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지 디올

운명을 믿으신다면? 디올의 주얼리 한 점 당 부적 하나.

2023.09.05 | 조회 7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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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알려줄게

주얼리와 보석, 시계에 관한 얘기를 풀어요.

운명을 믿으세요? 럭키 디올

크리스챤 디올은 운명에 깊은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점성술에 푹 빠져 있던 디올은, 자신의 인생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행운이 따른다고 믿었다. 행운을 붙잡는 부적(amulet)이나 상징(sign)을 중요시했기에, 언제나 네잎클로버와 작은 나뭇조각을* 가슴에 지니고 다녔다. 첫 컬렉션 때는 행복을 상징하는 은방울꽃(muguet, lily-of-the-valley)을 말려 꾸뛰르 드레스의 옷자락 안쪽에 꿰매 넣었다고 한다.

점성술은 물론 숫자점도 좋아했는데, 샤넬에게 No.5가 있다면, 디올의 럭키 넘버는 바로 8! 8을 얼마나 중요시했냐면, 디올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픈한 꾸뛰르 하우스를 파리 8구에 위치한 8층짜리 건물에서, 10월 8일에 오픈할 정도였다. 당시 디올이 소유한 작업실의 갯수도 8개였고, 디올의 뉴 룩 (New Look) 속 여성의 실루엣도 허리가 조여지고 둥근 어깨와 풍성한 치맛자락을 강조한 실루엣이었다—마치 숫자 8처럼!

이 정도면 메종의 전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2001년, 디올 파인 주얼리 매장은 방돔 광장 8번지에 문을 열었다. 당시 방돔 광장의 신인이었던 디올은 주얼리계에 혜성같이 등장하는데, 그 계기는 당시 하이 주얼리 런칭을 위해 영입된 디자이너, 빅투아르 드 까스뗄란이었다.

*서양에서는 행운을 부르고 액운을 쫓기 위해 나무를 두드리는 관습이 있다(knock on wood).

 

소녀 뮤즈에서 디자이너로, 빅투아르 드 까스뗄란

유서깊은 프랑스 귀족 집안 출신이자, 칼 라거펠트의 뮤즈인 한 소녀가 있었다. 빅투아르 드 까스뗄란은 칼 라거펠트의 절친한 친구였던 삼촌의 소개로, 1984년부터 라거펠트의 지도하에 샤넬 패션 주얼리를 기획하게 된다. 1998년, LVMH 그룹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는 디올 하이 주얼리 부문을 런칭하기 위해 빅투아르를 스카웃한다.

당시에는 하이 주얼리가 다이아몬드나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를 중심으로 한 고전적인 디자인을 고수할 때였다. 준보석도 라피스 라줄리, 타이거즈 아이(호안석), 말라카이트 등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이런 방돔 광장에 빅투아르는 새롭다못해 생경하기까지 한 색감으로 가득한 칵테일 링*들을 선보인다. 맑은 하늘빛의 아콰마린을 둘러싼 작은 녹색 크리소프레이즈와 퍼플 사파이어, 짙은 보랏빛 자수정을 중심으로 수놓아진 옐로 다이아몬드와 차보라이트.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색감의 보석을 가득 담은 빅투아르의 첫 컬렉션의 이름은 <Incroyable et Merveilleuse>, 그러니까 <놀랍고 신비한> 그녀의 주얼리 세계관 그 자체였다.

아르누보를 닮은 유기적인 형태와 화려한 색감, 그리고 무엇보다 딱딱하지 않고 장난기 가득한 빅투아르의 디자인은 방돔 광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그녀의 시그니처 스타일은 20년간 디올 하이 주얼리의 이미지로 정착된다.

*칵테일 링(Cocktail Ring): 가운데에 큰 보석이 세팅된 볼드한 보석 반지 일체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오른손에 착용한다.

 

Dior, J’Adore !

디올 하이 주얼리의 제1원칙은 무슈 디올에 대한 절대적인 존중이다. 메종의 DNA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챤 디올의 삶과 철학, 그리고 꾸뛰르—”코드(code)”라고 불리는 것들—을 주얼리로 녹여내기 위해 매 컬렉션마다 심혈을 기울인다.

장소—디올의 생가이자 여름 별장인 그랑빌(Granville)의 정원에서는 화려한 꽃, 특히 장미의 모티프를 가져온다. 장미는 디올의 가장 중요한 상징물 중 하나로, 주얼리뿐만 아니라 꾸뛰르와 뷰티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파리 근교, 퐁텐블로 숲 끝자락에 위치한 밀리라포레(Milly-la-Foret)에 있는 디올의 정원에서 화려한 꽃과 꿀벌의 이미지를 따오기도 한다.

부적—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은방울꽃과 네잎클로버, 행운의 별, 작은 꿀벌 등 디올에게 행운의 상징이었던 모티프들은 디올 파인 주얼리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꾸뛰르—패션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요소들, 그 중에서도 디올이 즐겨 사용했던 리본이나 주름, 레이스의 이미지를 주얼리로 해석한 컬렉션들 역시 디올 파인 주얼리의 특징이다. (샤넬 파인 주얼리의 경우 트위드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대표 디자인

Rose des Vents (2015)

그랑빌의 대리석 바닥에 새겨진 커다란 나침반 문양에서 따온 디올의 베스트셀러 디자인. 나침반의 8방위를 표시한 그림을 프랑스 어로 로즈 데 벙(rose des vents, compass rose)이라고 부른다. 이 나침반 모양의 모티프는 디올 메종의 여러 가지 상징을 담고 있다. 그랑빌에서 보낸 어린 시절, 정원에서 가꾸던 색색의 장미, 여행과 낭만.

 

Oui (2005)

꼬불꼬불 귀여운 글씨로 oui (네) 가 그려지는 반지. 2023년, Dioramour 이라는 이름으로 리뉴얼 출시되었다. 전혀 딱딱하지 않은, 아이의 장난같은 디자인에서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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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형의 프로필 이미지

    비정형

    0
    over 2 years 전

    너무 재밌어요….. 옷의 주름을 주얼리로 표현하면 어떨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네요 🤍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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