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맺음의 시간

완성된 스툴은 덤에 불과해요

2024.12.20 | 조회 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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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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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제외하면 올해 작담이 통신도 한 편 밖에 남지 않았군요. 시간은 기어이 흐르는데, 저는 어디쯤에 있는지 문득 궁금합니다. 무언가에 턱 걸려 고여있는 건 아닌지 염려되기도 하고요.

참으로 복잡 미묘한 날들입니다. 자꾸만 지난 시간을 곱씹습니다. 내가 잘 한 일, 못한 일을 찾으며 아쉬운 구석을 비집고 들어가 뒤적여요. 뒤적이던 곳은 동굴처럼 생겨 웅크리기 적절합니다. 내내 앞만 보고 달리다 하필 이 시기가 되면 숨 몰아쉬며 멈춰 섭니다. 달릴 때는 잘 몰랐는데, 멈춰 서니 어질어질해요. 왠지 모를 공허함도 들고, 나아가는 것에 관해 괜히 어려운 마음도 들고요.

카페에 앉아 이것저것 하다가 자리를 떠날 때 ‘혹시 놓고 온 건 없나’ 일어난 자리를 살펴보는 것과 다를 것 없겠지요. 다시 어딘가로 어렵지 않게 달려가겠지요.


 

며칠 전에는 수강생에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번 작업은 가구 제작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거예요. 완성된 스툴은 덤에 불과해요. 혹여 결과가 성에 차지 않거나 아쉬울 수 있죠. 근데, 그때가 제일 중요해요. 어떤 사람들은 당장 눈앞에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야에서 지워버려요. '이건 망한 거. 다음에 잘하면 돼' 하면서요. 아니죠, 어떤 형태로든 그걸 맺음 해야 해요. 그래야 다음이 있어요. 그러지 않고 건너뛰면 같은 실수를 반복해요." 이건 제 얘기예요. 교육하며 하는 말은 대부분 제 경험일 수밖에 없더라고요.

일전에 작담이 통신에 썼듯 저는 본래 적당히를 추구하는 '적당 인간'이었더랬지요. 이 정도면 됐다고 여기며 다음으로 넘어가면 그게 습관이 되고, 절정의 순간을 인지하지 못해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모호한 인간이 되고 말더라고요. 물론 사람마다 맺음의 순간과 적당함의 단계가 다르니 강요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요. 그들에게 제 이야기를 하며 가르치고요, 그러면서 저 또한 그들에게 배웁니다. 때때로 거울을 보는 것 같거든요.

어쩌면 저는 끊임없이 돌아보며 그것을 동력 삼아 나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요? 타인의 삶 알 수 없으니 갈피 잡기 어렵군요.


 

재료 받으러 외출했다가 인천 외곽에 있는 카페에 앉아 글을 씁니다. 비닐하우스를 허물고 지은 카페래요. 말끔한 내부 공간 바깥으로 펼쳐진 산과 비닐하우스 뷰가 좋습니다. 커피 맛도 좋네요. 난방만 좀 더 든든하면 좋겠는데요. 추천할 만한 카페를 찾은 듯합니다.

올해 본 영화를 추천해 볼까 해서 흔적을 뒤적여봤는데요, 극장에 손에 꼽힐 만큼 갔고요. 신작보다는 본 영화 또 보는 일이 훨씬 잦았던 거 있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왜 사람이 그런 거 있잖아요. 몸과 마음이 지칠 때는 긴장감 없이 익숙하고 늘어지는 걸 찾게 되는 거요. 그런 탓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연유로 올해의 영화 추천 코너는 폐지되었습니다. 호호.

음악도 그래요. 저는 좋아하는 걸 거듭 반복하는 편이에요. 마음에 들어차면 플레이 리스트에 넣어놓고 자주 듣는데요. 몇 주 전부터 작담 플리 코너를 만들며 ‘그래도 양심상 새로운 노래도 많이 들어봐야지' 하며 알고리즘의 파도 속을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이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네요. 내년에는 영화 관련된 코너를 만들어야 새로운 걸 많이 접하려나 생각도 들어요.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4년 12월 셋째 주, 작담 플리

<임인건 - 바람이 부네요(Vocal 박성연)>, <vaundy - 踊り子>, <옥상달빛 -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Narr. 정은채)>, <페퍼톤스 - 할머니와 낡은 로케트(with 이진아)>, <정승환 - 눈사람>

제가 오랫동안 듣는 노래는 대부분 노랫말에 주목한 곡입니다. 노랫말은 유독 사무친다는 표현이 잘 어울립니다. <정승환의 눈사람>이라는 곡에는 '시간이 걸려도 그대 반드시 행복해지세요'라는 대목이 있어요. 저는 이 대목을 참 좋아합니다. 담백하지만 깊은 마음으로 바라고 또 바라는 일종의 기도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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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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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옥옹

    0
    4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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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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