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말고, 가족돌봄청년이라 불러주세요

사미는 영케어러(Young Carer) 또는 가족돌봄청(소)년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나요? 이는 어린 나이부터 가족을 돌보고 생계를 책임지는 아동·청소년, 청년들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과거에는 그저 효녀, 효자로만 여겨졌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적으로 영케어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중이에요.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돌봄의 짐을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잖아요.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어쩌면 우리 아주 가까이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의, 홀로 감당하기엔 무거운 짐을 감당하고 있을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게요.

💌 영케어러? 

영케어러는 만성·정신질환이나 장애, 중독 등을 가지고 있는 가족을 돌보는 만 34세 이하의 청년을 가리켜요. 

ⓒgettyimagesbank

국내에서 가족돌봄청년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2019년께예요. 그 전까지는 가족을 간병하는 청년들을 칭하는 단어조차 없었죠. 누구보다 사회적 지원이 필요함에도 기특한 효녀, 착한 효자란 이름으로 돌봄의 무게를 온전히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문제는 여전히 아픈 가족을 병간호하거나 가정 내 생계를 책임지고 있음에도 사회는 물론 본인 스스로도 이들이 돌봄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란 거예요. 돌봄이라는 행위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지난해 월드비전이 1117명의 영케어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3.2%가 ‘가족돌봄청년’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어요. 

🫂영케어러가 그렇게 많아?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영케어러는 15만3044명으로 추산돼요. 이는 13~34세 전체 인구(약 1177만명)의 1.3%에 해당하는 수치인데요. 

연령대별로 보면 25~34세가 55%로 가장 많았고 19~24세 28.9%, 초중고교생인 13~18세도 16%로 결코 적지 않았어요. 

ⓒgettyimagesbank

누구를 돌보는지를 살펴보면 홀어머니가 34%로 가장 많았고 아버지·어머니가 모두 있지만 부모 간병과 가족 생계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경우가 24%로 뒤를 이었어요. 홀아버지를 돌보는 경우는 11%,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를 돌보는 경우도 10% 정도로 집계됐어요. 

보건복지부가 2022년 실시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이들의 주당 가족돌봄 시간이 21.6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평균 돌봄 기간은 46.1개월에 달했어요. 

💌 이들에게도 돌봄이 필요해

전문가들은 영케어러가 학업이나 직업적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지적해요. 돌봄에서 자유로운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가꿔나가는 동안 영케어러는 미래 계획을 세울 수도,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기도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는 거예요. 

통계청의 보고서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들의 고단한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요. 

이들은 19~24세일 때는 가족돌봄을 하지 않는 청년보다 미취업 비율이 7%p 낮았는데요. 25~34세에선 미취업 비율이 4.3%p 높았어요.

한창 대학생 시절을 즐겨야 할 시기엔 돈벌이를 하는 영케어러가 많고, 대학 졸업 후 본격적인 생산활동을 해야 할 시기엔 오히려 취업전선에 끼지 못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죠. 

실제 영케어러의 41.2%는 직접 돌봄과 함께 경제적 부양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13~18세에서는 이 비율이 26.1%였고, 19~34세는 51.3%로 절반을 넘어섰죠. 

삶의 질도 낮은 것으로 보여요. 영케어러의 22.1%는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고 61.5%는 우울점수가 16점 이상이었어요. 특히 주 15시간 이상 돌봄을 하는 영케어러는 우울점수가 23.8점에 달했어요. 

서울시가 진행한 영케어러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을 돌보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은 경제적 어려움(90.8%)이었고 가장 필요한 도움은 ‘생계 지원’(93.2%)이었습니다. 

💌 영케어러 돌보기 나서는 사회 

현재 국내에서 영케어러 지원사업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있어요. 

서울시는 지난 2022년 전국 최초로 가족돌봄청년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가족돌봄청년지원팀’을 꾸렸어요. 올해 3월 기준 812명의 영케어러가 시로부터 지원을 받았죠. 

서울시 가족돌봄청년 지원사업 홍보 포스터 *자세한 내용을 원하는 사미들을 위해 관련 사이트를 링크했어요. 클릭하면 서울복지포털 사이트로 이동됩니다😊

다방면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특히 자신이 영케어러에 해당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전화 상담 및 온라인 창구를 상시 운영 중이에요.

청년뿐 아니라 가족을 돌보는 누구나 돌봄서비스가 궁금하다면 안심돌봄120으로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고난도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등의 경우에도 대상자별로 이용할 수 있는 돌봄 종류와 신청 자격·절차 등을 안내받을 수 있죠.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지난 3월부터 13~34세 청소년 및 청년을 대상으로 인천시 가족돌봄청(소)년 실태조사 연구를 시작했는데요. 관내 영케어러들의 돌봄 현황, 필요한 정책 등을 연구하고 그 결과에 기반한 지역 정책을 제안한다는 계획이에요. 

부산시는 4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 등과 함께 가족돌봄 아동·청소년을 위한 통합지원 업무협약을 맺었어요. 이를 통해 지원 대상자를 신속하게 발굴하고 후원금 지원을 연계하는 등의 대책을 모색하기로 했어요. 

경기 광명시는 오는 5월부터 9월까지 고향사랑기금을 활용한 지역복지 사업 파워 업 홈(Power Up Home), 좋지 아니한家를 통해 영케어러를 지원하기로 했어요.

이 사업은 영케어러들이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300만원 한도로 도배·장판 교체, 화장실 수리 등 주거환경 개선 또는 밥솥, 전자레인지, 침대 등 생활 가전·가구 교체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아요. 

🫂기업도 함께 돌봐요 

기업들도 영케어러에 대한 지원에 손을 보태는 모습이에요. 

일례로 월드비전은 GS25와 함께 지난해 전국 1만8500개 편의점에 QR코드가 삽입된 포스터를 부착했어요. 포스터에는 가족 돌봄 행위를 7가지 그림으로 보여줘, 영케어러가 스스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주체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거죠. 

한화생명은 지난 2023년부터 영케어러 디딤돌 프로젝트 ‘WE CARE’를 진행 중이에요.

ⓒ한화생명

단순한 경제적 지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가족돌봄청년들의 사회적 고립을 막고 심리적·정서적 안정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죠. 지난해 10~12월에는 한화생명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영케어러를 응원하고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4일부터 2주간 보건복지부,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함께 배민 앱 내 이벤트 페이지에서 가족돌봄청년 정책홍보 캠페인 ‘나의 장바구니’를 전개했는데요.

이와 연계해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200명의 영케어러를 위한 ‘봄봄봄’ 키트를 제작, 전달했어요. 

하나금융은 지난 4월 영케어러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한 식사 지원 사업을 실시했어요.

이 사업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연중 지속적으로 운영된다는데요. 총 1111가구를 대상으로 매주 건강식 반찬을 제공하는 한편, 격월로 멘토링 담당자와의 상담도 진행한대요. 

💌좀 더 가벼워질 수 있을까요? 

이런 여러 가지 지원사업에도 여전히 영케어러의 짐은 무겁기만 한데요. 이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선 관련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영케어러의 삶이 실질적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해요. 

지난 2월, 그 첫 단계로 영케어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어요. 1년여간의 준비기간을 가진 뒤 내년 3월 시행될 예정이에요. 

이 법은 가족을 돌보거나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아동과 청년을 공적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이들을 직접 지원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해 발굴부터 신청·접수·상담을 거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아요. 

구체적으로 가족돌봄 아동·청년에게는 본인의 미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자기돌봄비가 제공되고 아픈 가족을 위한 돌봄서비스 지원도 강화되죠. 지원대상자로 선정되면 안정적인 생활 환경 조성을 위해 공공주택 특별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공임대주택도 우선 공급받을 수 있어요. 

물론 관련 법 제정·시행만으로 영케어러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이들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커진다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는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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