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입니다. 한 해를 조용히 정리하고 싶어질 때죠. 올해 어떤 성장을 이루었는지 내 영혼이 조금은 편안해 졌는지, 애쓴 나에게 어떤 위로와 격려를 해줘야 할지 회고하는 무척이나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 회고가 집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가족이 함께 쓰는 공간에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빼기도 힘들고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지도 않죠. 그렇다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 구독자님을 위해 제가 오늘 특별한 공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떤 방해도 없이 오직 나 자신과의 대화에 몰입할 수 있는 곳, 삶이 답답할 때 지혜로운 답을 줄 수 있는 스승들의 가르침이 가득한 곳, 나의 내면으로 조용히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도심 속 영혼의 휴식처. 바로 라운지 아카식(Lounge Akashic)입니다.
구독자님, 이번 뉴스레터에는 이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1. 국내 유일의 영성 북 라운지, 라운지 아카식
2. 라운지 아카식을 만든 주인장은?
3. 이 공간에서 만나는 특별한 경험
4. 라운지 아카식을 200% 활용하는 꿀팁
북촌에 자리잡은 최초의 '영성 북라운지'
언제나 인파로 흥성이는 북촌. 이곳에서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조금 들어오면 나지막한 한옥들 사이에 눈에 띄는 건물이 보입니다. 이 건물 2층으로 들어오면 낯선 세계가 펼쳐지죠. 한 눈에 보기에도 편안해 보이는 빈티지 소파와 영국제 오디오. 그 위에는 티벳 만다라 그림이 공간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또 한 켠에는 책으로 가득한 서가와 감각적인 디자인의 빈백, 리클라이너 소파들이 놓여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를 초록의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채우고 있죠. 창밖에는 북악산과 수백 년 된 나무들, 너울거리는 북촌 한옥의 기와 지붕, 적벽돌의 오래된 건물들이 시선을 잡아 끕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공간은 ‘고요함’으로 가득합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마저 공간의 평화로운 침묵을 견고하게 쌓아올리는 것 같죠. 한적함을 넘어 상당히 ‘밀도 있는’ 고요함입니다. 시끌벅적한 도시 한 가운데 이런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비로울 정도로요.

이곳의 이름은 라운지 아카식(Lounge Akashic)입니다. 영성 공부를 좀 하신 분들은 ‘아카식’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거예요. 영성 전통에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이는 우주 모든 존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는 기록저장소예요.
모든 영혼의 경험, 생각, 감정, 행위가 기록된 일종의 ‘우주적 도서관’ 같은 것이죠. 네이밍만 봐도 공간 운영자의 예사롭지 않은 철학이 느껴집니다.
“이 공간에 오는 분들이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된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기억해내길’ 바라는 마음이 컸어요. 많은 영적 스승들이 ‘나는 누구인가는 찾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라고 얘기하잖아요. 바쁜 일상을 사느라 잊고 있던 나의 본성을 다시 일깨우고 내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라운지 아카식은 사전에 예약한 시간만큼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북라운지입니다. 커피, 차 등 제공되는 웰컴 드링크와 함께 조용히 혼자 독서, 사색, 공부, 명상 등을 즐길 수 있지요. 특히 요가 명상 종교 등 영성과 관련된 700여권의 장서가 갖춰진 국내에서 보기 드문 곳입니다.
마흔에 찾아온 고통, 인생 행로를 되돌리다
라운지 아카식의 김재형 대표는 공간과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도시적 세련됨과 수행자 특유의 맑은 분위기가 밸런스 있게 합쳐진 느낌이랄까요. 그가 살아온 여정도 그랬습니다.
십대 시절 그는 ‘티벳사자의 서’ ‘어느 요기의 자서전’ 등을 읽으며 사후세계와 영성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청년기 그의 열정은 물질세계의 즐거움으로 옮겨갔습니다.
광고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중국과 홍콩을 오가며 미국으로 여성복을 수출하는 사업가로 성장했고 12년 동안 요식업을 하며 식당도 탄탄하게 키웠죠.
그런데 큰 탈 없던 인생에 갑자기 요란한 시그널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마흔 무렵, 심각한 ‘이명’이 찾아온 것이죠. 24시간 귀를 찢는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몸과 마음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틈틈이 인도철학에 대한 공부도 해왔기에 본격적인 요가수련과 명상의 길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들어섰습니다. 뜻밖의 이명이 그의 인생행로를 되돌린 셈이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제 잠재의식이 이명으로 저한테 시그널을 준 것 같아요. 지금의 감각 기관이 주는 즐거움에 안주하지 말고 원래 네가 좋아했던 것을 다시 찾아가라고요.”

중년의 마음 공부가 위험한 이유
그렇게 조금씩 시작된 도시수행자의 삶은 동국대 불교대학원 융합요가학과에 입학해 요가와 인도철학, 불교를 공부하며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그는 일과 병행하며 4년 반 만에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마흔 무렵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영성공부는 50대 초반에 한 단락을 맺었죠. 역시 이 분야 공부는 나이 들수록 더 진가가 발휘되는 걸까요? 뜻밖에도 김재형 대표는 ‘아니’라고 합니다.
“교수에게 ‘내 말이 옳다’고 호통 치는 중년들을 참 많이 봤어요. 소위 영성 단체에는 다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성취를 이뤘던 사람들이 영적 지식이나 체험을 접한 후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이를 고정시키는 순간 또 하나의 강한 에고가 생기는 거죠.
그건 나를 비우는 게 아니라 기존의 에고를 강화시키는 거라 오히려 위험해요. 그래서 마음공부는 되도록 세상을 보는 신념체계가 굳어지기 전, 되도록 빨리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는 영성 공부가 하면 할수록 조심스러워진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아는 것이 부족하고 언제든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모든 공부가 그렇듯 스승의 가르침, 부처의 말씀까지도 의심하고 생각해보고 검증하면서 아닌 것은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주인장의 고집과 생각으로 탄생한 공간이 바로 라운지 아카식입니다. 그의 인생을 바꾼 ‘이명’처럼 이 공간 역시 ‘코로나’라는 뜻밖의 사건과 함께 시작됐어요. 대학원 공부가 끝나갈 무렵 코로나가 터졌고, 그가 십여 년 간 해오던 레스토랑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한순간에 공든 탑이 무너지고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받으며 그도 한동안 망연자실 했습니다. 그러나 사업가라는 명함이 사라진다 해도 그에게는 요가수행자, 영성탐구자라는 단단한 정체성과 뿌리가 있었죠. 결국 김재형 대표는 그것으로 일과 삶을 일치시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종교는 지고 개인적 영성의 시대 왔다"
사업을 정리한 후 일 년여 적당한 공간을 찾다보니 이곳 북촌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 공간을 처음 본 순간, 그는 바로 계약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요. 예산을 2배나 뛰어넘는 금액이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죠. 그가 원하고 상상했던 모든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통 편의성과 차분한 동네, 창밖으로 보이는 산과 나무의 푸르름이 한눈에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렇게 라운지 아카식은 올해 4월 북촌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이 공간을 찾는 손님들은 누구일까 궁금해지는데요, 그의 말에 따르면 영성과 명상, 요가에 관심 많은 30대 여성들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종교는 없지만 영적인 사람들(Spiritual But Not Religious)’이죠.
김재형 대표는 손님들과 대화하며 ‘개인적 영성의 시대’가 왔음을 실감한다고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논리와 과학으로 전부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질서가 있다는 것은 다들 인식하고 있어요. 하지만 기성 종교들은 자신들의 전통적 틀만 고집하기에 지적 열망이 높은 이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영적 호기심을 해결하기 어렵죠. 그런 분들이 개인적 영성의 길을 찾고 자신만의 답을 찾게끔 도와드리고 싶어요.”
이를 위해 그가 이 공간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직접 큐레이션한 700여권의 책입니다. 서가에 꽂힌 책들은 대부분 주인장의 손때 묻는 장서들이죠. 어떤 부분은 형광펜으로 줄이 쳐져 있고 책 곳곳에 중요한 부분이 표시되어 있어요.

프랑스인 점성가가 진행하는 인도점성술 수업
이미 절판되어 구할 수도 없는 영성 고전들, 해외 명저들도 여럿 보입니다. 대부분 그가 직접 읽어보고 추천할만한 종교와 영성 관련 책들만 모은 것이죠.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인도철학은 물론 기독교, 천주교, 티벳불교, 서양 영지주의, 수피즘, 아메리칸 인디언의 철학까지 총 망라되어 있습니다.
본격 오컬트와 신비주의 서적 그리고 뇌과학과 양자 역학 서적들도 구비되어 있지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다양한 영적 전통과 스승을 만날 수 있도록 신경 쓴 주인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라운지 아카식에서는 매달 흥미로운 이벤트들도 열리고 있습니다. 불교대학원의 인연으로 교수님들을 초청해 산스크리트어 수업, 차크라 밸런싱 수업, 인도 전통 브레쓰워크 수업을 열었고,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독일의 영성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강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오는 12월에도 수르바할이라는 인도 현악기 공연과 시바난다요가 워크숍, 주역과 음양오행 특강, 1월에는 프랑스인 점성가가 직접 진행하는 인도점성학 수업도 열릴 예정입니다.
이런 수업과 모임을 통해 그는 이 공간이 영성가들의 사랑방, 영성공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는 복합 문화공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친구들에게 말하면 ‘특이한 사람’ 취급받기 쉬운 다양한 영성 콘텐츠에 대해 각자의 열정과 호기심을 마음껏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라운지 아카식을 200% 활용하는 꿀팁
더불어 그는 이곳이 영성의 한 분야를 열심히 연구하고 수련했는데 세상에 알릴만한 공간과 기회가 없는 분들에게도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합니다.
“개인 서점이나 북라운지 같은 공간 서비스는 사실 일반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로는 할 수가 없어요. 개인의 자아실현에 가깝죠. 저도 이 공간을 오픈하면서 하고 싶었던 공부를 마음껏 했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제가 그러했듯 이 공간을 찾아주시는 분들도 좋은 분들과 연결되고 내면의 치유와 성장을 이루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멋진 공간을 200% 활용하는 꿀팁을 공유 드릴게요.
첫째, 라운지 아카식의 최대 자랑은 단연코 극강의 편안한 소파들입니다. 먼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소파부터 고르세요. 피곤하다면 주인장 눈치 보지 말고 긴 소파에 누워도 됩니다. 다이어리를 쓰거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면 테이블 있는 의자를 고르고 책을 읽고 싶다면 목을 뒤에 기댈 수 있는 빈백이나 리클라이너를 추천해요.
둘째,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면 주인장에게 물어보세요. 아주 친절하게 도와주실 겁니다. 그러다 몇시간 동안 인생 상담 하고 가시는 분들도 종종 있다고 하네요. 요식업 출신 주인장이라 음식 관련 만화책과 음식 인문학 서적들도 준비 했답니다
셋째, 라운지 아카식에는 주인장이 평생 모은 천 여 장의 클래식, 재즈 cd와 영국제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다른 손님이 없어 단독으로 공간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신청곡도 틀어준다고 합니다. 나만의 음악감상실이 되는 거죠
넷째, 잠깐이라도 명상을 해보세요. 소파에 앉아서 해도 괜찮고 책장 앞 빈백을 치우고 카펫 위에 앉아서 하셔도 됩니다. 참고로 저도 이곳에서 명상을 해봤는데 좋은 에너지가 쌓여서인지 명상이 무척 잘 됐습니다.
다섯째, 주인장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를 팔로우하시고, 다양한 수업이나 모임에 참여해보세요. 프랑스인 점성가가 진행하는 인도 점성학 수업, 이번 생에 어딜 가서 경험할 수 있겠어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영성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북라운지. 라운지 아카식을 구독자님께 소개해보았어요. 다가오는 연말 연시, 한 해를 정리하고 시작하는 공간으로 여러분께 추천드립니다. 구독자 1000명이 되면 열려고 생각했던 호린의 오프라인 모임도 이곳에서 진행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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