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호] 이태원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다 - <다시 놀고 싶다, 이태원> 프로젝트

💌 뉴스레터 48호

인디&임팩트 48번째 뉴스레터는 🎤'이태원 기록단 프로젝트'에 관한 인터뷰를 준비했어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추모나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은 아직 요원한데요, 사회적 참사 이후 일상 회복을 위해 이태원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담는 마을방송국 용산FM의 활동을 돌아보았습니다.

올해에도 주민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확산시키는 진짜 지역 저널리즘 활동들을 더욱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태원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다”

- [인터뷰] <다시 놀고 싶다, 이태원> 프로젝트 기획자 황혜원 '마을방송국 용산FM' 국장

“이태원은 존재가 수용이 잘 되는 동네에요. 이주민이든, 성소수자든 누구든...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원래 이태원의 에너지가 채워졌으면 좋겠어요.”
- 이태원 청년 윤보영씨

“이렇게 지켜주지 못할 거면 국가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 이태원 주민 임민희씨

“놀고 싶은 것에 대해서 왜 비난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비난을 받아야 하나요?”
- 이태원 방문객 정승연씨

마을방송국 용산FM에서 진행한 ‘다시 놀고 싶다, 이태원’ 프로젝트 영상 중 일부다. 화면 너머 인터뷰이들의 떨림이 그대로 전해진다. 영상은 도입부에서부터 “이태원 참사 후유증을 겪으신 분들은 시청에 주의하라”고 경고했지만, 마음의 준비는 이내 무색해진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2022년 10월 29일 그날을 떠올리게 하고 안타까움과 분노가 뒤섞여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게 만든다.

용산FM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인터뷰 기록단을 구성하고 토박이 주민, 클럽DJ, 상인 등을 만나 바로 지금 이태원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담았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시작한 프로젝트이지만 참사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 내가 아는 이태원은 어떤 곳인지, 앞으로 이태원이 어떤 곳이 되었으면 좋겠는지를 지역주민의 시각에서, 이태원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시민의 시각에서 이야기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용산FM 황혜원 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시 놀고 싶다, 이태원’ 프로젝트 영상 보러가기

[마을방송국 용산FM 유튜브 > 재생목록 > 이태원기록단]

Q.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역의 공동체미디어로서의 책임감도 가중되었을 것 같아요.

황혜원(용산FM) | 무력감이 제일 컸어요. 너무 당황스러운 참사가 일어나니까 이게 우리 잘못은 아닌데 너무 미안하고 안타까운 게 제일 컸고요. 한편으로는 이 지역에서 10년 넘게 활동을 했는데 우리가 무엇일까, 우리는 뭘 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주민들 인터뷰 영상을 제작해 지역에 공유했었어요.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각자 어떻게 추모하고 있는지 마음을 나눠보자는 생각이었죠. 지역 단체들과 함께 시민행동 조직을 만들어서 추모집회도 열고 분향소 지킴이 활동도 시작했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무력감을 느끼던 차에 4.16 재단의 시민안전 정책제안 공모사업을 알게 되었고, 이태원과 핼러윈에 대해 지역주민 입장에서 제대로 조명해보고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 지역의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Q. 프로젝트 운영진과 별도로 기록단을 모집해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신 것 같아요. 어떤 분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지 참여자 분들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황혜원(용산FM) | 지역의 활동가들 7명이 모여 운영진을 꾸렸어요. 기록단 모집과 운영, 주민간담회와 토론회, 주민상영회 등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기록단 모집이 잘 안돼서 거의 포기할 뻔 했는데 지역의 공유공간, 마을버스 정류장 등에 붙인 포스터를 보고 와주셨어요. 해밀턴호텔 주변에 사는 이태원 주민, 후암동에 사는 시각예술가, 해방촌에 사는 공간 운영자, 다큐멘터리 감독, 인터넷신문 기자, 사진작가, 그리고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까지 총 일곱 명이 모였어요.

저희는 이태원이라는 지역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재난 참사 기록 관련 워크숍에도 참여하고요. 작년 5월말, 교육을 마치고 첫 기획회의를 하면서 누구를 인터뷰할지, 어떤 내용을 질문할지 등을 의논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 인터뷰 한다고 하면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나 생존자 중심으로 생각하지만 저희는 주안점이 달랐어요. 우리는 동네 주민들, 이태원에서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보자고 생각했어요. 희생자나 생존자만 피해자가 아니잖아요. 우리는 ‘이태원’이라는 지역에 좀 주목해보자고 생각했죠. 이태원 주민이나 상인, 그리고 이태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각자 인터뷰 가능한 사람들을 찾았고 그 결과, 이주민을 포함한 이태원 주민, 상인, 클럽 DJ, 드랙퀸, 그리고 이태원에 살지는 않지만 이태원 문화를 소비하는 방문객까지 총 아홉명을 인터뷰했어요.

Q. 기록과정에서, 또 기록한 것을 편집해서 내보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고민들을 했을 것 같아요. 활동을 하시면서 참여자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황혜원(용산FM) | 개인 신상 보호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얼굴 내놓고 인터뷰 했다가도 다음에 연락 와서 자기 얼굴 나가면 안될 것 같다고 하는 인터뷰이도 있었어요. 그만큼 트라우마가 심한 거죠. 이태원 참사 다룬 인터뷰들 보면 의도와 다르게 이상한 댓글 달리고 하면서 인터뷰이들이 또 상처받잖아요. 그리고 기존 방송에서는 다루지 않은 이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어요.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는 확장된 시각이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Q. 용산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의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의 공동체미디어로서 여러가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은데 이번 프로젝트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황혜원(용산FM) | 저희가 모든 인터뷰이들에게 공통질문으로 이태원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앞으로 이태원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는지 이런 질문을 드렸어요. 지역을 기록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지역의 안전에 대해 지역 주민이 나서서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요,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잘못된 편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번 프로젝트 제목이 ‘다시 놀고 싶다, 이태원’인데 이거 가지고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중요하지 지금이 놀 때냐고 문제제기 하는 분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공연하는 사람은 공연을 하면서, 글 쓰는 사람은 글을 쓰면서 추모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더 열심히 놀면서 이태원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게 진상규명과 배치되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도 나중에는 좀 이해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놀러가서 죽은 건데 왜 국가가 책임지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일하러 가서 죽은 사람들은 제대로 대접해줬냐고요.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노는 게 뭐 어때서, 그런 거에 대한 반감으로 제목을 지은 측면도 있죠.

Q. 이태원 기록단 프로젝트와 관련해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황혜원(용산FM) | 주민상영회 때 틀려고 인터뷰 영상 종합편을 만든 게 있어서 반짝다큐 페스티발에 출품해놓았어요. 오마이뉴스에 인터뷰 영상을 텍스트로 정리한 기사들, 그리고 인터뷰어로 참여한 기록단에 대한 인터뷰 기사 연재도 했고요. 그리고 출판사 두 군데 정도에서 책을 내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지원기관과 협의가 잘 안돼서 결국 못했어요. 자체 제작이라도 해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올해에는 이태원 기록단 프로젝트 시즌2로 지역의 안전과 관련한 이슈를 다뤄볼 생각이에요.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다시 놀고 싶다, 이태원’ 연재 보러 가기

Q. 2023년부터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이 없어졌는데 용산FM은 이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다른 콘텐츠들도 계속 제작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콘텐츠 제작 뿐 아니라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활동들도 또 있었을 것 같은데 2023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황혜원(용산FM) | DJ 양성교육을 몇 차례 진행했어요. 그 결과 신규 콘텐츠도 만들어진 게 있고 기존 콘텐츠 제작도 계속 하고요. 이제 뉴딜 활동가 지원이 없어서 제가 혼자서 편집을 다 해야 해서 힘드네요. 작년에 지방선거 1년을 맞아서 구의원 인터뷰 방송을 하려고 했는데 준비만 하고 진행을 못해서 올해는 총선 출마자 인터뷰 방송 등 지역사회와 좀 더 밀착하는 활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월 임대료가 100만 원 가량 되는데 겨우 겨우 버티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황혜원(용산FM) | 이태원 참사 이후에 각자 어떻게 할 수 없는 마음들을 다 가지고 있었는데 저희가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마음을 드러내게 해줬다는 것에 대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인터뷰이들이 만족했던 것 같아요. 기록단과 운영진도 이 활동을 하면서 이태원 참사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그런 계기도 된 것 같아요. 이런 게 마을방송국의 존재 이유 아닐까요?

용산FM의 ‘다시 놀고 싶다, 이태원’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영상에서 한 활동가는 “이번 활동을 통해서 사회문제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되었다”면서 “기억은 힘이 세다. 기억은 기록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관공서의 보도자료를 전달하고 정치인들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퍼나르는 것을 넘어 주민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확산시키는 것이 진짜 지역 저널리즘으로서 할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