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 왕실 보석상을 갈아엎으면 생기는 일

레포시, 전통으로부터 아방가르드로

2023.10.08 | 조회 5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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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알려줄게

주얼리와 보석, 시계에 관한 얘기를 풀어요.

벽에 발린 알루미늄 클래딩과 색유리 거울, 그리고 느릿느릿 회전하는 대형 빌보드. 전통적인 명품 주얼리 매장보다는 오히려 현대미술 갤러리 같은 인테리어를 한 이곳은, 이탈리아의 파인 주얼리 브랜드 "레포시(Repossi)" 의 방돔 광장 6번지 부티크이다. 

세계적인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와 OMA 건축설계사무소의 작품으로, 다른 주얼리 매장과는 확연하게 다른 아방가르드한 인테리어를 보여 준다. 이는 레포시의 현 디렉터인 가이아 레포시의 리더십이 추구하는 방향을 고객에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현대적인 외관만을 보자면 젊은 브랜드 같지만, 사실은 깊은 역사를 가진 브랜드인 레포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주얼리는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것

레포시는 1957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코스탄티노 레포시(Costantino Repossi)가 이름을 걸고 창립한 주얼리 브랜드이다. 코스탄티노에 이어 알베르토, 그리고 이제는 가이아까지, 3대째 이탈리안 헤리티지를 지키고 있는 레포시 가의 가업인 셈이다.

레포시가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에 서게 된 것은 2대, 알베르토 레포시(Alberto Repossi)의 때이다. 알베르토 레포시는 젊은 시절부터 아버지의 공방에서 금속공예 교육을 받고, 사업을 이어받은 후에는 직접 인도, 콜롬비아, 스리랑카, 미얀마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희귀한 보석을 수집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1978년에 모나코 왕국의 수도인 몬테카를로에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알베르토의 타겟은 확실했다. 그는 가장 특별하고 희귀한 보석을 사용해서 몬테카를로에서 극소수의 고객만을 위해 특별한 주얼리를 제작했다. 그로 이름을 떨쳐 1994년에는 모나코 왕실 공식 보석상으로 지정되었으니, 그만큼 특별한 고객층을 상대하는 데에 특화된 전략을 취한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여성을 위한 새로운 주얼리

아버지인 알베르토 레포시가 자신의 주얼리를 소수의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현 디렉터 가이아 레포시 (Gaia Repossi, 1986~)는 완전히 반대의 방향성을 취하고 있다.

가이아 레포시는 파리예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소르본대학에서 고고학 석사를 취득했다. 2007년, 21세의 나이에 레포시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취임하였다. 그녀 자신이 패션 아이콘인 가이아는 언제나 자신이 착용하고 싶어할 만한, 편안하면서도 번뜩이는 재치를 담은 주얼리를 만드는 것을 기치로 삼고 아버지의 브랜드를 갈아엎었다.

원래 이탈리아 파인 주얼리의 기본은 정교한 세공 기술을 바탕으로 하여 자연주의적 모티프, 그러니까 꽃과 동식물을 생동감있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이아는 오히려 자연주의적 묘사를 버리고, 선과 면으로 구성된 구조적이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이탈리안이 아니라 오히려 파리지엔느 스타일의 주얼리라고 할까. 지금 레포시의 디자인은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날에도 부담없이 착용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건축, 미술, 아방가르드 and beyond

새로운 경영자의 주도하에 완전히 탈바꿈을 한 레포시는 주얼리에서 한 발짝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를 예술, 그 중에서도 건축과 현대미술과 결합하여 신선하고 모던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렘 쿨하스와 방돔 광장 부티크를 리뉴얼한 것은 물론, 가고시안 갤러리와의 꾸준한 협업을 통해 아티스트 헌정 컬렉션을 발표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2015년에는 델핀 아르노의 주도하에 LVMH가 소수주주로서 레포시의 경영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이제는 완전한 가족 경영은 아닌 셈이다. 아직 젊은 가이아 레포시가 LVMH와의 파트너십을 동력으로 레포시를 어떻게 키워나갈지 기대된다.

 

대표 디자인

베르베르(Berbere)

북아프리카의 원주민인 베르베르족에서 따온 이름. 베르베르족의 투아레그 부족의 주술적인 문신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져 마치 문신처럼 항상 몸에 지닐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실제로 “문신템”이 되기 위해서 태어난 셈. 이 세 줄 반지가 가장 유명하다.

 

앙티페르(Antifer)

둥근 곡선과 뾰족한 각이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앙티페르 컬렉션은, 노르망디의 앙티페르 곶(Cap d'Antifer)에서 볼 수 있는, 바다로 떨어지듯 깎아지른 절벽에서 그 형태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여러 개의 반지나 귀걸이를 겹쳐 낀 듯한 모양의 피스가 특징이다. 레이어링을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

 

세르티 쉬르 비드(Serti sur vide)

오랜 역사가 있는 브랜드일수록 보석을 세팅하는 기술과 금속을 다루는 장인의 수준에 관해 엄격하다. 이러한 장인의 수준을 업계에서는 "사부아페어(savoir-faire, know-how)"라 부르는데, 레포시 역시 메종의 사부아페어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착용했을 때 선이 깔끔하고 간단해보인다고 해서, 들어가는 기술이 쉽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세르티 쉬르 비드란 "허공 위의 세팅"이란 뜻으로, 손가락 위에 페어 컷 다이아몬드가 떠 있는 듯한 반지이다. 레포시 사부아페어의 수준을 보여 주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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