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다정의 에너지

받아라 다정 파워!

2025.02.14 | 조회 2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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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은 재능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더라니까요? 극도의 효율로 나눠써야 할 유한한 에너지를 다정이라는 카테고리에 기꺼이 쏟아붓는 게 보통 일인가요?

이렇게 생각해 보자고요. 한 사람의 하루 에너지 총량이 100이라면 업무, 운동, 끼니, 덕질, 농담 등 수많은 일상 행위에 나눠 써야 해요. 물론 밥 배와 디저트 배는 따로 있는 거라지만요. 더더욱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24시간하루이므로 어떤 에너지를 어떻게 쓸지 매번 선택을 해야 하죠. 모두에게 다정할 수는 없어요. 일을 해야 하고, 밥을 지어먹어야 하고요. 그전에 치열하게 메뉴 고민하는 건 또 어떻고요. 운전할 때 전방 주시는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당근 마켓 매물 알림 메시지도 놓칠 수 없죠.

대체로 쏟아부은 에너지는 어느 정도 회수가 됩니다. 결과를 맺음으로 인해서. 다정의 에너지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되레 갑절로 돌아오는 기적을 가능케합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고 벅차게 감사한 일이지 당연한 일이 아니므로 기대하지 않는 편이 알맞습니다. 다정은 재능의 영역이고, 노력의 영역이에요. 나이를 먹을수록 이 재능은 희귀해집니다. 분배해야 할 에너지 카테고리가 갑절로 많아지고, 남은 에너지가 다정을 향하는 게 맞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거든요.


 

일전에 친구가 말하길 "너는 네가 쓰는 글과 미묘하게 달라. 늘 날이 서있다니까?" 다른 친구는 그렇게 말했어요. "용호 씨는 억양이나 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엄청 냉소적이에요." 그리고 또 다른 이는 그랬어요. "용호님 염세주의자 같아요. 근데, 굉장히 밝고 건강해서 이상해요." 온라인상에서만 저를 접한 이들은 십중팔구 제 성향을 다정으로 설정해두더군요. 저와는 아무런 협의되지 않은 채로요.


 

가만 떠올려보면 제게도 다정이 넘실거리던 때가 있어요. 그 시절 그들의 수긍 여부는 이제 알 수 없게 되었지만, 분명해요. 대학시절에는 친구들과 와글와글 뭉쳐 다니길 좋아했지요. 사실 지금도 그래요. 태생이 사람과 부대끼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그러나 부여받은 재능이 혼자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 거라. 엉엉. 가까이 어울려지내는 이들을 잘 챙겼습니다. 여기까진 좋은데, 어느 시점부터는 내가 준 것의 일부 정도는 돌려받고 싶더라는 거예요. 이십 대 초반, 인간관계가 어렵더라고요. 가느다랗게 이어진 끈은 제가 놓으면 끊어질게 분명했어요. 그렇게 되면 저 밑은 천 길 낭떠러지일 거라 상상하며 스스로를 위태로운 꼴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십 대 중반 무렵 되니 붙들고 있던 손아귀에 힘이 빠졌어요. 손이 너무 아픈 거예요. 빨갛게 붓고. 무거운 내 몸도 야속하고. 대롱대롱 매달린 꼴이 우습고. 나 좀 불쌍하고. 불현듯 끈을 툭 놓아버렸습니다. 절박한 사람은 평소라면 이해할 수 없을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다른 세상은 펼쳐져요. 발 밑은 그냥 땅바닥이었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의 그 길바닥. 서커스 쇼의 줄타기처럼 아주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줄 알았는데, 글쎄 폴짝 뛰어오르는 정도밖에 안되더라니까요?


 

저는 다소 막무가내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애써 먼저 안부를 묻지 않았고, 쉽게 거절했습니다. 곁에 누군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나를 채우는 건 나니까요. 냉소적이라는, 싸가지 없다는 말을 곧잘 들었지만 마음속으로 '어쩌라고'라는 말을 읊조렸습니다. 알 게 뭐야. 이건 스스로를 편하게 하는 방법이었지만, 동시에 나를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나를 돌볼 의무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적으니 모두가 저를 괴롭히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건 열 명 중 한 명 정도에 불과해요. 하지만 하나의 상처가 꽤 아파서 문제지만요.

다정에 인색했던 저는 아주 조금만 다정의 영역으로 넘어가 볼까 합니다. 결국 다정도 관성이 있더라는 거죠.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굳이 다정하지 않을 이유도 없잖아요.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5년 2월 둘째 주, 작담 플리

<데이먼스 이어 - 너의 기사>, <윤현상 - 춤추는 우주>,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사라지는 꿈>, <(여자)아이들 - Allergy>, <보라미유 - 행운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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