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1 | 202호 | 구독하기

그는 위임을 거둔 적이 없다.

한 팀장이 고객 대응 프로세스 개편을 구성원에게 맡겼다. 범위와 예산을 정해 주고 "이 안에서는 네가 판단해서 진행해"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흘 뒤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그는 이렇게 물었다. "그거 어떻게 돼가?" 일주일 뒤 주간 회의에서 한 번 더 물었다. 열흘째 되는 날에는 관련 메일에 자신을 참조로 넣어 달라고 했고, 보름이 지나자 "중간에 한 번 같이 보자"고 했다.
그는 위임을 거둔 적이 없다. 그러나 3주가 지났을 때, 구성원은 무언가를 정하기 전에 팀장의 표정을 먼저 살피고 있었다.
지난 글에서 위임은 결정을 나누는 것이며, 맡긴 판단이 틀렸을 때 권한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실무에서 위임이 무너지는 지점은 대개 그 전이다. 실패가 일어나기도 전에, 리더의 불안이 먼저 새어 나온다.
손을 떼고 맡겨놓는 것이 위임은 아니다.
그렇다고 반대편이 정답인 것도 아니다. 맡겼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묻지 않겠다는 태도는 신뢰처럼 보이지만 방치에 가깝다.
랭프레드는 자율성이 높은 71개 팀을 분석해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1]. 신뢰가 높은 팀은 서로를 확인하지 않게 되는데, 자율성까지 높은 상황에서는 그 조합이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렸다. 신뢰가 점검을 대신할 수 있다고 보는 순간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가 던져야 할 질문은 "들여다볼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언제, 어떻게 들여다볼 것인가이다.
문제는 횟수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다.
같은 한 주에 세 번을 확인하더라도, 미리 정해 둔 세 번과 불쑥 들어오는 세 번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앞의 것은 절차가 되지만 뒤의 것은 감시로 읽힌다.
예고 없는 확인은 정보를 묻는 행위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구성원은 질문의 내용보다 질문이 왔다는 사실을 먼저 해석한다. '무언가 미덥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 해석은 다음 판단에 영향을 준다. 스스로 정해도 되는 일까지 한 번 더 확인하는 쪽으로 기운다.
아마빌레와 크레이머는 7개 기업 238명이 매일 작성한 1만 2천여 건의 업무 일지를 분석해, 직장인의 내적 업무 생활과 동기부여를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의미 있는 일에서의 작은 진척(Small Wins)'임을 밝혔다[2]. 관리자의 행동은 그 진척을 돕는 촉매가 되기도 하고, 가로막는 방해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관리자 669명에게 물었을 때 일을 진척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한 동기 요인으로 꼽은 사람은 5%뿐이었고, 대다수는 그것을 맨 마지막으로 꼽았다.
리더는 자신의 개입을 관심으로 계산하지만, 구성원의 하루에는 흐름이 끊긴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맡기는 자리에서 만날 날짜를 함께 정한다.
무엇을, 언제, 어떤 형태로 볼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2주 뒤에 초안을 같이 보자", "업체 후보가 셋으로 좁혀지면 한 번 공유해줘." 필요하다면 예정된 시점보다 먼저 볼 조건도 함께 정해 둔다. 위임의 마지막 절차는 권한의 경계를 긋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에 만날 자리를 잡아두는 일까지 포함한다.
이것은 구성원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리더 자신을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확인할 시점이 정해져 있으면, 그 사이에는 묻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예정된 점검일 전에 확인하고 싶어질 때 무엇을 확인하려는 지 자문한다.
진행 상황이 궁금한 것인가, 아니면 내 불안을 낮추고 싶은 것인가.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 정보를 지금 듣는다고 해서 내가 할 일이 달라지는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점검이 아니라 안심이다. 안심을 위한 질문의 비용은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이 치른다.
셋째, 만나는 자리에서 진도가 아니라 성립 조건을 확인한다.
2주차 점검. 구성원이 말한다. "일정대로 가고 있습니다." 사실이다. 현황 조사도 끝났고 개편안 초안도 나왔다.
4주차. 같은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개발팀 일정이 밀려서 다음 달로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 2주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을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개발팀 일정은 2주차에도 이미 불투명했다. 다만 그때는 아직 그 일에 착수할 차례가 아니었고, 그래서 진도표에 잡히지 않았을 뿐이다. 진도표는 일정이 실제로 늦어진 뒤에야 문제를 보여준다.
모든 계획은 몇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성립한다. 이 일도 마찬가지였다. 시스템 수정을 개발팀이 이번 달 안에 해준다는 것, 현장 팀이 새 절차를 두어 주면 익힌다는 것, 고객 문의의 대부분이 몇 가지 유형으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일정은 이런 조건들이 맞을 때만 지켜진다. 그런데 점검 회의에서는 이 조건들이 좀처럼 입 밖에 나오지 않는다. 너무 당연해서 말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가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이 일정이 지켜지려면 무엇이 맞아떨어져야 하지? 그중에 지금 제일 불안한 건 뭐야?"
앞 문장은 계획의 성립 조건을 꺼내게 하고, 뒤 문장은 그중 흔들리는 것을 짚게 한다. 개발팀 일정이 불안하다는 말이 2주차에 나오면 선택지가 있다. 4주차에 나오면 그것은 보고가 아니라 통보다.
지난 글에서 맡긴 일이 잘못됐을 때 "누가 틀렸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어긋났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긋난 것을 지목하려면, 결정 당시 무엇이 맞을 것이라고 보았는지가 미리 말로 나와 있어야 한다. 적어 둔 것이 없으면 남는 것은 결과뿐이고, 결과만 남으면 평가는 사람을 향한다.
성립 조건이 흔들린다는 말이 나왔을 때 리더가 할 일도 분명해진다. 해결책을 대신 내주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맡겨두고, 권한 밖의 장애물은 리더가 조정한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 지난주 나는 맡긴 일에 대해 몇 번 물었는가. 그중 미리 정해 둔 자리는 몇 번이었는가?
● 그 질문으로 얻은 정보 때문에 내가 실제로 바꾼 것이 있는가?
● 나는 위임하면서 다음에 만날 날짜를 함께 정해 두었는가?
● 점검 자리에서 진도만 물었는가, 아니면 일이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흔들리고 있는지도 물었는가?
좋은 리더는 맡긴 뒤 사라지는 사람이 아니다. 언제 나타날지 구성원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위임을 지키는 것은 참는 힘이 아니라, 미리 정해 둔 자리다.
[1] Langfred, C. W. (2004). Too much of a good thing? Negative effects of high trust and individual autonomy in self-managing team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47(3), 385–399.
[2] Amabile, T. M., & Kramer, S. J. (2011). The power of small wins. Harvard Business Review, 89(5), 70–80.
하우코칭 파트너
박신후 코치(KPC)

*밑줄을 누르면 상세 내용으로 연결됩니다.
✅ S사 신임 임원 그룹코칭 🏃🏻♂️💨
✅ AAA 코칭 워크숍, 코칭의 탄탄한 기초교육으로 전문코치에 도전하세요! [9월11일, 12일]
✅ 대기업 출신 임원 모셔왔는데..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