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잘 지냈니?
벌써 5월이야. 5월은 특히 온통 화목과 사랑을 말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정작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숨이 찰 때가 있어. 사실 나도 요즘은 수채화 종이를 앞에 두고 망설이는 날이 많아. 내 작업이 정말 의미가 있는지, 누군가에게 가닿기는 하는지 자신감이 바닥을 보일 때가 있거든. 작가인 나조차도 이런데, 매일 치열하게 버티는 너는 얼마나 마음이 휘청거릴까 싶어.
예전에 미국 뉴욕주 버펄로 윌리엄스 빌(williamsville)에 잠깐 산 적이 있어. 그때 아주 놀라운 장면을 본 적이 있었어. 아주 더운 여름이었어. 뜨겁고 넓은 아스팔트 도로 위를 거위 가족이 일렬로 건너고 있었지. 신기한 건 그 누구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는 거야. 모든 차가 약속이라도 한 듯 멈춰 서서, 그 작고 느린 생명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주었어. 효율과 속도가 전부인 도로 위에서 발견한, 가장 무해하고 다정한 멈춤이었지.
그리고 잠시 그 고요 속에서 가족에 대해 생각했어.

내가 그린 거위 가족들은 지금 아주 좁고 위태로운 외길을 걷고 있어. 누군가는 왜 하필 저런 길을 가느냐고, 더 빠르고 안전한 길이 있지 않냐고 훈수 둘지도 몰라. 하지만 거위들은 서두르지 않아. 앞뒤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자기만의 속도로 한 발씩 내디딜 뿐이야.
가족이란, 혹은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그런 것 같아. 대단한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뒤처진 외길을 걷고 있어도, 그저 서로의 존재를 등 뒤에서 확인하는 것만으로 생존할 이유가 충분해지는 것.

끊임없이 연결되어야 하는 SNS 세상 속에서 우리는 정작 소중한 사람과 눈을 맞추고 식사하는 고요한 시간을 잃어버렸어. 타인의 하이라이트와 나의 일상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에 너무 익숙해졌지.
오늘은 너에게 이 거위 가족의 느린 걸음을 선물하고 싶어. 억지로 화목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좋아. 결혼이나 출산 같은 사회적 숙제를 해내지 못했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어. 때로는 너의 걸음이 파도 위를 걷는 것 같은 아찔함에 했을 때에도 그저 네 등 뒤에 너를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 기억해 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오늘 하루여도, 너는 충분히 안전하고 온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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