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의 증가, 장례까지 바꾸고 있다고?

📢 올해 1월부터 혼삶레터는 짝수편마다 <사미의 할말있음!> 코너를 통해 구독자 사연을 토대로 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있죠. 그런데 그동안 호니가 알뜰살뜰 모아뒀던 사연이 똑 떨어졌지 뭐예요😢 

그래서 오늘 보내드리는 96호는 사연없이, 사미들이 궁금해 할 만한 주제를 선정해 왔어요. 1인가구 생활에서 고민이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담벼락이나 이메일(honjokking@naver.com)로 사연 보내주세요🧡

호니는 언제든 들을 준비 완료! 

국내 1인가구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미도 익히 들어본 적 있겠죠?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가구는 750만2000가구로 전체 인구의 34.5%를 차지해요. 12년 후에는 1인가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설 거라는 예측도 나오는데요.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거라고 해요. 아마 지금 이 레터를 읽는 사미들 중에도 평생의 혼삶을 계획해 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1인가구의 증가는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고 있죠. 그 중 하나가 바로 오늘 이야기 해 볼 장례 문화예요. 

사실 호니도 지인의 장례식장에 다녀오면서 내 장례식에 대해 상상해 본 적 있거든요. 그런데 1인가구로 삶을 마무리하게 된다면 내 장례식의 상주는 누가될지, 내가 남기고 간 것들은 누가 정리해 줄 지 조금 궁금해지더라고요. 사미도 궁금하지 않나요?😊

🪻내 장례는 누가? 내가 정함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 따르면 장례절차는 원칙적으로 연고자가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이때 이때 연고자 1순위는 고인의 배우자고요. 자녀, 부모,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 혈연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2~6순위예요. 

이어서 사망 전 치료·보호하던 기관이 7순위고요. 8순위가 ‘앞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자’예요. 애인, 친구, 지인 등은 맨 끝 순위 연고자가 된다는 거죠. 이런 연고자가 없이 사망한 이들 또는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이들을 ‘무연고사망자’라고 부르고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실혼 배우자나 친구 등은 장례주관자가 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지난해 장사법이 개정·시행되면서 ✅장기적·지속적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 ✅종교활동 및 사회적 연대활동 등을 함께한 사람 ✅사망한 사람이 유언 등의 방식으로 지정한 사람이 장례의식을 주관할 수 있게 됐죠. 

이에 따라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사전 장례주관 의향서 사업 시행에 나서는 모습이에요. 

사전 장례주관 의향서는 자신이 사망 전에 장례 주관자와 부고 범위, 장례 방식 등을 지정한 문서예요. 집에서 사망한 1인가구를 발견했을 때 누구에게 먼저 연락을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이 발생하곤 하는데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함인 거죠. 

서울 영등포구는 올해 상반기 관내 4개 동을 대상으로 사전 장례주관 의향 사업을 시범 운영했어요. 총 169명이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신청자 대부분은 장례 주관자로 직계 가족을 적어냈지만, 친구나 요양보호사, 아파트 경비원 등 친분 있는 제3자를 지정하는 경우도 있었대요. 

영등포구는 지난 7월부터 이 사업을 관내 18개 동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 운영 중인데요. 추후 삶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웰다잉’ 교육과 장수 사진 촬영 사업 등을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고 해요. 

부산 동구가 실시하는 ‘해피엔딩 장례 지원사업’도 눈여겨 볼 만해요. 1인가구나 무연고자를 사회적 가족과 연결하는 사업인데요. 

‘사전 장례 의사 관리 신청서’를 작성해 이웃 등 주변 사회적 가족을 장례 주관자로 지정할 수 있고 사후 장례 방식과 일수, 안치 방법까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신청자들은 유언장 작성과 유언집행자 지정 교육도 들을 수 있다고 하고요. 

🚧이것만으론 아직 부족해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 법은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앞서 장사법 개정에 따라 가족 대신 장례가 가능해졌다고 소개했는데요. 이 조항은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조항이기 때문이죠. 

누군가 사망했을 때 배우자부터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 형제·자매까지의 연고자를 파악해 고인이 무연고 사망자로 최종 확정이 되고 나서야 지인도 장례를 주관할 수 있다는 거예요.

서울시의 경우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되기까지의 시간이 평균 30일 걸린다고 하고요🤦

다시 말해 내가 아무리 고인의 친한 친구였고, 고인이 내가 장례를 주관해주길 희망했다 하더라도 사망 후 (서울의 경우) 30일 정도 기다리고 나서야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된다는 거예요. 

유언장을 통해 장례주관자를 지정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예요. 유언을 받은 사람에게 곧바로 장례할 권리와 의무가 주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특히 유언의 능력과 내용은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데요. 민법에서는 장례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언은 참고사항에 불과해요.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장사법 내 '유언 등의 방식으로 지정한 사람도 장례의식을 주관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연고자 파악이 끝난 뒤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사망자의 유언을 받은 사람을 장례주관자로 지정할 수 있다로 풀어 쓸 수 있다는 거예요.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가구라는 지금, 법은 여전히 혈연과 법률혼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더 짧게, 더 작게 

장례식 문화도 1인가구 증가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작은 장례식이에요. 참여 조문객 자체가 줄어드니 허례허식은 뺀 작은 규모의 장례를 치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거죠.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2022년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간소하게 치러지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장례문화’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63.7%에 달하기도 했고요. 

국내 대표 상조기업인 보람상조의 경우 지난해 트렌드 중 하나로 ‘1인가구 증가’를 꼽으며, 작은 장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거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어요. 

실제 상조업계에서도 이같은 수요에 대응한 작은 장례 서비스를 많이 내놓고 있는데요. 절차, 용품, 봉안서비스 등에서 비용을 줄이고 장례식도 추모식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식이에요. 

소규모 장례를 위해 가격부담을 낮춘 ‘후불제 상조’도 확산하고 있어요. 후불제 상조는 매월 계약 금액 일부를 정기 납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례가 끝난 후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에요.

✈️ 이웃 나라에선 이미 

우리나라에선 1인가구의 장례에 대한 관심이 이제서야 조금씩 커지는 모습인데요.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에선 이미 슈우카츠(終活, 종활)란 말이 보편화 될 만큼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요. 여기서 슈우카츠란 인생의 마지막을 위한 활동을 뜻해요. 

일본의 지자체들은 몇 년 전부터 엔딩 서포트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요.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예탁금 50만엔(약 450만원) 이상을 낼 수 있으면 가입할 수 있는데요. 

계약자가 살아있을 때 한 달에 한 번 전화 안부를 묻고, 6개월에 한 번씩 담당자가 가정방문도 해요. 그러다 계약자가 사망하면 전화나 전기 해지부터 채무해결, 병원비 지불, 반려동물 관리, 행정관청 신고 등까지 모두 예탁금으로 해결해 줘요. 

민간 차원의 1인가구 장례 서비스도 활성화 되는 추세예요. 일본의 한 대형 장례회사는 지난 5월 독신자를 위한 ‘조문객 없는 장례식’ 상품을 새로 출시했어요. 

이 상품은 기업이 제공하는 장례 서비스와 사후 서류처리, 특수관계자와의 연락 서비스 등이 포함돼 있는데요. 가격은 옵션별로 70만~175만엔(약 630만~1580만원) 수준이에요. 회사는 독거노인들로부터 임종 상담을 많이 받아 이런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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