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

당신을 살게 하는 사랑은 무엇인가요?

2024.03.15 | 조회 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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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한 주 동안 별일 없이 지내셨는지요? 그새 계절은 봄에 닿았습니다. 시간은 이토록 성실합니다. 게으른 건 저뿐인가요?

 

노란 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노란 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나뭇가지는 아직 앙상하지만, 볕이 제법 뜨수워 걷기 좋고요
나뭇가지는 아직 앙상하지만, 볕이 제법 뜨수워 걷기 좋고요

 

며칠 전 친구와 등산했는데 대체로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들 통해 계절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추위에 극심한 공포를 가진 저는 한겨울 산행할 때 내의+반소매 티셔츠+긴 소매 티셔츠+맨투맨+맨투맨+바람막이+패딩 조끼+목토시+귀마개+장갑 정도의 조합을 꼭 챙기거든요. 이럴 일인가 싶으실 거예요. 하지만 추워서 어쩔 줄 모르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라 굳게 믿습니다. 호호.

함께 산행하던 친구는 "너도 반려동물 제품 만들어봐. 집사들은 돈 쓸 준비가 이미 되어 있다니까?"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런 말은 전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캠핑 용품이 있지요. 그런 제품들 좋은 건 저도 알아요. 그쪽 시장이 돈이 된다는 것도요. 하지만 저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아요.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아주 사소한 부분을 알지 못하는 건 작업자로서 치명적인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캠핑 용품도 그래요. 캠핑에 취미가 없는데 캠핑 용품 만드는 건 그저 겉핥기 아닐까요?(아니면 어쩌지)

외국 속담 중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무언가 본격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악마적인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터라 반려동물 제품이나 캠핑 용품은 앞으로도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다음 주부터 캠핑 즐기는 캠퍼가 된다면...?)

그런 맥락에서 저는 무언갈 깊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가집니다. 한 방향을 향하는 깊은 마음은 힘이 아주 강해요. 불순함 없이 오로지 순수로 뭉쳐진 깨끗한 마음이요. 누군가 좋아하는 책 몇 권을 물어오면 반드시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를 말합니다. 마음이 힘들 때 우연히 방탄소년단에 입덕한 작가의 에세이인데요. 읽고 있자면 덩달아 밝은 기운을 전해 받습니다. 책 읽으며 제가 밑줄 친 단락을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책이 얇아서 이따금 생각나면 집어 들어 몇 페이지만 읽기에도 퍽 좋아요.

책 표지도 아기자기 예쁘지요?
책 표지도 아기자기 예쁘지요?

 

가진 게 아주 많은 줄 알았는데 실은 속 빈 강정이었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들을 마주하면서 저는 더 이상 '행복'이나 '풍요'를 바라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삶의 모순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쓰여지는 이야기를 자주 찾게 되었지요. 방탄소년단에게는 '충족된 인간이나 완벽한 세계에는 없는, 작은 조개껍데기의 안쪽을 보는듯한 복잡한 광택'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연약함을 기꺼이 드러내면서도 결코 패배주의로 나아가지 않는 그들의 존재가 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몰라요.

p38

 

우리는 살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저마다의 밧줄을 잡습니다. 그건 종교일 수도 있고, 연애 혹은 반려동물일 수도 있으며 술이나 운동, 여행...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제가 붙잡은 밧줄이 덕질이었을 뿐. 방식은 제각각 다르지만 그건 모두 사랑의 다른 이름일 테니까요.

p40

 

축제를 준비하는 지난한 과정도, 축제가 끝난 뒤에 남는 쓰레기도 모두 축제의 일부이듯이, 일의 괴로움도 권태도 의심도 내 일을 구성하는 일부라는 걸 왜 몰랐을까요. 고통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을 구성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인정하자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p76

 

방탄소년단의 말을 빌려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것들이 우리의 학교였고, 우리의 꿈이었고, 행복이었고, 날개였고, 우리의 우주였고, 우리의 밤을 밝히는 빛이었고, 우리의 화양연화였다고. 마음을 다해 사랑한 것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우리를 만들어갑니다.

p150

 

저는 자기 객관화가 분명한 사람이라 자부했습니다. 바깥에서 보는 내 모습과 스스로 인지하는 내 모습을 잘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게 뭐라고 자부까지 했을까요? 그래서 제가 얻는 건 무엇이었을까요? 자기 객관화는 그저 현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치유하는 일에 몰두했어야 해요. 저는 그것을 지독하게 외면해 왔습니다.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사람이 배고파지면 제일 먼저 꿈을 판다고요. 어쩌면 저는 현실이 배고파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일을 제일 먼저 팔아치웠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타를 배울 거예요. '월량대표아적심'을 칠 거고요, 염소 같은 목소리로 뜻도 잘 모르는 노랫말을 읊조릴 거예요. 소리를 제법 들을 수 있게 되면 기타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런 게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일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해본 적이 없어서요. 되레 괴롭히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그럼에도 스스로를 위한 노력을 해보려고 합니다.

'월량대표아적심'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영화 <첨밀밀>을 아시나요? 참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데요.
'월량대표아적심'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영화 <첨밀밀>을 아시나요? 참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데요.

그리고 글 전해드리는 3월 15일은 제 생일이에요! 뭘 해달라는 건 절대 아니고요. 그렇다고 적어만 봅니다. 나이 좀 먹으니 생일 말할 일도 잘 없고 그렇더라고요. 마음으로 축하해주시면 따라서 감사의 마음 갖겠습니다.

두 번째 글을 마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하루, 주말, 일주일 보내주세요. 구독자분들의 행복을 멀리서 빌고 또 빌겠습니다.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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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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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희

    0
    about 2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과근비

    0
    about 2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jiniwoni

    0
    about 2 months 전

    저도 요즘 뭔가 휩쓸리는 기분인데, 위로가 되는 글과 글귀네요. 이번주도 힘내봅니다. 화이팅.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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