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vol.117 | 리뷰&뉴스 편] 무대 위 단독자 여성들 外

2025.07.25 | 조회 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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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극장 허시어터

여성주의 공연 큐레이션 뉴스레터 허시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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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여자들의 극장 허시어터 이번 호는 다양한 공연 리뷰와 현장의 흥미로운 기사들을 모은 리뷰&뉴스 편입니다.

먼저 리뷰로는 뮤지컬 <광장시장>, 연극 <은의 밤>과 <렛미인>, 무용으로는 LG아트센터 기획공연 <백조의 호수>와 국립무용단 <파이브 바이브>까지, 다섯 편의 공연 리뷰를 준비했으니 공연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작품 속 여성상에 대해서도 사유를 함께 나눠보시면 좋겠습니다.

기사로는 공연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1인극 열풍과, <위키드>가 던지고 있는 선과 악에 관한 질문,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돌아온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뮤지컬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을 맡은 배우 박칼린 씨 인터뷰,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올려진 <심청>에서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정아 씨 인터뷰, 재학생 3명이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긴 부산 브니엘예술고등학교 관련 소식, 2026 부산비엔날레를 이끌게 된 아말 칼라프와 에블린 사이먼스 두 여성 감독 소식, 칸딘스키나 몬드리안 이전 추상화의 선구자였던 여성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 전시 소식을 모아 전해드립니다.

허시어터가 이번 호에서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이며, 8월에도 더욱 재미있는 공연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장 윤단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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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밥 냄새 나는 무대 위 삶의 노래” - 두산인문극장 2025 뮤지컬 ‘광장시장’, 밥과 꿈이 공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숙정 기자, 민중의소리, 25.07.02

광장시장은 서울 종로 5가에 위치한 전통 재래시장이다. 1905년에 설립되어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국내 최초의 사설 상설 시장이기도 하다. 인근 동대문 시장과 같이 직물, 의류가 발달한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먹자골목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리고 광장시장 맞은편에는 뮤지컬 '광장시장'이 공연 중인 두산아트센터가 있다.

뮤지컬 ‘광장시장’은 그래서인지 실존하는 광장시장의 축소판처럼 다가온다. 시장은 양파 같은 면이 있다. 관광객의 눈으로 보면 빈티지한 시장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구매자의 눈으로 보면 골목골목 보물이 숨어 있는 보물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시장은 생존의 현장이자 삶을 공유하는 공간이 된다. (중략)

한국인이게 밥은 단순히 끼니가 아니다. 자식에게 건네는 밥은 사랑이고, 친구와 함께 하는 밥은 안부이며, 힘든 이에게 내어주는 밥은 응원이자 위로이다. 아응에게 광장시장은 밥과 함께 꿈이 있는 곳이다. 장사를 하다가도 노래를 부르러 가는 오국자에게 노래는 꿈이다. 포목점 선생님도, 칼국숫집 할아버지도, 백반집 상식이도 밥에 용기와 사랑을 담아 아응의 꿈을 응원해 준다.

‘광장시장’은 위로와 용기를 준다. 흔하고 평범해 보일지라도 지금 우리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이다. 이 작품은 밥을 쫓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분주함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을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결국, 두산아트센터 건너편 광장시장으로 발길을 향했다. 세상 인심이 각박하다지만 시장에는 아직까지 밥 인심이 남아 있어서이고, 또 다른 아응, 오국자, 덕자들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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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은유 속 길을 잃은 은빛 세계…삶의 모순마저 모호해진 연극 ‘은의 밤’ 이지영 연극평론가, 스마트경제, 25.07.15

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전쟁이라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어떠한 명분과 당위가 붙어도 개인에게는 비극일 수밖에 없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인 물들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연극 '은의 밤'이 택한 방법은 은유와 상징이며 대부분의 무대 언어들이 이러한 의도에 복무하고 있다.

특히 이다·아니타·도준·코라라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낯설고 통일감 없는 이름, 느슨한 시공간, 비어 있는 무대 등이 연출의 전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조명 역시 암울하고 몽환적으로 무대를 비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몇몇 날카로운 빛을 내는 무대장치만이 칼로 베이는 것 같은 날선 감각을 유발한다. (중략)

연극 '은의 밤'에서 강조하는 것은 극한의 상황에 놓이면 드러나는 인물의 양면성과 전쟁과 같은 폭력이 그 엄청난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세대를 거쳐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는 모순의 지점이다.

이 극에서는 특히 탈영병과 이다, 도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양가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는데 이들이 보여준 이중성이 극의 갈등과 주제를 강화 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부여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선 탈영병은 전쟁이 싫어 자신의 부대를 탈출한 인물이다. 그러다 우연히 전쟁으로 인해 눈을 다친 이다와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아니타를 만나 국경까지 데려다 준다.

자신들을 배척하던 동굴 속 피난민들에게 곰을 잡아 바치면서까지 두 소녀를 도와주던 탈영병은 사실 아니타를 강간하여 임신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연극 '은의 밤'에서는 어린 소녀들을 도와주는 듯 보이지만 성폭력을 자행한 탈영 병이라는 양가적인 캐릭터를 통해 인간에게 절대적 선은 없다는 것을 드러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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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하지만 여운 남는 뱀파이어 이야기, 연극 ‘렛미인’ 임석규 기자, 한겨레, 25.07.21

드넓은 대극장 무대가 북유럽의 눈 덮인 자작나무 숲으로 변했다. 쌩쌩 찬 바람에 눈발 휘날리고, 푸르스름한 가로등 아래 덩그러니 놓인 정글짐 위를 소년과 소녀가 춤추듯 오르내린다. 연극 ‘렛미인’은 간간이 소품을 움직여 공간을 변형할 뿐, 140분 내내 이 단일한 세트를 유지한다. 어둑하고 서늘한 무대 자체가 던지는 울림과 상징이 그만큼 크다.

평탄치 않은 가정,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소심한 소년 ‘오스카’(안승균·천우진)는 늙은 ‘아빠’ 하칸과 이웃집으로 이사 온 미지의 소녀 ‘일라이’(권슬아·백승연)를 만난다. 마을 부근 숲에서 잔인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하지만 눈부시게 예쁜 일라이는 소녀도 소년도 어른도 아이도 아니었고, 하칸 역시 아빠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짧고 어색한 대화보다 몸짓과 눈짓, 침묵과 모스부호로 더 많이 소통한다. 오스카의 외로움과 일라이의 고독함은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폭주하며, 마침내 새하얀 설원을 피로 물들인다. 오싹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뱀파이어 소재 연극이다. (중략)

‘나를 들여보내 줘’란 뜻의 제목 ‘렛미인’은 초대받지 못한 뱀파이어는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전승 설화에서 착안한 것 같다. 오스카가 일라이에게 ‘들어오라’고 말하는 순간 둘은 사랑을 이루고 서로를 구원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소년 오스카가 다시 늙은 하칸이 되어 슬픈 사랑을 반복하는 ‘도돌이표 엔딩’일까. 이 작품에서 변치 않는 사랑을 읽을 수도 있지만, 시간의 풍화 속에 시들어가는 사랑에 관한 잔혹한 우화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원작 소설이 사랑의 구원 쪽에 가깝다면, 연극은 관객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낳을 것 같다. 티퍼니 연출가는 “죽음과 영생을 다룬 작품”이라고 해석하면서, “오랜 시간 삶을 유지할 때 지극히 외롭고 슬픈 삶을 산다는 것도 이 작품의 메시지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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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 혹은 남자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 하나: 뉴어드벤처스 <백조의 호수> 윤단우 공연칼럼니스트, 댄스포스트코리아, 25.07.20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는 주인공 빌리가 발레에 이끌리는 스스로를 향해 “남자가 발레라니, 호모나 하는 거지”라며 동성애 혐오를 드러내거나, 빌리의 발레 수업을 반대하는 아버지가 “남자는 축구나 권투, 레슬링을 해야지. 네가 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하는구나”라며 발레가 ‘남자답지 못한’ 예술이라는 편견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나온다.

영화가 개봉된 지 4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영화를 원작으로 한 동명 뮤지컬이 전 세계에서 공연되며 유소년들에게 발레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있고, 최근에는 춤 서바이벌 <스테이지 파이터>가 남성 무용수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이 같은 편견에 정면으로 도전한 바 있지만, 발레에 대한, 그리고 무용에 대한 고정관념은 아직 강고하다.

여전히 무용 무대는 여성의 것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에 붙들려 있기에 남성이 다수 오르거나 남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무대는 무용 무대의 전형을 깨트린 것으로 여겨지며 혁신이라는 수식어를 쉽게 획득한다. 마치 그동안 여성들이 만들어온 무대가 게으름의 결과이거나 결핍된 무엇이었다는 듯이. (중략)

작품은 표면적으로 왕자가 짊어진 왕실의 무게를 통해 남성성 혹은 남자다움이라는 맨박스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다. 왕자는 왕실의 의무에 묶여 그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자연스러운 본능을 억누르며 의전과 예장을 통한 상징으로 살아가야 하는 불행한 존재다. 하지만 왕자에게 왕자다울 것을 주문하는 주체가 어머니인 여왕이고, 여왕은 어머니로서의 의무는 방기하는 한편, 애정을 갈구하는 아들을 외면하고 낯선 남자의 유혹에 넘어감으로써 군주로서의 의무 또한 방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왕실로 대표되는 신분제 사회가 가족애와 인간성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작동한다면 비판이 겨냥해야 할 과녁 역시 왕실이 되어야 할 것이나 작품은 여왕을 과녁으로 세우고 이를 모성애의 문제로 치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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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 혹은 남자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 둘: 국립무용단 <파이브 바이브> 윤단우 공연칼럼니스트, 댄스포스트코리아, 25.07.20

<파이브 바이브>는 20대부터 50대까지, 몸에 축적된 시간성은 물론 각자의 몸에 내재된 장단도, 숨도, 흥도 다 다른 20명의 무용수가 함께했다. 전원 남성 무용수로 구성되어 상반기 화제작이었던 <미인>과 자연스러운 비교가 되었다. 예효승은 이 같은 선택에 대해 “팔다리를 주로 사용하는 창작춤에는 남자의 거친 에너지가 안 느껴졌”다며, “몸 전체를 쓰고 싶어 아크로바틱을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안무에 있어 무용수들의 기교가 아니라 몸 자체를 도구로 사용했다는 의미다.

공연은 AI가 생성한 근미래가 펼쳐지는 영상을 배경으로 무용수들 한 명 한 명이 런웨이에서 캣워크를 하듯 무대로 걸어 나오며 시작된다. 이 캣워크는 <미인>에서도 현대성을 보여주기 위한 중요한 장치로 활용되었지만 두 작품의 캣워크는 동작만 같을 뿐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미인>에서 여성의 아름다움 혹은 아름다운 여성의 대표성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으로 패션모델의 캣워크를 차용했다면 <파이브 바이브>의 무용수들은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무대 위를 걷는다.

<미인>이 무용수들이 입은 의상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여성=꾸밈=아름다움’이라는 공식을 완성해 사회적 여성성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과 달리 <파이브 바이브>는 무용수들이 단순하고 장식 없는 바디슈트를 입고 나와 자신의 몸과 그 몸에 체화된 호흡,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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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홀로 가득 채우는 무대…공연계는 '1인극' 홀릭 이윤정 기자, 이데일리, 25.07.22

올 여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1인극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1인극은 한 명의 배우가 모든 캐릭터와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력이 극대화되어 몰입감을 높인다. 관객 입장에서는 오롯이 한 사람에게만 시선을 두기 때문에 감정선을 따라가기 쉽고, 깊은 공감을 느끼기에 좋다. 연기의 진면목을 느껴보고 싶다면, 1인극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가장 먼저 관객을 찾아오는 작품은 ‘문 속의 문’(7월 31~8월 2일)이다. SF(공상과학) 문학 선구자로 통하는 영국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즈의 1906년 단편소설 ‘벽 속의 문’을 원작으로 하는 1인극이다. 작가 강남, 작곡가 김효은, 연출가 이준우가 의기투합해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중략)

전 세계를 강타한 화제의 여성 1인극 ‘프리마 파시’(8월 27~11월 2일)는 국내 초연 무대를 선보인다. 인권 변호사 출신 극작가 수지 밀러(Suzie Miller)의 작품으로, 2019년 호주에서 초연된 이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여성 1인극이다.

법정에서 오직 승소만을 쫓던 야심만만한 변호사 ‘테사’가 하루 아침에 성폭행 피해자가 돼 법 체제와 맞서는 782일간의 싸움을 그린다. 성폭력 재판에서 피해자가 감내해야 하는 가혹한 입증 책임과 법 체제의 허점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깊은 울림을 안긴다. 2023년 토니어워즈 여우주연상,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최우수 연극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중략)

1인극 뮤지컬 ‘잔 다르크’는 8월 15일부터 9월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아트원 3관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인다. ‘2023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후보에 올랐던 작품으로, 한 명의 배우가 무대 위 모든 역할을 소화하는 1인극이다. 역사 속 실존 인물 잔 다르크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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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마녀는 누구?”…22년간 이어온 ‘위키드’의 질문 이정국 기자, 한겨레, 25.07.24

“진짜 마녀는 누구일까?”

뮤지컬 ‘위키드’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초록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마녀’로 낙인찍힌 소녀의 이야기다. 이 무대에서 기존의 선악 구도는 해체되고, 우리가 익숙하게 믿어온 정의는 흔들린다. ‘위키드’는 판타지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현실보다 날카로운 통찰이 살아 숨 쉰다.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0년 넘게 7500회 공연을 하며 7천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토니상, 그래미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쓴 이 작품은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섰다. 시대를 관통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 질문과 공감을 품은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략)

‘오즈의 마법사’를 전복적으로 재해석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가 원작인 작품은 ‘서쪽의 나쁜 마녀’로 불린 엘파바의 삶을 중심에 놓고, 그가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녹색 피부로 인해 차별받고 소외된 엘파바의 다른 한 축은 동급생이자 친구인 글린다로, 그는 아름다운 외모와 인기라는 특권 속에서 정체성과 윤리적 딜레마에 부딪힌다. (중략)

‘위키드’는 묻는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가? 진실은 과연 누구의 편인가? 겉모습이나 권위에 따라 정의가 결정되는 사회에서, ‘위키드’는 우리가 외면한 진실과 마주하도록 만든다. 현실에서도 수많은 엘파바들이 존재하며, 그들에 대한 편견을 거두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마법’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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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42번가' 박칼린 "출연 잘한건지 고뇌할 땐 대본 봤죠" 박원희 기자, 연합뉴스, 25.07.24

"공연 3주 남기고 한때는 잘한 짓인지 고민했어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배우로 돌아온 연출가 박칼린이 24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많은 고뇌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무명의 코러스걸 페기 소여가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로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데뷔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제작됐으며, 국내에서는 1996년 한국 최초의 정식 라이선스(외국에서 창작된 작품 판권을 수입해 제작) 뮤지컬로 처음 공연했다. 지난 10일 새로운 시즌으로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했다.

박칼린은 극중 브로드웨이 최고의 연출가로서 '프리티 레이디'로 재기를 꿈꾸는 줄리안 마쉬 역을 맡았다. 음악감독이자 연출가로 주로 활동해온 그가 뮤지컬에 출연한 것은 2022년 '넥스트 투 노멀' 이후 3년 만이다.

박칼린은 "(다른 사람들이) '연기 안 하냐'고 물어보면 '캐릭터가 맞으면 한다'고 늘 얘기한다. 그렇게 해서 (배우로 출연한) 뮤지컬 작품이 벌써 네 개가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번 배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출연이 잘한 결정인지 고민될 정도로 어려울 때마다 대본을 들여다봤다고 했다.

박칼린은 "늘 노래가 많은 작품을 했는데, (이번엔) 노래를 짧게 하고 대사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역할이었다. 노래를 많이 했으면 편했을 것"이라며 "춤과 연기, 노래가 다 화려한 작품인데 줄리안 마쉬는 다른 캐릭터와 왜 다른지 고민이 들 때 대본으로 돌아가 분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 미국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대본에 합류해서 행복하다"며 "심플하지만 관객들이 많은 것을 얻고 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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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울려 퍼진 '심청'…소프라노 김정아 "'효'를 넘어선 울림" 김세연 기자, 매일신문, 25.07.23

유럽 문화의 상징인 오페라 무대에 한국의 전래 설화 '심청'이 올랐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한 윤이상의 '심청'이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보이면서 우리에게는 익숙한 효녀 심청의 서사가 외국 관객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했다.

오페라 속 심청은 설화 심청에서 드러난 '효'보다는 '저 눈먼 땅의 빛이 되어라'는 임무 즉, 심봉사의 개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청은 공양미 300석에 인당수로 뛰어드는 희생 후 용왕의 힘으로 황후가 되고 아버지를 만나 결국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고 소외된 모두를 구원한다.

심청 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정아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심청'과 오페라에 대해 들어보았다. (중략)

- 오페라 '심청'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

▶심청의 작품 난이도가 상당하다. 지난번 초연 당시 지휘를 맡은 최승환 교수님은 "윤이상 선생님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다 악보에 그리시려 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처음 심청을 맡게 됐을 때 악보를 보고 홀로 거대한 쓰나미 앞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부담은 있지만, 전보다 좀 더 섬세한 표현에 집중 하려고 노력했다.

- 심청전은 익숙한 이야기인데, 이 오페라 형식 속 '심청'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했는지.

▶심청은 의상도 엄청나게 한국적이고, 무대도 동양적이다. 마치 무대 자체가 한 편의 '수묵화'같다. 그 안에서 노래를 조심스럽게 해나간다. 다른 오페라 무대에서는 연기를 굉장히 현실감 있게 한다면, 심청에서는 발걸음 하나도 한국 무용하는 사람이 버선 신고 걷듯이 조심스레 걷고, 손짓을 할 때도 가볍고 우아하게 한다. 모든 동작을 매우 섬세하게 다루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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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3명 사망한 그 학교…숨진 학생 또 있었다. 그리고 그 배후엔 김성훈 기자, 헤럴드경제, 25.07.24

지난달 여고생 3명이 한꺼번에 극단 선택을 한 부산 브니엘예술고등학교에서 4년 전인 2021년에도 학생이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학생들이 잇따라 사망한 배경에는 브니엘예고 교장인 현모 씨와 부산 지역 한국무용학원 원장들 간의 유착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브니엘예고에서는 2021년 12월 20일 학교에서 한국 무용을 전공하던 A(18) 양이 극단 선택으로 숨진 일이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은 부산일보의 2022년 10월 17일자 기사 ‘극단 선택·전학·정신과 치료… 줄잇는 ‘교사 폭력’ 호소’에 기록돼 있다.

기사에 따르면, A 양의 유족 측은 A 양이 교사 B 씨와 친분이 있는 학원을 그만두고 다른 학원으로 바꾸면서 B 씨의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A 양의 다이어리에서도 B 씨를 원망하는 메모가 발견됐다고 한다.

A 양의 모친은 PD수첩과의 통화에서 “내가 제일 안전한 곳이라 생각해 아침마다 거기(학교)다가 애를 내려줬다고요. 그런데 거기가, 그 지옥에서 그 악마가, 엄마가 믿고 내려준 그 학교 안에서”라며 지금까지 아물지 않은 아픔을 토했다.

4년 전 A 양 극단 선택의 배후로 지목된 교사 B 씨는 현재 브니엘예고 교장인 현모 씨다. PD수첩은 현 씨로부터 유사한 피해를 당한 학생이 또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현재는 학교를 떠난 C 양의 이야기다. C 양은 12년을 다니던 무용학원을 그만둔 후 브니엘예고에서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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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부산비엔날레 두 여성 감독이 이끈다 박동미 기자, 문화일보, 25.07.21

2026 부산비엔날레의 전시감독으로 아말 칼라프(Amal Khalaf, 영국/바레인)와 에블린 사이먼스(Evelyn Simons, 벨기에) 여성 듀오가 선정됐다. 2026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약 한 달간 공개모집을 진행한 후, 두 사람을 공동 전시감독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아말 칼라프는 큐레이터이자 프로그램 디렉터로 국제적인 규모의 전시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으며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2019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미술 전시인 베니스비엔날레 바레인 파빌리온 큐레이터를 맡았으며 지난 6월 막을 내린 ‘제16회 샤르자 비엔날레(Sharjah Biennial 16)’에서도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의 큐레이터로 재직했다. 현재는 영국 런던의 큐빗(Cubitt)에서 프로그램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에블린 사이먼스는 벨기에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기획자다. 현재 벨기에 앤트워프 사진 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전시 ‘디즈 브랜칭 모멘츠(These Branching Moments)’를 큐레이팅 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벨기에 전자음악 페스티벌 ‘호르스트 아트 앤 뮤직(Horst Arts & Music)’에서 시각예술과 퍼포먼스 프로그램 예술감독을 맡았다.

두 감독은 부산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지역의 상징적 공간들을 전시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장소 특정성에 따른 설치미술, 시각예술뿐만 아니라 시간 기반(time-based)의 퍼포먼스와 음악 등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융합형 전시’를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들이 제안한 기획은 해양도시 부산의 정체성과 글로벌 문화 허브도시로서의 가능성을 예술적으로 해석했다. 지역의 특성과 연결되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전시를 통해 새로운 예술적 지평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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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몬드리안 전에 그녀 있었다, 너무 앞서가서…스스로 봉인된 추상화 선구자 유승목 기자, 한국경제, 25.07.24

2018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한 여성 화가의 전시에 60만 명이 몰려들었다. 커다란 캔버스에 꽃처럼 펼쳐진 기하학적 형상과 선명한 색채 앞에서 사람들은 조용히 발걸음을 멈췄다. 어떤 이들은 눈물을 터뜨렸다. 뉴욕 화단은 “이전에 본 적 없던 회화”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화가는 한창 떠오르는 신예가 아니라 바실리 칸딘스키나 피터르 몬드리안보다 앞서 추상을 시도한 작가였다. 이름은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 대다수가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여성이었다.

지난 100년의 미술사는 추상 영역에 도달한 최초의 화가로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을 꼽았다. 칸딘스키가 ‘완전 추상화’를 그린 시점은 1911년, 몬드리안이 명확한 수직, 수평선만 남긴 채 캔버스에 모든 요소를 지워버린 시점은 1914년 즈음이다. 반면 아프 클린트가 자신의 첫 추상 작품으로 평가되는 ‘태초의 혼돈’을 그린 시기는 1906년이다. 두 거장을 분명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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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존재하는데, 왜 아프 클린트의 이름은 지워졌던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미술사란 게 원래 편협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간의 미학과 담론은 서유럽·백인·남성의 시각에서 전개됐다. 이 단선적 구조에 편입되지 못한 이야기들은 배제되고 잊혔다. 아프 클린트는 귀족 가문에서 나고 자란 백인이지만 주류 미술계에 들어갈 수 없었다. 당시 예술의 중심지인 서유럽이 아니라 ‘변방’ 스웨덴 출신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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