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작담이 통신] 의자 이야기

우진과 이수

2024.03.29 | 조회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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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무탈하셨는지요? 이틀 봄인가 싶더니 이틀 비 내리며 갈피 잡기 어려운 한 주였습니다. 계절도 새 시작 앞두고는 이토록 달그락거리는가 싶어 어쩐지 안도감 들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분명 봄에 닿았다고 느껴지는 나날입니다. 일교차가 크니 건강 잘 챙기시고요. 오늘은 일상 이야기 아닌 호작담의 본업 가구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구독자분들께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합니다.

의자라는 가구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명제가 잘못되었을까요? 애초에 의자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의자는 가구의 정수로 불립니다. 떠올려보세요. 모든 가구를 통틀어 우리 몸이 직접 닿는 가구. 개인이 점유하는 가구는 의자가 유일합니다. 테이블, 선반, 서랍... 어떤 가구도 해당되지 않아요. 침대는 예외로 둡니다. 몸 닿는 게 매트리스이기 때문이지 침대는 과학이기 때문이 절대 아닙니다.(이 광고 카피 아는 할미 할아비들 소리 질러.... 아니 지르지 마)

역사적으로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들은 시그니처 의자를 반드시 가지고 있지요. 핀율의 치프테인, 한스베그너의 Y체어, 조지 나카시마의 코노이드 등이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의미를 갖거나, 디자인적으로 압도하거나, 산업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작품들입니다.

(위)핀율-치프테인 체어 (가운데)한스 베그너-Y체어 (아래)조지 나카시마-코노이드 체어
(위)핀율-치프테인 체어 (가운데)한스 베그너-Y체어 (아래)조지 나카시마-코노이드 체어

 

의자는 상징성 또한 짙습니다. 인류 최초의 가구를 의자로 봅니다. 잘린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휴식 취한 것을 예로 들어요. 그리고 인류 역사에서 의자는 권좌를 상징하지요. 옛날 높은 분들 앉는 의자 보면 다리에 용이나 사자 조각 있고 그러잖아요. 세상에 세상에 의자에 사자 조각 넣을 필요가 뭐가 있냐는 거죠. 의자는 시대에 따라 실용적 기능 → 미적 기능 → 상징적 기능으로 발전했습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영화 <뷰티 인사이드>
영화 <뷰티 인사이드>
영화 <뷰티 인사이드>
영화 <뷰티 인사이드>
영화 <뷰티 인사이드>

영화 <뷰티 인사이드> 보셨나요?

원인불명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남자 우진과 사랑에 빠진 여자 이수의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뷰티 인사이드>지만 중요 장면은 어김없이 잘 생긴 배우들 몫인 탓에 '뷰티 아웃사이드' 아니냐는 비판이 따라붙는 영화인데요. 극중 남자 주인공 우진의 직업이 목수라 의자 이야기를 꺼내기에 더할 나위 없습니다.

우진은 성별, 인종, 연령을 가리지 않고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개인에게는 절망이지만, 덕분에 사용자 몸에 꼭 맞는 의자를 만들 수 있어요. 우진은 의자 만드는 일에 몰두합니다.

이수는 가구점에서 일해요. 우진이 이수에게 반해 가구점을 잦게 드나들며 구입하는 것도 의자입니다. 그러나 우진은 그 의자에 앉는 법이 없습니다. 매일 모습이 달라지는 탓이겠지요. 그런 우진이 의자 만드는 일에 몰두하는 건 누군가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존재가 되고 싶은 바람이기도 합니다.

우진은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자신으로 인해 마음이 힘든 이수에게 이별을 고하며 마지막으로 의자를 선물합니다. 이수의 신체 사이즈에 맞춰 제작한 의자였죠. 선뜻 의자에 앉지 못하는 이수 대신 친언니가 이렇게 저렇게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해요. "이거 너무 네 사이즈다. 그치?"

이수는 우진에게 꼭 맞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목공 시작하고 처음으로 만든 의자예요. 둔탁해보이시죠? 실제로는 앉기도 매우 불편하답니다. 호호호.
목공 시작하고 처음으로 만든 의자예요. 둔탁해보이시죠? 실제로는 앉기도 매우 불편하답니다. 호호호.
비교적 최근에 만든 의자들
비교적 최근에 만든 의자들

의자 만들기 꿀팁을 알려드릴게요. 물론, 글 읽는 구독자분들 실전에 적용할 일 없겠지만, 그래도 알면 뿌듯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이런 잡 지식 좋아해요. 호호.

1. 의자 '등받이'는 사실 '허리받이'라 여기는 것이 맞습니다. 4번 척추 밀어주면 시원한 느낌이 드는데, 4번 척추는 우리 생각보다 낮은 곳에 있습니다. 등받이가 낮은 곳에 위치한다고 이상할 일이 아닙니다.

2. 식탁 의자 등받이 각도는 7도를 넘기지 않습니다. 7도를 넘어갈 경우 반찬을 집기 위해 몸 일으켜 세우며 복근에 미세한 힘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책상 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3. 엉덩이 닿는 좌판은 높은 것보다는 낮은 것이 좋습니다. 좌판이 높으면 허벅지 아래가 눌려서 피가 안 통하거든요.

4. 등받이나 좌판이 휘어 있는 것은 사실 시각적으로 편하다는 착각을 일으킬 뿐 실제로 편리와는 무관합니다.

 

다음 [작담이 통신]은 4월에 전해드리겠네요. 1분기가 끝나다니... 조금 더 활기찬 한주 보내고 다시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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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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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비까비

    0
    28 day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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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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