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돔 광장 원조집
방돔 광장의 보석을 얘기하자면 가장 할 말이 많은 메종은 역시 쇼메일 것이다. 방돔 광장의 하이 주얼리 시대를 공식적으로 연 브랜드는 1893년에 입성한 부쉐롱이더라도, 사실 방돔 광장에 처음으로 보석 가게를 개업한 것은 바로 쇼메이다. 1812년에 작업실을 방돔 광장 15번지로 옮겼으니, 거의 100년을 앞선 셈이다. (지금 15번지는 전설적인 파리 릿츠 호텔이 있는 곳이다.)
물론 그 때는 쇼메가 “쇼메”라고 불리기 전인, 마리-에티엔 니또(Marie-Etienne Nitot)의 보석 세공 작업실이었다. 그 이후, 여러 세대가 지나고 “쇼메”라는 이름으로 방돔 광장에 1907년 재입성했는데, 그 때는 (쇼팽이 한때 살았던!) 12번지로 들어왔고,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왕의 보석상
쇼메의 창립자인 니또는 나폴레옹의 대관식에 사용된 제식용 검, 그리고 나폴레옹의 대관식에 참석한 교황을 위한 선물인 나폴레옹 교황관(papal tiara)을 제작했다. 그 공으로 황가의 공식 보석 세공인으로 지정된 쇼메는 유럽 최고의 인기 보석상으로 떠오른다.
제국의 황제로 등극한 나폴레옹은 상징의 정치적인 힘을 믿었다. 고대 그리스, 로마를 연상시키는 황금 월계관을 쓴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게 하고, 자신과 황후의 카메오를 제작하도록 하였다. 고대 카이사르의 권위를 곧 황제의 권위로 끌어온 것이다.
황후 조제핀을 화려한 보석과 파뤼르(parure; 보석 세트. 목걸이, 귀걸이, 브로치, 팔찌, 티아라의 구성이 일반적이다. 드미파뤼르demiparure는 이 중 2-3점으로 구성된 약식 세트.)로 장식한 것도 황가의 위엄을 과시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전술이었다. 조제핀 황후를 위해 쇼메가 제작한 가장 유명한 보석은 밀이삭 티아라인데, 밀이삭은 풍요, 부활, 평화를 상징한다. 곡식과 수확을 관장하는 로마의 여신인 케레스 여신의 상징물도 밀이삭이었다.
밀이삭을 다이아몬드와 금속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으련만, 쇼메는 특유의 가벼움과 율동감이 가득한 자연주의적 묘사로 마치 이삭에 바람이 스치는 모습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듯한 멋진 티아라를 내놓았다.
그러니 제국 시대 유럽 최고 인기의 보석상으로 떠올랐을 수밖에.
티아라 명가
화려한 왕관같은 티아라는 중세풍의 공주를 생각하게 하지만, 실제로 티아라가 인기의 최고를 구가했던 때는 바로 1900년 전후, 벨에포크(La Belle Epoque)라고 불리는 시대이다. 18세기 귀족 여성의 풍성하게 부풀려진 머리 모양은 티아라를 일상적으로 착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신고전주의가 유행하면서 자연스러운 머릿결을 강조하기 시작한 19세기 초부터 티아라가 귀부인의 파뤼르에 포함되기 시작하는데, 특히 조제핀 황후가 즐겨 착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게 된다.
그 유행의 정점은 벨 에포크가 찍는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화려한 무도회와 파티가 경쟁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는데, 이 때 화려한 티아라는 가문의 부를 과시하기 좋은 도구였다. 티아라와 그 아류인 에그레뜨(aigrette; 새의 깃털을 꽂아 장식할 수 있는 작은 보석 머리띠), 방도(bandeau; 이마를 가로지르도록 착용할 수 있는 보석 머리띠) 등이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명실상부 티아라 명가인 쇼메는 불티나게 팔리는 티아라를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제작하기 바빴다. 결국 쇼메가 제작한 티아라는 2000점이 넘는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숫자다.
대표 디자인
조제핀
2010년대 조제핀 라인이 출시됨. 쇼메 최초의 고객 중 한 명인 조제핀 황후의 이름을 딴 라인인데, 쇼메의 상징인 티아라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서브 라인인 조제핀 에그레뜨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에그레뜨에 알록달록한 깃털을 꽂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비마이러브 (Bee My Love)
2011년 쇼메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탄생한 비 마이 러브(bee my love) 컬렉션은, 조제핀 황후가 사랑한 보태니컬 모티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육각형으로 구성된 깨끗한 느낌의 기하학적 디자인은 젊은층과 아시아 시장에 어필한다.
리앙 (Liens)
1977년 처음 등장한 메종의 시그니처 디자인. 리앙(Lien)이란 곧 관계라는 뜻으로, 특유의 X 표시는 두 사람 사이의 끈끈한 유대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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