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을 지키는 사회? 어느 만큼 왔나요

: 개인부터 집단을 지나 세계까지

2026.09.30 | 조회 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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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기록, 평범도 범이다입니다🐯

 

추석 연휴가 남긴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9월 말이네요. 요즘 감기가 정말 지독하다던데, 건강히 지내고 계신가요? 겉옷을 챙기기엔 덥고 반팔을 입기엔 서늘한 날씨기에 옷차림부터 고민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어제 날씨가 참 좋았는데요. 저는 ‘쉬었음 청년’이라는 칭호를 매달고는 동대문에 들러 아기자기한 비즈를 골라 책갈피를 두 개나 만들고 집에 돌아왔어요.

 

구직 활동 같은 중대한 고민은 제쳐 두고 친구와 나란히 앉아서, 요즘 무슨 책을 읽었는지나 어떤 부분이 왜 좋았는지에 대해 잔뜩 이야기 나누는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죠. 아, 저에게도 찾아올지 모르는 행운을 기대하며 복권도 샀답니다. 🥰 (벌써 운용 계획을 마련해 두었어요!)

 

이번 범레터에서는, 대한민국의 청년인 제가 눈앞에 마주한 주제인 ‘책, 쉬었음 청년, 청년 취업 지원’을 먼저 담아 보려 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사회 속 노동자로서의 우리가 마주한 현실 ‘홀로서기, 노란봉투법, 교대근무의 현실’을 지나, 전 세계적으로 경계해야 하는 ‘전쟁의 일상화’에 대해 이야기할 텐데요.

 

점차 넓혀 가는 주제를 따라 레터를 읽다 보면 마음에 담을 만한 글들을 쏙쏙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출발할게요! ✨

 


 

오늘의 범레터가 건네는 이야기

 

📖 칼럼|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 칼럼|‘쉬었음’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것들

✋ 칼럼|29 → 34 청년이 5년 늘었다

👤 칼럼|혼자서도, 혼자여도 괜찮은 시대

✉️ 칼럼|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 현주소

🏢 칼럼|추석에도 일하지만 수당은 변함없이

🪖 칼럼|비극의 일상화, 무뎌진 전쟁 감각을 경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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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 읽는 데서 끝나지 않는 요즘의 독서 문화

 



ⓒGS리테일
ⓒGS리테일

이번 편의점 빵 대란의 주인공은 포켓몬과 같은 특정한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찾아다닌 건 빵 봉투 속 책갈피였습니다.

민음사와 GS25가 협업한 ‘민음사빵’에는 세계문학전집과 시집을 활용한 책갈피 20종 가운데 하나가 무작위로 들어 있는데, 원하는 걸 뽑기 위해 여러 매장을 돌고 SNS에 인증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빵 안에 든 책갈피 하나 때문에 민음사빵은 출시 닷새 만에 10만 개가 팔렸습니다. 빵을 사면서 문학 작품의 제목과 표지를 모으는 풍경. 익숙했던 ‘빵 대란’의 중심에 책이 등장했다는 점은 꽤 흥미롭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방식이 읽는 데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pexels
ⓒpexels

책을 ‘모으는 재미’도 그중 하나입니다. 문학동네의 ‘먼슬리 클래식’은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한 권을 골라 매달 새로운 표지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공개되는 책을 기다리고, 마음에 드는 표지를 모으는 과정 자체가 즐길 거리가 되죠. 열린책들도 지난 8월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을 통일된 디자인의 ‘호러 컬렉션’로 묶어 내놨습니다.

 

익숙한 작품도 색다른 디자인으로 놓이면 다시 갖고 싶은 컬렉션이 됩니다. 이때 책은 읽을거리이면서 동시에 좋아하는 작품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간직하는 물건입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나 캐릭터 MD를 모으듯, 다른 표지와 특별판을 찾아 소장하는 것 역시 책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풍경도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는 닷새 동안 약 16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출판사들은 책과 MD와 전시 등을 준비했고, 관람객들은 부스를 돌며 관심 있던 출판사와 작가를 찾아다녔습니다.

혼자 책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책을 즐기는 셈입니다.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가듯 도서전과 북페어를 찾고, 책과 MD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생활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

책을 읽은 경험을 SNS에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독서 문화입니다. 마음에 든 문장을 이미지로 남기고, 짧은 감상이나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이는 독서 계정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음악이나 향을 더해 책의 분위기를 함께 즐기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판사를 비롯한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는 책과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향으로 책을 큐레이팅하기도 합니다. 글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고, 듣고, 느끼는 등의 시도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달라진 건 책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이전까지 책은 진지하게 임해야 하는 문화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마음에 드는 표지를 모으고, 문장을 기록하고, 음악과 함께 책을 읽습니다.

책은 내가 살아 보지 않은 삶과 생각을 마주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책을 즐기는 방식이 무거울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든, 더 많은 사람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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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쉬었음’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것들

 

요즘 청년 고용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쉬었음 청년’입니다. 일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을 가리키는 통계상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 단어가 반복될수록 이상하게도 문제의 원인은 청년 개인에게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할 의지가 없어서, 눈이 높아서, 힘든 일을 피해서 쉬는 것이 아니냐는 식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2026년 8월 전체 15~64세 고용률은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청년층 고용률은 44.1%로 오히려 1.0%p 하락했습니다. 전체 고용 상황과 청년이 마주하는 현실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2025년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8.2%가 비정규직이기도 했습니다. 비정규직 전체가 청년의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하기 어려운 노동 시장의 한 단면은 분명 보여 줍니다.

 

채용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기업은 신입을 뽑아 가르치기보다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합니다. 정부 역시 2026년 「청년뉴딜 추진방안」에서 AI를 비롯한 산업 변화와 세대 간 구직 경쟁,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겹치며 청년의 취업문을 좁히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취업하기 위해서는 경력이 필요한데, 정작 그 경력을 만들 첫 번째 기회는 점점 얻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청년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움직입니다. 인턴이나 단기계약직이라도 선택해 경력 한 줄을 만들고, 계약이 끝나면 다시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준비합니다. 새로운 직무를 배우기도 하고,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한번 취업하면 자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동안에도 다음 일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이런 시간을 단순히 ‘쉬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통계상으로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기간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실패한 취업을 정리하는 시간이거나 다음 기회를 준비하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한 뒤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쉬었음 청년’이라는 이름만 앞세우면 그 이전에 어떤 노동을 했는지, 왜 노동 시장에서 빠져나왔는지는 쉽게 지워집니다. 결국 구조의 문제는 사라지고 “왜 청년들은 일하지 않는가”라는 질문만 남습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며 대응을 늘리고 있습니다. 청년의 일 경험을 확대하고, 취업 경험이 부족한 청년에게 구직기간 동안 수당을 지원하며, 장기간 노동 시장에서 떨어져 있던 청년의 재진입을 돕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문제를 개인의 의지로만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변화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질문은 남습니다. 청년이 지금의 노동 시장에 더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일 경험도 필요하고 직업 교육도 필요합니다. 구직기간을 버틸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청년이 계속해서 짧은 경력을 이어 붙이고, 계약이 끝날 때마다 다시 취업 시장으로 돌아가며, 끊임없이 새로운 능력을 증명해야만 한다면 고용 불안의 부담은 결국 개인에게 남습니다.

 

청년들은 이미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계속 방향을 바꾸고, 배우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사회가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합니다. ‘왜 청년들은 쉬고 있는가’가 아니라, ‘왜 이렇게 많은 청년이 안정적으로 일하기 어려운가’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일하라고 등을 떠미는 말만이 아닙니다. 첫 경력이 다음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 고용 형태에 따라 삶의 안정성이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청년을 ‘쉬었음’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전에, 그들이 왜 멈출 수밖에 없었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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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9 → 34 청년이 5년 늘었다

: 청년 취업 지원, 이제 34세까지

 

9월 18일부터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이 말하는 청년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기존 15세 이상 29세 이하에서 15세 이상 34세 이하로 확대된 것입니다. 

서른을 넘긴 구직자도 이제 법이 정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법에서 청년은 29세까지였습니다. 30~34세는 청년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대상으로 따로 분류돼 있었죠.

30대 초반이라는 이유로 각종 청년 고용 혜택에서 소외됐던 구직자들이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챗GPT
ⓒ챗GPT

왜 하필 34세일까요? 기준을 넓힌 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첫째는 첫 취업이 점점 늦어지는 현실입니다. 졸업 후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29세라는 선이 현실과 맞지 않게 된 것입니다.

둘째는 법마다 청년의 나이를 다르게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청년기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대부분의 법률은 이미 청년을 34세까지로 보는 상황입니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이 정한 대표적인 고용 지원 서비스는 개인별 심층 상담을 통한 직업 경로 설계, 직장 체험, 직업 훈련, 취업 알선 등입니다. 34세로 확대된 기준에 따라 대상자는 이와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원은 청년 구직자에게만 향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청년을 고용하거나 직업 훈련을 실시할 때,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34세 구직자를 채용하는 중소기업도 이제 기본 대상이 되면서, 30대 초반에게 열리는 채용의 문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다만, 지원 사항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모든 청년 지원 사업이 자동으로 34세까지 넓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업마다 나이와 요건을 따로 정하고 있기에, 정부도 지원 제도별로 기준을 각각 확인하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청년이라는 기준은 29세에서 34세로, 둘의 사이엔 다섯 해가 있습니다. 그 속에는 일자리 하나를 위해 한참을 걸어야 했던 시간도 분명히 있겠죠. 

서른이 넘어 망설였던 지원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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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혼자서도, 혼자여도 괜찮은 시대

: 혼자 그리고 같이 살아가는 일상

 

서울로 상경해 직장 생활을 시작한 A씨. 그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홀로 자취 중입니다. 회사 분위기가 자유로워 가끔 홀로 구내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에는 회사 근처 최애 카페에서 조용히 책을 읽습니다.

눈꺼풀을 두드리는 식곤증과 반복되는 업무를 이겨 낸 끝에 마침내 퇴근. 저녁은 역 근처 단골 분식집에서 간단히 해결한 뒤 요즘 인기가 많은 영화를 보러 향합니다. 상영이 끝난 후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며 방금 보고 나온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검색해 봅니다.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조용히 영화의 여운과 음악의 선율을 곱씹는 시간입니다. 눈을 뜬 순간부터 다시 잠에 들기까지 A씨는 혼자였습니다. 하지만 A씨는 혼자 보내는 이 하루를 좋아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B씨. 친구들과의 한잔을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본인은 물론 친한 동기들도 취업 준비로 바빠지는 탓에 좀처럼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요.

끊임없는 이력서 수정과 긴장되는 면접이 이어지던 치열한 하루. 녹초가 된 그는 오랜만에 가볍게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부르기에도, 어딘가 가기에도 어려운 상황.

그는 조용히 치킨을 배달시키고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샀습니다. 정주행을 위해 아껴 두던 연애 프로그램을 틀고 혼자만의 작지만 소중한 힐링을 해 봅니다. 내일도 홀로 취업 전선에 나가 싸워야 하기에, 이 정도의 사치는 때때로 괜찮습니다.

 

A씨와 B씨가 홀로 보내는 하루의 모습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많은 이들이 홀로 많은 것을 하고, 느끼고, 즐기고, 경험합니다. 국가데이터처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1인 가구는 804만 5000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가구 중 비율도 36.1%를 차지합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과거에는 A씨와 B씨 같은 이들을 ‘아웃사이더’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 요즘은 누구나 아웃사이더가 되고, 자처해서 혼자가 됩니다.

이제는 홀로 식사를 하고, 홀로 영화관을 찾고, 홀로 바를 찾아 술을 마시고, 홀로 공연을 즐기는 것이 일상입니다. 오히려 오롯이 혼자 보내는 하루를 정하고 타인과 세상에서 잠시 멀어지기도 하죠.

그렇다면 홀로 지내는 이들, 어쩌면 우리들은 단절과 고립만을 찾게 된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본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죠. 타인과 상호 작용 하고 연결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순간 반드시 누군가와 연결될 필요는 없습니다.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립하되 고립돼서는 안 됩니다. 적절한 때와 적당한 교감으로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의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하죠. 언제든 그 속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잠시 홀로서기를 택한 이들을 성숙하게 보내 주고, 다시 이들을 환영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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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 현주소

 

ⓒ제미나이
ⓒ제미나이

노란봉투법, 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제3조 개정안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법 시행을 앞두고 가장 크게 주목받았던 것은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이른바 ‘진짜 사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동안 간접고용 구조에서 책임 주체로 지목되면서도 교섭 당사자에서는 비껴 있던 원청의 역할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현장의 모습은 어떨까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길이 열렸지만 실제 교섭률은 낮고, 사용자성과 교섭 범위를 둘러싼 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교섭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노란봉투법에 따라 하청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은 456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교섭에 들어간 곳은 102곳으로 22.4%에 그쳤습니다.

노조의 교섭 요구가 실제 교섭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판단 공방이 길어지면서 교섭 회피 등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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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화오션 사례는 법 시행 이후 달라진 현장의 모습을 잘 보여 줍니다.

노동위원회에서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지만, 사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습니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두고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이 이어지는 사이 교섭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교섭의 주체뿐만 아니라 무엇을 교섭할 것인지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습니다. 현장에서 논란이 된 사례를 반영해 노동쟁의의 범위를 구체화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정부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나 공장 신설·이전, 사업 매각, 신기술 도입 등 경영상 결정 자체는 의무적인 교섭이나 쟁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반면 해당 결정으로 구조조정이나 인력 재배치 등 근로조건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단계부터는 교섭과 쟁의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정부 지침이 나왔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정부가 행정지침으로 노동쟁의의 범위를 다시 좁히며 헌법상 노동 3권과 노사 자치의 원칙을 침해하고 있다며 지침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경영계도 법과 지침의 경계가 불명확해 기업의 경영 판단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더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현장의 혼선을 줄이겠다며 내놓은 지침을 두고 노사가 정반대의 이유로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노란봉투법이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법의 경계가 아직 충분히 선명하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특히 시행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기관의 내부적 업무처리 기준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노동위원회가 지침을 근거로 판단하더라도 최종 분쟁은 다시 법원의 판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기준을 제시했음에도 최종 해석을 매번 소송과 사법부에 맡겨야 한다면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실제 교섭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일입니다.

누가 사용자이고, 언제 교섭에 응해야 하며, 무엇을 교섭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현장에서 예측 가능해야 합니다. 교섭을 요구한 뒤 판단과 소송을 거치느라 시간이 흐르는 구조 역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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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은 이미 시행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법을 둘러싼 논쟁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측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요구가 실질적인 대화로 이어져 노사관계의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이 법의 시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시행 6개월. 노란봉투법의 현주소는 성패를 논하기엔 이르지만 보완할 과제는 분명해진 단계입니다. 지금 정부와 노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논쟁의 확대가 아니라, 열린 교섭의 문을 실제로 통과할 수 있게 만드는 실질적인 제도와 절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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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추석에도 일하지만 수당은 변함없이

: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교대 근무 노동자의 현실 

 

명절을 맞이하면 많은 사업장은 영업을 멈춥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휴일 며칠간 가족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곤 하죠. 그러나 명절 기간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도 존재합니다.

기계를 멈추지 않고 가동해야 하는 공장의 노동자 내지는 아파트 등의 주거 시설을 24시간 동안 관리해야 하는 경비 노동자. 이들 외에도 쉴 틈 없이 유지되어야 하는 산업에 종사하기에 공휴일임에도 일터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통틀어서 교대 근무 노동자라고 일컫습니다.

 

교대 근무 노동자에게는 주중과 주말의 개념이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교대 근무가 이뤄지는 사업장은 소수의 근무조가 교대로 근무하며 사업장을 항시 유지시키는 곳입니다.

사업장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네 개의 근무조가 하루 두 번 교대하여 근무한다면 ‘주간2, 휴무2, 야간2, 휴무2’의 구조를 계속 반복하는 식으로 근무하는 식이 됩니다. 주중에 휴무가 있으면 쉬어야 하고, 주말에 야간 근무가 있다면 근무해야만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명절 연휴와 같은 공휴일에도 일터를 떠날 수 없습니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휴일은 노동자에게 있어 노무 제공 과정에서 발생한 피로를 해소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휴일의 기준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과 관계 법령 등이 명확히 규정합니다.

 

근로기준법에는 대체공휴일을 포함한 법정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를 법정휴일이라 합니다. 법정휴일에 발생하는 노동자의 휴일 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배 가산 지급 해야 하죠.

반면에 사용자와 노동자의 합의로 정한 휴일을 약정휴일이라 하는데요. 약정휴일은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무급인 휴일입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교대 근무 사업장에서는 관행적으로 가산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특정 요일만 지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7일, 광주지법 민사11부(홍기찬 부장판사)는 금호타이어 생산직 노동자와 유가족으로 이뤄진 원고가 금호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대체공휴일 가산 임금 청구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사측은 교대 근무를 하는 생산직 사원은 일반직 사원보다 더 많은 휴일을 보장받고 있기에 휴일 근무에 따른 보상이 이뤄진 것이라 강조했으나, 재판부는 교대 근무에 따른 당연한 휴일이기에 대체공휴일 근무와 무관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원고가 청구한 가산 임금은 22년 1월부터 26년 5월까지의 임금입니다. 이에 따르면 4년 이상 휴일 근무에 따른 가산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입니다.

 

교대 근무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는 연휴 기간 또한 예외로 두지 않습니다.

 

2020년 이전까지는 법정공휴일은 유급휴일인 법정휴일이 아니었기에 교대 근무 노동자가 명절에 갖는 휴무일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개정됨에 따라, 2020년에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법정공휴일을 법정휴일로 보장하기 시작하며, 2022년에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됐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도 노동자의 연휴 기간 휴일을 유급으로 처리하게 되었죠.

 

하지만 교대 근무 사업장에서는 법 개정 이후에도 연휴 기간을 무급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교대 근무 노동자가 공휴일인 연휴 기간에 휴무일을 가진다면 이는 합의로 정해진 약정휴일이기에 유급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드는 것입니다.

다만 노동 관계 법령 등에는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분명히 정해 놓았기에, 사용자의 연휴 기간 휴무일을 무급으로 처리하는 행위는 근로기준법 위반이자 임금 체불 행위입니다.

 

ⓒ한국경제
ⓒ한국경제

1970년, 서울 평화시장 앞 거리에서 한 청년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노동자들을 혹사시키지 말라고 외치며 분신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외침 이후로 우리 사회의 노동권은 이전 세대보다 많은 영역에서 진보했습니다. 노동 관계 법령 또한 향상된 인권 의식을 반영하며 개정되고 있기에 노동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도 보장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56년 전에도 근로기준법은 존재했습니다. 그때의 근로기준법 또한 노동자의 휴일을 보장했고, 하루의 근로 시간을 정해 놨었으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 청년은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것입니다.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이것이 56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실제 산업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이 지켜지고 있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노동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법은 글자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법과 규범에 대한 관심을 넘어 개별적인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실제 산업현장의 사건에 관심과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짐으로서 그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우리와 미래 세대의 노동 인권을 지켜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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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비극의 일상화, 무뎌진 전쟁 감각을 경계하며

: 전쟁에 적응한 사람들에 대해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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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 수십 명이 다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평화 협상 논의가 오가는 중에도 폭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각 가자지구에서는 표적 공습으로 지휘관들이 사살됐고,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민간 상선이 피격돼 선원이 사망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연일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갈수록 덤덤해지고 있습니다. 개전 초기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충격과 공분은 온데간데없고, 이제 포격 소식과 사상자 숫자는 신문 한 구석에 실리지도 못하는 사소한 일일 뿐입니다.

 

우리는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무감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반복된 비극 속에서 사회는 이러한 폭력을 예외적 참상이 아닌 ‘늘 있는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무너진 일상과 무고한 죽음은 뉴스 화면 속 건조한 통계로 치환되고, 끝없는 전쟁 속에서 대중의 공감과 슬픔의 감각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습니다.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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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타인의 비극에 무뎌지는 것은 폭력을 방조하는 가장 위험한 태도입니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사라지고 경각심이 느슨해질수록, 교전 당사자들은 민간인 공격과 반인륜적 행위를 한층 대담하게 감행합니다. 전쟁이 일상이 되는 순간 인도주의적 가치는 설 자리를 잃습니다.

 

〈응답의 시〉에서 시인 김혜순은 “누군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말하고 있다’는 그 조그만 사실이 필요하지 않겠는가”라고 적었습니다. 멀리 떨어진 곳의 일이라며 고개를 돌리거나 무뎌지지 않고, 끊임없이 지켜보며 말하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폭력의 일상화에 맞서 우리가 타인의 고통 앞에 건넬 수 있는 가장 작은 응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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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마지막 칼럼까지 잘 챙기셨나요? 😎

 

이번 9월은 일상 속의 화제부터 일상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비극까지 논해 보았습니다. 곱씹을 만한 내용, 알면 도움이 될 사항까지 꾹꾹 눌러 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여러분께도 저희 평범범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가닿았기를 바랍니다. 💌

 

그럼, 다음 범레터에서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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