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AI에게 '나쁜 팀장'이었습니다

AI는 나만큼만 똑똑합니다. 그걸 몰랐습니다.

2026.03.31 | 조회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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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채원

안녕하세요, 채원입니다.

처음 AI를 쓰기 시작할 때 했던 가장 큰 착각은, AI가 만능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거 만들어줘."

결과가 나왔습니다.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프롬프트를 바꿔봤습니다. 여전히 별로였습니다.

'프롬프트를 잘 못 쓰는 게 문제인가?' 싶어서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프롬프트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맥락을 안 준 게 문제였습니다.

 

저는 AI를 독심술사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마치 말하지 않아도 내 속마음을 다 알 것처럼요.

 

 

내가 말하지 않은 속마음은, AI도 모릅니다

 

우리는 가끔 AI가 나의 모든 걸 아는 것처럼 착각합니다.

'이 정도면 알아서 해주겠지.'

'말 안 해도 파악하겠지.'

'프롬프트만 잘 쓰면 내가 원하는 게 나오겠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말하지 않은 속마음은 상대방이 알 수 없습니다. AI도 똑같습니다.

 

AI는 나보다 빠릅니다. 하지만 나보다 똑똑하진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준 맥락만큼만 결과가 나옵니다.

 

저는 AI를 기획, 디자인, 개발 등 각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도메인 지식을 갖춘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기본기는 있지만 우리 회사 사정은 모르는 사람이요. 

 

그 동료에게 일을 시킬 때, "이거 해"만 하면 될까요?
안 됩니다.

 

우리 회사가 왜 이걸 하는지, 이전에 어떤 시도를 했는지, 어디까지가 좋은 지점이고 어디부터가 안 되는지 — 히스토리를 설명해줘야 일이 됩니다. AI도 똑같습니다.

 

 

나쁜 팀장, 좋은 팀장

 

팀장과 팀원의 관계로 보면 명확합니다.

 

나쁜 팀장은 이렇게 일을 시킵니다. "이거 해." → "아니잖아." → "다시 해." 배경도 없고, 기준도 없고, 예시도 없습니다. 팀원은 매번 찍어서 내고, 팀장은 매번 틀렸다고 합니다.

 

좋은 팀장은 다릅니다.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배경을 설명합니다. 어디까지가 좋은 결과인지 기준을 줍니다. 비슷한 사례를 보여줍니다. 그러면 팀원도 원하는 방향을 명확히 알고, 부족하더라도 맞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AI한테도 똑같습니다. "다시 해"만 반복하고 있다면, AI가 못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나쁜 팀장인 겁니다.

 

저는 AI에게 이렇게 맥락을 줍니다

 

지난 글에서 '역설계'를 소개했는데, 사실 역설계도 결국 맥락을 주는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AI에게 맥락을 줍니다.

 

1.예시가 있으면 무조건 준다

 

디자인을 의뢰할 때도 원하는 레퍼런스 사진이 있어야 내가 원하는 느낌이 나오잖아요. AI도 똑같습니다. 저는 참고할 자료가 있으면 무조건 폴더에 넣어서 함께 줍니다.

 

"이런 느낌으로 해줘"라고 말로 설명하면 끝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만든 제안서 3개가 참고자료 폴더에 있어. 이 톤이랑 구조를 참고해서 규칙을 정리해줘." 이렇게 시작하면 결과가 다릅니다.

 

2. 기존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둔다

 

그냥 "있는 거 다 넣기"가 아닙니다. 저는 프로젝트마다 폴더 구조를 잡아둡니다. \참고자료, \이전버전, \고객피드백 — 이렇게 역할별로 분류해두면 AI에게 "이 폴더 참고해"라고 한마디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매번 줘야 하는 맥락이 실제 데이터가 아니라 톤앤매너나 작업 규칙 같은 거라면, 폴더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Skill로 만들어두는 겁니다. 한 번 정리해두면 매번 자료를 줄 필요 없이 "이 Skill 참고해" 말만 하면 됩니다.

 

폴더가 '자료'를 정리해두는 거라면, Skill은 '일하는 방식'을 정리해두는 겁니다.

 

3. 자료가 없으면, 질문하게 시킨다

 

새로 시작하는 일이라 참고자료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준 정보에 빠진 부분이 있을 거야. 작업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걸 먼저 질문해줘."

 

이러면 AI가 "이건 어떤 톤으로 할까요?", "대상 독자가 누구인가요?",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같은 걸 물어옵니다.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내 머릿속에만 있던 맥락이 밖으로 나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질문에 대해 숙고하는 것입니다. 이걸 깊이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면, 작업 중간에 여러 방향이 나올 때 AI가 제안하는 대로 줏대 없이 따라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최종 결과물이 내가 원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곳에 도착해 있습니다.

 

AI의 제안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최소한 내가 원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고민해둬야 합니다. AI는 선택지를 줄 수 있지만, 선택은 내가 해야 합니다.

 

물론, AI에게 아무리 맥락을 잘 줘도 100%를 기대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0%에서 시작하는 것과 70%에서 시작하는 것의 차이는 압도적입니다.

 

 

AI를 탓하기 전에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게 나왔다면, 내가 준 맥락과 자료 중에 어떤 점이 부족했나 한 번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요? "다시 해", "이게 아니야"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원하는 결과물을 빠르게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이제 여러 AI 동료를 둔 관리자입니다. 좋은 관리자는 도구를 탓하기보단, 구조를 바꿉니다. 맥락을 주고, 자료를 정리하고, 질문하게 시키는 것. 그게 AI 시대에 일 잘하는 사람의 구조입니다.

 

여러분은 AI에게 좋은 동료인가요?

나만의 맥락 주는 방법이 있다면 편하게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

 

 


[더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Skill 만드는 법

 

본문에서 Skill을 잠깐 언급했는데, 좀 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정리합니다.

 

Skill이란 AI에게 반복적으로 주는 지시사항을 미리 저장해두는 것입니다. 톤 규칙, 구조, 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한 번 정리해두면 매번 처음부터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 만드는 법: 지난 글에서 소개한 역설계 프롬프트로 규칙을 뽑은 뒤, AI에게 "이걸 Skill로 만들어줘"라고 하면 됩니다. AI가 SKILL.md라는 파일로 정리해줍니다.

 

  • 잘 만드는 팁 (Anthropic 공식 가이드에서):

 

1.'해야 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추가하세요.

 

처음 만들 때부터 "이건 하지 마"를 넣어두고, 쓰다가 AI가 실수하는 지점이 보이면 하나씩 더 추가합니다. 이 목록이 두꺼워질수록 Skill의 품질이 올라갑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해야 할 것"을 하나하나 다 지정하면 AI가 체크리스트 채우듯 기계적으로 결과물을 냅니다. 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경계만 잡아주면, 그 안에서 AI가 훨씬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풀어냅니다.

 

핵심 규칙만 정하고 나머지는 AI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뽑아내도록 하는 것. 그게 결과물이 더 좋았습니다.

 

2. 모든 걸 한 파일에 넣지 마세요.

 

우리도 너무 방대한 양의 정보가 한 번에 오면 파악하기 힘든 것처럼, AI도 한 번에 너무 많은 맥락이 들어오면 어지러워합니다. 질문 하나에 답하기 위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봐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불필요한 것까지 보느라 오히려 리소스가 낭비되기도 합니다.

 

상세한 참고 자료는 references/ 폴더에, 예시 템플릿은 assets/ 폴더와 같이 분리해두면 AI가 필요할 때만 꺼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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