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2월의 두 번째 뉴스 헐리버리는 TOPIC EDITION입니다. 저는 에디터 소원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여성 건강과 노동, 안전 등 여성의제와 관련된 기사들을 모아 전해드립니다.
복지부는 ‘건강검진 운영세칙’에서 ‘미혼 여성’, ‘처녀막’ 등의 단어를 삭제했습니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여성계 비판을 반영한 것입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자살 충동을 경험한 30대 여성 비율이 또래 남성보다 2배가량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인 가구 이상 여성이 다른 가구 형태보다 스트레스 수준이 높았습니다. 해마다 5만여 명의 직장여성이 유산·사산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유산·사산 당시 업무가 임신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여기는 응답자일수록 노동시간이 길었습니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유방암 진단을 이유로 여성 노동자의 채용 제안을 철회해 직장 내 장애인 차별 혐의로 소송을 당했습니다.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서울에 모여 서이초 교사의 순직인정 촉구 및 늘봄 정책 규탄 집회를 열었습니다. 임용된 지 4년을 갓 넘긴 현직 영양교사가 휴직 후 학교 복직 4일을 앞두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학내 집회를 연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수업권 침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연세대 학생들이 패소했습니다. 직장 내 성차별과 맞서 싸우고 있는 금속노조 KEC지회 김진아 지회장의 인터뷰 기사도 준비했습니다. 김 지회장은 올해 열리는 ‘3.8 여성파업’에도 함께합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 씨가 ‘범죄피해자연대’(가칭)라는 자조 모임을 꾸리고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진주 씨의 그간의 여정과 소회를 담은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는 이달 하순께 출간됩니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오징어 게임>의 배우 오영수 씨에게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성폭행 가해자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여자친구의 피해사실에 대한 증거를 조작하고 위증까지 한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고아권익연대가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구로구 오류동 일대에서 초등생에게 성폭행과 성학대를 가한 보육원을 상대로 피해여성에게 진정어린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트럭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강제 성매매에 내몰렸던 필리핀 여성 3명이 자신들에게 강제출국 및 구금 명령을 내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매일매일 여성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곳곳에서 반짝이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날들이기도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안전을 도모하고 건강을 돌보며 충실한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소원 드림
복지부, 건강검진 운영세칙서 ‘처녀막’ 표현 삭제
정부가 건강검진 시행을 위해 필요한 세부 운영 사항을 담은 ‘건강검진 운영세칙’에서 ‘미혼 여성’, ‘처녀막’ 등의 단어를 삭제했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여성계 비판을 반영해 보건행정 용어가 개정된 사례다.
기존 건강검진 운영세칙 6조는 ‘자궁경부세포검사 검체채취는 브러쉬 사용을 원칙으로 하며(면봉사용 절대 금지) 수검자가 미혼여성인 경우에는 처녀막 손상 등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31일 개정을 통해 ‘미혼여성’ ‘처녀막’이라는 단어가 삭제됐다. 개정된 운영세칙 6조는 다음과 같다.
‘자궁경부세포검사 검체채취는 브러쉬 사용을 원칙으로 하며(면봉사용 절대 금지) 질입구주름 손상 등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변창오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실 팀장은 이번 개정에 대해 “여성계의 문제 제기도 있었고, 내부에서도 ‘처녀막 손상’이라는 용어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다인 기자, 여성신문, 24.02.14)
‘팬데믹’ 30대 여성 셋 중 하나 자살충동, 남성 2배…왜?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자살 충동을 경험한 30대 여성 비율이 또래 남성보다 2배가량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4일 내놓은 ‘코로나 발생 후 젠더적 관점의 여성 정신건강 현황과 정책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2021년 자살 충동을 경험한 30대 여성 비율은 32.4%로, 남녀를 통틀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0대 남성이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은 절반 수준인 17.9%에 그쳤다. 전체 연령대에서 자살 충동을 느낀 남성(18.2%)과 여성(18.7%)의 비율은 엇비슷했지만, 유독 30대에서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최근 1년간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음을 의미하는 ‘우울감 경험률’에서도 30대 여성이 65.7%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남성(44.0%)보다 여성(57.4%)의 우울감 경험률이 높은 가운데, 30대 남성의 우울감 경험률은 35.9%로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사회적 환경 변화로 평소보다 스트레스를 더욱 많이 느꼈다고 응답한 비율도 여성(72.4%)이 남성(68.4%)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30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 수준이 높게 나타나고, 2인 가구 이상 여성이 다른 가구 형태보다 (스트레스 수준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기혼 여성의 경우, 미취학 아동 돌봄 문제 가중으로 일·가정 양립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경향이 더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정부가 여성 및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맞춤형 상담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오세진 기자, 한겨레, 24.01.25)
“유산·사산 전 아팠는데 일했다” 81%…산재 인정은 10여년간 10명뿐
해마다 5만여 명의 직장여성이 유산·사산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산 또는 사산할 당시 “몸이 아파도 참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여성 노동자가 10명 중 8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임신한 여성 노동자에게 유해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펴낸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 연구: 유산·사산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5일 살펴보니, 여성 노동자 80.8%가 유·사산 당시 “임신으로 몸이 아팠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참고 일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쓴 연구진은 2015년부터 지난해 7월 사이 유산·사산을 경험한 여성 노동자 859명(유산 94%)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통증을 참고 일한 이유로 ‘업무 특성상 그 업무를 내가 꼭 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대체 인력이 없어서’(64.4%) 라고 가장 많이 꼽았다. ‘휴가 사용 시 눈치(회사 동료 또는 상사의 업무 가중)가 보이거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 때문에’ 그랬다는 응답(24.8%)과 ‘나의 개인적 성향’(10.8%) 때문이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유산·사산 당시 업무가 임신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여기는 응답자일수록 노동시간이 길었다.
(오세진 기자, 한겨레, 24.02.06)
현대차, 미국서 소송...장애인 해고 혐의
현대차 미국 법인이 직장 내 장애인 차별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미국에서 장애인 차별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행위로 간주된다.
미국 BNN뉴스는 18일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현대차와 애틀랜틱프로퍼티가 각각 장애인 직원 해고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장애인법에 따른 불법 해고 혐의가 제기됐다.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는 이유로 여성 근로자의 채용 제안을 철회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의혹이 사실일 경우 현대차는 미국장애인법(ADA)에 따라 불법 해고로 분류될 수 있다.
BNN뉴스는 “이번 소송은 미국 직장에서 장애인 차별과 포용적 업무 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법원은 기업이 모든 사람을 위해 포용적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경수 기자, 데일리카, 24.02.19)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하라” 검은 옷 입은 전국 교사들, 서울 도심 집회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토요일인 17일 서울에 모여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국교사일동’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2호선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서이초 교사 순직인정 촉구 및 늘봄 정책 규탄 집회’를 열었다.
검은 옷을 입고 집회에 나온 교사들은 오는 21일 열리는 인사혁신처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서이초 교사의 순직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망한 교사의 사촌오빠인 박두용씨는 “순직 인정이 가족의 아픔을 온전히 치유해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명예회복과 (고인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마땅한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해 8월 자살한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 교사의 작은아버지도 집회에 나왔다. 그는 “조카는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공무 수행 중 사망한 것이 명확하므로 이는 마땅히 순직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경향신문, 24.02.17)
임용 4년차 영양교사 복직 나흘 앞두고 극단적 선택
임용된 지 4년을 갓 넘긴 현직 영양교사가 휴직 후 학교 복직 4일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3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모 중학교 A 영양교사(33)가 29일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영양교사는 지난 2020년 임용된 이후 이 학교에서 근무해왔으며 지난 1년간 병가와 휴직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월 1일 학교 복귀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A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을 둘러싸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제기되는가 하면 지역 맘카페 등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동료 영양교사는 “고인이 근무한 학교의 경우 교실배식이 이뤄지고 있으며 ‘음식이 차다’ ‘맛이없다’ 등 민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영양교사는 "임용 초기 컨설팅 할때만 해도 밝고 구김살 없는 선생님이었는에 어쩌다 이런 비극적 결말을 맞았는지 이해할수 없다"며 비통해 했다.
(장윤정 기자, 에듀프레스, 24.01.31)
‘수업권 침해’ 소송 22개월…연세대 청소노동자 “학생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아이고, 다행이다.”
김현옥(69)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학내 집회를 연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수업권 침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연세대 학생들이 6일 패소한 직후였다. 판결이 나오기까지 22개월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김씨는 소송 낸 학생들을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노동이고 권리고 몰랐던 걸 알려준 것도 연세대 학생들이었고, 결국 학생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미싱일만 30년 했던 김씨가 연세대 청소노동자로 입사한 건 지난 2008년이었다. 연세대 학생들이 먼저 청소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손을 건넸다. 노조를 싫어했던 김씨는 노조 활동이 권리를 지켜준다는 걸 체감했고, 2년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 분회장까지 맡게 됐다.
2022년 봄은 유난히 학교 쪽과의 단체교섭이 지지부진했다. 조정까지 결렬되고 3월께부터 학내 도로에 섰다. 들고 있던 손팻말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생활임금 보장하라’, ‘인권감축. 학내구성원 안전할 권리 무참히 짓밟힌다.’ 일부 조합원이 소형 앰프로 대표 발언을 했고, 종종 구호도 외쳤다. (중략)
그로부터 22개월간 청소·경비노동자들은 법적 대응을 이어왔다. 이들에게 힘을 보태준 건 또 다른 연세대 학생들이었다. 조합 결성 당시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을 도왔던 연세대 출신 변호사 등 26명이 모여 법률지원단을 구성했다. 먼저 결론이 난 건 형사사건이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그해 12월 집회의 방법·시간·수단 등을 분석한 결과, 업무방해를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해 5월 집시법(미신고 집회 개최) 위반 혐의도 ‘죄가 안 됨’으로 불송치했다. 집회·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세운 경찰이 이런 판단을 내린 건 큰 의미가 있었다고 소송대리인인 정병민 변호사는 전했다.
(김가윤 기자, 한겨레, 24.02.07)
임금 성차별, 여성들이 함께 목소리내야 할 때에요
김진아 씨가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억울해서”다.
“회사를 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점심에 밥도 안 먹고 일하고, 연장 수당 없이 연장 노동도 하고. 그렇게 일했는데, 2010년 파업 투쟁 때 (사측이) 여성기숙사에 남성 용역을 투입한 이후에 너무 배신감을 느꼈죠. 어떻게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할 수 있나 싶었어요.”
2010년 이명박 정권 당시의 일이다. 그해 6월, 회사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결렬된 후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채 한 달도 안 됐을 때, 회사는 600여 명의 남성 용역을 고용해 여성기숙사에 침입시켰다. 새벽이었다. 여성 노동자들은 맨발로 끌려 나왔다. 참담한 순간이었다.
“지금도 그때 떠올리면 여성 동지들이 울면서 이야기해요. 너무 억울해서. 그 일을 계기로 저도 ‘아, 변화해야 하는 구나’ 생각했죠.”
이후 회사는 직장을 폐쇄하겠다고 통보하며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몰아냈다. 노조를 파괴하려는 전략이었다. KEC지회는 공장 점거 농성으로 맞선다.
“천막농성 했을 때, 임신한 여성이 천막에 있었는데도 경찰 헬기를 띄워서 천막을 무너뜨렸어요. 헬기를 띄운 후에 낮추면 천막이 흔들려서 넘어지잖아요. 그런 행동까지 했죠.”
여성기숙사에 남성 용역이 쳐들어왔을 때 112에 몇 번이나 전화해도 와주지 않던 경찰이었다. 그런데 천막을 무너뜨리려 헬기까지 떴다. ‘청춘을 바쳐’ 일한 회사에서 이런 일을 당할 거라곤 전혀 생각 못 했다. 억울해서라도 파업을 그만둘 수 없었다.
(너기 기자, 일다, 24.02.14)
돌려차기 가해자의 보복 협박에도... 김진주는 숨는 대신 세상 밖으로 나왔다
2022년 5월 22일까지, 진주씨는 "누구나 범죄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의 그 '누구'가 자신이 될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새벽 귀갓길 일면식도 없는 전과 18범 이현우(32)의 돌려차기에 정신을 잃기 전까진 말이다. 이현우는 뒷통수를 정확히 가격한 뒤 머리와 얼굴 부위만 노려 사정없이 걷어찼다. 이후 진주씨를 둘러메곤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했다. 지난해 9월 이현우는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진주씨는 2022년 10월 이현우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건 뒤에야 범행 장면이 담긴 CCTV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언론 제보로 충격적인 범행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자, 연락을 해온 건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아픔을 겪은 피해자들도 여럿 있었다.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건 인천에서 보복살인으로 사촌동생을 잃은 A(46)씨였다고 한다. A씨와 진주씨는 또 다른 강력범죄 피해자 세 명과 함께 '범죄피해자연대'(가칭)라는 자조 모임을 꾸렸다.
그 무렵 진주씨에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가 빗발쳤다. "도와달라"는 요청부터, "용기내줘서 고맙다"는 응원까지. 온라인 소통을 넘어 피해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기도 했다. 반년간 거주지인 부산에서 서울 등지를 오가며 만난 피해 당사자와 그 가족들만 족히 50명이 넘는다. 깊은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서로의 민낯(상황)을 너무 잘 아니까 부담감이 안 생긴달까요. 피해자분들은 '피해를 겪은 존재'라는 것만으로 그냥 (저를)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도 김씨는 "범죄피해자센터에서 지원을 받는 피해자들도 도움을 청하는 연락이 종종 오는 걸 보면, 지원이 그만큼 허술한 것 아니겠냐"고 씁쓸해 했다.
피해자들을 마주해보니, 진주씨는 그간 되뇌었던 질문들이 결코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성폭력'이나 '무차별' '강간' 키워드로 검색을 했을 때 '몇년 형을 받았다'거나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얘길 주고받는 가해자들의 커뮤니티가 상위에 떠요. 이상하지 않아요? 가해자를 돕는 변호사 홍보 글도 수두룩한 것에 무력감이 들었어요." 그는 곧바로 피해자들만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렇게 지난해 7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민국 범죄피해자 커뮤니티(KCC·Korea Crime Victim Community)라는 온라인 카페가 문을 열었다. 현재 범죄피해자와 일반 시민 260여 명이 가입해 활동 중인 이 카페에는, 낯선 재판 용어 풀이부터 법원에서 서류 떼는 법까지 피해자를 위한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다. 피해자들이 경험을 공유한 것들이다.
(강지수 기자, 한국일보, 24.02.09)
검찰, '강제추행 혐의' 배우 오영수에 징역 1년 구형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오영수(79) 씨에게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6단독 정연주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하고 취업제한 명령과 신상정보 공개 등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2017년 당시 피해자 등이 있는 술자리에서 '너희가 여자로 보인다'며 청춘에 대한 갈망을 비뚤어지게 표현하고, 피해자 요구에 사과 문자를 보내면서도 '딸 같아서'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등 피해자에게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재판 과정에서 반성하지 않고 있는 피고인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오씨는 최후진술에서 "이 나이에 이렇게 법정에 서게 돼 너무 힘들고 괴롭다. 제 인생에 마무리가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참담하고 삶 전체가 무너지는 것 같다"며 "현명한 판결을 소원한다"고 말했다.
(이우성 기자, 연합뉴스, 24.02.02)
여친 성폭행범과 '한패'였던 남친…"증거 조작에 위증까지"
성폭행 가해자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여자친구의 피해사실에 대한 증거를 조작하고 위증까지 한 뻔뻔한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어제(18일)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친구인 B씨가 전 여자친구 C씨를 강간상해한 사실로 구속되자, B씨를 위해 C씨의 현 남자친구인 D씨에게 접근했습니다.
A씨는 D씨에게 "C의 진술을 번복시켜 주면 50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고, 돈이 탐난 D씨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A씨에게 진술 연습을 할 장소와 초소형 녹음기까지 제공받은 D씨는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진술을 번복하자'고 여자친구를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진술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자 D씨는 구치소에 있는 가해자 B씨에게 서신을 보내 "B씨가 진술을 번복한 녹음파일을 가지고 있다"고 거짓말해 5000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돈을 받은 D씨는 법원에 녹음 파일 편집본을 제출하고, 직접 출석해 녹음 경위에 대해 허위 증언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각은 검찰의 피해자 조사,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인천지검은 지난달 A씨와 D씨를 위증교사, 위증, 증거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장나영 기자, MBN뉴스, 24.02.19)
“초등생 성폭행한 보육원 사과하라” 요구했더니 "이미 지난 결과"라며 묵살
보육원에서 10년 넘게 갖은 학대와 성폭력을 겪은 피해자들이 “아이들에게 학대를 저지르고 '성폭력을 당한 것도 잘못한 것’이라며 때린 보육원은 사과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보육원은 “이미 지난 일”이라며 피해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고아권익연대는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구로구 오류동 일대에서 “초등생 성폭행과 성학대를 가한 A보육원은 피해여성에게 진정어린 사과와 배상을 하라”, “서울시와 구로구청은 해당 보육원을 폐쇄하고 법인허가가를 취소하라”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걸고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여성신문에 “A보육원에서 학대와 성폭력에 시달린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피해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없어 동의를 구하고 대신 시위를 진행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중략)
A보육원은 피해자들의 사과와 배상 요구에 전혀 응답하지 않고 있다. A보육원은 피해자와 대화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여성신문에 “이 일은 이미 지난 결과이고, 현재로서는 아무런 답도 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보육원은 또 “법인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해당 논의가 피해자와의 대화 여부와 관련된 것인지 묻자 “그것도 답해줄 수 없다”고 했다.
조윤환 대표는 “피해자가 대화를 요구하는 데에도 침묵하며 아무 일 없다는 듯 보육원을 운영하는 상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A보육원이 입장을 낼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혁 기자, 여성신문, 24.02.01)
‘성착취 인신매매’ 필리핀 여성들, 한국 정부 상대로 재심 청구
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강제 성매매에 내몰렸던 필리핀 여성 3명이 자신들에게 강제출국(퇴거)·구금(보호) 명령을 내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재심을 청구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최근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인 여성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며 배상을 권고하자 이를 근거로 재심 청구에 나선 것이다.
필리핀 여성 3명이 지난해 12월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한민국(법률상 대표자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정부의 강제퇴거·보호 명령으로 자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결이 부당하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세 여성은 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예술흥행(E-6) 비자를 받아 2014년 한국에 왔으나, 유흥업소 사장의 강요로 성매매를 하다가 2015년 3월 경찰 단속에 걸려 45일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현 출입국·외국인청)에 구금된 뒤 강제출국 명령을 받았다. 이들은 당시 자신들이 인신매매 피해자라며 명령에 불복하는 행정소송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으나 각각 2018년, 2020년 최종 패소했다.
여성들이 재심 청구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지난해 10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대한민국이 강제 성매매를 당한 3명의 필리핀 여성을 인신매매 피해자로 확인하고 보호하는 데 실패하고, 사법 및 충분한 구제방안 접근을 보장하지 않아 이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결론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위원회는 또 한국 정부를 향해 세 사람에게 완전한 보상을 하고 인신매매 행위 가해자에 대한 수사·처벌을 강화할 것 등을 권고했다. 위원회가 한국 정부를 향해 개인의 권리 침해에 대해 배상과 제도 개선을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세진 기자, 한겨레, 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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