08.20)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입국… 기대와 우려 교차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6일 입국했다. 이들은 교육을 거쳐 오는 9월부터 맞벌이 가정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저출생 해소’라는 정책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에도 정부 당국이 시범사업을 강행하는 모양새다. 이주노동자의 안전과 인권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입국한 이들은 필리핀 정부가 발급한 돌봄노동자(Caregiver) 자격증을 가진 24~38세 여성들이다. 고용허가제(E-9) 비자로 한국에 왔다. 2박 3일간 고용허가제 공통 기본교육을 시작으로 4주간 총 160시간의 특화 교육을 받게 된다. 안전보건 및 기초생활법률, 성희롱예방교육, 아이돌봄·가사관리 직무교육, 한국어(초·중급) 및 생활문화교육 등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서울 강남구 역삼역에서 걸어서 5분 이내의 공동숙소의 1인실이나 2인실에서 지낸다. 오는 9월3일부터 실제 가정에 연결돼 시범사업이 종료되는 2025년 2월 말까지 근무할 예정이다. 서비스 제공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최저임금인 시급 9천860원을 받게 된다. (중략)
필리핀 출신 박세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지난해 8월2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에서 “저임금으로 동남아시아 여성을 이용하는 성·인종차별이며, 돌봄 노동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적 공간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상담과 지원대책이 있는가?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주가사노동자가 본인의 피해구제에 대한 적극적인 도움과 통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 정부가 이 상황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다면 가사도우미들의 도입을 금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세아 기자, 여성신문, 24.08.07)
영국, 선 넘는 여성혐오 '테러' 규정해 다스린다
영국 정부가 극단적인 여성혐오를 테러로 규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극단적 이념들을 조사하기 위한 대테러 전략 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영국 내무부는 극단적인 여성 혐오를 이슬람 성전주의나 극우 극단주의 등과 같은 선상의 테러로 놓고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영국 내무부는 이슬람·극우·동물권·환경·북아일랜드 등과 관련한 극단주의를 '우려 범주'로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교사나 의료 전문가, 지방 당국자는 이 범주에서 극단주의 조짐을 보이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해당 대상을 대테러 예방 프로그램 '프리벤트'(Prevent)에 위탁할 법적 의무를 진다.
이번 조치는 우려 범주에 여성혐오 범죄를 추가하려는 것이다.
여성혐오와 관련해서도 이미 '인셀'(Incel)이 우려 범주로 지정돼 있지만, 이 같은 분류 체계로는 다른 형태의 여성혐오 폭력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인셀은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줄임말로, 여성에게 거부당했다는 인식으로 인한 적개심과 폭력성을 발현하는 남성 하위문화를 일컫는다.
영국 내에선 수년 전부터 극단적 여성혐오가 확산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특히 지난 2021년 런던에서 30대 여성이 귀갓길에 괴한에 납치돼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혐오 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요구가 분출했다.
지난달 영국 전국경찰서장협의회(NPCC)는 여성 폭력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전염병'과 같은 범죄 규모를 고려해 이 같은 폭력을 다루는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경찰은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온라인 인플루언서의 영향으로 젊은 남성들이 극단화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혜림 기자, 연합뉴스, 24.08.18)
'아프간 여성에게 자유를' 메시지 펼친 난민 비걸, 관중은 환호했지만 '실격' 처분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비걸 종목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대표 마니자 탈라시(21)가 경기 도중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 자유를'(Free Afghan Women)이란 메시지를 펼쳐 보였다가 실격 처분을 받았다. 대회조직위원회는 그가 전한 메시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금지한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탈라시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비걸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인디아 사르조에와 맞대결을 펼쳤다. 그는 공연 도중 상의를 벗고 안에 입은 옷 등 뒤에 'Free Afghan Women'이라는 메시지를 펼쳐 보여 관중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탈라시는 심사위원단 투표에서 사르조에에게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후 대회 조직위원회는 경기 결과를 '점수 차에 의한 패배'가 아닌 '실격 처분(DSQ)'으로 바꿨다. 아울러 탈라시의 점수를 '0점'으로 표기했다.
탈라시가 IOC 헌장 50조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IOC는 헌장에 '올림픽 현장에서는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종교·인종적 선전을 할 수 없다'고 명기했다.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조처다. IOC는 해당 규정을 위반할 경우 국가올림픽위원회, 국제 연맹 및 IOC가 해당 안건을 평가한 뒤 필요에 따라 사안별로 징계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탈라시는 탈락 사유와 관계없이 자신의 행동에 관해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난 사람들에게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한국일보, 24.08.10)
이라크 '9세도 결혼허용' 움직임에…“아동 강간 합법화” 반발
이라크에서 9살 어린이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 개정이 추진되자 전국적으로 시위가 일어났다. 여성계는 이 개정안은 “아동 강간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주 이라크 의회에서 결혼과 이혼, 자녀 양육 같은 가족 문제를 종교 당국이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 개정안이 1차 심의를 통과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라크에는 이웃한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달리 여성들이 결혼과 같은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제도는 없다. 다만 1959년 도입된 개인 지위법에 따라 18세 미만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가족 문제에 대한 결정권도 종교 당국이 아닌 국가와 사법부에 부여하고 있다. 15세가 되면 결혼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지만, 판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법적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승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종교 당국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여성계는 사법 당국의 판단 없이 종교 지도자가 결혼을 허가하게 되면 9살 어린 소녀들도 강제 결혼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다인 기자, 여성신문, 24.08.11)
“비혼 여성의 난자 동결만 막는 것은 성차별”…‘졌지만 잘 싸운’ 쉬자오자오의 5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비혼 여성의 난자를 동결할 권리를 주장하며 소송을 낸 여성이 최근 5년간의 법정 싸움 끝에 최종 패소했다.
소송은 전향적 판결을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고 평가받는다. 소송을 계기로 여성이 자신의 삶을 위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쉬자오자오(徐棗棗·가명·36)가 소송의 주인공이다.
쉬자오자오는 서른 살이던 지난 2018년 11월 난자동결 시술을 받기 위해 베이징수도의과대학 부속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하얼빈 출신으로 베이징의 한 뉴미디어 회사에 다니던 그는 이 무렵 승진해 팀장이 됐고, 이별을 겪었다. 몇 달 뒤 춘절(중국 설) 연휴 기간 만날 친척들이 “서둘러 결혼하라”고 압박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출산도 직장경력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차에 그는 배우 겸 영화감독 쉬징레이(徐静蕾)가 미국에서 난자동결 시술을 받았다는 뉴스를 떠올렸다. 난자동결 시술은 가임기 여성이 난자나 난소 조직 일부를 얼려 향후 임신능력을 보존하는 시술이다.
쉬자오자오는 병원에서 난자가 건강하다고 진단받았지만 “먼저 결혼하라. 그리고 합법적으로 시술을 받으라”는 말을 들었다.
중국 정부는 2003년 ‘인간의 보조 생식 기술에 관한 규정’을 공포해 비혼 여성이 시험관 시술이나 난자 동결 등 임신 관련 시술을 받는 것을 금지했다. 건강 위험과 의료 상업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당국 입장이다. 하지만 난임 부부를 위한 난자동결 시술은 허용한다. (중략)
쉬자오자오는 난자동결 시술을 거부당한 뒤 “난쟁이가 된 기분”을 느끼며 무력해졌다. 그러나 비슷한 고민을 나누는 ‘자조모임’에서 지린성이 비혼 여성도 난임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희망을 다시 품게 됐다. 자신도 소송을 걸어 제도를 바꿔보기로 했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 시술을 받는 방법이 있었지만 많은 여성이 그럴 돈이 없다는 점도 소송을 건 이유였다.
정부를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은 장벽이 높기 때문에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베이징차오양인민법원이 소 제기를 수락해 소송이 성립됐다.
2019년 12월, 2021년 9월 두 차례 공판을 거쳐 2022년 7월 1심 판결에서 패소했다. 쉬자오자오는 남성의 정자 동결은 결혼 여부와 별개로 합법이면서 비혼 여성의 난자 동결만 막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략)
쉬자오자오는 이날 위챗 라이브 방송으로 재판 결과와 소회를 전했다. 그는 “예상된 결과”라면서도 이슈에 관한 토론을 불러일으킨 점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은 최근 몇 년 동안 상당히 바뀌었고 독신 여성에게 점점 더 유리한 방향의 법이 제안되고 있다”며 “끝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경향신문, 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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