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찬란해서 오히려 움추려들기 쉬운 4월의 절정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조금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약 천 년 전, 신라의 어느 장인이 빚어냈을 기와 한 조각에 대한 이야기예요.
지붕의 가장 끝자락에서 집안의 모든 안녕을 지켜보았을 수막새.
지금은 비록 깨어진 조각으로 남았지만, 그 안에 새겨진 미소는 여전히 선명합니다.
우리는 늘 완벽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금 하나 가지 않은 매끄러운 삶, 남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번듯한 성취만이 가치가 있다고 믿었죠.
그래서 작은 실패에도 마음이 쉽게 부서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낡고 깨어진 수막새를 보세요.
시간의 결에 깎여나가고 일부가 떨어져 나갔음에도, 장인이 심어둔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깨진 틈 사이로 천 년의 먼지가 쌓이고, 어디선가 날아온 작은 씨앗들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틈에서 환한 꽃이 피어났지요.
부서진 자리가 단지 흉터가 아닌, 꽃을 피우는 터전이 된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지금 깨어져 있다면,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누군가를 위해,
혹은 자신을 위해 치열하게 '안녕'을 빌어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애써 온전해지려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깨어진 그대로의 모습으로 웃어도 괜찮습니다
천 년 전의 미소가 시간의 결을 타고 오늘 우리에게 닿았듯,
당신의 다정한 마음도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의 곁에 머물 거예요.
이 수막새의 미소처럼, 당신도 당신 자신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운 밤이기를.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 보인다 해도, 당신의 깨어진 그 자리는 분명
또 다른 생명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 그 자리에 존재하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정한 당신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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