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5월 첫 번째 뉴스 헐리버리는 관점과 깊이가 있는 심층기사와 칼럼을 모아 전해드리는 PERSPECTIVE EDITION으로 인사드립니다. 강남역 10주기를 앞두고 여성단체에서 추모주간을 선포하고 공동행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관련 기사들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벌어지는 여성 대상 폭력을 중심으로 한 기사들을 모았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오는 17일 10주기를 맞습니다. 강남역 사건은 여성을 표적으로 한 범죄에 관해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습니다. 실제로 이후 벌어진 비슷한 형사사건의 판결문엔 ‘여성혐오’, ‘여성에 대한 적개심’, ‘불특정 여성 대상 범행’ 등의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여성폭력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는 강남역 사건 10주기 대학생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김지은 씨는 지난 8년간의 싸움을 돌아보며 이제는 운동의 방향이 생존자의 삶을 중심에 두는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5·18 민주화운동이 올해로 46주년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당시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책자를 발간했습니다. 광주 지역 고등학생들이 어린이날 새벽 목숨을 잃은 고등학생을 추모하고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성명문’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피해자가 성인이 된 뒤 또 다른 폭력을 저지르는 사례는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서울 강북구 약물 살인의 피의자 김소영 역시 어린 시절 가정폭력 피해자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온라인 성착취를 경험한 아동·청소년은 최소 12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가 잠재적 피해자라는 의미입니다.
지난 7일, ‘OO조아’ 닉네임으로 “윤어게인!” 등 파면 당한 전 대통령 윤석열씨를 옹호하는 글을 올려온 ‘여성’ 계정이 남성이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기술이 결합한 결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AI를 이용한 아동 성착취물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채팅 플랫폼에서는 성착취 상황극이 벌어지고 있어 더욱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동성과 혼인하는 직원의 결혼휴가를 반려하며 이성 부부와 다른 승인 기준을 적용한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제기됐습니다.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 대표와 은하선 칼럼니스트는 지난 10년간 성교육 현장이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국립극단 연극 <그의 어머니>는 하룻밤에 세 여성을 성폭행한 17세 소년의 어머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강간범의 엄마를 통해 모든 여성이 피할 수 없는 ‘여성혐오’라는 이중의 형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복수는 다르게 전개됩니다. 양민영 운동친구 대표가 영화 <리벤지>의 복수를 분석하며 피해자가 훼손된 몸을 되찾는 순간의 쾌감을 이야기합니다.
지난 28일 유럽의회에서는 명확한 동의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프랑스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집단 성폭행 ‘지젤 펠리코’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과 중국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은 인사는 전원 남성이었습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명백한 가부장적인 권력 과시장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 헐리버리가 이번 호에서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주목할 만한 여성 인물 기사들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김예빈 드림

강남역 살인사건 10주기 앞두고 다시 모인 여성들 “추모 딛고 행동할 것”
일면식도 없는 한 남성이 ‘여자들이 나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한 여성을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오는 17일 10주기를 맞는다. 참가자들은 최근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과 남양주 교제폭력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여성 대상 살인·폭력이 반복되는 현실’을 성토했다.
11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모인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은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10주기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10년 전과 달라진 현실은 아무것도 없다”며 정부에 여성폭력 해결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서울여성회 등 11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발언에 나선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소속 A씨는 “여성들은 우연히 벌어진 범죄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여성들이 그 사건 이후 ‘살아남은 내가 피해자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며 “여성들이 느껴온 불안과 공포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중략)
참가자들은 여성 살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10년 전 강남역을 잊지 않고 정부와 정치가 응답했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들”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직장에서, 집에서, 거리에서 폭력을 겪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민낯”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참가자들은 죽은 듯 누워있는 ‘다이 인(Die-in)’ 퍼포먼스를 벌였다. 여성 폭력 희생자들의 죽음을 추모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검은 옷을 입은 참가자들은 사이렌 소리에 맞춰 약 10분간 도로에 누웠다. 퍼포먼스를 마치고 다시 일어난 이들은 “살아남은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고 외쳤다.
(김태욱·김은송, 경향신문, 26.05.11)

강남역 이후 10년, 대학 여성 운동은 어디로 가야할까
지난 6일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아래 '페미연대')가 주최하고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아래 '서페대연')가 주관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대학생 토론회 <강남역! 다시! 각성, 결집, 행동!>이 개최되었다.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한국 여성운동에 '각성', '결집', '행동'을 남겼다. 여성/페미니스트들이 이 사회에 여성이라서 겪는 폭력과 죽음이 있음을 알게 했으며, 성차별 사회에 분노하고 바꾸겠다는 의지로 결집했고, 미투운동과 불법촬영편파수사 반대 시위 등의 행동으로 나아갔다. 이와 같은 각성, 결집, 행동은 대학 사회에도 이어져 다수의 페미니즘 동아리,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총여학생회 재건 시도 등으로 이어졌다. 이렇듯 페미니즘 대중화 후 10년이 지난 지금, 대학 사회는 어떤 공간이며 앞으로 대학 여성운동은 무엇을 해야할까? (중략)
최지현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이하 인동) 회원은 과거 사회적 실천의 최전선이었던 대학에서, 페미니즘을 비롯한 인권 의제가 '공동체의 과제'가 아닌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일' 혹은 '피로감을 주는 논쟁'으로 치부되는 현 대학 사회의 파편화에 주목했다. 그는 "아무런 갈등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기계적 중립'이 학생사회에서 일종의 도덕적 우위로 숭상받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가짜 평화' 속에서 '저항하는 공동체'의 힘을 복원하는 데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4년 '딥페이크 성범죄 OUT 대학생 공동행동'을 대학생들이 정치적 집단을 통해 무력함과 분노를 실천과 저항으로 만들어 낸 승리의 사례로 들었다.
(서울여성회, 오마이뉴스, 26.05.13)
'강남역 살인' 10주기…판결문엔 ‘여성혐오’ 등장, 양형기준은 제자리
“자신에게 피해를 가하는 여성들로 인한 스트레스와 분노를 해소하고 여성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여성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2016년 5월17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벌어진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 1심 판결문 중 일부입니다. 당시 가해자 김성민(당시 34세)씨는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해 징역 30년을 확정받았습니다.
다만 당시 법원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여성을 혐오하였다기보다, 남성을 무서워하는 성격 및 망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피해의식으로 인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에도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을 표적으로 한 범죄에 관해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습니다. 실제로 이후 벌어진 비슷한 형사사건의 판결문엔 ‘여성혐오’, ‘여성에 대한 적개심’, ‘불특정 여성 대상 범행’ 등의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하지만 사법부의 인식 변화에도 불구하고 법 제도는 보폭을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형 기준에 가중 요소로 ‘혐오’를 명시하는 범죄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정도에 그칩니다. 살인이나 중범죄 영역에선 혐오 동기에 대한 별도의 양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셈입니다.대법원 양형위원회 관계자는 “살인범죄의 경우 감경이 불가능한 특별양형인자로 제3유형인 ‘비난 동기 살인’을 두고 있다”며 “여기에는 무작위 살인이나 이에 준하는 범행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범행을 해당 유형으로 볼지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상 살인범죄 특별양형인자에는 제3유형으로 ‘비난 동기 살인’이 포함돼 있지만, 여성혐오나 특정 집단에 대한 적개심은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결국 혐오 동기를 양형에 어느 정도 반영할지는 재판부 재량에 맡겨져 있는 셈입니다.
(신다인, 뉴스토마토, 26.05.14)

[김지은의 보통날] 다시 쓰는 삶 - 생존 이후, 삶을 짓는 시간
안희정 성폭력 고발 이후 8년의 싸움 끝에 남은 것은 고통과 희생으로 얼룩진 시간이었고, 청춘과의 결별이었다. 돌아갈 일상은 사라졌고, 나는 망망대해의 부표처럼 떠돌았다. 피해자로서의 쓸모를 다하자 조력자들은 떠나갔다. 상징적 피해자로 머물기를 요구하는 시선도 있었고, 절실함을 이용해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도 있었다. 결국 그 자리에 홀로 남겨졌다. 아스러진 시간 속에서도 인간 김지은의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 있었고, 덕분에 겨우 살아낼 수 있었다.
괜찮지 않은 날은 여전히 많다. 다만 그 총량이 조금 줄어들었을 뿐이다. 무수한 밤을 지나왔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슬픔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버텨왔다. 그리고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는 없기를 바라며 외로운 손들을 잡아왔다. (중략)
가해자의 반성을 요구하는 데 머물렀던 운동은 이제 생존자의 삶을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타적인 감수성만으로는 점점 냉담해지는 사회에서 버티기 어렵다. 지난 시간은 법과 정치가 피해자의 삶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법은 완전하지 않다. 해석과 적용에는 한계가 있고, 그 과정에서 진실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
(김지은, 여성신문, 26.05.12)

생존 이후 더 처절했던 삶···5·18 성폭행 피해자들의 생애사적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이유도 모른 채 계엄군의 총칼에 희생당했던 광주시민들이나 전남도청을 지킨 열사들은 그 피해에 대한 약간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성폭행 피해자들은 46년이 지난 지금도 정확한 규모나 인원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규명하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2018년 9월14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바탕으로 2019년 12월 27일 성폭력 피해 실상 규명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이후 2024년 6월 종합보고서를 제출하기 까지 5년 간 정황 증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 기간은 고작 9개월여에 불과했다. 이 기간동안 52건의 피해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36건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되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밝혀진 성폭력 사건은 고작 16건이었다.
성폭행 피해를 오히려 숨겨야 할 치부로 여기거나, 피해자가 오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여서 진술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었고, 피해자가 사망한 후 가족이 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책자를 발간했다.
(선정태, 무등일보, 26.05.11)

“응급구조사 꿈꾸던 제 친구예요”…고교생 피살에 ‘학생 성명문’ 번진다
“모든 청춘에 부쳐 호소합니다.”(광주경신여고 교지편집부 ‘매향’ 성명문)
“청춘의 오늘을 지켜주십시오.”(전남여고 학생회 성명문)
광주 지역 고등학생들이 어린이날 새벽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다 낯선 사람의 흉기에 목숨을 잃은 고등학생을 추모하고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성명문’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동급생의 허망한 죽음에 관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성명문’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형식으로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 릴레이 성명문’은 광주경신여고 교지편집부 ‘매향’이 먼저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8일 성명문에 “피해 학생은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를 꿈꾸던,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제 소중한 친구였다”며 “그날 제 소중한 친구의 꿈은 그렇게 허망하게 멈춰버렸다”고 적었다.
피해자 ㄱ양(17)은 ‘매향’ 소속 학생과 친구였다고 한다. ‘매향’은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심신 미약’이나 ‘우발적’이라는 핑계가 통하지 않도록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성명문 작성에 참여한 이효민(18) ‘매향’ 51기 단장은 1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말 큰 사건인데 사회적 관심이나 보도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서 사건이 묻히거나 잊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많은 사람이 접하는 에스엔에스(SNS)를 통해서 ‘매향’이라는 단체 이름으로 호소문을 올렸다”고 했다.
(기민도, 한겨레, 26.05.10)

"아빠가 무서웠던 소녀, 살해범이 되다"…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아동학대 피해자가 성인이 된 뒤 또 다른 폭력을 저지르는 사례는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서울 강북구 연쇄 약물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소영(20) 역시 어린 시절 가정폭력 속에서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향정신성 의약품을 이용해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했다. 수사 결과 어린 시절 술에 취한 부친의 폭행과 폭언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으며, 가정불화로 정서적 단절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인들 역시 "어릴 때부터 도벽과 자해 등 문제 행동이 있었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학교나 보호시설에서 적응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과거 강력범죄자들 가운데 상당수도 유년 시절 가정폭력을 경험했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본다. 아동기 학대 경험은 정서 형성과 행동 방식에 깊이 영향을 미치고, 이후 삶 전반에 걸쳐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태성·이지영, 뉴시스, 26.05.14)

온라인 그루밍으로 시작되는 성착취…최소 12만명 피해 경험 추산[소녀에게]
온라인 성착취는 더 이상 일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성평등가족부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등 여러 기관의 실태조사를 종합하면, 온라인 성착취를 경험한 아동·청소년은 최소 12만명으로 추산된다.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가 잠재적 피해자라는 의미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온라인 성착취의 첫 단계인 ‘성착취 목적 대화’ 혐의 발생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해당 혐의가 신설된 2023년 73건이었다가 2024년 202건, 지난해 273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범죄도 376건에서 620건으로 늘었다.
실제 피해는 통계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그루밍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2022~2024년 전 연령 온라인 성착취는 7만 6042건 발생했지만 신고율은 7.4%에 그쳤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관계자는 “부모가 피해 사실을 알게 돼 수사기관에 신고해도 심리적 조종 끝에 가해자를 두둔하는 피해자도 있다”며 “성적 대화를 시도한 이들 가운데 수사를 거쳐 형사처벌까지 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피해 규모를 가늠할 단서는 실태조사에 담겨 있다. 2022년 성평등부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전국 중·고등학생(중1~고2) 6548명 가운데 5.5%가 ‘원치 않는 성적 대화나 행위, 이미지 전송 등 온라인 성착취 피해를 한 번이라도 겪었다’고 답했다. 이 비율을 지난해 전국 중·고등학생 222만 명에 대입하면 최소 12만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박상연·홍인기, 서울신문, 26.04.29)

"'윤 어게인' 여성 SNS, 남성이었다" 도대체 AI로 뭘 하고 있나
지난 7일, 'OO조아' 닉네임으로 "윤어게인!" 등 파면 당한 전 대통령 윤석열씨를 옹호하는 글을 올려온 '여성' 계정이 남성이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해당 계정은 20대 여성인 것처럼 영상을 여러개 올렸으나 가짜 계정이었다. 계정에 대해 AI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자 해당 계정주는 "OO조아는 남자"라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중략)
최근 이처럼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기술이 결합한 결과'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AI가 가져올 사회변화, 젠더로 묻다> 라운드테이블에서도 이같은 문제는 지적됐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당일 발제에서 X의 자체 AI인 Grok을 통해 이용자들이 여성 누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날 이민주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역시 "프랑스의 한 비영리단체가 일주일간 X에서 Grok을 태그한 게시물 1만 건과 이미지 1만 장을 분석했더니 이 중 절반 이상은 속옷이나 비키니 차림이었고 대부분이 젊은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조경숙 도토리랩스 대표는 이날 발제에서 최근 인터랙티브 AI 콘텐츠 플랫폼 '제타'(ZETA)의 사례를 들면서 해당 플랫폼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캐릭터 '일진녀 수현'을 언급했다. 과거 '이루다' 사건으로 인해 여성형 AI 챗봇에 대한 성희롱이 문제가 됐으나 해당 현상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민경, 미디어오늘, 26.05.11)

교복 입히고 성적 요구까지…
인공지능(AI) 딥페이크(첨단 이미지 조작 기술)를 이용한 아동 성착취물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아예 채팅 플랫폼에서 성착취 상황극이 펼쳐지고 있다.
부적절한 이미지를 노출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가 아동 캐릭터와 실시간 대화를 통해 성적 상황을 유도하고 그것이 '구현' 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AI 기반 A 채팅 플랫폼에는 젖병을 문 아기, 교복 입은 여학생, 작은 체구의 소녀 등 미성년자로 보이는 캐릭터들이 다수 공개돼 있다. 심지어 홍보용 이미지에 성행위 장면까지 묘사된 경우도 있다.
'초등학생', '12살 소녀' 등 구체적인 연령대가 설정돼 있으며, 일부 캐릭터는 속옷 차림의 어린 소녀 이미지로 홍보된다. (중략)
이러한 성착취물은 AI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미비한 상황을 틈타 활개 치는 대표적인 유해 콘텐츠다.
현재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엑스(X·옛 트위터)의 AI 챗봇 그록이 성적 이미지 생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과일 등을 의인화해 불륜·패륜을 묘사하는 '과일 불륜 드라마' 같은 선정적인 AI 막장 콘텐츠도 확산하고 있다.
청소년들도 별다른 제약 없이 이러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허정원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AI 생성 이미지나 가상 캐릭터라도 교복·어린 외형·학생 설정 등으로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되고,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에서 규정한 성적 행위를 표현한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민지, 연합뉴스, 26.05.15)

청첩장 내면 주는 결혼휴가, 동성부부엔 거절한 공공기관…“취업규칙 위반”
동성과 혼인하는 직원의 결혼휴가를 반려하며 이성 부부와 다른 승인 기준을 적용한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이 제기됐다. 동성혼 법제화 이전이라도 불합리한 복리후생 차별은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동성과 결혼식을 올린 직원의 결혼휴가 승인을 반려한 교육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에 제기된 차별 진정 사건 조사를 마치고, 의결을 위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동성부부의 결혼휴가 사용과 관련해 차별 진정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정인 ㄱ(33)씨는 지난해 2년간 만난 동성 연인 ㄴ(36)씨와 결혼식을 앞두고 결혼을 사유로 한 청원휴가 5일을 신청하며 증빙서류로 청첩장을 제출했다. ㄱ씨는 “앞서 결혼한 직원들도 혼인신고서 등 없이 청첩장만으로 청원휴가를 받았기 때문에 휴가가 승인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략)
하지만 기관 쪽은 휴가 신청을 반려했다. 기관은 ㄱ씨가 낸 휴가를 결근으로 처리했고, 그만큼 일부 임금과 성과급도 삭감됐다. ㄱ씨는 기관 쪽 조처가 차별 행위라며 지난해 10월30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남지현, 한겨레, 26.05.11)

“성기 이름도, 피임도 빼라…한국 성교육 10년째 제자리”
"밤늦게 다니지 마라. 화장을 진하게 하지 마라.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큰 소리로 외쳐라." 익숙한 성교육 지침입니다. 초보 강사이던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 대표는 이게 맞나 싶었습니다. "어른이던 나도 (성폭력 상황에서) 소리를 못 질렀는데 애들한테 지르라고? 그 상황이 성희롱인지 성폭력인지도 모를 텐데."
손 대표는 대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학생들은 아주 자신만만했습니다. "태권도를 배웠으니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거기'를 발로 차면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여학생들은 달랐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져 그냥 주저앉을 것 같아요."
울먹이며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놀이터에서, 학원에서 누군가에게 추행당한 일. 아빠의 성폭력, 학교 교감 선생님의 성폭력. 손 대표는 이후 교육의 방향을 피해자 예방에서 가해자 예방으로 전환했습니다. "가해자가 없으면 피해자도 없다"가 그의 성교육 철학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성교육 현장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고 두 사람은 우려합니다. 은하선 칼럼니스트는 최근 성교육 강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성교육을 하는데 '성' 말고 다른 단어 없냐고 했대요. '관계'란 단어를 쓰면 '성'을 떠올리니까 그것도 쓰지 말아 달라고요. 그럼 뭐 어쩌라는 거야?"
'젠더', '성평등', '음경', '음순'도 금기어랍니다. 피임 교육도, 성폭력 관련 내용도 빼달라는 요구가 빗발칩니다. 학생들은 궁금해하는데, 극구 반대하는 건 학부모와 교사입니다. 손 대표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어른들은 도대체 무엇을 무서워하는 걸까요."
(이세아, 여성신문, 26.05.13)

성폭력 저지른 아들, 우리는 왜 엄마의 죄를 물을까
하룻밤에 세 여성을 성폭행한 17세 소년. 함께 재판을 기다리는 어머니. 아이는 괴물이고, 나는 실패한 엄마일까? 연극 '그의 어머니'는 모든 엄마들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악몽이다.
지난해 초연부터 화제의 중심에 선 연극이다. 순수추천지수, 관람 만족도, 유료 객석 점유율에서 국립극단 신작 통합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바로 재연 막을 올렸다. 김선영에 이어 진서연이 브렌다 역을 맡아 열연한다.
그저 잘 만든 범죄 스릴러였다면 이렇게 화제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가해자 가족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가 범죄를 대하는 방식을 비춘다. 여성 스스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공기 같은 여성혐오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중략)
'니 애미', '느금마' 같은 '패륜 드립'이 유행하기 전부터 아이의 결함이 드러나면 사람들은 손쉽게 그 엄마를 비난했다. 브렌다는 분노한다. 아들이 범죄자가 된 게 제 탓이 아님을 증명할 수 없다. 자신이 '좋은 엄마'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는 영원히 '강간범의 엄마'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넌 내가 만들었고, (자신을 가리키며) 이 여자는 네가 만들었지." 아들에게 냉소하는 엄마. 멋대로 찍으라며 기자들 앞에서 옷을 벗어 던지고 자기 다리 사이를 가리켜 보이는 엄마. 여자를 미칠 지경으로 몰아가는 사회의 잔인함을 포착한 장면이 충격적이다. 속보와 조회수 경쟁에 매몰된 언론을 향한 경고로도 보인다. (중략)
온 나라가 '강간범의 가족'에 대해 떠드는 중에야 슬그머니 나타나, 범죄자로 낙인찍힌 첫째는 외면하고 둘째는 데려가겠다는 아버지. 아이의 죄를 증오하면서도 아이 곁을 지키고, 더 길고 험난할 심판과 속죄의 길로 함께 나아가려는 어머니. 이런 브렌다에게서 어떤 이는 한없이 깊은 사랑과 용기를 느낄 것이다. 다만 누군가는 '엄마라는 저주'를 발견할 수도 있겠다.
(이세아, 여성신문, 26.05.12)

피해자의 몸을 다시 자기편으로
복수에 관한 영화가 좋았다. 주인공의 분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리고 복수가 선사하는 쾌감에 매료됐다. 그런데 이런 영화를 반복해 접하면서 여성의 복수와 남성의 복수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우선 복수의 계기가 다르다. 영화 초반부 주인공은 원수에 의해 상징적 죽음을 맞는데 남성이 부모나 스승의 죽음, 가문의 몰락으로 인해 죽는다면 여성은 육체가 훼손되면서 죽는다. 여성이 복수를 결심하는 계기 가운데 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건 성폭력이다. 때로는 아이가 납치되거나 죽기도 하지만 여성에게 자녀는 분신 혹은 육체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리벤지’의 핏빛 복수도 시작은 성폭력이다. (중략)
여성 복수극으로 유명한 작품 가운데 성폭행당한 여성의 고통을 오래 보여주는 영화도 있다. 이어지는 복수도 남성의 시선과 욕망을 따른다. 애초에 남성은 명예가 추락하면 죽고 여성은 육체가 훼손되면 죽는다는 설정부터가 다분히 현실적이면서 여성혐오적이다. 여성에게 육체가 전부라는 고정관념은 복수의 당위성을 확보하기도 한다. 남자들에게 유린당한 여성이 하지 못할 일이란 없다. 복수가 아무리 잔인해도 당위성이 저절로 확보된다. 오히려 피해 여성이 더 강하고 악랄해질수록, 또 복수의 방식이 기발할수록 관객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커진다.
그러나 정작 피해 여성이 어떻게 힘을 되찾고 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지, 그 과정에 집중하는 영화는 드물다. ‘리벤지’의 감독 코랄리 파르자는 여성의 고통을 흥분의 재료로 소비하는 대신 훼손된 몸이 어떻게 다시 기능하고 싸우는지를 보여준다.
(양민영, 한겨레21, 26.05.13)

‘노는 노’ 넘어 ‘예스만 예스’로···EU, ‘강간죄’ 기준 통일한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는 중요한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명확한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이 원칙을 공통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입니다. 표결 결과는 찬성 447표, 반대 160표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를 두고 “사회적 변화의 큰 걸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동안 EU 회원국들은 강간 정의를 제각각 적용해왔습니다. 어떤 나라는 폭행이나 협박 같은 물리적 폭력이 있어야 강간으로 인정했습니다. 독일·오스트리아·폴란드 등은 ‘노는 노(no means no)’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피해자가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가 핵심이었던 겁니다.
반면 스웨덴·벨기에·덴마크·스페인·네덜란드 등은 ‘예스만 예스(only yes means yes)’ 원칙을 도입했습니다. 명시적이고 자발적인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모두 강간으로 보는 방식입니다.
지젤 펠리코 사건은 유럽 전체에 ‘동의’ 개념을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논의를 촉발했습니다. EU는 이번 결의안에서 “침묵, 저항의 부재, 과거의 동의나 관계 여부 등은 동의로 해석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백민정, 경향신문, 26.04.30)

21세기에 부활한 가부장 외교?…여자 한 명 없는 미·중 정상회담 논란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장 협상 테이블에 단 한 명의 여성도 보이지 않자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미국과 중국 정상회담장의 어느 대표단에도 여성이 눈에 보이지 않아 명백한 가부장적인 권력 과시장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정상회담이 열렸다. 회담은 중국 측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듯 화려한 의식과 행사로 세심하게 진행됐지만 양국 모두 긴 배석 테이블 어디에도 단 한 명의 여성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 기타 고피나트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능력주의의 종말을 그린 장면. 세계 2대 경제 대국 회담에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적었다. 고피나트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쩐지 능력보다는 인맥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면서 “전 세계에 재능 있는 여성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이런 테이블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종익, 서울신문, 2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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