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두루두루 적당한 재능꾼의 비애

재능꾼 호작담

2024.11.29 | 조회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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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재능이 많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구독자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일전에 어떤 글에서 재능은 ‘남들보다 덜 노력해도 더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밥을 남김없이 먹고 잠을 푹 자는 재능을 가졌어요. 재능은 평화와 행복의 기능을 가진 걸까요? 그런데, 관점을 일로 옮기면 입장이 조금 달라집니다. 재능은 옷 속에 들어있는 압정 같은 거예요. 뾰족하게 튀어나와 누가 봐도 ‘저건 압정이구나’ 알아야 해요. 날이 무디거나 옷이 아주 두꺼우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해요. 그냥 나만 알고 있는 사실에 불과하죠.

어쩌면 저와 오래 알고 지내는, 함께 몇 차례 일 해본 이들은 알 수도 있어요. 최근 저는 일에 관한 태도와 과정, 결과물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일종의 고백이에요. 그저 일을 맺음 하는 것이 중요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손을 떠나면 몫을 했으니 된 거라고 합리화를 한 거였죠. 최근에는 후회 없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조금 더 피곤하고 덜 자는 편을 고릅니다. 결과물이 정말 나아졌는지에 관해 단언할 수 없지만, 스스로 후회 없이 나아가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자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여기선 이걸 할 수 있고, 저기선 저걸 할 수 있는 사람. 이 사람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저 사람과는 저런 대화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요. 깊이는 얕아도 둥글둥글 즐거워 보였거든요. 저는 어느 정도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루두루 적당한 재능을 비관하는 사람도 되었습니다. 타인에게는 무관하나 스스로에게는 환멸에 가까운 비관을 느낍니다.

얼마 전에는 새 작업을 떠올렸습니다. 그걸 구현하려면 나무 이외의 소재가 적절하겠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뭘 한 줄 아세요? 다른 소재를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 익히려고 오프라인 수업을 찾았고 온라인 클래스 회원권을 끊었습니다. 대게 이런 경우에는 기술자에게 맡기죠. 근데, 제가 기술자 잖아요. 좀만 하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끝없는 악순환 또는 선순환. 결국 피곤하긴 한. 다른 이에 비하면 다소 늦게 정신을 차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부끄럽지만요, 그래서 그게 뭐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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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시작될 무렵, 동료 작가님이 포춘 쿠키를 주셨는데요. 이런 메시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당신의 창의적인 안목과 재능을 십분 발휘할 기회가 찾아올 것입니다. 주저하다 놓치지 말고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십시오. 기대보다 알찬 수확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저는 올해 정말 주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습니다. 후회는 없어요.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4년 11월 다섯째 주, 작담 플리

<지소쿠리클럽 - Take On>, <리쌍 - 리쌍부르쓰(feat.정인)>, <오월오일(五月五日) - Echo>, <G-DRAGON - HOME SWEET HOME(feat.태양, 대성)>, <9와 숫자들 - 평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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