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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전기차 세상에서 어려워진 세단

뉴스레터의 주인 Beomkie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오피니언 레터, 이번 레터는 전기자동차에서 세단의 입지가 달라졌음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2025.07.17 | 조회 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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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B

🚗 이동성에 대한 통찰 : 매주 월요일, 알아야 할 자동차 소식과 산업 이야기를 정리해 드립니다.

*뉴스레터 운영자 Beomkie의 개인적인 생각, 자동차라는 제품을 여러 관점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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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4입니다. 준중형 세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아가 선보인 최신 전기차이죠. 이 차량의 디자인이 처음 공개됐을 때, 거의 양산에 가까운 컨셉카 형태로 등장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디자인을 좋아해 따로 공부까지 했던 저로서는, 양산 모델에서 과연 뒷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리고 세단이라고 부를 만큼 전반적인 라인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

아쉽게도 EV4의 디자인은 제게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앞부분 디자인만 해도 호불호가 크게 갈릴 요소가 많은데(사실 저도 앞이 너무 짧아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뒷부분은 마치 억지로 세단처럼 보이게 하려다 어딘가 어설프게 마무리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교하게 빚어지던 조각상이 시간에 쫓겨 대충 완성된 것 같은 모습이랄까요. (너무 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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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느낌을 EV4 이전에 똑같이 줬던 차량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이오닉 6입니다. 컨셉카에서 양산차로 넘어오며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컨셉카는 어디까지나 실험적인 스터디 모델이니까요. 하지만 아이오닉 6 역시 기존의 세단을 떠올리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오닉 6가 판매 측면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디자인도 한몫했을지 모릅니다. 농담처럼 “아이오닉 6가 안 팔린다면 아마 디자인 때문일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도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조금은 호감형으로 바뀐 듯합니다.)

이렇게 두 번이나 충격적인(?) 전기 세단을 보고 나니, 왜 이런 모습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디자인 지식을 총동원하고, 기술적 이유를 곱씹어 보니 그럴듯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유는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전용으로 나온 모델 중...)

"지금부터 세단형 전기자동차를 나열해 보세요!"

 

라고 누군가가 질문을 한다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자동차들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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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된 세단형 모델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차량을 꼽자면 이 네 가지가 떠오를 겁니다. (왼쪽 상단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EQS, 포르쉐 타이칸, 루시드 에어, 테슬라 모델 S) 이들은 기존 내연기관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누가 봐도 세단 다운 비율과 레이아웃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전기차도 이렇게 잘 만든 세단들이 있지 않나? 충분히 세단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네 차량의 공통점을 보면 모두 준대형 이상, 상당히 큰 크기의 차들이며, 가격도 1억 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모델들입니다. 즉, 완벽한 세단형 전기차는 결국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큰 차에서나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왜 그럴까요?

(아래 이야기부터 공기역학적 이유는 기본 전재로 합니다.)


더 긴 주행거리가 우선

Tesla
Tesla

테슬라가 촉발시킨 전기자동차 시장의 주인공이라면 이 스케이트보드 레이아웃을 빼먹을 수 없습니다.  바닥에 배터리를 깔아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방식이죠. 이 방식이라면 (좌우로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차축 간의 거리, 즉 휠베이스의 길이에 따라서 배터리 탑재량이 늘어나고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휠베이스의 길이를 늘리면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하고, 더 긴 주행거리를 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휠베이스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전기차 설계의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그런데 중형, 준중형급 이하 세단 전기차를 만들려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A: Front Overhang, B: Rear Overhang
A: Front Overhang, B: Rear Overhang

자동차에서 치수를 제는 기준의 방법 중 '오버행'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Overhang(오버행)은 '등산에서, 암벽(巖壁)의 일부가 돌출된 부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만큼 자동차에서도 비슷한 부분을 지칭합니다. 

위 이미지와 같이 각 앞뒤 차축에서 시작해 차량의 끝까지의 길이를 오버행(프론트 오버행, 리어 오버행)이라고 합니다. 이 길이는 자동차의 비율을 결정지으며 차량의 레이아웃을 구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아티클의 핵심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배터리를 꽉 채워넣자!

Casper EV
Casper EV
iONIQ 5
iONIQ 5
EV6
EV6

대중화된 전기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배터리를 넣어 주행거리를 확보하면서 최대한 컴팩트하게 차량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물론 전기자동차이기에 컴팩트함에도 큰 크기를 가지지만 그럼에도 특정 한계 내에서 차량의 휠베이스를 앞뒤로 최대한 밀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프론트와 리어 오버행은 점차 짧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율에 알맞는 디자인을 채택한다면 바로 아이오닉 5와 같은 해치백 혹은 SUV 형태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해치백은 극단적으로 짧게 리어 오버행을 가져가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휠베이스를 최대한 늘려내지만 안정적인 비율에 컴팩트한 전기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형제 차인 EV6는 똑같은 길을 가도록 둘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조금은 색다른, 우리가 보지 못한 형상을 가진 차량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반면 이 정도 충분한 휠베이스 확보가 가능한, 앞서 이야기한 준대형 세단부터는 충분한 공간과 금액대를 가지기 때문에 세단의 조건에 맞게 차량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죠.

전형적인 세단의 레이아웃을 갖춘 그랜저
전형적인 세단의 레이아웃을 갖춘 그랜저

세단 차량들은 전통적으로 프론트 오버행을 어느 정도 짧게 가져가는 경우도 많아, 휠베이스가 길어지더라도 어떻게든 세단의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휠베이스와 오버행의 조합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차량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비용(원가)과 기획 단계에서 정해진 세그먼트입니다. 이 조건들 안에서 바퀴의 위치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때 리어 오버행까지 짧아지면 세단의 상징적 비율인 3박스(엔진룸-캐빈-트렁크) 레이아웃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세단 다운 비율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바퀴의 위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이 바퀴의 위치는 차량 가격과 기획 세그먼트라는 현실적인 한계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Model 3
Model 3

이건 중형 전기 세단 아니야?라고 할 수 있을 모델 3의 옆모습을 보아도 뒤로 갈수록 세단과 해치백 사이의 애매한 모습으로 마무리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완벽한 세단의 형상으로 전면이 시작하며 우리는 작은 세단 느낌을 받지만, 엄연히 스포트백 형상으로 루프가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즉 트렁크 데크 없이 마무리되는 그런 라인을 보여줍니다.


그럼 가장 세단 다운 중형 전기차는?

BYD Seal
BYD Seal

세단 레이아웃을 잘 갖춘 중형 이하 전기차가 있을까 찾아봤는데(역시 없는 게 없는 중국인가요?), 비율만 놓고 보면 BYD Seal이 가장 세단 다운 모습을 가진 모델인 것 같습니다. 옆 라인을 보면 3박스 구조가 비교적 잘 드러나 있는 중형 전기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전기자동차에 적응이 되어버린 것인지 Seal을 보며 비율은 좋다는 생각이 들지만,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 자동차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흐트러진 비율의 작은(?) 전기 세단들

iONIQ 6N
iONIQ 6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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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이오닉 6는 비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반적인 수치가 조금씩 변했습니다.)

아이오닉 6도 EV4도 지금까지 이야기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드는 제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세단형의 차량을 만들고 싶었고, 가격을 높일 수는 없었으며, 정해진 규격 내에서 휠베이스는 늘려야 했고, 트렁크 공간을 확보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앞부분은 짧아졌고, 효율은 높여야 했고.. 공기역학적 이유 등등 많은 제약 상황들이 비율이 깨질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디자인에 있어 전기자동차인 만큼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면서 과감한 디자인이 나온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또한 전기자동차임에(내연기관과의 차별화를 위해) 그렇다는 원인에 해당하는 적합한 이유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며

iONIQ 6 Concept Sketch
iONIQ 6 Concept Sketch

이번 글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던 두 대의 전기 세단에서 출발했습니다. 아직 해당 디자인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오랜 시간 다양한 전기차 디자인을 들여다보며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전동화로 인해 훨씬 자유로워진 레이아웃 덕분에, 앞으로 더 신선하고 색다른 자동차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해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쉽게 볼 수 있어 잘 보지 않았던길에 있는 자동차들, 특히 새로운 전기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Written by @beomkie

insight B Contact: lgb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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