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때문에 아주 죽을 맛이다.
새집에 살다가 헌집으로 이사 오니 모기가 극성이다. 방충망을 손질하고, 창문을 닫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음에도 하루 저녁에 모기 15~20마리를 잡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새벽 3~4시에 잠들기가 일쑤고 매일 수면 부족으로 정신은 몽롱하고 가슴도 아프다.
창조주가 계시다면 도대체 모기는 왜 만들었을까?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존재인 것 같은데.
하여 인터넷을 찾아보니, 모기와 그 유충은 물고기, 양서류, 거미, 박쥐, 그리고 북극 철새 등의 주요 식량 자원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하기엔 물고기와 거미를 위해 내가 이리 희생해야 하는가 싶다.
다행히 어제는 방충망과 창틀 사이에 틈을 발견해 추가로 공사를 했더니 방안에 모기 숫자가 확연하게 줄어서 5시간 이상 연속으로 잠을 잘 수 있었다. 덕분에 아침 8시 이른 시간에 개최되는 이사회를 무사히 마치고 멀쩡한 정신에 이렇게 글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올 초 여의도로 이사 오면서 집사람과 관계가 소원해 졌다. 내 뜻과 달리 집사람의 강력한 주장으로 이사하게 된 것도 있거니와, 빚이 생기면서 57살에 조기 은퇴 하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강제로 노동시장에 내몰린 억울한 마음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퇴직 대신 선택한 노동을 좀 더 잘해 보자는 심산으로 KDX로 파견 나오다 보니 일이 너무 많고, 생활 패턴도 너무 달라져 올 해 들어 집사람과 밥 한 끼 같이 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모기 덕분에, 그 끔찍한 모기 지옥 덕분에 지난 주 집사람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어제는 올 해 들어 처음으로 저녁 식사도 같이 했다. 물론 모기 때문에 식사를 한 건 아니고, 집사람이 저녁에 다니는 체육시설이 이번 주 화, 목 휴관이라 우연히 시간이 맞았을 뿐이긴 하지만.
모기야, 너는 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이니? 약하디 약한 몸으로 공룡의 피까지 빨았던 너는 왜 태어났니?
모기가 미움 받는 이유는 남의 피를 빨아 먹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에서도 일상 생활에서도 남의 노동을 빨아 먹고 사는 에너지 뱀파이어들이 존재한다. 예전에 내가 회사내 에너지 뱀파이어로 인해 힘들어 할 때 나를 좋아해 주던 사내방송 아나운서가 나를 위로한다고 일부러 에너지 뱀파이어 대처법을 방송에서 낭독해 준 일이 생각난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모기로 인해 힘들었던 요즘. 덕분에 모기 막아보겠다고 집안이 단합했던 요즘. 가족간에 대화도 많아졌고, 나를 위해 방송 원고를 쓰고 방송을 해줬던 사내 아나운서 후배도 생각 나는 하루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