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호] 공동체방송의 10년 후를 말하다: 호주공동체방송 ‘로드맵 2033’

💌 뉴스레터 34호

🍂인디&임팩트 34번째 뉴스레터입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먼 미래를 내다보며 활동하고 계신가요? 벌써 올해도 중반을 넘어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이번 호 인디&임팩트에서는 호주 전역의 공동체방송 참여자들과 지원 기구가 10년 후 공동체방송의 미래를 함께 내다보면서 그 발전상을 만들어가는 글을 준비했어요. 보통 정부에서 발표하는 중장기 계획이라고 해도 3년에서 5년을 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무려 10년 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흥미로운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긴 호흡으로 공동체방송의 장기적 전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

[동향] 호주에선 공동체방송의 10년 후를 내다본다고? 공동체방송 ‘로드맵 2033’ 프로젝트

최근 호주 공동체방송 분야에서는 ‘로드맵 2033’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동체방송의 향후 10년을 전망하고 준비하는 프로젝트이다. 호주 공동체방송 현장 활동가들의 목소리에 기반한 프로젝트로 공동체방송 연합 기구와 호주 공동체방송 지원기관의 합작 프로젝트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로드맵2033 홈페이지

진행 경과

이 프로젝트는 호주 공동체방송사들의 연합 기구인 CBAA(Community Broadcasting Association of Australia, 이하 호주공동체방송연합)과 이들을 지원하는 지원재단 CBF(Community Broadcasting Foundation. 이하 호주공동체방송재단)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진행과 관련된 실무는 인사이트&어드바이스(Insight & Advice)라는 조직이 담당한다.

프로젝트 주최측은 공동체방송 환경에 대한 조사, 문헌연구, 활동가 인터뷰 등을 거쳐 공동체방송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에 대한 10개의 인사이트를 추려냈다. 이 프로젝트에서 특이한 점은 특정 연구자 집단 혹은 개인이 아닌 호주 전역의 공동체방송 활동가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내용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소개에 따르면, 로드맵 2033의 내용은 공동체방송 참여자들에 의해 최종 결정될 것이며, 공동체방송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정식 포럼 3회 및 그 외 여러 차례의 협의를 거친다고 밝히고 있다. 주최측은 공동체방송 내외부 활동가 22명과의 심층인터뷰, 공동체방송 및 관련 조직 대표 62명과의 초점그룹인터뷰 등을 거쳤다.

보고서 구성

‘로드맵 2033’ 프로젝트는 본 보고서 <연구결과 인사이트 Discovery Insights>, 이 보고서를 축약한 <토론 문서 Discussion paper>, 그리고 같은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데 필요한 가이드 문서 <토론 진행을 위한 가이드 A gudie to hosting Conversation Circles> 등 크게 3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고서 원문 보기

이 글에서는 <토론 문서 Discussion paper>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공동체방송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에 대한 10대 인사이트를 리스트업 하였으며, 항목별로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호주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선주민 참여 관련 부분만 제외하면 우리나라 공동체미디어에서도 대부분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주제들이다. 

10대 인사이트

1) 목적 및 정체성 Purpose and identity

공동체방송의 본질은 공동체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다. 기술혁명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면 번영할 수 있다.

2) 재정적 지속가능성 Financial sustainability

자원봉사 활동도 예전 같지 않고 온라인 광고와의 경쟁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지원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실험, 후원 구조 재구성 등이 필요하다.

3) 시청자와 배포 Audience and distribution

공동체방송은 ‘방송’보다는 ‘공동체’에 집중해야 한다. 방송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듣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4) 선주민의 대표성과 참여 First Nations representation and participation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선주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체방송은 선주민 문화 보존에 기여하는 한편, 선주민 언어 교육을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5) 공동체 회복 Community resilience

공동체방송은 자연재해 상황에서 지역사회 회복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요한 기반시설이다. 재난 발생 이전, 진행중, 이후에 역할을 하되, 이 방송에 참여한 공동체방송 활동가들에 대한 보상도 중요하다.

6) 뉴스 및 지역미디어 News and local media

지역뉴스의 공백을 메우고 신뢰할 수 있는 지역 목소리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역방송은 연결감, 안정감, 안전감을 제공한다.

7) 자원봉사 Volunteering

자원봉사자가 부족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유급 직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자원봉사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8) 훈련 및 혁신 Training and innovation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콘텐츠를 배포하는 방법에 대한 훈련 필요성이 가장 높음. 그 밖에 오디오 제작, 사운드 엔지니어링, 다양성 반영 방법 등에 대한 교육 요구가 있다.

9) 방송의 다양성 Diverse broadcasting

민족, 종교, 장애 등을 고려한 방송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10) 정책 및 규제 Policy and regulation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 및 규제를 개정하고 간소화해야 한다. 특히 구성원 수나 지리적 영역이 아닌 공동체방송의 목적과 미션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 가지만 뽑자면

보고서는 활동가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는데 참여자들은 공동체방송이 스스로의 약점보다는 강점과 성과를 부각시키는 쪽으로 스토리텔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방식이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서도, 장기적으로 공동체방송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우리보다 공적 지원이 풍부한 호주에서도 재정 문제는 주요한 쟁점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호주 공영방송인 ABC방송국과 파트너십을 맺는 방법도 제안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공동체방송도 지역사회 인프라의 하나로서 자연재해 상황에서 어떻게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그 활동에 참여한 공동체방송 참여자들의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한 보상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공동체방송에 영향을 미치게 될 10대 트렌드

한편,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아니지만 부록 부분에서는 앞으로 공동체방송에 영향을 미치게 될 10대 트렌드에 대해서도 리스트업 해두고 있다. 그 내용은 아래 10가지이며, 크게 #재정악화, #다양성, #미디어환경변화, #기후재난 등 네 가지 키워드로 분류해볼 수 있다. 

10대 트렌드 

1) 기후 관련 자연재해 전후에 현지화된 커뮤니케이션 필요성 증가

2) 선주민에 의한, 그리고 선주민에 관한 이야기

3) 미디어 통합으로 인한 '뉴스 사막화' 심화

4) 후원을 유지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인해 재정적 불안 악화

5) 정부자금 지원 시 활동 자체보다 결과 및 성과에 초점

6) 정부의 제한적인 공동체방송 지원

7) (자동차 오디오) 아날로그 라디오에서 디지털 시스템으로의 이동

8) 모금에 대한 의존도 증가

9) 장애인에 대한 임파워먼트 확대

10) 다문화 다양성 증가

정부지원, 후원, 모금 등 재정 관련 내용은 인사이트 뿐만 아니라 트렌드에서도 주요한 항목으로 언급되었다. 호주공동체방송재단의 연간 지원금은 한화로 134억 원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호주 활동가들은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고 지원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기후재난 관련해서도 호주 공동체방송에서는 실제 재난방송 경험을 바탕으로 활동가를 위한 교육 매뉴얼을 제작하는 등 활발하게 개입하고 있다. 호주공동체방송연합은 지난해 10월 산불, 홍수, 코로나19 등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한 재난에 대해 호주 공동체미디어가 지난 4년 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정리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 기후 위기와 공동체미디어 - 호주 공동체미디어의 활동 사례와 역할 살펴보기 (2023.5.25.)

향후 활동 계획

보고서의 초안은 지난 4월 공개되었으나 각 방송국 및 부문별로 보고서 초안을 바탕으로 한 세부 토론이 진행중이며 주최측은 그 피드백을 받아 보고서 초안을 수정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호주공동체방송연합과 호주공동체방송재단은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 이사회를 개최하고 두 기관이 부문별로 공동으로 설계한 비전 및 계획을 승인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완성된 로드맵2033은 향후 호주 정부와의 협의를 위한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며, 잠재적인 기부후원자들에게도 공동체방송의 비전을 설명해줄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최측은 설명한다.

최근 우리나라 공동체미디어 영역의 침체된 상황과 비교하면 호주 공동체방송의 이야기는 멀게만 느껴진다. 우리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동체미디어 정책을 공약으로 견인해낼 수 있는 주체적 활동을 모색해볼 수 있을지 중지를 모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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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정은경

2012년 마을미디어 시범 사업 때부터 2023년 사업 종료 때까지 미디액트에서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사업 담당 실무자로 일했다. 지금은 잠깐 현업에서 벗어나 평생교육 관점으로 공동체미디어 활동을 연구중이다.

본 뉴스레터는 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 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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