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들 평안하신지요?
읽고 쓰고, 그리는 작업실에서 6월의 첫 주에 안부를 전합니다.
요즘 제 작업실에서는 <수막새의 꿈 2> 시리즈가 한창 피어나고 있어요. 새하얀 여백 위로 싱그러운 초록 포도송이가 영글어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하나씩 남기다 문득 Maily 생각이 났습니다.
사실 수채화를 그릴 때면 매번 겪는 일이 있습니다. 분명 작업 노트에 아이디어를 적고 검색하며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붓을 들었는데도, 물감 작업은 예기치 못한 곳으로 흘러내리고 제 마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번져나가곤 한다는.

처음에는 그 통제할 수 없는 번짐이 실패처럼 느껴져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멈춰 서서 들여다보면, 오히려 그 번짐 덕분에 제가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깊고 자연스러운 색감이 완성되더라고요.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길이 새로 열리기도 하고요.
그림을 그리다 붓을 내려놓고 가만히 지난날을 돌아봅니다.

저 역시 모든 것을 제 뜻대로 계획하고 통제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늘 분주했고, 아이들을 제 계획 안에 두려 무던히 애썼으며,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완벽한 계획표를 짜놓고 달렸어요.
하지만 돌아보니 뜻한대로 잘 흘러간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때는 그것이 전부 나의 실패인 줄만 알아서, 스스로를 탓하며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밤이 참 많았습니다.
이 작은 종이에 흘리고 번지며 스며드는 물길 하나 제 뜻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 거대하고 소중한 삶이, 그리고 눈부신 아이들의 인생이 제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생기고, 그걸 해결하려 애쓰는 동안 삶은 또 다른 뜻밖의 길로 연결되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애초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곳에 도달해 있기도 하지요.
이제는 그것이 실패가 아니라, 삶이라는 거대한 수채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순리라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혹시 지금,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마음 졸이며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그건, 당신의 하얀 종이 캔버스 위에 지금 막 '아름다운 번짐'이 시작된 것입니다.
내가 계획한 길보다, 삶이 이끄는 대로 번져간 그곳에서 분명 더 따뜻하고 풍요로운 희망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작업실에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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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삶의 내공이 느껴지는 가슴 찡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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