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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예민하다고 소문난 사람

누가 내 얘길...?

2025.05.30 | 조회 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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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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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에서 광고 영상 디자인 전공했습니다. 사진 수업을 들었고. 포토샵, 일러스트, 프리미어 같은 툴을 익혔습니다(이건 훗날 공방 꾸리며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졌습니다. 그 시절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요). 학과 특성상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시험을 보는 것 아닌 과제 제출로 이루어졌고, 대체로 조별 과제였습니다. 조별 과제의 악명은 익히 알려져 있어요.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불합리하고 불편한 인간 군상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그 시절 저는 생각 이상으로 언짢음을 곧잘 드러냈고, 불화를 겪는 일이 잦았습니다. 수많은 조별 과제 겪으며 졸업할 무렵 되돌아보니 조를 이룬 이들 중에 싸우지 않은 건 단 한 명뿐이었더라고요. 정말 그랬습니다. 아주 조금 성숙해진 제가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불화를 겪지 않을까요? 네, 반드시 참을 거예요. 하지만 그건 참는 거지 그들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에요. 어디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창작에는 여러 과정이 있지만, 최초에는 주제에 따라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아이디어 얻는 과정을 '운명', '기적' 같은 뜻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는 만큼 떠오르고, 떠올리는 만큼 생각은 뻗어나갈 것인데. 가만히 드러누워 잠이나 자고 신나게 놀면서 쏟아지는 별똥별처럼 아이디어가 다가와 주길 바라는 거예요. 마감 기한이 코앞인데도 노력은 없고 여전히 기적에 기댄 채로요. 저는 아이디어 내는 과정이야말로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떠올리는 프로세스를 익히며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요. 결국 창작은 자유라기보다 지독한 반복 숙달이 필요한 지난한 일이라 여기고요.

이야기 듣다 보니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모습이 있지 않나요? 운명에 기대어 빈곤한 아이디어를 들고 온 그들과 대단한 아이디어는 아니어도 이야기할 여러 주제를 찾아간 제가 얼굴 붉히고 앉아있는 모습이요. 대학시절 저는 싸가지 없고 예민한 사람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그러라고 하죠 뭐.

다들 약속 안 지키는 사람 싫다면서 마감 기한은 왜 안 지키는 건데... 더 나은 것을 위해 애쓰느라 마감 기한 지키지 않는 건 결국 애초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시인하는 거라 생각해요. 물론, 제 말과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반대 경우를 악용하는 사람을 너무 많이 본 게 문제라면 문제인 거지요.


 

 

이 말을 왜 했냐면, 마감 기한에 여유 두고 일하던 제가 요즘은 턱 끝까지 와서야 일 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스스로가 썩 별로인 거 있죠.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무언가 떠오르길 바라느라 그런 게 아니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좀 더 섬세하게 잘하고 싶은데, 끝에 다다라 집중력이 흐려지는 것 같아서 고민이 많습니다. 한동안 발길 끊었던 등산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체력부터 키워야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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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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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두의 프로필 이미지

    호두

    0
    20 days 전

    바뿌다는건 그래도 좋은일이지요 ••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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