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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호린 명상 클래스를 시작합니다.

호린 명상

마음을 보호하는 '나만의 만트라' 만드는 법

소리로 뇌를 바꾸는 '만트라 명상'의 놀라운 효과

2025.10.17 |
from.
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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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YN

Spiritual But Not Religious

구독자님은 혹시 '만트라 명상'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우리는 '명상'이라고 하면 조용하고 말없이 내면에 집중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만트라 명상은 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산스크리트어로 만(man)은 '마음'을, 트라(tra)는 '수단'을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마음을 보호하는 수단이죠.

만트라는 짧고 단순한 소리나 구절을 반복해서 암송하며 그 소리에 마음을 집중하는 명상법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옴'이라는 소리를 활용하는 옴 만트라와 불교에서 자주 쓰는 경전 독송 같은 방법입니다. 

뇌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만트라 명상도 일반 명상 못지 않은 강력한 치유와 이완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는데요.  짧고 단순한 소리를 반복하는 만트라 명상은 특히 명상이 쉽지 않은 현대인에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호린 뉴스레터에서는 20년차 명상가 신기율 선생님이 만트라 명상에 대해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구독자님, 이번 뉴스레터는 이런 내용으로 준비했어요!

1. 경전을 들을 때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
2.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옴 만트라'
3. 짧은 단어의 반복이 가져오는 힘
4. 종교가 없는 이들을 위한 만트라 명상법


아픈 친구를 살린 '20분간의 소리'

평소 건강만큼은 자신했던 20년 지기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 친구가 갑자기 몸이 퉁퉁 부어오르고 기력이 떨어지더니, 급기야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 어느 새벽, 의식을 잃었습니다. 급하게 실려 간 응급실에서 위급 상태라는 진단을 받고, 곧바로 입원실로 옮겨져 정밀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염증 수치는 정상의 30배가 훌쩍 넘었고, 심박수와 산소포화도, 혈압까지 모든 수치가 위험 신호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3일 만에 면회가 허락되어 겨우 친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의식은 찾았지만, 여전히 거동은 불편했고, 손과 팔에는 주렁주렁 링거줄을 달고 있었습니다. 급하게 입원하느라 챙기지 못한 일들, 걱정 되는 가족들, 무너진 일상의 파편들이 친구의 가슴에 촘촘히 박혀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평온한 척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평소의 밝고 따뜻한 눈빛은 느껴지지 않았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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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면회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친구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습니다. 뭔가 함께할 수 있는 것, 이 순간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소리를 암송하는 수행이 떠올랐습니다. 호흡이 편하지 않을 때도 할 수 있는, 소리를 듣고 마음을 모으는 방법입니다.

불교 신자인 친구를 위해 유튜브에서 '관세음보살보문품' 독송 영상을 찾았습니다. 관세음보살보문품은 고통받는 중생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모든 재난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비의 경전입니다.

경전에는 관세음보살이 중생의 부름에 응답하여 온갖 고통과 질병, 죽음의 위험에서 구제해 준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 아픈 친구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경전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귀에 들릴 듯 말 듯 한 크기로 독송을 틀어 놓고, 저는 낮게 중얼거리며 경전을 따라 암송했습니다. 친구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듣기만 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마땅히 한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를지니라. 이 보살은 능히 모든 중생에게 두려움이 없는 것을 베푸느니라.”

관세음보살보문품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 면회를 갔습니다.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관세음보살보문품을 들었습니다. 약 20분 정도 걸리는 독송이었습니다. 친구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듣기만 했지만, 그 시간만큼은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편안해 보였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염증 수치가 떨어지고, 링거줄이 하나씩 줄어들었습니다. 얼굴에 생기가 돌아오고, 희미하게나마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1일 만에 친구는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 문을 나서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그 어두운 시간 동안 함께 경전을 독송했던 시간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두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도록요.

경전을 들을 때 우리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

흥미롭게도 이런 경험은 신경과학 연구로도 뒷받침됩니다. 물론 아직 모든 메커니즘이 완벽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경전을 독송하거나 듣는 것은 우리 뇌에 독특한 변화를 일으킵니다. 병상에 누워 있을 때 가장 괴로운 것은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입니다.

왜 나만 이렇게 아플까?”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가족들은 얼마나 걱정할까?”


자기 자신에 대한 걱정과 반추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자기-참조적 사고(self-referential thinking)'라고 부르며, 이는 주로 뇌의 후대상피질(posterior cingulate cortex)에서 일어납니다.

 

종교적 경전을 독송하거나 들을 때, 이 후대상피질에서 델타파(1-4Hz)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델타파는 일반적으로 깊은 수면 상태에서 나타나는 뇌파로, 각성 상태에서 델타파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 영역의 활동이 억제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나는 왜?"로 시작하는 끝없는 자기중심적 걱정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실제 뇌를 찍어보면 독송 중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 같은 림빅계 구조(감정, 특히 공포와 불안을 담당하는 뇌 영역) 활동이 감소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편도체는 특히 공포와 불안을 담당하는 뇌 영역입니다.
친구가 경전을 듣는 동안 평온해 보였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경전의 소리가 불안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진정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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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경전은 리듬감 있는 문장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 리듬이 우리의 호흡과 자연스럽게 동기화되면서, 청각-운동 회로가 활성화됩니다. 생각, 호흡, 소리가 하나의 리듬으로 통합되면서 내적 조화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경전을 듣거나 따라 읽을 때 느껴지는 평온함의 신경학적 기반입니다.

옴(OM) –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만트라

그런데 긴 경전을 매일 독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때와 장소도 가려야 합니다. 그래서 고대부터 수행자들은 긴 경전의 핵심을 짧은소리로 압축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만트라(Mantra)입니다.
만트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만(man)은 '마음'을, 트라(tra)는 '수단'을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마음을 보호하는 수단입니다. 만트라는 짧고 단순한 소리나 구절을 반복해서 암송하며 그 소리에 마음을 집중하는 명상법입니다.

불교의 만트라를 예로 들면 ‘나무아미타불’은 아미타불 경전의 핵심을, ‘나무관세음보살’은 관세음보살보문품의 핵심을, ‘옴 마니 반메 훔’은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한 마디로 축약한 문장입니다. 긴 경전의 모든 가르침과 공덕을 이 짧은소리 속에 압축한 것입니다. 출퇴근길에도, 잠들기 전에도, 불안할 때도 언제든 되뇔 수 있는 휴대용 경전인 셈입니다.

만트라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옴(OM)'입니다. 힌두교와 불교 전통에서 옴은 우주의 근원적 진동, 모든 존재의 시작을 상징하는 소리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도, 옴은 우리 몸과 뇌에 독특한 영향을 미치는 소리입니다.


먼저 들숨으로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속에 옴을 준비합니다. 폐가 공기로 가득 차오르면, 천천히 날숨을 시작하며 "오오오음..." 하고 길게 내뱉습니다.

입술을 부드럽게 열고 "아(A)..."로 시작합니다. 소리가 배와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나옵니다.

자연스럽게 "우(U)..."로 이어지며 소리가 목구멍을 지나갑니다.

마지막으로 입술을 살짝 다물며 "음(M)..." 콧속과 머리 전체에 여운을 남깁니다.

소리가 끝난 후의 고요 속에서 그 진동을 온몸으로 느껴봅니다. 소리와 호흡, 그리고 나 자신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옴 소리를 낼 때 느껴지는 몸의 진동은 단순한 감각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음성 진동이 미주신경(vagus nerve)을 자극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미주신경은 뇌와 몸의 주요 장기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신경으로, 심장 박동, 호흡, 소화 등을 조절하면서 우리 몸의 이완 반응을 담당합니다.

짧은 단어의 반복은 마음을 이완시킨다

실제로 옴 만트라에 관한 여러 연구는 주목할 만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생리적 변화: 심박 변동성(HRV) 연구에서는 5분간의 옴 만트라 후 부교감신경 활성도를 나타내는 고주파(HF) 성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몸이 '싸우거나 도망가는' 스트레스 모드에서 '쉬고 회복하는' 이완 모드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뇌 활성 패턴: fMRI 연구에서는 옴 만트라 중 편도체, 해마 등 림빅계 구조의 활동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또한 후대상피질(posterior cingulate cortex)에서 델타파가 증가하는 독특한 패턴도 발견되었습니다.

뇌파 변화: EEG 연구에서는 옴 만트라 시 알파파 증가가 일관되게 관찰되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세타파와 감마파의 변화도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뇌파 변화는 뇌가 각성 상태에서 깊은 이완과 집중 상태로 이행하는 것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음성 진동이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조절하는 통로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옴을 길게 발음하면서 만들어지는 저주파 진동은 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마치 스위치를 누르듯 부교감신경계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심박수가 느려지고, 혈압이 안정되며, 몸 전체가 깊은 이완 상태로 들어갑니다.

하버드 의대의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 교수는 흥미로운 발견을 했습니다. 수행자들이 산스크리트 만트라를 반복하든, "하나(one)"같은 비종교적 단어를 반복하든, 비슷한 이완과 스트레스 대처 능력 향상 효과를 얻었다는 실험 결과였습니다. 그는 이를 '이완 반응(relaxation response)'이라 불렀습니다. 이는 반복적 암송이라는 행위 자체가 특정 신앙의 내용과 무관하게 뇌에 보편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종교가 없는 이들을 위한 '나만의 만트라'

만트라의 핵심은 단순함과 반복입니다. 한두 단어 혹은 짧은 구절을 끝없이 되풀이합니다. 어떤 소리를 선택하든, 그것을 호흡과 함께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계의 종교들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모두 짧은소리를 반복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교 사원에서는 "나무아미타불"과 "나무관세음보살"이 끊임없이 울려 퍼집니다. 티베트 고산의 바람 속에서는 "옴 마니 반메 훔"이 기도 깃발과 함께 춤춥니다.
동방정교회의 수도원에서는 수도자들이 하루에 수천 번씩 "주 예수 그리스도여,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를 되뇌며, 일상에서는 더 짧게 "주여, 자비를"이라고 부릅니다. 이슬람 신자들은 묵주를 손에 쥐고 "알라"를 부르거나 "라 일라하 일랄라(알라 외에 신은 없다)"를 암송합니다.
힌두 사원에서는 가장 근원적인 소리 "옴"이 새벽을 깨우고, "옴 나마 쉬바야(쉬바 신께 귀의합니다)"가 저녁을 물들입니다. 언어도 다르고, 신의 이름도 다르지만, 짧은소리, 끝없는 반복, 호흡과 함께하는 암송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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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간절히 원하는 단어를 만들어 만트라처럼 암송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마음의 평화가 필요할 때는 "평화"라는 한 단어면 충분합니다. 혹은 영어로 "Peace"라고 해도 좋습니다. ‘평화로움’처럼 조금 더 긴 단어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산만한 마음을 모으고 싶다면 ‘하나’ 혹은 ‘하나 됨’이라고 단어를 만들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소리의 길이나 형식이 아니라, 그것을 반복하는 행위 자체입니다. 처음에는 의미를 생각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점차 의미는 희미해지고 소리의 리듬과 진동만 남게 됩니다. 그 상태에서 마음은 고요해지고, 잡념은 사라집니다.

몸과 마음을 가장 쉽게 치유하는 만트라 명상

긴 경전에서 시작해 짧은 만트라로, 그리고 가장 단순한 옴 한 음절로. 이 여정은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의 여정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만, 우리의 뇌는 단순한 것을 필요로 합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자극 속에서 우리 뇌는 지쳐갑니다. 단순한 소리를 반복하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장 근본적인 호흡과 소리의 진동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병원 문을 나서는 친구의 뒷모습을 다시 떠올립니다. 11일 간의 사투 끝에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의학의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두운 시간 동안, 함께 들었던 긴 경전이 친구의 마음을 지켜주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고대의 수행자들이 직관적으로 발견했던 이 길을, 과학이 조금 더 친절한 언어로 조금씩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소리의 진동이 신경계에 영향을 주고, 반복이 뇌파 패턴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는 거죠. 만트라는 영적 수행인 동시에, 뇌와 몸을 치유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쉽고 효율적인 도구입니다.

여러분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특별한 믿음도, 수련 경험도 필요 없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단어나 문장을 선택하고, 호흡과 함께 반복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효과가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소리가 여러분의 일부가 되고, 여러분은 그 소리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Holyn Lab은 영성인문학 연구팀으로 모든 종교를 존중하지만 특정 종교나 단체에는 소속돼 있지 않습니다. Holyn 뉴스레터는 격주 금요일에 발송되며 지금은 무료로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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