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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5 평등한 광장을 만드는 페미니스트

2025.03.16 | 조회 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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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헐리버리

‘헐리버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성뉴스 큐레이션 뉴스 헐리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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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3월 첫 번째 뉴스 헐리버리는 여성의제 기사들 가운데 관점과 깊이가 있는 심층기사와 칼럼을 모아 전해드리는 PERSPECTIVE EDITION입니다. 뉴스레터에서는 처음 인사드리는 에디터 김예빈입니다. PERSPECTIVE EDITION은 수많은 의제 기사 가운데 그래도 이 기사만큼은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큐레이팅한 기사들이니 관심 부탁드립니다.

올해 여성의 날 주제는 ‘더 빠르게 행동하라’였습니다. 2025년에도 여성의 날이 필요한 이유를 짚어보았습니다.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의 ‘젠더법 강좌’에서는 기본법에 명시된 성차별을 살펴보았습니다. 윤석열 정부 2년 반 동안 ‘백래시’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도 돌아보았습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은사자, 여경 활동가로부터 평등한 광장에 대한 고민을 들었습니다.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선수의 불법촬영 사건이 집행유예 선고로 끝났습니다. 사건의 재판과정을 이은의 변호사에게서 들었습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 주최한 토론회 <여자가 원했다는 논리 “불처벌의 정치학”>에서 다뤄진 ‘지원받을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해 심도 있게 들여다보았습니다.

배우 김수현 씨의 환심형(그루밍) 성범죄 의혹이 대두되며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만 15세 이하의 미성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환심형 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미성년자 성적 대상화를 미디어가 부추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 김새론 씨의 사망 이후에도 언론이 반성하지 않고 고인이 누리꾼 악플에 의해 사망했다는 식의 비판 기사를 쓰는 데 대해 자가당착식 뻔뻔함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포털과 자율규제 기구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여성 직장인이 꼽은 가장 심각한 젠더 문제는 ‘성별 임금 격차’였습니다. 지난해 개봉해 흥행 순위 30위 안에 포함된 한국영화 가운데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59.3%였습니다. 테스트 결과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한 201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유수연 감독이 여성국극 예인들을 다룬 다큐 영화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를 앞서 관람한 연분홍치마 변규리 감독의 감상평을 들어보았습니다.

뉴스 헐리버리가 이번 호에서 준비한 기사들과 함께 관점과 깊이가 있는 주말 보내시기 바라며, 집회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안전히 귀가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주목할 만한 여성 인물 관련 기사들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김예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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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도 ‘여성의 날’이 필요한 이유

올해 여성의 날 주제는 ‘더 빠르게 행동하라(Accelerate Action)’다. 2025 세계여성의날(IWD) 조직위원회는 “2025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더 빠르게 행동하기 위해 연대의 발걸음을 내딛자”며 “세계경제포럼(WEF)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속도로는 134년이 지난 2158년에나 성평등을 완전히 달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 빠르게 행동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성평등을 위해 신속하고 단호한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17년간 수많은 여성들이 성평등을 위해 싸워왔다. 한국의 여성운동 역시 호주제 폐지, 반성폭력 운동, 미투 운동, 낙태죄 폐지 등을 통해 한 세기 동안 많은 진전을 이루어왔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는 구호는 아직 유효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 여성들은 심각한 소득 불평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들의 여성 평균 임금은 여전히 남성보다 평균 11.4% 낮았으나, 한국의 경우 성별 임금격차가 29.3%로 가장 컸다.

여성 대표성 역시 부족하다. 제22대 총선에서 여성 당선자는 6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전체 국회의원 중 20%에 불과하다. 다만, 재선 이상의 여성 국회의원이 절반을 차지했고, 3선 이상이 25%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젠더 폭력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4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18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시간마다 1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신다인, 여성신문, 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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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법 강좌] 기본법과 젠더(3) - 성차별의 금지

성차별이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불이익은 주로 배제, 제한, 구별, 우대 또는 불리한 대우의 행태로 이뤄진다. 평등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행위다. 성차별은 특정한 사람 또는 그 사람의 집단이 가지는 특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차별행위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피해자를 발생시킨다. 인구의 반수 가량이 특정 성별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차별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져 왔다. 이것은 거의 전 세계 공통의 역사이자 현상이다. 이를 감안해 UN은 1967년에 ‘여성에 대한 차별철폐선언’에 이어 1979년에 ‘여성에 대한 차별철폐협약’을 채택했다. 이 협약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190개 국가가 비준했다. 이 협약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여성의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여성의 잠재력 개발과 사회참여를 막아 국가와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기본법의 성차별 금지 원칙

20개의 현행 젠더 기본법 중 ‘성차별의 금지’를 명시한 법은 10개다. 그 외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제11조(평등대우의 원칙)에서 ”군인은 이 법의 적용에 있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엘림, 여성신문, 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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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성평등, 상처만 남았다…‘반페미니즘’ 윤석열 정부의 2년 반

‘여성가족부 폐지’, 윤석열 정부의 출발점은 이 일곱 글자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였던 2022년 1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 설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두 단어를 올렸다.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은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업무와 예산을 재조정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날을 기점으로 ‘폐지’로 견해가 바뀌었다.

보수·반페미니즘 정서가 두드러지는 20대 남성 유권자, 이른바 ‘이대남’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뒤따랐다. 윤 대통령은 20대 남성들로부터 58.7%의 지지를 얻으며 집권에 성공했다.

대선으로부터 이어진 ‘백래시’(backlash·반동)는 그대로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됐다. 그가 편승한 반페미니즘 정서는 2년7개월여의 임기 동안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들로 구체화됐다. 성평등 정책과 여성 정책이 후퇴했을 뿐 아니라, 성차별적 구조를 외면하고 축소하는 전략도 돋보였다.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광장에 쏟아져나온 여성들이 성평등을 함께 외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탄핵 이후 새 정치체제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 백래시의 상흔을 회복하고 치유할 방법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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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맞이한 백래시는 여가부 존폐 논란뿐이 아니다. 곳곳에서 여성·성평등 정책이 후퇴했다. 윤 정부가 출범하며 내놓은 120대 국정과제에 성평등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던 점에 비춰보면 예견된 사태였다.

교육부는 2022년 말 ‘성소수자’ ‘성평등’ 등의 용어를 삭제한 2022개정교육과정을 확정했다. 두 용어를 삭제하겠다는 시안을 두고 비판과 우려가 나왔음에도 변경 없이 강행한 것이다. 고등학교 보건 과목에서는 ‘성·생식 건강과 권리’가 ‘성 건강 및 권리’로 바뀌고 ‘섹슈얼리티’ 용어는 삭제됐다. 실과 교육과정에서는 ‘전성(全性)적 존재’라는 표현이 삭제되는 등 보수 기독교계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부터 고용평등상담실 지원을 중단했다.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예산을 ‘고용평등상담지원’ 예산으로 바꾸고,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을 지원하는 대신 정부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겠다는 취지였다. 고용평등상담실이 성차별, 직장 내 성희롱, 모성보호 및 일·가정 양립 등에 관한 상담을 24년 동안 담당해온 기관이었다는 점에서 ‘여성 노동자 최후의 보루’가 축소됐다는 반발이 나왔다.

(김서영, 경향신문, 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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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광장을 만드는 페미니스트, 여기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퇴진 광장과 이번 윤석열 퇴진 광장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은사자: 윤석열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을 하며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사실 엄청나게 낙담하고 피로감을 느낀 페미니스트가 많았을 거에요. 여성운동가로서 윤석열 당선 이후 그 영향을 많이 느꼈어요.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자 수가 줄어드는 게 보였거든요. ‘왜 그럴까, 다들 피곤한가? 지금의 상황이 너무 힘드니까 약간 거리를 두고 싶은 걸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계엄 선포가 되고 나서 폭발적으로 여성들이 집회에 등장했죠. 그러니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또한 광장에 퀴어 페미니스트 시민들이 존재를 드러내고 있고, 그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죠.

여경: 달라진 광장의 분위기를 해석하지 않으면, 정말 시대에 뒤떨어지는 상황인 거죠. 사회 전반적으로 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성인지 감수성을 상식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큰 줄기가 마련된 것 같다고 느껴요. 비상행동의 전체 분위기까지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행사기획팀 안에 페미니스트가 많은 것 같아요. 우리도 그런 역할을 하러 간 거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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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활동가로서 광장에서 어떤 걸 하고 싶었나요?

여경: ‘평등 약속문’을 만드는 게 1차적인 목표였어요. 소수자가 대상화되거나 그들에 대한 혐오발언이 나올 때, 김건희 씨에 대해 말하며 여성혐오적인 말들을 하는 문제 등을 어떻게 좀 정돈하면서 나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무언가를 비판하면서 혐오표현이 나오지 않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겠다, 광장에 모인 모두와 함께 약속을 만들 수 없더라도 계속 갱신하는 방식으로 시도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평등약속문’을 제안하게 됐죠.

은사자: 사실 비상행동 상황실 실무단이 꾸려지기 전부터 ‘평등한 집회를 만들자’는 이야기는 있었어요.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단지 무엇을 하지 말자고 말하기보다 왜 그러지 말아야 하는지 논의가 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한 거죠.

(박주연, 일다, 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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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 ‘불법촬영’ 집행유예… 피고인 변호인이 돼버린 법원 [이은의 변호사의 시선]

해외구단에서 고액연봉을 받는 국가대표 축구선수에 대한 기득권 사회의 신망은 두터웠다. 불법촬영이 의심되는 영상이 떠들썩하게 등장했고 피해자가 간절하게 수사기관에 처벌을 구했지만, 황의조가 피의자로서 조사받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심지어 압수수색은 황의조가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해 피해자 측이 이를 경고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에야 이루어졌다. 성범죄가 피해자의 성별로 달라질 건 아니지만, 피해사실이 주변에 알려졌을 때 피해의 정도는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 성관계 영상이 노출되었어도, 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중이었어도, 황의조는 경기 출전에 영향 받지 않았다. 피해자들을 평생의 불안지옥으로 몰아넣는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황의조는 당당했다. 참다못한 피해자가 변호사를 통해 세상에 비명을 토해냈다. 황의조 불법촬영 혐의는 그나마 피해자의 용기를 쥐어짠 비명으로 물꼬가 터졌고, 전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중략)

재판부가 국가대표 축구선수에 대한 존중의 벽은 피해자의 아픔이나 권리를 압도했다. 황의조는 1심 재판에 이르러서야 돌연 자백반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아무도 피해자에게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날 황의조에 대한 첫 재판은 그래서 마지막 재판이 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피해자 측 발언을 청했지만 판사가 허락하지 않았다. 세 번을 간곡하게 읍소하자, 판사는 1분 안에 말하라고 요구했다. 12년간 피해자 변호하며 처음 겪는 일이었다. 피해자가 겪은 2차 피해를 압축해서 말하는데, 판사가 10초마다 그 발언을 끊었다.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그런 재판을 경험하자 불안했다. 이후 법원에서 황의조가 피해자에 대해 공탁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다. 피해자도 피해자의 변호사도 거부했지만 그 공탁은 이루어졌다. 이후 검사의 공소장 변경이 있어서 선고일이 재판일로 변경됐다. 그 자리에서 공탁에 대한 의견을 한 번 더 말하고자 했는데, 이 날도 판사가 피해자 측 발언을 거부했다. 그 판사는 피해자가 그렇게 할 말이 있으면 나와서 직접 말하라고 했다. 두 귀를 의심할만한 발언이었고 공정성과 여성혐오를 의심하기 충분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피해자에게는 판사에 대한 제척·회피·기피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은의, 여성신문, 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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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음란한’ 피해자들의 손을 잡는 일

현재의 디지털 성폭력 범죄의 구성요건은 ‘성적 욕망’과 ‘수치심’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따르면,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즉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음란’이 성폭력을 구성하는 요소이고, 피해촬영물이 얼마나 ‘야한지’에 따라 범죄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피해는 맥락으로 구성된다.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여겨지고 있는지에 따라 피해가 되기도 하고, 아무런 일이 아니기도 하다. 내가 스스로 인스타그램에 올린 비키니 사진이 많은 이들의 하트를 받을 때는 자유로운 성적 실천일 수 있겠지만, 성희롱 댓글이 달리거나 사진이 무단으로 복제되어 남초 커뮤니티에 퍼지거나, 합성되면 피해가 된다.

애인과 촬영한 성관계 영상이 촬영 당시엔 괜찮았지만, 볼거리로 여기저기 유포되면 피해가 된다. 나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불법촬영물을 인터넷에서 보았을 때, 분명 내가 아닌 게 확실하지만 나와 조금 닮아서 사람들이 오해하는 성적 촬영물이 존재할 때, 카톡에 올린 프로필 사진이 나에 대한 모욕적인 허위사실과 함께 떠돌 때 피해는 구성된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위계화하는 규범에 따라 얼마나 ‘문란’하게 보이는지, ‘음란’한 존재로 취급되는지, 낙인의 시선이 덧입혀지며 ‘창녀’로 보일 때 피해가 되는 것이다. (‘창녀’라는 표현은 성매매여성에 대한 멸칭이지만, 이 글에서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위계화한 규범에 따른 낙인의 위치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통탄스럽게도, 범죄의 ‘음란’ 기준이 그대로 피해 지원 제도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성적’이지 않으면 성범죄가 아니게 되고, 유포 피해에서 필수적인 삭제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효린, 일다, 2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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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그루밍 의혹 와중에…'8세에 크롭티' 입힌 '언더피프틴'

배우 김수현의 미성년자 그루밍 논란이 거세지는 와중에 서혜진 PD가 15세 이하 소녀 대상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소식을 알려 지탄을 받고 있다.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시리즈 흥행을 이끈 서혜진 PD 측은 최근 새로운 MBN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UNDER15) 방송 일정을 전격 공개했다.

프로그램 소개에 따르면 '언더피프틴'은 글로벌 최초로 진행되는 만 15세 이하 K팝 신동 발굴 세대교체 오디션이다. 전 세계 70여 개국 만 15세 이하 소녀들 중 인종과 국적, 장르를 불문하고 선별된 59명 신동들이 비주얼과 퍼포먼스, 가창력 모두 갖춘 '육각형' 매력을 선보인다. (중략)

특히 최근 배우 고(故) 김새론이 15세부터 김수현과 6년 간 교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루밍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수현의 적극 공세로 교제가 시작됐다는 점, 결별 이후에 7억 원 배상금을 이유로 상대를 곤경에 빠뜨렸다는 점 등이 전형적인 미성년자 그루밍 범죄의 수법과 동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언더피프틴'도 역풍을 맞았다. 그루밍 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미성년자 성적 대상화를 방송 미디어가 부추기면 안된다는 것이다.

(유원정, 노컷뉴스, 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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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김새론 배우의 죽음, 언론의 자성 그 이상이 필요하다

지난 16일 밤 배우 김새론씨(25)가 세상을 떠난 순간에도 언론의 비윤리적 보도는 계속됐다.

<김새론 사망일, ‘셀프 열애설 상대’ 김수현 생일>(뉴스1), <김새론, 김수현 생일에 사망…열애설 재조명>(뉴시스), <천재소녀 김새론, 셀프 열애 공개한 김수현 생일에 사망 [이슈in]>(iMBC), <故김새론, 음주사고 대신 갚아주고 김수현과 열애설 해명 전 소속사 추모>(OSEN), <김새론, 사망…’열애설’ 김수현 생일날 심정지 상태로 발견>(TV리포트), <‘셀프 열애설’ 났던 김수현 생일에 사망…故김새론, ‘아임’ 개명 이유는?>(아시아투데이), <‘음주사고 대신 변제·김수현 열애설 불똥’..전 소속사, 故 김새론 추모했다>(스타뉴스), <“진짜 김수현 생일에 맞췄나?”... 故김새론, 사망원인과 날짜에 대한 의문↑>(오토트리뷴) (중략)

김씨 사망 이후 다수 언론은 자성보다는 ‘악플’ 탓을 이어갔다. 18일 조선일보는 <25세 배우 김새론의 비극 다시 불거진 악플의 폐해> 기사에서 “생전 김씨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히 했다. 그럴 때마다 악플러들은 ‘SNS병 말기 환자’ ‘정신 연령이 너무 낮은 듯’ 같은 비난을 했다”고 보도했다. (중략)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18일 미디어오늘에 “언론이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김씨가 누리꾼 악플에 의해 사망했다는 식의 비판 기사를 쓰는 건 자가당착식의 뻔뻔한 이야기다. 반성해야 한다”며 “언론이 이 사회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걸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전파하고, 계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략)

그동안 포털의 언론사 제휴를 심사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는 기사 내용의 선정성을 심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제평위 산하에 자율규제 기구와 같은 심의기구를 두거나 한국신문윤리위원회나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의 제재 결정을 제평위 벌점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2년간 중단된 제평위를 조만간 자체 출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박서연·금준경, 미디어오늘, 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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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직장인이 꼽은 가장 심각한 젠더 문제는? ‘성별 임금 격차’

3·8 여성의 날을 앞두고 직장갑질119가 6일 공개한 여성 직장인들이 꼽은 ‘직장 내 최악의 젠더갑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성별 임금 격차가 57.3%로 1위로 꼽혔다. 이어 임신·출산·육아 갑질(55.4%), 유리천장·장벽(54.8%), 성희롱 및 2차가해(52.4%), 채용성차별(48.7%)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나보다 직급과 근속년수가 낮은데, 연봉이 거의 비슷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자들은 승진시키면 안 돼’라는 말을 들었다” “여초업계임에도 관리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등의 성차별 경험을 전했다.

실제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2022년 기준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7년째 부동의 1위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는 월 147만원에 달한다.

성별 임금 격차 문제 해결의 필요성은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느끼고 있었다. 민주노동연구원이 남녀 직장인 10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별 임금 격차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대다수(92.9%)가 성별 임금 격차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문제가 지속될 경우 경제적·사회적 영향이 크며, 특히 저출생이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임금 차이 경험 여부에서는 여성의 경우 33.3%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남성 동료에 비해 임금 차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남성의 경우 14.3%로, 여성의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임금 차이를 경험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남성은 56.5%로 절반 이상이었으나, 여성은 26.3%에 불과했다.

(최서은, 경향신문, 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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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영화 ‘성평등 테스트’ 통과율 역대 최고… 성비 불균형은 여전

지난해 개봉해 흥행 순위 30위 안에 포함된 한국영화 가운데 양적 성평등 측정 도구인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59.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테스트 결과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한 201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도 44.4%에 달해, 성평등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지난 7일 펴낸 ‘2024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흥행 순위 30위 영화 가운데 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 3편을 제외한 27편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모두 16편이었다. 벡델 테스트는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 인물이 최소 2명 등장하는가?’ ‘그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가?’ ‘그 대화의 주제는 남성에 대한 이야기 이외의 것인가?’ 등 3개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통과할 수 있다.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 16편은 ‘파묘’ ‘파일럿’ ‘시민덕희’ ‘외계+인 2부’ ‘그녀가 죽었다’ ‘히든페이스’ ‘청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보통의 가족’ ‘원더랜드’ ‘설계자’ ‘빅토리’ ‘늘봄가든’ ‘도그데이즈’ ‘소풍’ ‘1승’이다. 흥행 순위 30위권 영화의 벡델 테스트 통과율은 조사를 시작한 2017년 34.5%에서 2018년 36.7%, 2019년 43.3%, 2020년 53.6%로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하며 2021년 39.3%, 2022년 35.7%로 하락했다. 팬데믹으로 영화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고예산·남성’ 위주의 작품이 편성되면서 성평등 측면에서도 퇴보했던 것이다. (중략)

영진위는 흥행 영화 속 여성 인물의 ‘숫자’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들이 ‘어떻게’ 재현되는지 살필 수 있는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도 실시했다. 이 테스트는 ①‘여성이 전적으로 남성의 구출 혹은 구원에 의지하는가?’ ②‘여성의 행동이나 결단이 설득력 없이 소개되며 남성을 곤경에 빠트리는가?’ ③‘여성이 거의 남성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에서 구색 맞추기나 감초로 기능하는가?’ ④‘돌봄이 설득력 있는 서사 없이 여성의 당연한 의무나 본성으로 부여되는가?’ ⑤‘여성이 일차원적 이성애 로맨스의 대상으로만 기능하는가?’(이상 주·조연 대상 질문), ⑥‘과도하게 성애화된 자극을 위해서만 이용되는 여성이 존재하는가?’ ⑦‘자기 서사 없이 (범죄 등의) 피해자로만 전시되는 여성이 존재하는가?’(이상 모든 여성 인물 대상 질문) 등 총 7가지 질문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면 집계에 포함된다.

흥행 30위권 영화 중 분석 대상인 27편 가운데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에 해당하는 작품은 12편(44.4%)이었다. ③번 질문(여성이 거의 남성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에서 구색 맞추기나 감초로 기능하는가?)에 해당하는 작품이 ‘범죄도시4’ ‘베테랑2’ ‘소방관’ ‘하얼빈’ ‘탈주’ ‘댓글부대’ ‘행복의 나라’ ‘아마존 활명수’ 등 8편으로 가장 많았다.

(김효실, 한겨레, 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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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와 93년생이 함께…‘여성국극은 영원하다’

여성국극 콘텐츠를 접하면서 전성기 시절 여성국극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1950년대의 그들은 어떤 문화를 누렸고, 어떤 광경 속에서 공연을 올렸을까. 이 영화 또한, 지영과 수빈이 여성국극 전성기에 자신들이 활동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는 인터뷰로 시작한다. 지영은 당대 남성주연 배우로 큰 인기를 누린 임춘앵 선생의 공연을 한 번만 보고 싶다는 바람을 말하고, 수빈은 “무슨 소리냐고 내가 가서 씹어먹어야지.”라는 포부를 전한다. 이들은 당시 여성국극단의 합숙생활에 대한 동경, 여성 역할 배우의 팬덤은 어떠했겠느냐는 궁금증 등을 논하며 여성국극을 향한 애정을 표한다. 그리고 이어진 ‘여성국극을 왜 하는가?’라는 감독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여성국극을 부흥시키기 위한 지영과 수빈의 치열한 여정이 시작된다. (중략)

하지만 씁쓸하게도, 영화 안에는 이들의 공연을 대중들이 외면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공연 중 등을 돌리고 나가는 사람들, 공연 시간이 가까워져도 텅 빈 객석을 보며 걱정하는 수빈과 지영의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기죽지 않고, 온갖 끼를 부리며 남은 관객들을 위해 분위기를 다시 살려낸다. 그뿐만 아니라 수빈과 지영은 더욱더 여성국극을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까라즈카(1913년에 창단한 일본 여성가극단) 공연을 보러 일본에 가기도 한다. 다까라즈카는 일본의 여성 뮤지컬 극단으로 창단 역사가 100년이 넘은 일본을 대표할 만한 인기 있는 극단이다. 여성국극과 마찬가지로 여성 역할, 남성 역할 모두 여성이 맡는 특징이 있다. 규모 또한 굉장히 크고 대중들에게도 여전히 인기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한국의 여성국극은 현재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지 못했다. 이러한 향토 속에서 여성국극의 부활을 꿈꾸는 수빈과 지영의 여정이 탄탄대로 일리는 없다. 둘은 다까라즈카 극단의 공연을 보고 감탄하는 한편, 한국에서도 이런 공연을 올려보고 싶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지영과 수빈이 한국으로 돌아와 마주하는 여성국극의 현실은 너무 척박하다. 그런데도 여성국극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감독의 질문에, 수빈은 ‘멋있어서.’라거나, ‘맥을 이어가고 싶어서.’라는 예상할법한 답변이 아닌, “나 닮아서.”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는다. 수빈은 “여성국극은 평생 자기의 존재를 증명해야 했잖아요. 나도 나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그게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아니까. 그럼에도 존재하는 여성국극이 나 닮아서. 그냥 여성국극이라는 걸 기억해 주고 같이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라며 여성국극을 향한 진심을 내비친다.

(변규리, 일다, 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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