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레터]는 책과 영화를 아끼는 구독자 님께 띄우는 텍스트 기획자 임유청의 ‘읽고 쓰고 공유하기’ 활동 일지입니다. 온라인 레터 서비스를 통해 텍스트 사이에서 건져 올린 문장과 생각을 소개하고, 인터뷰 모임으로 작가와 독자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조직합니다. 질문에서 이해로 나아가는 대화를, 멈춤 없는 글쓰기를 시작할 당신 작은 용기의 모티브가 되고 싶습니다.
영화라는 이야기, 그 곁에서 이야기하는 사람

[인터뷰&레터] 시즌2와 함께하는 3월의 작가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입니다. 영화 전문지 《스크린》《무비위크》, 종합일간지 《중앙일보》 취재기자를 거쳐 현재 프리랜서 영화 전문기자로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 기사와 비평 등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KBS1 라디오 <이은선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과 MBC FM4U <김세윤의 영화음악> ‘이은선의 필 소 굿’ 코너의 경쾌한 목소리이며, 극장과 영화제 등 현장 행사에서 관객도 관계자도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있는 믿음직한 진행자이기도 합니다.
영화라는 이야기 곁에서,
이은선 기자는 세 권의 책을 썼습니다. 영화 에세이 『깊은 밤의 영화관』과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영화 <소울메이트> 의 아카이빙북 『소울메이트: 메이킹 다이어리』입니다. [인터뷰&레터]에 어떤 책을 소개할까 고민하다가, 이 세 권의 책을 합쳐야 비로소 한 사람의 이은선을 그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은선 작가를 이야기하기 #1 - 정성껏 쓴 진심
작가의 첫 책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는 ‘영화와 요리’를 테마로 쓴 에세이 모음입니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기자가 됐지만, 작가는 “영화도 나를 좋아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영화가 일인 사람들. 영화뿐만 아니라, 남들의 ‘취미’가 자신의 ‘업’이 된 모든 분야 종사자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물음입니다. 좋아하는 일에도 어려움은 따릅니다. 서툴면 서툰 대로, 능숙해지면 능숙해지는 대로 새로운 난망함이 생겨납니다. 복잡한 산업 구조와 얽히고설킨 이해 관계를 알게 됩니다. 때론 의사와 관계없이 휩쓸리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내겐 나쁜 경우를 겪게 되기도 합니다. 안타깝지만 누군가는 나를 두고 나쁜 사람이라 말하기도 할 것입니다. 의욕이 넘쳐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어떤 찬사는 내 몫으로 마땅하지 않은 것 같아 시무룩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여기까지 쓰다가 깨닫습니다.
이런, 내 얘기잖아?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는 독자로 하여금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게 하는 에세이입니다. 바베트가 가진 걸 모두 털어 요리한 음식들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기억과 친절, 우정에 관한 일화를 나누게 했듯(<바베트의 만찬>), 자신과 세상에 정성껏 질문하며 준비한 책 속 글은 독자에게 ‘감정의 맥락’을 공유함으로써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달걀말이를 앞에 두고 이젠 ‘좋았다’는 감정으로만 남은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같은 소속과 상관없이 동료라 부르고 싶은 이들을 위해 뵈프 부르기뇽을 준비하던 마음(<줄리&줄리아>), 라면과 볼로네제 스파게티, 독버섯 수프를 넘나들며 사랑의 각종 행패와 슬픔을 애틋해하는 수다(<봄날은 간다><가장 따뜻한 색 블루><팬텀 스레드>)는 피자와 오므라이스, 가스파초와 짜장면, 떡볶이에 열을 올리고 웃는 순간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깊어집니다. 문득 아무것도 넘기지도 못하고 울기만 하던 기억을 꺼내놓는(<데몰리션>), 이윽고 깊어진 마음을 깨닫게 되는 지금을 우정이라 말해도 괜찮겠지요.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는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요리와 영화를 정성껏 차려두고 마주앉기를 조심스레 청하는 책입니다. 조심스레. 상대의 마음을 섣불리 짐작하지 않으며. 조금은 머뭇거리며, 영화를 핑계로 요리를 이야기하고 요리를 빌미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글. 내가 누구인지 알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당신을 알아가고 싶어서, 내가 먼저 시작하는 나의 이야기. 책을 덮고 코끝을 감도는 사려깊은 다정함을 음미해봅니다. <카모메 식당>에 앉아 갓 나온 시나몬 롤과 커피의 온기를 느껴보듯 말이죠.
이은선 작가를 이야기하기 #2 - 프로페셔널의 사랑법
사랑 없이는 그릴 수조차 없는 그림.
영화 <소울메이트>에 등장하는 말입니다. 민용근 감독이 각본(강현주 공동각본)과 연출을 맡고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배우가 출연한 영화 <소울메이트>는 두 소녀의 평생에 걸친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영화 전문기자로서의 지식과 경험, 인적 접근성과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은 책 『소울메이트: 메이킹 다이어리』는 영화 <소울메이트> 아카이빙북입니다. 동시에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영화인들에 대한 보편적 다큐멘터리입니다. 현 시기 한국 영화의 현장을 그 어떤 마케팅적 의도 없이 편집한 드문 기록물이기도 합니다.
영화 책의 흥행은 해당 영화의, 말하자면 ‘흥행 여부’와 긴밀히 연결됩니다. 어떤 영화도 흥행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팬데믹으로 텅 빈 극장을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어요. 이러한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의 노동과 시간을 투자하는 일은 차라리 배팅이라 불러도 좋겠습니다. 이은선 기자는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수십 명의 스태프를 인터뷰하고 글로 완성했습니다. 한 영화의 모든 영역을 이토록 꼼꼼하게 시간을 들여 취재하고 기록한 프로젝트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소울메이트: 메이킹 다이어리』는 헌신과 결의를 요구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이 책의 무게감을 편집자라는 타이틀을 단 나조차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나, 때때로 가만히 돌아보게 되는 대목입니다.
이은선 기자는 본작이 완성도 되기 전,
정확히는 개봉 2년 전에 이 책의 형태를 구상하여 플레인아카이브에 출간을 제안했습니다. 저는 당시 이은선 작가의 편집자로서 『소울메이트: 메이킹 다이어리』의 기획부터 출간까지 거의 전 과정을 함께 했었는데요. 한번은 작가에게 왜 이 책을 만들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사려 깊은 질문자지만, 한편으론 고민 많은 답변자이기도 합니다. 긴 대화 속에서 저는 영화를 쓰고 말하는 일에 대한 (여전히 많은 비평가와 기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시대적 회의감, 그러나 그에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무엇보다 ‘영화 저널리스트’라는 스스로 부여한 책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관한 고민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치밀하게 계획해도 손해보는 사랑. 그럼에도 그 사랑을 잃지 않으려고 쓰는 사랑. 그러나 무작정 사랑하지 않는 사랑.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사랑 없이는 시작할 수조차 없는, 이은선 기자의 가장 프로페셔널한 사랑 이야기라 적어둡니다.
이은선 작가를 이야기하기 #3 - 낱말과 문장
<썸머 필름을 타고!>로 시작해서
<애프터썬><드라이브 마이 카><로봇 드림><더 퍼스트 슬램덩크><헤어질 결심><애프터 양><괴물><존 오브 인터레스트><운디네><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듄 시리즈> 등 바로 어제 본 듯한 최근 작품들로 목차가 채워진 『깊은 밤의 영화관』은 2020년 이후 등장한 작품 56편에 관한 이은선 기자의 비평 에세이입니다. 극장용 영화뿐만 아니라 <베이비 레인디어><콩트가 시작된다><LTNS> 등 OTT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착해지고 싶은 기분이 들어』 가 경청과 우정을 담뿍 담은 빵과 커피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고 『소울메이트: 메이킹 다이어리』가 인터뷰와 취재라는 뜨거운 벽돌로 쌓아 올린 책이라면, 『깊은 밤의 영화관』은 주인이 감각을 아낌없이 발휘하여 고른 아름다운 기물들이 잘 진열된 공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취향 좋은 사람들이 추천할 법한 편집숍이랄까요? 분명 구경만 할 작정이었는데 나올 때 보면 어김없이 내 손에 쇼핑백이 들려 있곤 하는 그런 가게 말이에요.
이은선 작가의 글은
어떤 영화가 궁금할 때 가장 먼저 참고하는 자료 중 하나입니다. 일반 관객보다 먼저 개봉작을 보게 되는 영화 저널리스트라는 직업 특성도 있겠지만, 부지런하고 성실한 비평가라는 개인의 특성으로 일단 제가 찾는 영화 리뷰가 다 갖춰져(?) 있고요, 무엇보다 저는 그가 선택하는 낱말들을 몹시 좋아합니다. 흔한 낱말, 사전을 찾아보게 되는 낱말, 오랜만에 꺼내어진 낱말 사이에서 필요한 것을 적절히 골라내어 정확한 자리에 놓는 방식으로 완성하는 문장들은 보기 아름다우면서도 제 쓰임새를 망각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제목에도 공간(영화관)이 있습니다. 이은선 기자가 마침내 공간을 연다면 이런 모습일까? 턱을 괴고 미소 지으며 상상해 보게 되는 책입니다.
아, 이 책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자꾸 영화가 보고 싶어져 안달이 난다는 점입니다. 그 마음을 넘겨야지만 다음 장으로 갈 수 있으니, 이 점을 유의해 주세요.
“좋은 작품을 보는 동안,
각자의 어둠 안에서 일방향의 시선을 두고 있는 우리는,
보다 생생하게 살아 있을 뿐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되며
함께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고양감에 빠진다.”
-『깊은 밤의 영화관』중에서
돌이켜보면 저는
사랑하는 게 나밖에 없었던, 조금 안타까운 사람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사랑이란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인간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사랑마저 자신에게 돌리려 욕심부리던 사람인 것도 같습니다. 그런 제게 이은선 작가의 세 권의 책은 자신이 가진 사랑을 어떻게 더 잘 쓸까 여전히 고심하는 사람의 이야기, 실패마저도 감내하는 용감한 사랑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이번 레터를 쓰며 저는 내가 가진 사랑을 쓸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금 다 말하긴 어렵지만, (이미 너무 많은 말을 함), 원래의 저보다 좀 더 비효율적인 방식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미 이 글조차 그리 효율적이진 않아 보입니다.
긴 편지를 끝까지 읽어주신 구독자 님께 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구독자 님,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을 어떤 이야기로 쓰고 싶으신가요?
영화와 요리, 우정과 일, 쓰기 같은 단어들을 길게 길게 경유해서,
우리가 어렴풋이나마 서로에게 가닿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마침 3월은 이은선 기자의 첫 번째 에세이집『착해지는 기분이 들어』의 다섯 번째 생일입니다.
축하해주세요. 그리고 만나요!
INFO!
영화라는 이야기 곁에서, 이야기하는 사람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를 인터뷰하다.
날짜와 시간: 3월 27일 (금) 저녁 7시 30분
장소: 미뗌 바우하우스 쇼룸
* 구글폼을 제출하신 후 입금 완료해주시면 자동으로 신청 완료가 됩니다. (매진 시 구글폼 자동 종료) 모임 참석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2~3일 내에 메일로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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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정어리
이은선 기자님 팬입니다!! 이은선기자님 나오시는 날의 '김세윤의 영화음악'은 다시듣기로도 꼭 꼭 챙겨들어요! 추천해주시는 영화들 덕분에 문화예술의 불모지에서 조금 덜 외롭게 지낼 수 있어요! 멀리 있어서 모임은 참석 못하지만 사랑과 응원과 첫 에세이집 생일의 축하를 전해요 ~ 💌
인터뷰 앤드 레터
세상에. 이은선 기자님(을) 가방에 넣고 함께 바다도 건너고 싶은 반가운 코멘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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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앤드 레터
이번 주 레터의 제목은 최다은 피디님의 에세이집 '비효율의 사랑'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자세한 도서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5932614&start=pcsearch_au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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