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이런 패닉 장세가 오게 되었는가?
시장을 움직이는 또 다른 힘, 수급
“수급은 수요와 공급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수급 변화가 나타날 경우 기업 자체의 변화가 없는 상황이더라도 해당 기업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매수/매도 물량으로 인해 주가가 변동할 수 있다… 다만, 수급 혼란 조정은 펀더멘탈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을 거치며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
8월초 시장은 전월 실업률 지표가 4.3%으로 발표되며 침체 공포가 되살아났다. 금번 실업률 수치로 인해 침체 지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삼의 지표(Sahm rule)가 0.53%p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 기준으로 삼고 있는 0.5%p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엔 케리 트레이드, 워렌 버핏의 애플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며 강한 조정이 나타났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요인 중 2가지로 펀더멘탈과 수급이 있다. 펀더멘탈은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을 의미하며 국가(경기)와 기업의 가치를 수치화한 것을 의미한다. 매출, 이익, 전망 등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것으로 기업의 건전성을 판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준이 되는 동시에 기업이 가진 펀더멘탈(가치)이 주가에 반영되며 적정한 가격을 형성한다. 반면, 수급은 수요와 공급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증권에 대한 포지션(매수/매도) 규모를 의미한다. 수급 변화가 나타날 경우 기업 자체의 변화가 없는 상황이더라도 해당 기업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매수/매도 물량으로 인해 주가가 변동할 수 있다. 기업 지분 매각 이슈로 인해 시장에 나오거나 나올 예정인 대량 매물을 ‘오버행’이라고 하는데, 기업의 펀더멘탈은 변함 없음에도 오버행이 발생하는 경우 주가가 하락하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수급으로 인한 주가 변동 예이다.
수급 문제로도 패닉에 가까운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1987년 블랙 먼데이, 1998년 LTMC 붕괴, 2018년 short VIX 청산은 대표적인 수급 혼란으로 인한 조정 사례로 언급되며 고점 대비 30% 수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수급 혼란 조정은 펀더멘탈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을 거치며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하락의 본질은 쏠림과 과포지션의 해소 때문
“’엔 케리 트레이드’는 엔화를 환전해 투자하기 때문에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엔화를 매수/매도하는 거래를 함께 진행해 헷지(hedge)해둔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환율에서의 급격한 변동이 있을 경우 이는 트레이드 포지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전월 대비 마이너스 상승을 보인 6월 CPI, 트럼프 암살 시도와 지지율 상승으로 인해 정책 수혜주를 찾는 트럼프 트레이드, 아마존의 실적 실망으로 인한 인공지능 실적 우려, 4.3%의 실업률을 보인 미국 경기 우려, 일본의 금리인상까지 최근 한 달 연속된 이벤트들로 인해 증시와 환율(엔-달러)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일련의 사건들은 각각 다른 내러티브와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엔화 강세의 재료로 이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엔 케리 트레이드’는 금리와 환율이 낮은 엔화를 환전해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환율 변동에 따라 포지션 변화가 필요하다.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엔화를 매수/매도하는 거래를 함께 진행해 헷지(hedge)해두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환율에서의 급격한 변동이 있을 경우 이는 트레이드 포지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올해 들어 M7에 대한 콜 옵션 베팅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고 그 중에서 엔비디아 현물 대비 옵션 거래량은 전고점 수준까지 치솟으며 대량 거래가 누적되어 있었다. 더불어 엔화에 대한 공매도와 니케이 지수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가 18만계약까지 누적된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경기 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채권의 가격이 떨어질 것에 대한 투기적 거래가 120만 건까지 치솟으며 금리가 인상되던 21년도를 훨씬 상회하는 포지션 거래가 누적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극단으로 쏠린 포지션과 거래가 쌓여있는 상황이었고, 엔-달러 환율 변화가 누적된 포지션 청산을 자극했다.
포지션 청산이 모두 엔 케리 트레이드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미국-일본 금리 차이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된 엔화 약세가 결국 BOJ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급격하게 정상화되며 여러 포지션의 청산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포지션 청산은 알고리즘과 통계 모델을 기반으로 미리 프로그램을 설계하여 상품에 투자하는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펀드들의 매도 트리거를 발생시키며 대량으로 쌓인 거래를 자동으로 체결시켜 시장 하락을 심화시킨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2) 펀더멘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
관심의 중심에 있는 고용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의 비율로 일시적/비일시적으로 해고된 실직자 외에도 직업을 구하고자 했지만 구하지 못 한 구직자도 포함하고 있다… 일을 잃은 사람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가 아닌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경제활동인구)의 증가로 인해 실업률이 상승한 것이다.”
7월 실업률이 상승하며 대표적인 경기 침체 지표 중 하나로 불리는 삼의 법칙(Sahm rule)이 발동되며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의 공포가 높아졌다. 하지만, 샴의 법칙을 만든 샴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캐피탈 이코노믹스도 미국의 7월 실업률 상승은 과거 사이클과 달리 고용 감소보다 노동력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실업률 증가는 경기 침체를 짐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이다. 다만,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의 비율로 일시적/비일시적으로 해고된 실직자 외에도 직업을 구하고자 했지만 구하지 못한 구직자도 포함하고 있다.
과거 8차례의 경기 침체 사례에서는 경기 침체 시기 전후로 ‘실직자’의 수가 급증하며 실업률이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반면, 최근 2년 6개월 동안 삼의 법칙 지표와 실업 유형별 기여도 추이를 비교하면 실직자 증가가 지표 상승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으나 2024년 이후에는 ‘구직자’의 증가가 지표 상승에 기여하는 부분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일을 잃은 사람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가 아닌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경제활동인구)의 증가로 인해 실업률이 상승한 것이다.
미국은 이민자 유입과 초과저축 소진으로 인해 경제활동 참여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당사는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미국의 경기 침체 유발 요인이 아닌 생산성 향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번의 실업률 지표 충격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나타난 지표의 착시로 과거 패턴과는 다르게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내러티브와 실적의 사이클
“성장 초기에는 기업의 전망과 비전이 상승을 이끌어내며 이후에는 실적이 상승을 지속시킨다… 성장 초기를 지나 턴어라운드(실적) 시기까지 가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기업의 현금 여력이다… AI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잉여 현금 보유 여력이 유효한 것이다.”
에스워드 다모다란의 ‘Narrative and Numbers’에 따르면 모든 기업은 내러티브(Narrative, 전망)와 넘버스(Numbers, 실적)로 움직인다. 성장 초기에는 기업의 전망이 상승을 이끌어내며 이후에는 실적이 상승을 지속시킨다. 일정 시기가 지나 전망과 실적이 떨어지며 주가가 하락하게 되는 때가 찾아오고, 새로운 전망이 다시 등장하기 전에는 주가의 회복이 어렵다.
지표로 보면, 성장 초기 국면에는 실적 보다는 투자 중심의 성장으로 PER은 높고, EPS는 정체된 경우가 많다. 이후 실적이 증명되며 EPS와 PER이 동반 상승하다가 일정 시기가 지나면 실적으로 인해 EPS는 성장하지만 PER이 적정 밸류에이션까지 하락하게 된다. 만약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면 결국 실적도 뒤따라 약해지며 PER과 EPS 모두 동반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AI 산업은 어느 단계에 있을까?
이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성장 초기-턴어라운드 시기-EPS 상승 시기-후퇴기> 사이클을 바탕으로 내러티브와 넘버를 모두 고려해 기업을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경우 AI 산업으로 인한 수혜가 기대되며 주가가 크게 상승한 바 있다. 다만 최근에는 관련 산업에 대한 전망과 뉴스가 아닌 실적 발표에 맞춰 주가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성장 초기 국면에서 ‘실적(턴어라운드)’ 시기로 넘어간 상태인 것이다. 모든 AI 기업이 같은 단계는 아니다. 아직 성장 국면에 있는 기업의 경우 본격적으로 실적이 등장할 때까지는 내러티브가 주가를 이끌 것이다.
성장 초기를 지나 턴어라운드(실적) 시기까지 가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기업의 현금 여력이다. 막대한 자금이 유출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실적이 증명될 때까지 성장 국면을 무사히 지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빅테크 4사(알파벳, MS, 메타, 아마존)의 매출 및 현금흐름(FCF) 대비 케팩스 투자 비율 추이를 보았을 때 2019년부터 최근 전망까지 등락은 있지만 일정 수준 유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AI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잉여 현금 보유 여력이 유효한 것이다.
3) 모든 게 하락한 지금 무엇에 투자해야 할까?
장기투자자는 무엇을 반영해야 하나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다. 유효하게 고려하는 전략은 3가지이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투자자라면 변동성을 인정하고 대비하며 투자를 ‘생활화’해야 한다.”
당사는 8월 지표 급반등, 통화정책의 변화, 엔비디아 서프라이즈가 있다면 우선 단기적으로 강한 반등(V자)을 기대해볼 수 있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이럴 경우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다.
유효하게 고려하는 전략은 3가지이다. 먼저는 최근 시장 충격으로 가장 많이 하락한 하이퍼 스케일러 종목,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를 매수해 회복을 기대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AI 서비스로 인해 하드웨어 교체 수요가 존재하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이다. 실적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업종에 대한 매수이다. 당사는 AI 산업의 경우 아직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산업 초기 국면이기에 이러한 정부/기업 투자의 수혜를 받아 실적이 보장된 곳(반도체)을 투자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번 시장 하락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었다. 이러한 변동성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양상은 달라도 역사는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자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투자자라면 변동성을 인정하고 대비하며 투자를 ‘생활화’해야 한다.
먼저, 단기적으로 상승 종목을 맞추기 보다는 우상향 하는 종목에 꾸준히 저축(적립식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효한 결과를 가져온다. 가격의 움직임을 맞추기보다는 시간으로 위험을 분산시키며 긴 상승 추세에 함께해 장기 투자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소수 종목에 소위 ‘몰빵 투자’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갖춰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후에 사이클에 따라 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며 포트폴리오를 관리해나가는 것이 장기적인 투자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투자 전략이 될 것이다.
- 본 내용은 2024년 8월 7일에 진행된 인모스트투자자문의 시황세미나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