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호] 누구를 위한 영비법 전면개정인가?

💌 뉴스레터 35호

🚀인디&임팩트 35번째 뉴스레터입니다~ 

🍁지난 7월 국회에서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주요 골자는 영화와 비디오물, OTT 콘텐츠를 모두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하여 영화법에서 함께 관할하자는 취지인데요. 영화계 현장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법안이 제출되었고, 특히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고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독립·예술영화의 입장에서 바라본 본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아래 원고에서 자세히 살펴보아요~ ✨  

[이슈] 누구를 위한 영비법 전면개정인가?

2023년 7월 31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김윤덕 의원이 대표발의(총 12인의 의원발의)하였다. 발의 내용은 지난 2023년 7월 21일 국회에서 진행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개정 방안 토론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 의원실 공동주최)에서 나온 발제 내용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수행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 방안 연구」에 기반한 것이다. 정부입법일지, 의원입법일지, 그리고 의원입법이라면 여야의 공동발의일지 아닐지에 대한 여러 추측들이 있었으나, 일단 민주당 소속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의 발의로 계류 의안이 되었다. 2023년 5월 31일에 영화진흥위원회의 개정 연구가 발간되고, 정확하게 두 달 후에 전면개정안이 발의되었다는 사실은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여야 간의 교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을 불러온다. 연구작업의 과정에서도 연구 결과물에 대해서도 영화인들과의 토론회는 부재했다. 그 첫 토론회가 국회에서 이루어졌고, 정확하게 10여일 만에 전면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영화인들과의 협치는 없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문체부와 야당이 유래 없는 공동 인식을 보여준다. 전면 개정의 제안 이유는 아래와 같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적 규율체계가 영상산업과 영화산업의 발전에 장애요소가 되었다는데, 왜 영상산업과 영화산업관계자들은 전면 개정작업의 논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었을까? 물론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영상산업과 영화산업관계자들의 의견은 청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전면개정이 독립·예술영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는 애초에 있지도 않았고, 그러하기에 논의 대상조차도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정 영화의 상영독점방지, 독립·예술영화의 상영 기회를 보장하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의 확대에 대한 내용은 여전히 법률 체계에 반영시키지 못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전면개정안이라는 점에서 이것이 누구를 위한 전면개정인지는 이미 자명해진다.

법적 규율체계의 변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되는 영화의 정의를 아래와 같이 바꾸자는 것이 전면개정안이다.

위와 같은 정의에 기반하여 독립·예술영화의 법적 규율체계는 무엇이 포함되어야 할까? 그리고 이번 전면개정안은 어떤 것이 부재할까? 미포함과 부재로 인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등급분류체계에서의 소외이다. 극장개봉영화는 영화심의를 받아야 하고, 자체 독점 콘텐츠를 지향하는 OTT 콘텐츠는 자체등급분류를 진행한다. 극장개봉을 하지 못하고, OTT의 관심 대상이 아닌 독립영화는 ‘비디오물 심의’라는 대안이 사라진다. 아울러 OTT에는 자체등급분류를 권한을 준 반면, 역설적으로 극장상영 영화에는 그 권한이 없다.

둘째, 편성으로부터의 소외이다. 그나마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라는 실체가 있는 극장플랫폼에 비해, 정보통신망을 통한 상영은 아무런 규율체계가 없다. 상대적으로 ‘극장동시개봉’이라는 형식을 빌었던 IPTV 기반의 ‘TVOD’와 가입자에 대한 무료상영영화 등으로 설 자리가 있었던 것에 반해, 아무런 제약이 없는 ‘가입자’와 ‘시청시간’에 기반하여 투자가 이루어지는 OTT의 특성상 독립·예술영화의 편성은 ‘저렴한 대여료’ 이상의 기대치가 없다. 즉 편성이 이루어지지 않을 뿐더러, 편성료는 지극히 하향평준화 될 것이다.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의 확대 및 멀티플렉스 극장에서의 설치 의무화도 반영되지 못하는 규율 체계에 정보통신망을 통한 시청공급자에게 무엇을 의무화할 수 있을까?

셋째, 상대적으로 영화·영상문화에 취약한 산업관계자들의 편입이다. 당장 이번 전면개정안은 현행 9인 위원을 15인 이내로 늘리는 것을 제안했다. OTT를 포함시켰으니, 관련 종사자들을 위해 인원을 늘린 것이다. 예술과 문화와 관련된 인원의 쿼터가 없는 상태에서 영화·영상 산업 관계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기존 9인 위원회도 현장과의 소통이 부재한데, 15인 위원회는 소통과 협치가 가능할까?

넷째, 영화발전기금조성에서 기존 플랫폼의 규율은 그대로이나, 확장된 통합정의에 따른 플랫폼은 여전히 자유롭다. 일반회계의 의무편입 규정은 없는 상태이기에 재정은 불확실한데, 용처는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는 기존 사업의 축소를 강제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2024년도 예산안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다섯째, 직배사문제, 스크린쿼터문제, 통합전산망, 노사협의체, 독립예술영화전용관 등등 다양한 사안에서 협의가 진행되었던 영화산업종사자들의 공동의 경험이 있기에 가능했던 협력 방안이 전혀 강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 배급, 상영, 근로, 시나리오 등등에 걸쳐 마련되었던 표준계약서에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가 협의 주체로 나설 수 있을까? 그와 관련된 규율 체계는 유감이지만 이번 전면개정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여섯째. 영상자료의 보존이라는 여러 규율을 다국적 OTT에 강제할 수 있을까? 하청 제작에 따라 저작권과 판권을 확보한 다국적 OTT는 한국의 창작자들에게 저작권료와 관련된 전향적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이 부분도 전면개정안에는 찾아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영상콘텐츠 관련 기관들의 통합이라는 공약을 내건 현 정부와 다국적 OTT의 규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야당의 동상이몽이 영비법 전면개정이라는 일치된 논의로 귀결되었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일 것이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촉발된 극장의 위기로 인해, 공공성과 다양성, 독과점 방지를 기존 영비법에 포함하는 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영비법 전면개정안의 예정된 한계가 현 전면개정안의 본 모습이다.

적어도 기존 영화인들을 위한 전면개정안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독립영화는 더 말할 것도 없다.

👇 관련 자료 더 읽어보기

🍀글쓴이. 고영재 

독립영화 연출, 제작, 디지털 배급 등의 일을 하면서 한국독립영화협회 활동을 통해 독립영화 현안에 대한 여러 의제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본 뉴스레터는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름에 맞게 ‘임팩트’ 있는 뉴스레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구독과 주변 홍보를 부탁드려요!

변화를 위한 인사이트, 인디&임팩트미디어뉴스레터!

구독후원은 편집진에게 큰 힘이 됩니다.

월간 5,000원, 연간 54,000원(10%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