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인간을 그리는 조은실 작가를 아시나요?

기억공간 '잇-다'에서 만난 작가의 그림이야기

2023.12.07 | 조회 4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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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기억공간 잇다 미술관에서 < 빨간 인간 > 을 전시 중인 조은실 작가를 만났다. 기억공간 '잇-다'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덕영대로 895번에 위치한 작은 미술관이다. 과거 성매매가 이뤄지던 업소의 건물을 고쳐 새롭게 만든 문화공간으로 어두웠던 과거와 밝은 미래를 잇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억공간 잇다 미술관의 전경  
기억공간 잇다 미술관의 전경  

미술관 밖의 강렬한 포스터부터 이목을 끌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빨간 사람들이 액자 속에서 저마다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목구비 없이 실루엣만 존재하는 빨간 인간이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인상적인 그림을 그리는 조은실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작가 조은실 
작가 조은실 

Q. 작가님 소개를 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인간 본연의 모습과 본질적인 자아를 나타내는 빨간 인간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 조은실입니다. 평택호 예술관에서 처음 단체전에 참여했고 최근에 수원역 인근에 위치한 기억공간 '잇-다'에서 < 빨간 인간 > 첫 번째 개인전 전시를 했습니다.

Q. 언제부터 그림이 그리고 싶으셨나요?

A. 학교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빙긋 웃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그때 , 내가 그림을 정말 좋아하는구나!”싶었어요. 어린 시절에는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잖아요. 그런 바람들을 지니의 램프같이 그림이 모든 것을 구현해 주니까 계속 그리게 되었어요.

어느날 오후, 2020
어느날 오후, 2020

Q.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작가가 되셨나요?

A.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경영학과에 진학했죠. 그런데 막상 배워보니 적성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졸업하면 취업은 잘 되겠지만 정말 내가 원하던 길이었나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결국 1학년도 못 마치고 중도에 자퇴를 했어요. 진로 고민을 하는 가운데 주변에 미대를 준비하는 친구를 보고 깨달았죠. “, 나도 그림 그리는 거 굉장히 좋아했었는데.잊고 있었던 꿈이 생각났어요.

미술은 하고 싶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대학교에 복수 전공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교과 과목 중에 영어를 좋아했는데 학교에 다시 입학해서 서양화와 영문학과를 복수 전공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그것이 작가로 입문하는 첫 발걸음이 되어주었죠.

Q. 그림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처음에는 즐거움에서 시작했지만 계속하면 할수록 그 세계가 어렵고 심오하고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내 안에 그려내고 싶은 메시지를 찾지 못해서 오랫동안 슬럼프를 겪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은 평생 제일 잘하고 싶은 것입니다.

푸른 실내, 2020
푸른 실내, 2020

Q. 작가가 되어 좋은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그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관객들이 알아봐 줄 때입니다아 통했다 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요. 반대로 힘든 점은 현재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며 미술이란 교차점이 있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해서 온전히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다는 점이 아쉬워요. 그래서 전업 작가를 꿈꾸고 있어요.

Q. 작가님에게 영감을 주는 화가는 누구인가요?

A. 박재훈 작가님이요. 설치 미술과 미디어 아트를 주로 하는 분인데요. < 포집된 자연 > 이라는 미디어 아트를 보고 나서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포집이란 말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일정한 물질 속에 있는 미량 성분을 분리하여 잡아 모으는 일이잖아요. 작은 유리 상자 안에서 해가 뜨고 지고, 눈이 내리고 구름이 지나가며 비가 옵니다. 마치 작은 지구를 보고 있는 기분인데요. 유리상자 내부와 외부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공간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관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 익숙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낯설게 만들고 사유하게 하는 것이 작가의 힘이죠. 저도 그런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싶다는 자극을 주는 작품이었어요.

Say so, 2020
Say so, 2020

Q. 작가님의 그림에 등장하는 빨간 인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사람들마다 내면에 깊은 분노가 있다고 생각해요. ‘라고 대답하는 것은 쉽지만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또한 밝고 긍정적인 것은 쉽게 수용되지만 어두운 감정이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사람마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을 그림으로 해소하고 싶었어요. 

Q. 주로 그림의 소재는 무엇인가요?

A. 일상생활을 살아갈 때 신경 쓰지 않으면 흘려보낼 수 있는 미세한 감정이 소재가 되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고정된 사물입니다. 사물을 오래 응시하다 보면 다른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거든요

Q. 어떤 도구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시나요?

A. 복제 및 수정이 용이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의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더하여 전통 회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적 세계 및 가능성을 보여주어 독특한 표현법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디자인 프로그램이 주는 여러 효과들을 회화에 적용하고 변주를 주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제 그림에는 연속되는 오브제들이 많고 마치 콜라주 기법처럼 자유롭게 오리고 붙이는 방법을 활용해서 구도를 만들어갑니다.

Ballet Studio, 2020
Ballet Studio, 2020

Q. 그림을 전공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작가는 자기만의 안경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안경이라는 것은 작가의 고유한 세계관이 되겠죠.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만의 메시지를 가질 수 있어요. 그 메시지가 그림의 방향성과 작가만의 색깔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미술이 일반인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요?

A. 예술과 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좋은 작품, 문화를 접하면 생각하고 사고하는 폭이 넓어져요사고가 확장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은 위기가 있을 때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좋은 예술 작품은 관람객의 내면을 건드리고 그림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하죠. 나에 대해 이해가 깊어졌을 때 삶 속에서 나에게 맞는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있게 합니다.

FISHBOWL, 2020
FISHBOWL, 2020

Q. 앞으로 어떤 예술을 하고 싶으신가요?

A. 제가 가지고 있는 예술적 세계와 역량을 끊임없이 펼쳐 보이고 싶어요. 설사 대중에게 공감이 가지 않은 작품들이 있을지라도 검열하지 않고 내 안에 것들을 더 용기 내서 드러내고 도전하고 싶습니다.

Q. 인터뷰 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A. 그림이 내 삶에 들어와서 나름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성장시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앞으로 관람객들과 더욱더 많은 것들을 소통하고 함께 사유하고 싶습니다.

조은실 작가 인스타그램 

 

인터뷰어 긍정적인 스피치 강사 조명실

안녕, 스피치! 대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내 마음이 시원해지는 스피치 수업 > 작가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과 같아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싶습니다.

저서 내 아이가 행복한 안녕, 스피치!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speech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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