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
(먼저 죄송합니다.)
샤갈
…
이라는 말이 뭔지 아시나요.
그냥 뭐. 유행어입니다.
욕은 아닌데 특정 욕을 특정한 상황에서 쓸 때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쓰는 뭐 그런...
처음 들었을 때 뉘앙스로 대충 알아듣겠긴 했는데요, 정확한 뜻도 그렇다고 하네요. 어쩐지 마감하는 날은 릴스를 더 많이 보기 때문에 갑자기 소리질렀다 갑자기 속삭이길 반복하는 ai 음성으로 (그 가상의 친구도 이름은 있더군요. 애덤이래요) 샤갈! 샤갈! 거리는 소리가 오늘 종일 머릿속에 떠돌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릴스를 많이 보지 마세요. 저는 글렀지만... 경험한 바로는 머리가 스폰지가 됩니다. 정말로 그런 것이, 실제로 머리에 힘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나 살아가야 하니까 어떻게든 힘을 내서 살고 있긴 한데요, 그러려면 또 릴스를 보고… 술을 마시고… 각종 후회와 결심 속에 저녁을 조금만 먹거나 달리기를 한다거나… 그럴 시간이 없어서 차라리 폭식을 한다거나…… 하지만,
뭘 어쩌겠나요? 지금이 그런 시대인 걸. (반성 없는 현대인)
아니,
왜 ai 음성 소릴(글자만 봐도 사운드가 자동재생 될 수 있음) 레터에서까지 들어야 하나! 하셨다면 조금 죄송합니다. 실은 제가 7월까지
책 300권을
팔아야 하는 일이 생겼거든요. 여러분 이 300권이 정말 큰 숫자입니다. 책 팔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이 시대에... 현대인으로서... 어떻게 300권을 파나… 모두가 뭘 파는데... 큰소리는 쳤지만 사실 나는 뭘 잘 파는 사람은 못 되는데(이런 고백 괜찮은가요)…. 손톱 물어뜯듯 초조하게 숏폼이나 넘기고 있자니 자꾸 저런 소리가 들리는 거죠. 샤갈.. 샤갈… (그만해 ㅠㅠ)
모두가 뭘 팔고 있거나 팔고 싶어하는
대소비의 시대에, 그러기 위해 더욱 고도로 발달되고 있는 숏폼이라는 포맷에 큰 저항없이 붙들려 있는 저와 붙들려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 붙들려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인 내 친구 상어. 우리는 다가오는 7월 안에! 과연 남은 (훌륭한) 책 300권을 전부 팔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번 레터는,

(광고)까진 아닌데 제가 (훌륭한) 책 300권을 팔긴 팔아야 해요….
입니다. 그리고 이 미션의 놀라운 점은 아무도 저한테 시키지 않았다는 거…. 셀프 미션이라는 거... 그냥 제가 한다고 했다는 거……. 하긴? 돌아보니 늘 그렇게 살아오긴 했네요.

상어와 나
때는 2006년. 저는 상어라는 사람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원래 우리 둘은 서로에게 그리 큰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 보니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살아가는 일에 각자 방식으로 꽤나 강성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리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겠)으나 기원전 사건들은 넘기기로 하고요,
2019년이 되었습니다.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상어는 프랑스 파리로 이주를 하였습니다. 여러 번 설명해줬지만 여전히 잘 이해는 안되는, 그런 (아마도) 어엿한 직업을 가지고 살고 있었는데요. 아닌가? 당시는 그냥 대학원생이었던가? 아무튼 백수 아니 대학원생 상어가 어느 날 제게 연락합니다. 파리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너무 멋진 그래픽 노블을 한 권 발견했는데, 한국에 꼭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적당한 출판사를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
무슨 책인데?
나:
무슨 내용인데?
나:
오 좋다. 화이팅
상어:
‘나단이라고 불러줘’라는 그래픽 노블이야.
상어:
FTM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성장기입니다.
그리고 한동안 연락이 없던 그. 출판제안서를 여러 군데 내봤지만, 결국 책을 내줄 출판사를 못 찾았답니다. 그래도 자꾸만 이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꼭!
나:
그냥 너가 해.
(당시 독립출판 2회 경험
/회사에서 출판 업무 중
/부추기는 거 좋아함)
상어:
그런가… 하는 수 없지.
(학생 때부터 각종 zine, 소책자 제작 경험 다수
/해야 되면 하는 스타일)
그렇게 내 친구 상어는 『나단이라고 불러줘』라는 한 권의 책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출판사를 덜컥 차리고 만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직접 내가 쓰고 만드는 독립출판이랑 정식으로 출판사 등록한 후 선금 주고 해외 판권 계약해서 계약사와 각종 컨펌 과정 거치고 번역부터 유통까지 다 책임져야 하는 1인 출판은 차원이 다른 일인데, 상어는 그 일을 저질러버렸습니다.
무사히 판권 계약을 마치고, 번역을 하고, 디자인을 의뢰하고, 박에디 활동가, 박한희 변호사, 안팎 같은 멋진 분들의 추천사도 받고, 텀블벅에 올리고, 귀한 430여명 후원자들의 응원을 얻어 결국 목표했던 국내 발간에 성공합니다.


그렇게 『나단이라고 불러줘』 는 한국의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나단을 아껴주는 서점들도 만났습니다. 그들과 함께 여기저기로 퍼져나갔습니다. 퀴어퍼레이드에도 나가고, 도서관에도 들어가고, 잡지 속 추천 도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단이라고 불러줘』들이 도착한 책장에서 누군가의 재밌는 책, 인생 책, 선물용 책, 아직 안 읽은 책, 여러 번 읽는 책이 됐을 거라 생각하면 참 좋습니다.
단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 탄생한 1인 출판사, 안녕! 문을 닫습니다.
한 사람의 의지와 노력으로 『나단이라고 불러줘』 를 한국 독자들께 소개할 수 있었지만, 오래 출판계에 몸 담았던 프로 출판인도 아닌데다, 무엇보다 프랑스에서 체류하며 한국에서 책을 유통하고 홍보하는 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상어출판사는 창고에 남은 『나단이라고 불러줘』 마지막 300권이 300명의 독자와 만날 수 있도록 힘내는 것을 자신의 마지막 소임으로 삼으려 합니다. 출간한 지 5년이 넘은 책이지만, 대형서점에서 유통되지도, 매스컴의 화려한 주목을 받지도 못한 책이지만 그 안에 있는 나단의 이야기는 여전히 빛나고 여전히 아름다우며 슬프지만 여전히 유효합니다.
나단을 만나주세요! 1권 구매시 7000원을 기부합니다.
상어출판사는 나단과의 멋진 이별을 위해 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나단이라고 불러줘』 (정가 20,000원) 1권을 구매하실 때마다 정가의 35%인 권당 7천원을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에 기부하려 합니다. (추후 기부처가 추가될 수 있고, 그러면 원하시는 곳을 지정하여 기부하실 수 있게 하려 합니다.)
판매처도 찾습니다!
『나단이라고 불러줘』 를 입고해주실 서점 등 판매처도 찾고 있습니다. 판매처 입고분 역시 일정 금액을 후원하려 하니, 이후 입고처에서 구매해주시는 분들도 함께 기부에 참여하시는 셈이 되죠. 매월 말 웹사이트에 후원 금액과 후원처를 공개할 예정이에요. 입고 문의는 제 인스타그램으로 DM 부탁드려요!
사장님 퇴사한다!

출판사 문 닫기 전 마지막 재고다! 후원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닙니다. 『나단이라고 불러줘』 는 그 자체로 멋진 성장 만화입니다. 나단은 끝내 자신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성장합니다.
다양한 정보도 담고 있습니다. 역자이자 발행인 이나래(얘가 상어입니다)는 “프랑스 원서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독자들과 나누려고 했기 때문에, 한국어 번역서에도 한국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담으려”고 했다며, 트랜스로드맵(transroadmap.net)의 허락을 받고 트랜스젠더에게 필요한 한국어 정보 일부를 책에 실었으며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성소수자 부모모임 같은 당사자와 주변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단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나단이라고 불러줘』 출간을 위한 텀블벅 모금에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자 추천사를 쓴 적이 있는데요, 그 일부를 옮깁니다.
2026년의 저도 여전히 나단을 존경합니다.
여전히 나단이 좋고, 여전히 나단이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이를 먹은 만큼 나단이 좀 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300권의 나단이 300명의 독자를 만나는 여정에 힘을 보태려 합니다.
구독자 님,
[인터뷰&레터] 5월의 주인공, 나단을 만나보지 않으시겠어요?
『나단이라고 불러줘』
자세한 책 소개, 멋진 추천사들,
그리고 구매와 후원은 상어출판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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